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들꽃은 그 땅의 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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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들꽃은 그 땅의 주인.."
  • 고현준 기자
  • 승인 2016.07.08 16:2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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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한비 김평일 한라야생화회 회장의 숨은 제주야생화 이야기

 

한비 김평일 한라야생화회 회장
       


"제주의 들꽃은 꽃이 피면 3일 정도 피는데 그때를 놓치면 1년을 더 기다려야 합니다. 순간의 미학이지요"

초등학교 교사로 시작, 교장으로 정년퇴직한 후 생태사진가로 올레지기로 바쁜 일과를 보내고 있는 한비 김평일 한라야생화회 회장(74세)은 본지에 제주들꽃이야기를 절찬 연재중이다. 다음은 지난 7일 본사 사무실로 들꽃사진 하나를 선물이라며 들고 온 김 회장과 잠시 나눈 이야기를 인터뷰로 정리한 내용이다.

 

제주의 들꽃은 그 땅의 주인이라고 말하는 김평일  회장

 

-제주들꽃 이야기를 연재중입니다만 사진은 어떻게 시작하셨는지..

"처음에는 카메라를 들고 풍경만 찍었지요, 그러다가 야생화클럽에 가입하면서 한달에 한번 출사를 나가면서 야생화를 접하게 된 겁니다. 그러나 지금은 제주 들꽃의 아름다움에 빠져 거의 매일 카메라를 들고 나가고 있습니다.

제주의 들꽃은 워낙 빨리 꽃을 피웠다가 금방 져버리기 때문에 그 시간을 놓치면 사진에 담을 수 없기 때문이지요."

 

-특별한 제주의 들꽃들을 소개하시면..

"영아리난초의 경우 길이가 2센치미터 정도밖에 안되고 기둥높이는 명주실 정도로 가늘지만 꽃대를 들어 바람에 의해 수정되면 꽃도 함깨 사라지고 마는데 그 시간이 불과 30분 정도 밖에 안됩니다.

그래서 매일 나가지 않으면 꽃이 필 때까지 1년을 더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늘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이지요"

 

-야생화를 들꽃이라 부르는 이유와 그 중요성에 대해..

 "제주의 들꽃은 그 들꽃이 피는 그 땅의 주인입니다.

그래서 제주의 주인이기도 한  작은 들꽃들이 사라지는 것에도 관심가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야생화라고 말하지만 나는 들꽃이라 늘  부르고 있습니다.

제주의 들꽃은 진짜 볼품도 없고 화려하지도 않지만 그래서 그런지  우리는 그걸 무시하고 있다는 점이 아쉬운 일이지요" 

"개발에 대한 환경조사에서 작은 들꽃들의 서식분포에 대한 조사도 해야 한다"는 김 회장

-기억에 기억에 남는 일은..

"손바닥난초는 한라산에서만 볼 수 있는 귀한 꽃입니다.

어느날  한라산에 들어갔다가  팬스 밖 큰 돌이 있는 중간에 이 꽃이 피어 있어 이 모습을 찍으러 가다가 굴러 넘어져 갈빗뼈가 금이 갈 정도로 다쳤지만 그 아름다운 사진을 찍었다는 사실에 아픈 줄도 몰랐습니다.

그렇다고 아내에게 말도 못하고 몇달 지나니까 다 나았는데.. 오른쪽 한번, 왼쪽 한번 갈빗뼈에 금이 간 경우가  기억에 남습니다"

 

-도채나 벌채도 걱정이라는데..실상은 어떻습니까..

 "제주 들꽃의 문제는 도채나 약초꾼들의 무분별한 벌채를 경계해야 한다는 겁니다.

피뿌리풀꽃은 작고 희귀한 꽃이지만 도채로 거의 다 사라져 버려 지금은 하나도 볼 수가 없어졌습니다.

그런데 이 꽃은 제주에서 모두 도채 또는 벌채돼 경기도 어느 농원으로 가 이 농원은  이 꽃으로 가득 차 있다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제주들꽃이 있는 위치나 크기까지도 얘기하는 것을 삼가고 있을 정도로 조심하는 중입니다."

(야생화를 관련 사이트에 누군가 자랑스럽게 올려놓으면 이를 스크랩을 해서 전문적으로 도채하는 사람들에게 이를 캐달라고 주문하는 사람도 있다는 얘기다.)

 

-도채나 벌채가 그렇게 심각한 지요..

 "영주제비란은 올해 다행스럽게 찍을 수 있었는데 당시 그 꽃을 찾은 분에게 물어봤더니 처음에는 1백촉 정도가 있었는데 얼마후 가 봤더니 6촉 정도 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나도 인증샷으로 찍고난  며칠 후 다시 가 봤더니 6개 중 2개만 남아 있었는데 그것도 잘 보이지 않는 곳에 숨겨져 있는 곳이라 남았던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이 찾지 못하도록 조치한 적이 있습니다. 벌채나 도채는 반드시 막아야 합니다"

 

김 회장이 직접 촬영해 선물로 받은  제주의 들꽃사진

 

-제주에만 있는 들꽃특산종과 보호대책은..

"영주, 탐라, 제주가 들어간 야생화는 모두 제주에만 있는 제주특산종입니다.

이처럼 들꽃은 피는 곳에서만 피는 까다로운 꽃이기도 합니다.

특히 제주들꽃은 이 땅의 주인이기도 하기에 제주들꽃을 보호하는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합니다"

 

-법적으로 제재는 안되는 것인지요..


"들꽃벌채는 법적으로 제재를 할 수 있습니다 . 하지만 도채후 택배로 몰래 외부로 보내버리면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제주들꽃이 모두 사라질 것을 우려해 지금도 나중에 책이나 자료로 남겨두고 싶어 열심히 찍으러 다니는 겁니다."

 

-멸종위기 들꽃이란..

"저는 그렇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멸종위기는 사라지는 기간이 1시간 정도 남은 것, 위기종은 하루 정도 남은 것, 그만큼 제주의 들꽃의 중요성을 인식해야 한다는 얘기로 들어주셨으면 합니다."

 

-그동안 사진은 얼마나 찍으셨는지요..

"하루에 탐사를 나가면 보이는 들꽃 모두를 찍기 때문에 30여종 정도를 찍게 됩니다, 그러다보니  지난 7-8년간 1천여종의 사진을 자료료 남길 수 있었습니다. 이 자료는 나중에 책이나 중요자료로 남길 계획입니다"

 

-한라야생화회는 어떻게 운영하시는지..

"한라야생화회 운영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회는 정예요원 24명만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한달에 한번은 모두 함께 탐사에 나서고 있습니다. 회원들 중 시간이 맞는 분들과는 3-4명이 함께 교대로 매일 탐사에 나서고 있습니다."

 

-사진을 찍으러 나가서 좋은 점은..

 "첫째는 건강이 좋아지고 잡념이 없어집니다.

가만히 누워 있어도 야생화가 꿈에 나타나기도 하고.. 그게 좋은 의미의 스트레스가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들꽃사랑에 대해 바라고 싶은 점은..


 "들꽃을 좋아하는 건 좋은데 너무 좋아해서 나만 보겠다는 것은 욕심입니다.

육지로 제주들꽃이 팔려 나가 수목원 같은 곳에 심는다면 그 종이 보존이 될 지는 모르지만 그것도 욕심입니다.

들꽃은 그들 들꽃이 사는 곳에 살도록 내버려두어야 합니다..

티비에서 무엇이 몸에 좋다고 하면 다 채취해 가 버리지요.

한번은 표선면에 있는 비추미오름에 잔대 사진을 찍으러 갔는데 보라색으로 가을에 피는 도라지꽃과 비슷해서 그런지 오름탐사를 하고 있는데 금방 찍은 잔대들이 다 없어졌더라구요.

보니까 세사람이 잔대를 모두 채취하고 있어서 캐지 말라고 주의를 주었는데 전날 잔대가 좋다는 방송이 나왔다고 해서 상황을 알았습니다.

또 한번은 모지오름에서 한라새우난초를 찍고 분화구를 돌고 오는 사이에 벌써 청년 2명이 새우난을 도채해 가는 모습을 목격한 적도 있습니다."

 

기자와 기념사진도 찍었다

김 회장은 "그곳에서만 자라는 야생화를 다 채취해 버리면 더 이상 그곳에서는 그 꽃을 볼 수 없기 때문에 가져 가더라도 씨는 남겨놓아야 하지 않느냐"고 우려했다.


한편 김평일 회장은 지난해 (사)제주바다사랑실천협의회를 창설, 환경운동을 해온  공로로 한라환경대상을 수상할 정도로 환경사랑 또한 극진하다.

김 회장은 이와 함께 "도에서도 개발에 앞서 환경조사를 할 경우 큰 나무만 조사하지 말고 작은 동식물에 대해서도 서식분포를 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으로 한라산을 중심으로 번영로 평화로는 물론 관음사 남쪽까지도 개발이 가능하다는 발표를 들었다"며 "남바람꽃은 한라바람꽃-남방바람꽃-남바람꽃으로 달리 불리우게 됐지만 중산간 공동목장에 단 한군데만 있는 들꽃"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그러나 "앞으로 이 중산간 공동목장을 팔아버리거나 개발돼 버리면 남바람꽃은 제주에서는 영원히  없어지는 것"이라고 걱정했다.

이 들꽃은 육지에서 발견돼 한라라는 이름은 붙이지 못히게  됐지만 육지에 가 봐도 몇그루밖에 없어 제주에 있는 수백그루를 찍으러 일부러 찾아 온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비 김평일 회장은  "멸종위기종이 있는 지역에 대한 개발로 서식환경 파괴가 될 경우 중요한 들꽃들은 한라수목원이나 한라생태숲  등에 옮겨 심은 후에 개발토록 해 줄 것"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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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효 2016-07-18 08:29:35
아무리 보잘것 없는 야생화라도 제주에서만이 볼 수 있는 야생화는 우리도민의 재산으로 도민의 손에 의해 보호되고 더욱이 불법 도채는 제주도민의 힘으로 막아야 하지 않을까요 ?.....들꽃사랑 회장님께 힘을 보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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