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의 영웅, 밥 딜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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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의 영웅, 밥 딜런
  • 고현준 기자
  • 승인 2016.10.16 09: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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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편지)'음악이 그냥 내안으로 들어오는 거예요'

 

 문학세계사에서 오래전에 발간한 밥 딜런 자서전
프레젠테이션의 대가인 스티브 잡스가 너무 긴장해서 말을 못했다는 이가 딱 한 사람 있는데 그가 밥 딜런입니다.

스티브 잡스는 비틀즈와 밥 딜런을 존경하고 숭배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700여곡이 넘는 밥 딜런의 모든 곡이 수록된 아이팟을 만들어 판매하기도 했지요.

밥 딜런은 스티브 잡스의 영웅 이었습니다.

밥 딜런은 남과 어울리기를 좋아하지 않고 스티브 잡스와 친구가 된 적도 없었지만 그가 콘서트를 앞두고 그를 초대한 적이 있습니다.

스티브 잡스는 밥 딜런과 만났을 때를 회고록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그의 방 테라스에서 두 시간동안 얘기를 나눴지요.
그는 제 영웅이었어요. 그래서 굉장히 긴장했어요.


많은 사람들이 그러듯 나이가 들면서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되지 않았을지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기쁘게도 그는 여전히 송곳처럼 날카로웠어요.(참고로 밥 딜런은 41년생, 스티브 잡스는  55년생입니다)


정말 개방적이고 솔직했지요.
그는 자신의 인생과 곡을 쓰는 일에 관해 들려줬어요.


이런 말을 했지요.


“음악이 그냥 내 안으로 들어오는 거예요.
내가 곡을 반드시 써야만 한다. 뭐 그런 게 아니었어요.


그런데 이젠 더 이상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아요.

나는 더 이상 그런 식으로 곡을 쓰지 못해요“
“그래도 아직 그 노래들을 부를 수는 있지요.”

밥 딜런은 다음 콘서트를 시작하기 전 잡스를 자기 투어버스로 불러 무슨 곡을 가장 좋아하느냐고 물었고 잡스가 ‘원 투 매니 모닝스’이라고 말하자 그 날 그 곡을 불러주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곳을 떠나면서 잡스에게 물어보지요.
“그 노래 잘 들었느냐”고요,

2006년 8월 스티브 잡스는 밥 딜런의 모든 곡을 수록한 디지털 패키지 세트를 판매하는 독점계약을 어렵게 마친 후 발표회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밥 딜런은 우리 시대에 가장 존경받는 시인이자 뮤지션입니다. 또한 그는 제 영웅이기도 하지요”

잡스가 딜런을 좋아한 이유는 다른 곳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통키타로 반전가요를 부르던 그가 어느날  전기기타를 들고 나오자 청중들은 밥 딜런이 그와 같이 변한 모습에 야유와 비난을 퍼붓습니다.

밥 딜런이 본 모습을 잃었다고 실망의 말들을 한 것이지요.

그러나 잡스는 달랐습니다.

“딜런은 통 키타 하나로 편안히 노래나 부르면서 살 수도 있었지만 그는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지요.

“늘 뭔가 새로운 길을 찾는 그런 모습이 더 훌륭하다”는 찬사를 보냈습니다.

그런 밥 딜런이 이번에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게 됐습니다.

스티브 잡스의 자서전 첫머리에 나오는 말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할 만큼 미친 사람들이 결국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이다.”라고 전합니다.

 

우리나라 통키타 문화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쳤던 밥 딜런이 노벨문학상을 타리라고는 어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겠지만 우리나라 한 국가석학이 한 언론인터뷰에서 밝힌 한 마디는 그에 대한 대답으로 충분합니다.

“그동안 노벨상을 수상할 만한 사람이 노벨상을 수상하지 못한 적은 많지만 노벨상을 받은 사람중에 그 상을 받을 자격이 없는 사람은 없다”


우리나라에서 노벨상에 가장 근접한 학자로 손꼽히는 그 석학은 “앞으로도 우리나라에서 노벨상을 받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유는 미친 놈처럼 한 길만 가야 하는데 국가지원방식이 하향식이라 늘 유행을 따르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알파고는 이미 수십년전에 시작된 프로젝트인데 우리는 이제 알파고를 하자고 한다는 식이라는 것이지요.

뭐든 꾸준히 한 길로만 가는 사람이 어딘 가에 있다면 우리에게도 노벨상이라는 기회가 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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