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나무 작품에서 일획 제주의 향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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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나무 작품에서 일획 제주의 향기가.."
  • 고현준 기자
  • 승인 2015.06.05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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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제8회 개인작품전 갖는 서예가 강창화 작가에 듣는다

 

서예가인  석산 강창화 작가가 개인작품전을 열고 있다

“한자는 그 자체가 조형적으로 뛰어난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문자가 가지고 있는 구조성을 기초로 하여 선을 중심으로 서예라는 예술이 창조된다”

 

제주도의 대표적인 서예가인 석산 강창화 작가가 4년만에 제8회 개인작품전을 제주도문화회관 제1전시관에서 지난 4일부터 오는 8일까지 갖고 있다.

5일 작품전이 열리고 있는 전시장에서 만난 강창화 작가는 “서예도 이제 달라져야 할 시기가 왔다”고 강조하고 “전시장 바탕도 전통적인 색깔로 만들고 글씨는 똑같지만 조형적으로 보이게 대비시켜 놓았다”며 이번 전시회의 특별한 점을 소개했다.

“왼쪽에는 가장 조형적으로 보여질 수 있는 전서로 써 사물을 본따 만들어낸 상형문자인 전서를 배치했고 그 다음에는 그동안 즐겨 써 온 행서로, 다음은 한글로 한자의 뜻을 설명해 놓아 관람자를 배려했다”는 설명이다.

 

강창화 작가는 “보통의 서예전에 와서 보면 글만 볼 뿐 무슨 말인지 해석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같은 관람자의 어려움을 해소시켜 주기 위해 4가지의 글씨로 썼다”고 말했다.

“3-4가지의 글씨로 배열시켜 전체적으로 하나의 작품을 만들었다”는 것.

강창화는 이에 대해 “현대는 관람자와 소통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라고 생각한다”며 “이번 전시회를 준비하면서 그런 시험적인 작업을 새롭게 시도해 봤는데 좋은 반응을 보여 의미가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처음 전시준비를 하면서 걱정이 많았지만 지난번 광복70주년 기념 남북작가 전시회에 이 작품을 보냈다”고 말한 강 작가는 “그 전시회는 장르별로 전시를 했는데 내 작품은 회화쪽에 따로 전시가 돼 있었다”며 “이 정도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반응이 폭발적”이라며 즐거워했다.

“서울에서도 똑같은 전시회를 열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말을 많이 들었다”는 것.

강창화 작가의 이번 작품전에서는 “전시물 중에 비틀어놓은 전시물도 있는데 그것조차 파격이라는 분위기와 함께 제주토종 나무인 녹나무를 깎아 만든 작품은 냄새까지 좋아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있다”고 한다.

 

강창화는 전시회의 주제를 ‘선과 선’이라고 붙인 이유에 대해 “서예는 그 자체가 선”이라고 강조하고 “그동안 수없이 글을 썼지만 서예는 시각적으로 무엇을 볼 거냐”라며 “획 속에 작가의 모든 것이 내재돼 있기 때문”이라는 말로 설명을 대신했다.

“작가의 정신도 다 획속에 있고 사상이나 철학이 다 획 속에 내재돼 있다“는 얘기다.

강 작가는 “그림은 그냥 보면 되는 것이지만 서예는 선에서 모든 걸 보여주기 때문에 선을 주제로 작품전을 준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전시회에서 주고 싶은 메시지에 대해 “근래 항간에는 서예가 사양예술이라는 얘기가 있지만 이는 부각될 수 있는 특별한 이슈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서예도 변화를 줘야 하고 이럴 경우 흥미를 갖고 보게 된다는 점에서 서예계도 분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관람객들에게 관심을 유발할 수 있는 작품을 우선 생각해야 하고 자기 나름대로의 작품세계를 구축하는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는 얘기다.

 

강창화는 ‘“감상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든다는 것은 가장 철학적인 노력이 될 수도 있다”고 말하고 “그림은 보면서 단순히 느끼면 되지만, 서예의 경우도 문장에서 나오는 것을 상상하며 볼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그러나 “창조라는 것에는 억지가 들어간다”며 “뭔가 해내려고 애쓰다 보면 새로운 것 보다는 억지라도 자기의 세계라는 걸 인정받고 싶어한다”고 말하고 “조금씩 노력하며 변해나가는 게 더 중요하다”고도 말했다.

즉, 의도적으로 변화하려고 한다기 보나 자꾸 노력하다 보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새로운 길을 찾아갈 수 있다는 얘기다.

 

그동안 국제적인 행사에도 많이 참석했던 강창화 작가는 한중일의 서예의 특징에 대해 “한국이 가장 낙후돼 있다고 볼 수 있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서예를 돈독하게 공부해 나가는 것이 한국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본의 경우 묵상예술이라고도 하고 전위예술이라고도 부른다”고 특징을 설명한 강 작가는 “일본은 서예라기보다 글을 매체로 하지만 전혀 다른 세계를 추구한다”는 것.

강 작가는 “일본의 경우 서예는 완전히 전위예술”이라며 그 한 예로 “먹물을 하얀 종이에 한점을 딱 찍어서 먹에서 우러나오는 자연적인 작업을 한다”는 것이 트랜드가 돼 있다고 한다.

 

또한 “중국은 문화대혁명 이후 맥이 끊겼다가 다시 부활되면서 서예의 전통보다 그 사이에 겪었던 특별한 서체를 간직하고 있다”고 말하고 “서체는 한국은 전통 그대로 가르치고 있고 일본의 독특한 그들만의 세계를가고 있다는 점에서 서예라는 명칭을 쓰면서도 3국의 서체는 서로 다른 길을 가는 것 같다”고도 말했다.

하지만 “한국은 중국과 서체가 비슷하고 최근 중국도 전통을 추구함으로써 한국과 닮아가고 있다”고 말한 강 작가는 “북경에서 탐라란 이름으로 탐라전시회를 가졌는데 내가 쓴 서체 자체를 엄청 좋아하더라”며 “자기들보나 더 발전적인 길을 가고 있다는 칭찬을 들었다”는 얘기도 조심스럽게 들려줬다.

강 작가는 특히 “지난 15년간 중국에서 전시회를 계속 하고 있는데 중국인들은 서체자체보다 정신적인 부분을 더 강조하더라”고 말하고 “피카소도 동양의 서예를 자신의 그림에 원용했다는 말을 했다”며 동양서예의 의미를 전해주기도 했다.

 

강창화는 그동안 3백여명의 제자들을 키워 왔다 지금 계속 공부하는 제자는 150여명 정도 된다고 한다.

“서예에서의 일획은 천지 안팎을 수용하며 온 우주의 기운이 된다”고 말하는 강창화 작가.

획은 예술적 창조의 기초이고 모든 회화의 조형적 근본이라며 그 획 하나하나의 의미를 올바르게 구현한 것이 서예라는 강창화는 “서예를 시각적인 예술로 봐 주면 좋겠다”는 바램도 전했다.

한편 강창화 작가는 “문화올림픽인 델픽조직위가 주최하는 전시회가 유엔본부와함께 전세계적으로 전시할 계획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앞으로 남북교류 등의 전시회도 그와 더불어 열리면 세계로 비상하는 제주예술혼을 빛낼 준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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