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기록 식물, 탐방로 아닌 곳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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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기록 식물, 탐방로 아닌 곳에 있다"
  • 고현준 기자
  • 승인 2013.04.26 15: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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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인터뷰)한라산지킴이 신용만 한라산 자연환경 홍보요원

 

자연환경홍보요원 신용만 선생

"한라산 정상에 백록담이 있기 때문에 모두가 정상으로만 올라 가려는 사람이 80%가 넘어요. 그게 문제지요. 한라산의 경우 한라산 1코스당 1개학교만 올라가도록 해야 합니다. 한 코스에 2천5백-3천여명이 몰려들면 등산로가 넓어지고 식생이 많이 파괴돼 버리지요.빨리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한라산국립공원사무소에서만 37년을 근무하다 지난해 정년퇴직한 신용만 선생은 한라산의 산증인이다. 한라산을 셀수없이 오가며 그가 느꼈을 한라산에 대한 의미는 남다를 듯 하다.

본지 창간4주년을 맞아 한라산을 새롭게 조명해 보고자 한라산의 속살을 샅샅이 알고 있는 영원한 한라산지킴이 신용만 선생(한라산해설가)으로부터 한라산에 대한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신용만 선생은 한라산 한곳에서만 37년을 근무한 전무후무한 경력을 갖게 됐다

-처음 한라산과 인연을 맺게된 계기는 무엇이었는지..

"69년도에 실업학교를 나와서 피아노 조율을 하려고 했어요, 부산에서 4년동안 살면서 피아노 조율을 배웠지요. 군대 갔다온 후 제주로 내려와 조금 쉬고 있을 때 한라산에서 아르바이트라도 해 보는게 어떠냐는 선배의 권유로 한라산과의 인연이 시작됐습니다.

선배들이 한라산에 올라가서 쓰레기를 치우라고 하면 언제든 올라가 치워서 내려오곤 했었지요. 그렇게 무슨 일이건 열심히 하다보니 선배님들이 좋게 보아줬나 봅니다. 그러던 중 한 선배가 일을 열심히 하고 있으면 더 좋은 일이 있을 거라는 얘기를 들으면서 일하다보니 37년이라는 세월이 훌쩍 가 버렸네요"

-공직생활을 오직 한라산에서만 근무한 사람도 별로 없을 것 같은데..

"처음에 일용직으로 들어와서 76년부터 고용직으로 전환되고 청원경찰이 됐는데 한라산 한 곳에서만 일을 한 공무원도 제가 유일무이 합니다. 앞으로도 그런 세월을 근무할 사람도 없을 것 같습니다. 일찍 들어온 후배들도 제대할 때까지 계속 근무한다 해도 그런 햇수를 채울 수가 없다고 해요"


-제주도민에게 한라산의 의미는 무엇이라 보시는지..

"한라산은 신앙심이 강한 신령적인 믿음의 산이고 제주도민들에 있어서 한라산이 없다면 삶을 살아갈 수 없을 정도로 명산이라는 사실을 제주도민이면 아마 다 그렇게 느낄 겁니다. 한라산은 최근 연간 110만-120만명이 찾을 정도로 인기가 높지만 예전에는 많이 와 봐야 연 18만명 정도였고 초창기에는 7만명 정도만 올 정도였어요.

하지만 등반객이 많아지면서 소로길이 점점 1m-2m로 넓어져 가고 있습니다. 특히 예전에는 오물쓰레기 처리장이 있어서 쓰레기를 소각하거나 매립시키기도 했었어요. 그러다가 지난 80년부터 지하수 오염 우려로 특전사 등 군인들의 협조를 얻어 다시 다 파 내서 마대로 짊어지고 하산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저는 1700고지에 근무할 땐데 예산이 없을 때라 개인비용을 들여 쓰레기봉투를 사서 등반객들에게 나눠주고 식사후 발생한 쓰레기를 가져 오도록 하는 운동을 펼치기도 했습니다. 또한 모아진 쓰레기는 하나씩 들고 내려가도록 한 결과 자기쓰레기 되가져가기가 정착되는 계기를 만들기도 했었지요.

그게 정착이 되면서 한라산 여기저기 매몰됐던 쓰레기도 직원들이 치우고 헬기가 이를 날랐던 역사가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당시 제가 쓰레기를 묻었던 장소를 다 알고 있어서 모두 잘 처리할 수 있어서 참으로 보람있는 일로 남아 있습니다. 만약 그대로 놓아 두었다면 안 좋은 결과가 되었겠지요:"

 

 

"한라산에 대한 무조건적인 개방보다 데크시설 확충 등 보호대책부터 먼저 만들어야 한다"는 신용만 선생

-한라산을 위해 도나 정부가 꼭 해야할 일은..

"등반예약제를 실행해야 합니다. 처음 3개월 정도 시행하다가 정착되지 않았지만 많은 탐방객들이 한꺼번에 많이 올라 서로 부딪치며 등산을 하기보다는 시간을 갖고 여유있게 한라산을 즐길 수 있도록 한다면 한라산도 살아나고 탐방객도 질 높은 산행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예약제는 저의 바람입니다. 또 정상을 가려면 8-10시간씩 하루종일 산을 오르는데 올라가는 동안 산의 모습이 계속 바뀝니다. 따라서 초봄에 여름옷을 입고 올라가다 추워서 쓰러져 직원들이 부축해 오는 등 많은 사건들이 발생합니다.

아무리 여름이라 해도 차림새에 대한 대비는 확실히 하도록 선생님들이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하겠지요. 탐방준비가 안돼 사고위험이 높고 인화물질을 소지하면 안되는데 일부 학생들이 흡연을 하다가 선생님이 나타나면 불을 끌 시간이 없어 그냥 숲속에 버리는 경우도 있어서 산불발생 위험이 크기 때문에 복장과 흡연금지 등 철저한 교육을 시켜줄 것을 요망합니다"

 

-한라산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얘기한다면..

"76년도에 처음 한라산에 왔을 때는 4계절이 참으로 아름다웠습니다. 당시는 우마가 고원에서 여유롭게 풀을 뜯고 있었고 4월부터 핀 진달래가 5월까지 피고 6월에는 산철쭉이 피고 그 다음에는 노란 미나리아재비가 1600-1700고지 사이에 노랗게 피고 탐방로 주변에는 아기자기한 들꽃들이 많이 피었는데 이후 한라산 방목이 금지되면서 제주조릿대랑 식물이 확산되면서 그늘에 가려서 키 작은 식물들이 산에서 많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80년까지 야생화 겨울에는 설화 즉, 상고대가 아름다왔는데 사람들이 많이 몰려들면서 해빙기때 땅이 서리가 내렸다가 녹았다가 하는데 이때 사람들이 물을 피해 옆으로 다니기 시작하면서 소로길이 점점 넓어진 상태입니다.


따라서 미래에는 한라산 탐방로 경관지역 구간에 대해 지상과 구분되는 데크시설을 하지 않으면 한라산 훼손이 더 된다는 차원에서 호주의 공원관리방식 즉, 50m 높이의 데크시설을 만드는 등 아래쪽 식생이 살아갈 수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봅니다.그런 방식으로 선조치 후개방하는게 좋다고 봅니다"

 

-둘레길 개방에 대한 문제는 없는지..

"한라산 둘레길은 개방을 먼저 해 버렸는데요. 개방보다도 자연은 한번 훼손되면 돈을 아무리 들여도 복구되기 힘듭니다. 개방이 문제가 아니라 시설을 먼저 해야 할텐데 개방 먼저 한다는 건 문제라고 봅니다. 훼손된 후 공사를 한다고 해도 예전같은 환경이 될 수는 없지요.

사람이 밟기 시작하면 비가 온후 골짜기가 생기기 시작하고 훼손율이 더 많아진다는 얘깁니다.. 망가지기 전에 그런 조치를 해야 하는데 이는 오름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이 많이 다니기 시작하면서 골짜기가 생기는 등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훼손이 된 후에는 수십억을 들인다 해도 예전처럼 좋은 환경을 만들 수는 없다는 것이 문제가  되겠지요."

 

한라산 희귀식물 발견에도  큰 업적을 남긴 신용만 선생

 

-한라산을 누구보다 사랑하는 지킴이로써 앞으로도 할 일이 많을 것 같은데..

"현재 한라산만의  식물도감이 없습니다. 그래서 겨울에 나무들에서 낙엽이 떨어지면 무슨 나무인지 모르는 사람이 많습니다. 눈 하나만으로도 무슨 나무인지 식별할 수 있도록 우선 공원내부터 조사해서 자연해설사 등 교육교재용으로 4-5년 시간을 두고 해안에서 한라산 정상까지 조사할 생각입니다. 한라산연구소의 전문가들과 함께 모두 조사해서 제대로된 도감을 만들어 제대로 된 자료를 하나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싶습니다"

-한라산을 찾는 사람이 많습니다. 탐방시 당부사항은..

"한라산은 해발고도에 따라 기후변화가 많습니다. 날씨가 좋아 햇볕이 비칠 때는 문제가 없지만 구름이 낀 경우 여름철에도 두꺼운 옷을 입어야 하며 산에서는 비가 많이 오기 때문에 물이나 간식을 꼭 챙기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아무 준비없이 올라갔다가 일기가 나빠지는 경우 생명과도 연관이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지요. 특히 나이가 있는 탐방객의 경우 숨이 가쁜 경우나 머리가 아플 경우는 동료가 권해도 올라하기 말아야 하는데 그냥 올라가다 심장마비나 호흡곤란으로 사망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연간 10여명 정도 환자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이럴 경우 한 1백m정도만 아랫쪽으로 내려와도 호흡이 편해지기 때문에 빨리 내려와야 합니다"

-자생하는 희귀식물도 소개해 주시지요.

"해마다 멸종동.식물을 조사하는데  환경부와 산림청의 선정기준이 다릅니다. 그동안 희귀식물만 13종을 발견하기도 했었지요. 제주도 미기록이나 우리나라 미기록종의 발견은 사람이 잘 다니지 않는 지역을 순찰하다가 발견한 것이 많습니다.

조금  이상한 종이 있어서 사진을 찍고 내려와 확인해 보면 도감 등에 없을 경우 우리나라 전문가에게 보여주고 확인을 통해 미기록종으로 밝혀지기도 했지요. 우리나라 식물전문가인 이영노 교수님을 통해  한라식물도감을 만들려고 원고를 다 보냈는데 이후 쓰러져서 돌아가셨어요.그게 참 아쉬운 일인데 앞으로 생물조사를 하면서 꼭 발간할 예정입니다"

어리목에서 만난 신용만 선생은 퇴직후에도 여전히  어리목을 떠나지 않고 자연환경홍보요원으로 근무중이다.

신 선생은 "한라산국립공원 모든 직원이 지방공무원이라 1-2년 있다가 다른 곳으로 가기 때문에 근무하는 동안만이라도 내가 한라산의 주인이라는 마음으로 근무해 주었으면 한다"는 바램을 후배들에게 전하기도 했다.

자연환경 홍보요원으로 제2의 인생을 다시 시작한 신용만 선생은 "우리는 매일 아침 청소부터 하고 근무를 시작한다.모든 직원이 서로서로 인사하면서 일을 시작하니 너무 분위기가 좋다."며 이곳의 활기찬 아침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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