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세대 위해 이 땅 잘 지켜 넘겨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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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세대 위해 이 땅 잘 지켜 넘겨줘야"
  • 고현준 기자
  • 승인 2015.11.20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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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생태운동가 피에르 라비의 인디안 추장 이야기

"땅을 고갈시키고 오염시키고 파괴하면서 자연에게 우리를 먹여 살려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모순입니다"

알제리 출신 프랑스 생태운동가이며 농부철학자로 널리 알려진 피에르 라비의 말이다.

현재 프랑스 남부 아르테슈에 있는 작은 농장에서 검소한 농부의 삶을 살고 있는 그를 혹자는 성인으로 추앙하기도 하는데 그는 한때 프랑스 대통령 후보로 천거되기도 한 인물이다.

그가 프랑스에 거주하는 자유기고가 이지은 씨와 인터뷰를 갖고 녹색평론(11-12월)에 그 내용이 소재됐다.

그는 인터뷰에서 "처음 시골로 가서 가장 처음 확인한 무섭고 끔찍한 사실은 지금의 농업이라는 것이 온전히 화학합성물질에 의지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며 "생명을 죽임으로써 생명을 살아가게 한다는 모순이 스스로를 경각하게 만들었다"고 밝히고 있다.

그는 삶과 자연을 존중하지 않는 농법은 사용하지 않기로 결심하고 생명역동농법을 찾아 스스로 농부로서의 삶을 영위하면서 생명농업을 고집하는 '사랑에 기반한 농법'을 아프리카에까지 전파하고 있다.

그는 말한다.

"이곳 아르테슈 지역은 돌이 무척 많아 농사를 짓기에 알맞은 땅이 아닙니다. 척박한 땅이에요. 그래서 이곳에 와서 초반에는 기름진 땅으로 변형시키는 노력을 해야 했습니다. 나는 땅을 거의 갈아엎지 않고 그 대신 땅 위에 질 좋은 부식토를 올리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트랙터를 사용하더라도 땅을 깊게 갈거나 기계적으로 거칠게 대하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정말 흙이 변화하기 시작했어요"

그의 땅에 대한 경외심은 "최초의 인류, 붉은 피부의 민족에게는 대지는 은유가 아닌 실체로서의 어머니였다"며 "어머니를 착취하고 파괴하는 행위는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것"이라고 강조하는 데서 잘 알 수 있다.

이어 "땅에 헌신과 노력을 다 하는 것은 의무였다"고 강조한 그는 "오늘 날 농산업의 관행은 땅 뿐만 아니라 우리 삶을 파괴하고 있다"며 "인간의 식량으로 불리는 것은 모두 위험한 국면에 접어들었고 방향전환을 하고 제대로 준비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인류는 극심한 기근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그는 희망적인 메시지도 전해 준다.

"환경을 파괴한 것은 인간이지만 인간에 의한 복원도 가능하다"는 것.

그는 "내가 하는 모든 프로젝트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그것이 인간적인가 하는 것"이라며 "유기농식품을 먹고 재활용을 하고 태양에너지를 사용하는 것이 다가 아니라 본질적으로 가장 먼저 무엇이 인간적인가 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생명농업은 무언가를 얻게 하지도 잃게 하지도 않으며 모든 것들이 변형 가능하고 서로에게 보완이 되어 순환한다고 말한 그는 예를 들어 짚단이나 동물의 배설물, 낙엽 등은 거름이 되어 다시 흙으로 변형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즉, 부식토, 겸손, 인간성은 뿌리가 같은 말로 내가 보살피고 돌보는 흙이 다시 나를 돌보고 먹이게 된다는 것으로 그는 "이것이 바로 아름다움"이라고 평했다.

그가 하는 운동은 생명농법 만이 아니다.

그는 미래를 준비하는 일로 오아시스운동이나 아모데뷔(아프리카 생태마을) 같은 노력도 진행하고 있다.

지난 2000년부터 시작한 이 운동은 사람들에게 용기를 북돋아주고 인간적이고 생태적인 공간을 마련해 주기 위한 프로젝트로 공동생활공간, 도시구역, 생태마을, 공동체, 종교수행터 등의 형태로 현재 프랑스 전역에 1백여개소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렇게 "하나의 씨앗이 전 인류를 먹일 수 있다"는 지론을 펴는 그는 "하찮아 보이는 씨앗 하나가 대단한 에너지와 힘을 내재하고 있다"며 "이것은 절대적인 생산력을 갖고 있지만 지구상에서 매 7초마다 한명의 아이가 기아로 죽고 있다"는 현재 인류의 모습을 강하게 질타한다.


그는 또 말한다.

"우리는 숲을 파괴함으로써 돈을 벌고 생태계를 해치면서 돈을 법니다. 경제발전이라는 것은 모두 돈이라는 걸 벌기 위해 하는 것이에요. 엄청난 낭비와 과소비는 병적인 허기증을 느끼는 '소비자' 없이는 존재할 수 없습니다. '소비라'자는 말은 욕이죠. 소비자가 하는 것은 경제활동이 아니라 낭비와 방탕, 포식, 파괴입니다. 오늘날 우리가 경제라고 부르는 것은 경제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것입니다. 원래 경제란 지속성을 가능하게 하는 규율이나 요소를 말하는 것입니다"

이어 그는 "검소함은 정치적 행위"라며 "만약 한 개인이 자신이 생존하는데 필요한 모든 것을 갖고 있으면서도 무언가를 더 원한다면 그것은 비윤리적인 것이고 그것은 다른 누군가, 무언가를 희생시켜서 얻는 것이기 때문에 허기진 만큼만 배를 채우는 동물로부터 인간은 배워야 한다"고 권유한다.

특히 너무 늦었다고도 아직 늦지 않았다고도 말할 수 있다고 말한 그는 "인류가 만년 이상 재배해 오던 종자의 70%가 멸종했고 유전자 조작으로 생태계에 어떤 영향이 있을 지 알 수 없는 종자들이 번지고 있다"고 지적, "분명 너무나 늦었지만 살아 있는 한 이를 바로 잡아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그는 "누가 일등인가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고 "농업과 마찬가지로 중요한 것은 상호보완성"이라며 "비교나 경쟁은 바보짓"이라고 일갈했다.

이어 검소함은 우리를 자유롭게 해준다고 말한 그는 온갖 물건들에 둘러 싸여서 의미도 없고 아름다움도 없는 죽은 사람들에게 연민을 느낀다고도 했다.

"인간은 흙을 돌보는 책임을 가지고 다음 세대로의 전달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한 그의 방에는 인디언 족장의 말을 적은 포스터가 하나 붙어있다고 한다.

"우리가 대지를 가지고 있는 게 아니라 대지가 우리를 품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다음 세대를 위해서 이 땅을 잘 지켜서 넘겨 주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는 이 말속에 지혜, 영성, 철학, 현실 등 모든 것이 담겨있다고 말했다.

이 말은 최근 제2신공항 건설계획으로 떨고 있는 제주도의 땅을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제주도민들을 향해 의미심장한 의문을 던지는 가슴 두드리는 천둥의 말로 잔잔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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