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거짓말하는 착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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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거짓말하는 착한 사람들
  • 양재현
  • 승인 2016.03.24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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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현 제주농업기술센터 농촌사회지도과장

양재현 제주농업기술센터 농촌사회지도과장
꼬마가 학교에서 연필 한 자루를 훔쳤다. 부모는 아이에게 훔치는 행위가 얼마가 나쁜 것인지, 얼마나 실망했는지 장황하게 설명하고 그에 합당한 벌을 준다.

그리고 얼마 후에 ‘왜 그랬니? 연필이 필요하면 아빠한테 얘기하지 그랬어. 그러면 아빠가 회사에서 연필 한 자루가 아니라 몇 다스는 가져다 줄 텐데 말이야.’라고 말한다. 댄 애리얼리라는 행동경제학자의 ‘거짓말하는 착한 사람들’이라는 책에 소개된 내용이다.

최근 제주에서는 과거의 낡은 관행과 사고를 탈피하고 청렴하고 투명한 행정서비스를 구축하기 위하여 애쓰고 있다.

제주농업기술센터 역시 반부패 청렴을 실천할 수 있는 행동강령을 수립하고 실천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 나와 내 동료들은 청렴하고 친절함에도 일부 몇 명의 비리와 부정부패로 인하여 전체조직이 부패한 거 마냥 보도가 될 때면 아쉽고 속상한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다가 읽게 된 연필 한 자루 이야기는 마음을 복잡하게 한다. 우리는 바쁘다는 핑계로 무단횡단을 하고, 가끔은 음악이나 영화를 불법으로 내려 받고, 짝퉁 브랜드 가방이나 옷을 구입하고, 사무실의 인쇄용지를 개인적인 용도로 쓰고는 한다.

커다란 범법행위, 심각한 부패, 진짜 ‘돈’을 유용하는 직접적인 범죄만 부정부패라고 국한 시키고, 스스로 자신을 정직한 사람이라며 ‘나는 그렇지 않은데’라고 합리화 시키며 부정행위를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소수의 부패한 사람이 있는 조직이 스스로 정직하다고 생각하는 다수의 사람들이 있는 조직보다 부정부패를 쉽게 잡을 수 있다고 한다. 심각한 부패를 갖고 있는 조직은 일부 썩은 사과만 없애버리면 해결이 되지만, 사회전체에 만연하게 퍼져있는 사소한 부정행위는 쉽게 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도덕적 기준 재정립이다. 나는 정말 정직하고 청렴한 사람인가? 대수롭지 않게 넘기거나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무시했던 모든 것에 도덕적 저울의 영점을 다시 맞춰야겠다. 스스로를 정직하게 돌아볼 때, 우리 제주사회는 정신적으로 도덕적으로 건강한 공동체가 될 것이며 진정한 청렴제주가 완성될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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