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발자국 No! 녹색발자국 Yes!
상태바
탄소발자국 No! 녹색발자국 Yes!
  • 제주환경일보
  • 승인 2009.05.28 01: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한민국 시민 녹색소비 가상 비교 ...⑩


대한민국 보통시민‘반(反)녹색’씨와 녹색소비자‘김녹색’ 씨의 일상은 어떻게 다를까. 탄소발자국으로 따져본 그들의 소비 패턴은 우리가 탄소발자국을 줄이고, 녹색발자국을 찍어야 하는 이유를 가감 없이 보여준다.

대한민국 보통시민 반녹색 씨. 오전 7시 잠에서 깨자마자 아파트 현관문을 열고 신문을 집어온다. 밥을 먹은 후 깨끗이 드라이클리닝한 양복을 꺼내 입는다. 7시 50분, 서울 올림픽대로를 달리는 승용차 안. “개나 소나 다 끌고 나오니 차가 꼼짝을 않잖아.” 혀를 끌끌 차며 반 씨는 담배꽁초를 차창 밖으로 던진다.

회사에 도착한 시각은 8시 20분. 커피가 담긴 종이컵을 들고 자리에 앉는다. 10시 30분 영업부 회의. 또 한 잔의 커피를 마신 후 종이컵을 구겨서 쓰레기통에 넣는다. 오후 2시는 거래처와의 미팅. 미팅에 늦을까 시속 80킬로미터로 강변북로를 달리기 시작한다. 다행히 제시간에 도착했다.

“커피 드릴까요?” 거래처 미스 리에게 또 한 잔의 종이컵 커피를 받는다. 미팅을 끝내고 사무실로 돌아오니 오후 5시. 오늘은 부장 승진 턱이 있는 날. 오후 7시, 에어컨 바람이 시원한 쾌적한 식당의 불판 위에서 이글이글 고기가 익어간다.

같은 시각, 반 씨의 아내 ‘가정’ 씨는 대형 할인마트 계산대 앞에 서 있다. “손님, 물건 담으실 것은 있습니까?” “비닐봉지 두 개에 나눠 담아주세요.” 집으로 가는 길. 남편에게서 저녁 먹고 들어온다는 전화가 왔다. 집으로 돌아와 세탁기에 빨랫감과 세제와 섬유유연제를 넣고 온수 코스에 맞춘다.

오후 8시, 두 손에 한 아름 쇼핑 봉투를 든 아들 ‘성장’이가 들어온다. “또 동대문 갔었구나?” “5만원으로 티셔츠 네 벌에 청바지 한 벌, 모자까지 샀다니까. 나, 훌륭하지?” 드라마 보느라 정신없는 엄마 가정 씨는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성장이는 저녁을 먹는 둥 마는 둥 하더니 컴퓨터 앞에 앉는다. 한참 온라인게임을 하고 있는데 문이 벌컥 열렸다. “밤 12시 30분인데 안 자니?” 엄마의 잔소리에 성장이는 얼른 침대로 들어간다. 어차피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컴퓨터부터 켜는 성장이는 컴퓨터 전원을 끄지 않는다.

 



이쯤에서 반 씨 가정의 탄소발자국을 한번 따져보자. 탄소발자국이란 사람의 활동이나 하나의 상품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데 직간접적으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CO2)의 총량을 의미한다. 사소해 보이는 종이컵 하나, 휴대전화 사용 등에도 탄소는 발생한다. 한 예로 반 씨가 오늘 사용한 종이컵은 3개. 한 개에 탄소 11그램을 배출하니 모두 33그램의 탄소를 배출했다. 20일치를 기준으로 한다면 6백60그램이다. 이 탄소배출량은 자가용이 3킬로미터 움직일 때의 탄소 배출량과 맞먹는다.

반 씨 가정의 탄소발자국을 알아보기 위해 그린스타트(www.greenstart.kr)의 ‘탄소발자국 계산기’를 클릭했다. 먼저 3인 가족인 반 씨 가정의 월평균 전기 사용료는 2백30킬로와트, 도시가스는 1백62세제곱미터, 수돗물은 12세제곱미터, 쓰레기 배출량은 40리터, 중형 승용차 출퇴근(하루 왕복 50킬로미터, 한 달 20회 이용) 등을 입력했다. 한 달 동안 반 씨 가정이 내뿜은 이산화탄소의 양은 무려 3백72.63킬로그램. 반 씨 가족이 배출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려면 무려 연간 1천4백42그루의 잣나무를 심어야 한다.

반녹색 VS 김녹색 탄소배출량 ‘3배’ 차이

이번에는 김녹색 씨 가정을 살펴보자. 김 씨는 석 달 전, 아기를 출산한 후배 가족에게 자신이 쓰던 중고차량을 넘겼다. 회사가 자전거로 힘껏 달리면 20분이면 도착하는 거리에 있어서 ‘차 없이 살아보자’고 결심했다. 그린스타트를 검색해보니, 온실가스 배출이 제로(0)인 자전거에 비해 자동차는 무려 5.25킬로그램의 온실가스를 배출한다고 돼 있다.

처음엔 오랜만에 타는 자전거 때문에 장딴지가 욱신거렸지만 이젠 다리에 근육도 꽤 붙었다. 남들은 자전거 출근을 어떻게 하느냐며 독하다고들 하지만, 해보니 건강도 지키고 환경에도 도움이 된다. 돈도 아낄 수 있으니 일석삼조다. 김 씨는 또 지난 주말에는 집안의 형광등을 모두 절전형 형광등으로 바꿨다. 기존 형광등을 1천 시간 사용하면 3만4천 그램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하지만, 절전형을 쓰면 6천5백 그램으로 줄어든다.

김 씨는 사무실에 개인용 컵을 가져다두고 쓴다. 처음에는 설거지하는 게 좀 귀찮긴 했지만, 이젠 출근하자마자 컵부터 씻는 게 버릇이 됐다. 김 씨의 부서 동료들은 뜻을 같이해, 그의 사무실에서는 ‘종이컵’을 찾아보기 힘들다.

친환경 세제와 소금을 이용해 설거지를 하고 있는 아내 ‘청정’ 씨에게 아파트 경비실에서 연락이 왔다. “택배가 왔는데 받아가세요.” 한살림에서 주문한 친환경 화장품과 목욕용 물비누 리필제품, 먹을거리 등이다. 한살림에 가입하면 저농약, 무농약, 유기농 제품을 안심하고 구입할 수 있다.

구입한 제품을 정리하고 있는데 마침 유치원에 갔던 아이가 돌아왔다. 오자마자 “엄마, 토마토 주세요” 한다. 베란다에 조그만 미니 텃밭을 만들었는데 햇볕이 잘 들어서인지 탐스럽게 토마토가 열렸다. 네 줄기밖에 되지 않지만, 화학 비료나 농약을 일절 쓰지 않은 토마토라 주스로 먹으면 정말 달고 맛있다.

자, 그러면 김 씨 가정의 탄소발자국도 한번 알아보자. 김 씨 가정의 월평균 전기 사용료는 2백 킬로와트, 도시가스는 1백20세제곱미터, 수돗물은 11세제곱미터, 쓰레기 배출량은 40리터, 자전거 출퇴근(하루 왕복 40킬로미터, 한달 평균 15회 이용)을 기본으로 하되 가끔 지하철로 출퇴근(하루 왕복 1시간 40분, 한달 5회 이용)으로 계산해보면 한 달 동안 1백23.93킬로그램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 것으로 집계된다. 자동차 출근을 생활화하는 반 씨와 비교할 때 거의 3배나 적은 차이가 난다.


친환경 농산물을 구입하는 소비자.

세상을 변화시키는 사려 깊은 녹색소비

김 씨 가족과 같은 녹색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녹색소비란 환경을 고려한 소비를 말한다. 이왕이면 지구를 생각해서 친환경 제품을 쓰고, 환경을 위해 덜 쓰고, 또 아껴 쓰는 것이다. 환경마크협회에 따르면 녹색소비는 구매, 사용, 폐기라는 세 과정을 아우른다. 환경마크 인증 상품이나 친환경 제품을 구입하는 것이 녹색구매라면, 일단 구입한 제품을 아껴 쓰고, 온실가스나 쓰레기를 덜 배출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녹색사용, 그리고 무조건 폐기할 게 아니라 재활용을 고민하는 것이 녹색폐기라고 볼 수 있다.

사실 녹색소비가 말처럼 쉽지만은 않다. 기본적으로 소비의 최대 목표는 편의를 추구하는 것인데, 녹색소비는 환경을 생각하면서 약간의 불편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환경재단 고현주 홍보팀장은 “녹색소비는 미래 세대가 앞으로도 소비행위를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지금과 같은 소비행태로 자원고갈과 환경오염이 계속된다면 미래 세대는 요즘의 우리만큼 소비를 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녹색소비를 지속가능한 소비(Sustainable Consumption)라고도 한다.

일단 어떤 식으로든 소비가 이뤄지면 자연은 그만큼 훼손된다. 따라서 되도록 덜 사고 덜 쓰는 것이야말로 근원적인 녹색소비일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이상론에 가깝다. 녹색소비는 소비 그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의 내용이 되는 욕구를 좀 더 친환경적으로 바꾸는 것이라고 이해하면 될 것이다.


일상생활에서 배출되는 CO₂의 양을 계산하는 그린스타트의 탄소 발자국.


서울 마포구 연남동에 사는 차선아(36) 씨는 적극적인 녹색소비자 중 한 명이다. 그는 여성민우회 생협에 가입해 친환경 제품 위주로 구매활동을 하고, 물건 하나를 살 때도 과대포장된 제품을 피함으로써 쓰레기 배출량을 줄이려고 노력한다. 또 옷을 구입할 때는 세탁 마크를 살펴 드라이클리닝을 하지 않아도 되는 제품을 주로 산다.

“드라이클리닝에 사용되는 솔벤트 같은 유기용제는 물을 오염시키고 피부에도 해로워요. 또 섬유를 상하게 해 옷 수명도 짧게 하죠. 세탁비도 만만찮으니 드라이클리닝을 하지 않아도 되는 제품을 사용하는 게 도리어 절약이랍니다.”

차 씨 같은 한 사람 한 사람의 사려 깊은 소비행위가 세상을 변화시킨다. 녹색소비자연대 총무국 고민정 국장의 다음과 같은 말은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소비행위는 정부 정책보다 유연하고 신속하게 생산과 유통방식을 변화시킨다. 녹색소비는 더불어 사는 지혜요, 삶의 방식으로 봐야 한다.”

<출처=글·사진:위클리공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