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그래도 나는 도서관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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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그래도 나는 도서관에 간다.
  • 홍기확
  • 승인 2013.05.31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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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 홍기확

수필가 홍기확
미국은 도서관 공화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도를 펴 놓고 도서관에 점을 찍으면 맥도널드보다 많은 점이 찍히기 때문이다.

2010년 조사 결과 미국 내 맥도널드는 1만2천여 개였지만 공공 도서관은 1만6,600여 개, 모든 도서관은 12만 2천여 개였다. 또한 미국에서는 도시를 조성할 대 학교, 경찰서, 소방서와 함께 도서관을 우선시해 짓는다.


올해 12월 삼매봉 일원에 서귀포 문예회관이 건립된다. 오름 분화구를 형상화한 멋들어진 문예요람의 출현에 벌써부터 설렌다. 하지만 아쉬운 점이 한 가지 있다. 문예회관에 진정한 문예가 없다는 것이다. 문예의 중심, 도서관이다.


“문예(文藝)”라 함은 보통 신춘문예, 문예창착과처럼 기본적으로 문학을 의미한다. 새로이 들어설 문예회관의 옆에는 서귀포의 도서관을 총괄하는 도서관운영사무소인 삼매봉도서관이 있다. 이 도서관은 서귀포에서 가장 역사가 오래된 도서관이며 1986년에 개관하였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도서관의 옛 이름은 “서귀포문예회관”이었다.


30년 가까이 된 이 도서관은 최근 수차례에 거쳐 보수공사를 하고 있다. 일반적인 콘크리트 건물의 내구연한이 30~40년이라고 볼 때, 바람에 맞서 온 삼매봉 도서관은 지금 노을이 지는 황혼기이다. 하지만 신축 문예회관에 삼매봉 도서관이 들어설 자리는 아직 없다.
 

분명 새로운 서귀포 문예회관은 향후 서귀포 문화의 중심이 될 것이다. 다양한 문화예술의 발전과 부흥, 융합을 가져올 것이다. 하지만 커다란 지구는 물론 눈에 보이지 않는 원자, 전자에도 중심의 중심에는 핵이 있다.


치유와 발견의 보물창고인 도서관. 새며느리를 들이고 구들방에 물러나 앉는 시어머니 격이 되지 않도록 문화예술의 “중심”과 “융합”이란 의미를 되새겨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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