"제주한란, 제주를 꽃피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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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한란, 제주를 꽃피우다.."
  • 고현준 기자
  • 승인 2012.11.12 15:5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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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포커스)서귀포시 상효동 한란자생지에 1백촉 이상 滿開..그 의미

 

 

한란이 자생지에서 꽃을 피웠다.


한란 애호가들 조차 자생지에서 꽃 피운 것 보기는 하늘에 별따는 것 보다 더 어렵다고들 한다. 그만큼 한란이 자생지에서 수난을 당했다는 뜻이다.

12일 서귀포시는 지난 2002년 ‘돈내코’하천을 상효동한란자생지로 지정된 이후 집중 관리한 결과, 자생지에서 1백여 촉이 넘는 한란들이 일시에 개화, 그 고고함과 정결함 맑고 청아한 자태를 드러냈다고 밝혔다.

단일 식물 종으로는 처음으로 지정된 ‘제주의 한란’은 지난 1967년 7월 11일 국가지정문화재 천연기념물 제191호로 지정, 보호되기 시작했으며, 돈내코 계곡에 있는 한란군락지 40필지 389,879㎡는 지난 2002년 2월 2일 천연기념물 제432호 ‘제주 상효동 한란자생지’로 지정됐다.

이 한란 자생지에 한란이 滿開한 것이다.

 

서귀포시는 지난 1981년 서귀포시 개청과 함께 돈내코 한란자생지에 보호철책을 설치, 관리를 시작한 이후 잦은 도채 등으로 한란이 계속 수난을 겪었다.

지난 1996년 경에는 자생지에 불과 50여촉 밖에 남아 있질 않았었다는 것.

그러나 시는 지속적인 보호 관리를 위해 1999년 한란 생태계학술조사용역을 시행, 총 사업비 83억을 투자하는 한란 관리 계획을 수립 추진, 2001년도부터 토지 매입을 시작 2006년도까지 22필지 64,648㎡를 매입했다.

1996년도부터 2007년도 까지는 집중 자생지 4366㎡, 산책로 220m, 보호책 1,700m를 설치, 무인경비 시스템을 운영하기 시작해 그동안 한란이 잦은 도채로부터 안전한 보호되기 시작했고, 현재는 2천5백여촉 정도가 자생하고 있다.

시는 지난 2008년도 부터 한란 생태 체험 및 감상원을 조성하기 시작, 돈내코를 찾는 관광객들과 시민들이 직접 한란을 감상할 수 있도록 자생지 내 1,354㎡ 지상1층, 지하1층 규모의 한란감상원을 만들고 있다.

공사비 40억원을 투자, 오는 12월 준공을 앞두고 있으며, 2013년도에 개관할 예정이다.

 

【한란 개화 관련 꽃대 충해 문제점 해결】

그동안 한란을 관리하면서 여러 가지 생육 관리에 따른 문제점들이 노출됐는 데, 대표적인 것이 한란이 개화된 후 꽃대가 충해를 입어 사그러지는 현상이었다.

한란 자생지에서 한란이 자생 상태로 처음 꽃 피운 것은 1999년이었으나, 해를 거듭할수록 꽃대 피해가 증가했다.

그러던 중 지난 2011년 한란 생육상태를 점검하기 위해 문화재청에서 노영대 문화재전문위원을 통해 생육 실태 파악을 요청했고, 이에 노 전문위원이 현장에 비디오카메라를 설치, 인터벌 촬영을 하는 과정에서 꽃대에 충해 현상을 발견하게 됐다.

서귀포시는 이와 같은 현상을 2012년 문화재청 천연기념물센타와 국립수목원에 병충해 원인 분석을 의뢰하면서, 문화재청(천연기념물과), 천연기념물연구센터, 국립수목원, 서귀포시가 TF팀을 구성, 원인 규명작업에 들어갔으며,지난 8월 공동조사를 통해 ‘한란’이 꽃대가 꺾여 꽃을 피우지 못하는 원인을 밝혀냈다.

한란의 꽃대가 꺾이는 원인은 꽃대를 가해하는 ‘굴파리’로 확인됐으며, 이를 막기 위해 보호망을 설치하는 방법이 제시된 것.

이에 따라 서귀포시는 한란이 꽃대가 형성되기 시작하자 지난 9월 꽃대가 형성되는 한란마다 보호망을 150여개를 설치, 약제 살포 없이 굴파리 피해를 예방(80%), 본래의 모습으로 한란이 개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한란의 특징】

한란은 전세계적으로 우리 나라의 제주도와 일본 남부, 중국남부 그리고 대만에만 분포되어 있는 식물이다.

제주한란이나 일본한란 ,대만한란, 중국한란은 식물학적으로는 차이가 없지만 관상가치의 측면에서 볼 때 대만산이나 중국산 한란이 다소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서 개화시에 중국한란이나 대만한란의 향기를 가까이에서 맡아볼 경우 다소 탁한 향기가 나지만 제주한란이나 일본한란은 맑고 깨끗한 향기인 것을 느낄 수가 있다.

또한 대만 및 중국한란은 잎의 길이가 길고 표면의 윤기가 약간 거친 느낌을 주는데 선(線)의 아름다움에 민감한 동양인에게는 대만이나 중국 한란의 품격이 제주한란에 비해 다소 떨어진다고 생각된다.

제주한란의 품종은 1978년부터 정립돼 왔는데. 지금까지 제주한란의 꽃과 잎의 특성을 중심으로 품종을 분류하고 품종명을 부여, 학계에 발표된 것들은 50품종에 이르고 있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많은 종류들이 있으며 본 연구 결과에서도 원래 보고 되었던 이외의 많은 품종들이 조사됐다.

 

제주한란의 품종은 일제시대에 취미단체인 계림난만회(雞林蘭萬會)에서 작명한 황조(黃鳥), 은하(銀河), 하보(賀寶), 금화(錦華), 을희(乙姬), 중문(中文), 남원(南元) 등 잎의 관상을 위주로 한 한란과 백사(白絲), 한란호(寒蘭縞), 은관(銀冠), 금관(金冠), 안덕(安德), 단경(短莖) 등 꽃을 위주로 한 한란의 품종이 있었으나 지금은 남아 있는 것이 없다.

지난 1980년 한국원예학회지와 1982년 이종석에 의하여 분류, 명명된 제주한란은 총 50품종이 있다.

자화(紫花) 계통의 품종으로서 설문대, 보라매, 탈, 보라, 여울, 수악(水岳), 승무(僧舞), 회심(灰心), 장검(長劍), 작설(雀舌), 신예(新禮), 자일품(紫逸品), 자학(紫鶴), 웅비(雄飛), 낙조(落照), 자하(紫霞), 군학(群鶴) 등 17품종과 청화(靑花) 계통의 과녁, 아사녀, 한라산(漢拏山), 청탄(聽灘), 웅녀(熊女), 대한(大寒), 녹영(綠影), 저홍(底紅), 탐라(耽羅), 초로(草露), 군마(軍馬), 비연(飛燕), 선학(仙鶴), 녹일문(綠一文), 고승(高僧), 제주일(濟州一), 녹의(綠衣), 추사(秋史), 선록(仙鹿), 무희(無姬), 단심(丹心), 취광(翠光), 춘설(春雪) 등 23품종 그리고 적화(赤花) 계통의 추광(秋光), 추일품(秋一品), 적일문(赤一文), 한아름, 새롬, 한샘 등 6품종과 혼색 계통으로서 아랑, 혜우(惠雨), 초연(初戀), 한밝 등 50품종이 조사보고 됐다.

이외에도 제주를 비롯한 국내의 각종 난단체에서 명명한 품종들이 있으며 이번 조사 결과 다양한 형태의 꽃들이 많이 발견됐다.

 

 

【상효동 한란의 자연 환경】


제주도의 한란 자생지는 한라산을 동과 서로 가르는 능선의 남쪽 경사면에 주로 분포되어 있으며 행정구역상으로는 서귀포시 일원과 남제주군 그리고 북제주군의 일부지역이다.

동쪽의 분포 한계는 북제주군 구좌읍과 동쪽 끝 경계지역까지이며 서쪽 한계는 서귀포시 중문동과 남제주군 안덕면의 경계 부근이지만 가장 많이 분포되어 있는 곳은 역시 서귀포시 일원으로 서쪽으로 도순천과 동쪽으로 신예리 하천 사이 지역이다.

분포고도의 범위는 해발 120m 부근의 자생지가 가장 낮고 가장 높은 곳은 한라산 정상을 중심으로 정남쪽에 위치한 곳으로서 영천천(돈네코) 상류 840m 지점인데 대부분의 한란 자생지는 해발 300~600m를 범위로 하여 동서 방향으로 벨트(belt)를 형성하고 있다.

대부분의 한란자생지는 하천변의 좌우 언덕부위에 자리잡고 있는 경우가 많으며 특히 수림대와 초지의 경계부에 위치한 개체들의 생육이 왕성할 뿐만 아니라 튼튼하고 건강한 개체들이 자생하고 있음이 조사됐다.

꽃은 11월에 4송이와 18송이 까지도 피는 게 관찰됐다.

 

그러나 대부분의 자생지에는 토층 표면의 진흙속에서 근경이 자라고 있다가 7월과 8월경의 장마기간중이나 또는 장마가 끝나자마자 지상으로 새 촉이 출현되며 제주에서는 이 시기에 한란의 유묘를 채취한다.

새 촉을 채취하고 나면 근경은 그대로 남아 있다가 난균의 도움으로 땅속에서 근경이 계속자라며 이듬해 다시 새 싹을 틔운다.

만일 새 싹을 채취하지 않고 크게 자라서 큰 포기가 되면 근경은 더 이상 증식하지 않고 소멸되거나 모본과 분리되어 새로운 자생지를 형성하는 과정을 반복하게 된다.

제주한란은 잎의 너비(葉幅)에 따라서 광엽종(廣葉種), 보통종(普通種), 세엽종(細葉種)으로 구분되고 잎의 길이(葉長)에 따라서는 장엽종(長葉種), 보통종(普通種), 단엽종(短葉種)(사진 3-1) 등으로 구분된다.

잎의 색채에 따라서는 녹색종(綠色種)과 잎무늬종(變異種)로 나눌 수가 있으며 잎의 자세(葉姿)에 따라서는 직립엽(立葉), 반수엽(半垂葉), 수엽(垂葉)으로 구분된다.

잎의 가장자리에는 미세한 톱니(거치)가 있으나 춘란의 잎에서 느낄 수 있는 것처럼 거칠지 않아서 톱니가 있음을 느끼지 못하고 매끈한 것처럼 느껴진다.

잎의 표면은 각피질(角皮質 또는 草質)로 되어있기 때문에 윤기가 나고, 뒷면은 윤기가 없고 기공(氣孔)이 분포되어 있다.

한란의 뿌리는 일반식물들의 뿌리 구조와는 달리 털뿌리가 없고 곁뿌리(側根)이 잘 발생하지 않으며 굵고 매끈한 유백색(乳白色)의 뿌리가 곧게 자라는 성질을 가지고 있는데 이들은 중심주(中心柱, stele), 피층(皮層,cortex), 근피층(根皮層, velamen)으로 구분된다.

뿌리의 끝부분에는 근관부(根冠部)가 있으며 이 부위에서 세포의 분열이 이루어지는데 생육이 왕성하게 이루어질 때에는 투명한 색채를 띄고 끝이 뾰족한 상태지만 생육이 정지된 근관부는 갈색 또는 백색을 띄우고 끝이 뭉툭한 상태로 남아있다.

중심주는 매우 질기고 딱딱하며 굳은 철사처럼 되어 있는데 뿌리가 고사한 상태일지라도 중심주는 없어지지 않고 오랫동안 남아있다.

피층은 외피(外皮)와 내피(內皮)로 구성되어 있으며 수분과 무기양분의 흡수, 전달 등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인위적이든 자연적이든간에 모체(母體)와 분리된 근경은 자생지 토양 속에서 난균(蘭菌)과 공생하면서 생존하고 일정한 크기로 자라게 되면 새로운 유묘를 발생시킨다.

 

그런데 한란의 근경은 보통 지표면으로부터 20㎝ 이내에 표층부에 분포돼 있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땅속 깊이 뻗어 들어간 경우에는 지하 50cm 정도의 깊이까지도 분포되어 있는 것도 관찰할 수가 있다.


한 난은 뭇잡초들과는 달리 그늘에 숨어 살면서 자신을 밖으로 드러내기를 꺼려하는 겸허함이 있으며 물을 필요로하지만 과습을 싫어하고 양분을 필요로하지만 지나치거나 과다한 것을 싫어하며 햇볕을 필요로 하지만 강한 볕을 싫어하는 중용지덕(中庸之德)을 지키는 식물이 바로 난이다.

이처럼 오랜 옛날부터 사람 가까이에서 재배되어온 난은 주로 온대지방 원산의 Cymbidium류에 속하는 춘란이나 건란, 소심란, 보세란, 일경구화, 한란 등 소위 동양란이라고 불리우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우리나라에서 자생하고 있는 동양란들은 보춘화(報春花, Cymbidium virescens Lindle), 한란(Cym. kanran Makino), 소란(Cym. koran Makino) 등이 있다.

보춘화는 남부의 도서지역을 비롯한 해안지방에 주로 많이 분포돼 있는데 3~4월에 피는 일경일화성(一莖一花性)의 꽃은 향기가 없는 것이 단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나라의 경우, 제주도의 한라산 남쪽 경사면에서만 자생하고 있는 한란은 일경다화성(一莖多花性)으로서 잎의 자세와 향기가 좋은 것이 특징이다.

한란은 화색도 다양할 뿐만 아니라 시기적으로 가을철과 초겨울에 걸쳐서 꽃을 피우고 아름다운 향기를 발휘하기 때문에 더욱더 고상하여 희귀한 식물로 취급받고 있으며 관상가치가 높고 남획의 위험성이 많기 때문에 제주도의 일원에 분포되어 있는 한란은 1967년 7월 11일 천연기념물 제 191 호로 지정되어 문화재적 측면에서 보호를 받고 있다.

 

【한란의 식물학적 위치】

한란(寒蘭)이라는 이름은 추운 겨울에 꽃을 피우는 난초라는 뜻으로 찰 “寒”자와 난초“蘭”자를 써서 한란이라고 했다.

한란의 꽃은 보통 가을과 초겨울에 피지만 우리 나라에서는 보통 10월과 11월에 핀다.

한란은 겨울에 꽃이 핀다고 해서 동란(冬蘭)으로 취급하기도 하는데 세계적으로는 우리 나라와 일본, 대만, 중국 등지의 동북아시아 지역의 온대 기후대에만 분포돼 있다.

한란은 온대 지방이 원산지이지만 난대성 기후대에 가까운 따뜻한 지역에서 자라는 식물이기 때문에 온대 남부 기후대(氣候帶)의 표식종식물(標識種植物 )이다.

우리 나라의 제주도와 일본 등의 한란 자생지는 해류(海流)의 영향으로 기후가 온난하고 공중습도가 높은 바닷가에 위치해 있는 경우가 많다.

한란이 속해있는 Cymbidium속 식물은 오스트레일리아와 인도 북부지역, 중국, 동남아시아의 산악지대, 우리나라, 일본 등지에 약 70여 종이 분포되어 자라고 있으며, 이에 관한 분류학적 체계는 스웨덴의 Olaf Swartz가 세웠다.

Cymbidium kanran Makino 라는 학명은 1902년 일본의 마끼노(牧野)에 의하여 처음으로 기록됐다.

우리나라와 중국 및 일본 등 동양문화권에서는 예로부터 일경일화성(一莖一花性)인 것을 “蘭“, 일경다화성(一莖多花性)인 것은 ”혜(蕙)“로 구분하였는데 한란은 보세란, 일경구화, 소심란, 옥화, 건란 등과 더불어 ”혜(蕙)“에 속한다.

한란은 전형적인 동양란으로서 잎의 자세와 향기, 그리고 꽃색깔의 다양함 때문에 원예적으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흔히 한란은 원산지에 따라서 제주한란, 일본한란, 대만한란, 중국한란으로 구분하고 있으나 이는 자생지역을 표시한 것일 뿐이며 식물학적으로는 자한란(Cymbidium karan Makino forma purpurascens Makino), 청한란(Cymbidium karan Makino forma viridescens Makino), 대엽한란(Cymbidium karan Makino var. latifolium Makino), 경사한란(Cymbidium karan Makino forma purpureo-viridescens Makino)으로 구분하고 있다.

 

 

【한란에 대한 문헌】

우리 나라에서 난에 관한 최초의 기록은 신라말엽 고운(孤雲) 최치원(崔致遠) 선생의 한싯구(漢詩句)에서 찾아볼 수가 있고. 일연(一然)이 쓴 삼국유사(三國遺事)의 내용 중에는 “난액혜서(蘭液蕙醑)...”라는 말이 쓰여 있는 것으로 이로 미루어 볼 때 당시에는 난 향을 이용하여 술과 차를 만들어 마셨던 것으로 보인다.

조선조 세종 31년(1449년)에 완성된 강희안(姜希顔, 1417~1464)의 양화소록(養花小錄)의 내용중에서 난에 관한 설명은 사림광기(事林廣記)와 설문(說文)을 인용하였고 우리 나라의 난에 관해서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本國蘭蕙品類不多移盆後葉漸短香亦劣殊失國香之義故看花者 不甚相尙然生湖南沿海諸山者品佳霜後勿傷乘垂根帶舊土依古方栽盆... 우리 나라에는 난과 혜의 종류가 그리 많지 않다.

분에 옮긴 뒤에 잎이 점점 짧아지고 향기도 좋지 않아서 국향(國香)의 뜻을 잃고 있다.

그러므로 꽃을 보는 사람들이 심히 탐탁하게 여기지 않는다. 그러나 호남연해의 산에서 난 것은 품종이 좋은데 서리가 내린 뒤에 뿌리를 다치지 않게 제자리 흙으로 싸주고 옛 법대로 하여 분에 심는 것이 좋다.....]라고 하여 호남지방에 많이 분포되어 있는 춘란에 관한 기록으로 보인다.

난의 종류에 있어서는 백화(白花), 자화(紫花), 담벽화(淡碧花)가 있다고 하였는데 이들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궁금하다.

또 다른 옛 문헌(文獻)들의 고찰을 통해 미루어볼 때에 앞서 언급한 바 있듯이 옛날에는 일경일화성인 것을 “蘭”, 일경다화성인 난을 “蕙”라고 구분했다.

그런데, 우리 나라에 혜가 있다는 최초의 기록은 여암유고(旅菴遺稿)에 쓰여있다. 여암유고(旅菴遺稿)는 여암(旅菴) 신경준(申景濬, 1721~1781)이 조선조 정조(正租)시대에 저술했던 문집(文集)으로 훗날 후손들에 의하여 출간된 것이다.

저자인 신경준은 전라도 순창(淳昌)사람으로서 영조 51년(1775년)에 제주목사(濟州牧使)로 부임하여 수년간을 제주도에서 지냈다. 그런데 그의 저서인 ‘旅菴遺稿 卷之十’에는 ‘我國 濟州獨有蕙而亦甚得余以是嘗信 東國有蕙而無蘭也…’라고 쓰여 있다. 다시 말해서 우리나라에는 오직 제주도에만 일경다화성(一莖多花性)인 혜(蕙)가 있다고 하였는데 이는 곧 제주한란을 일컫는 것이다.

이책에는 [黃魯直曰一幹一花而香有餘者蘭也 一幹五七花而香不足者蕙也...]라고 한 것과 또한 [...敦義門外崔氏 亡播於瑞興山中以獻安邊又來獻二枚大空靑天下希有之物也...] 즉 서울 돈의문 밖에 사는 최씨라는 사람이 지금의 황해도 서흥(瑞興)이라는 곳의 산중 벌판에서 캔 희귀한 난 두포기를 주었다는 내용으로 미루어 볼 때 일간일화성(一幹一花性)인 춘란과 일간다화성(一幹多花性)인 한란을 구별하여 썼다. 황해도의 장산곳을 비롯한 주변에는 현재에도 춘란이 자생하고 있고,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에서만 蕙로 취급하는 한란이 자생하고 있다는 사실로 미루어 볼 때 여암유고(旅菴遺稿)의 내용중의 蕙는 한란을 지적한 것이다.

한편 이보다 200여년 앞서 선조(宣祖) 34년(1551년) 김상헌(金尙憲 1570~1652)이 쓴 ‘南槎錄’에는 ‘零陵香出旌義洪瀘里及好斤磊里…’라고 기록되어 있다.

정의(旌義)현은 지금의 서귀포시와 남제주군이며 홍로리(洪瀘里)는 현재의 서귀포시 서흥동이고 호근뢰리(好斤磊里)는 서귀포시 호근동인데 이들 지역은 오늘날까지도 제주 한란의 주된 분포지역들이다.

여기에서 논의되어야 할 중요한 문제는 영릉향(零陵香)에 관한 것이다. 영릉향이란 향기가 좋은 난을 지칭하는 것인지 아니면 난 이외의 다른 식물을 지칭하는 것인지의 판단이 우리나라에서의 한란에 관한 기록연대를 더욱 앞당길 수가 있다.

왜냐하면 안정복(安鼎福)이 쓴 잡동산이(雜同散異)라는 옛문헌에는 “蕙今零陵香也”로 기록되어 있어서 영릉향은 곧 일경다화성의 난을 지칭하고 있지만 1704년 제주의 지방지(地方誌)로 간행된 남환박물(南宦博物)의 지약부분(誌藥部分)에는 영릉향이 한약재로 쓰이는 콩과식물의 일종으로 기록되어 있으므로 이에 관한 결론은 연구가 좀더 진행되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신경준의 여암유고 이후 문헌상 한란은 관한 기록은 거의 찾아볼 수가 없었고 1914년 일본인 나까이(中井)에 의하여 조사, 기록된 제주도 및 완도식물조사 보고서(濟州道並莞島植物調査報告書)에도 한란이 기록되어 있지 않다.

그런데 1937년 일본에서 출간된 小原榮次郞의 난화보(蘭華譜)의 하권(下卷)에는 우리나라의 제주도에 한란(寒蘭)과 소란(小蘭)이 자생한다는 사실이 기록되어 있다. 근래에 들어서 우리나라 사람으로서는 제주 출신인 부종휴(夫宗休)씨가 1964년에 발간된 약사회지(藥師會誌) 5권 2호에 “제주도산 자생식물 목록(제1보)”을 게재하면서 처음으로 기록하였고 여기에는 한란(寒蘭)과 자한란(紫寒蘭)과 청한란(靑寒蘭) 등의 목록이 정리되어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일제시대에 서울 (당시에는 漢城)을 중심으로 만들어졌던 난 취미단체로서 계림난만회(雞林蘭萬會)가 있었다.

구성원들은 주로 일본인이었으나 우리나라 사람으로는 장택상(張澤相)씨가 회원이었고 이 단체에서는 1937년에 “寒蘭”이라는 책을 발간했다.

이 책에 수록된 제주산 한란 품종중에는 요즈음 잎무늬종으로서 유명한 은하(銀河)라는 일본한란 품종이 기록되어 있지만 꽃을 위주로 구분된 항목에 기재된 것으로 미루어 보아서 잎무늬종의 “銀河”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당시에도 한란이 채취된 지명을 따라서 “中文”, ”南元“, ”安德“, 등으로 명명한 것이 눈에 띄었고 특히 ”寒蘭の縞“라는 품종은 잎무늬종으로서 3촉짜리를 자생지에서 채취하였는데 1촉당 당시 돈 1,020원이라는 거액에 거래되었다고 기록돼 있다.

이 품종은 일본으로 건너갔을 것으로 추측되는데 당시에 쌀 한 가마의 가격이 1원50전이나 2원정도 이었으므로 한란 3촉짜리 한포기에 3,060원이라면 얼마나 큰돈에 거래되었는지를 추측할 수가 있다.

제주에는 이처럼 큰 금액으로 거래될 만큼 우수한 한란 품종이 있었음을 입증해 주고 있어서 제주 한란의 우수성은 오래 전부터 잘 알려졌던 것을 미루어 짐작할 수가 있다.


【한란 자생지 지형】

한란자생지의 지형은 거의 대부분이 90% 이상이 하천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다.

하천변은 식생이 잘 보존되어 있어서 여름철에 직사광선을 받지 않고 나무그늘로 인하여 시원할 뿐만 아니라 겨울철에도 직사광선을 차단해 줌으로서 한란의 잎이 받는 일교차를 줄여줄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또한 강한 바람을 막아주고 풍속을 완화시켜서 나무사이로 미풍이 흐르도록 하며 하천변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공중습도도 높다. 한란의 정확한 자생지점은 하천의 좌우측 어깨부분이나 경사면의 상부쪽인데 이 지역은 초본식물대와 목본식물대의 경계부가 된다

(자료제공=서귀포시 문화예술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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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yaro 2015-10-14 21:05:45
좋은기사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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