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걷는다(3)"..사색의 길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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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걷는다(3)"..사색의 길따라..
  • 고현준 기자
  • 승인 2016.11.20 08:21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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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레길 입성기)온평포구-표선해비치해변, 난이도 높은 3-A코스 가 보니..

 

 3코스 시작점

긴 여행을 하고 온 것처럼..
뜨거운 욕조에 들어가 지친 내 몸을 쉬게 하는 일..
그 때가 뭔가 힘든 일을 하나 해결하고 돌아온 듯한 느낌이 든다.

‘난이도 상’이라는 올레3코스.
기듯이 도착한 표선해비치해변 끝지점에서는 밤이 늦어 올레깃발도 보이지 않고 사람들에게 물어봐도 모르는 종착점을 찾아 많이 헤맸다..

겨우 올레사무소 바로앞 식당에서 묻고난 후에야 포스트를 찾아 스탬프를 찍을 수 있었다.

쩔뚝거리는 다리를 이끌고 다시 어두워진 3코스 출발지로 돌아와 차를 끌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깜깜하고 어두운 길이었지만 해안도로에는 토요일밤임에도 다니는 차가 거의 없었다.

나는 그 밤길을 운전하면서 이날(11월19일)하루의 시작을 다시 음미해 보았다.

 

 바다가 참으로 평화롭다

사실 어제(18일) 밤에는 비가 많이 내렸다.

다음날(19일) 비는 오지 않는다고 해도 길은 많이 질척거릴텐데.. 하는 마음으로 아침이 되자 창문을 열어봤다.

비는 오지 않았지만 금방이라도 비가 퍼부을 듯 검은구름이 잔뜩 하늘에는 걸려 있었다.

제주지방기상청 홈페이지로 들어가 올레날씨를 눌러보았더니 3코스는 오후부터는 흐림이거나 화창이었다.

“오케이, 아침에 만약 비가 오면 조금 맞으면 되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왕 걷기 시작한 걸음이니 토요일만은 꼭 걷고 싶었기 때문이다.

 독자봉 정상에서 찍은 사진이다

대강 짐을 싸는데..

혹시 추울수도 있기에 겨울 옷도 하나 챙겼다.

문제는 어제 숙지한 3코스는 난이도가 상으로 표현돼 있었다는 점이었다.

1코스와 2코스가 난이도 중이었다면 과연 상이라면 어떤 정도일까가 궁금했다.

3코스 올레길은 오름 2개를 오르는 A코스(난이도 상)와 바닷길을 따라 걷는 B코스(난이도 하)가 있었다.

나는 당연히 A코스를 선택하기로 했다.

해안도로는 많이 다니는 길이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시간이었다.

장장(?) 20km..
1-2코스의 15km 정도에 비하면 조금 다를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코스였다.

적어도 5km를 더 걸어야 하는 구간이기에 시간은 넉넉 잡고 7-8시간을 정해 놓았다.

집에서 나와 3코스 시작점까지는 부지런히 달려야했다.

 독자봉 정상에서..

온평포구까지 가면서 나는 “이처럼 날씨가 궂은 날에도 분명히 나처럼 올레를 걷는 사람이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나도 가는데 누군가도 역시 이미 계획했던 길이라면 갈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 예상은 입구가 가까워오면서 맞기 시작했다.

홀로 걷는 사람이 2명 정도 보였고 부부인 듯 6명의 단체 올레꾼이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그럼 그렇지.."

나 또한 걷기에 외롭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올레길은 홀로 걸어야 한다.

하지만 그나마 누군가 어디선가 함께 걷는다는 사실만으로도 서로 힘이 나는 법이다,

온평포구에 도착하자 10시30분이 조금 넘어있었다.

10시 정도는 출발해야 한다고 봤는데 30분 정도가 지체됐다.

아마 아까 보인 올레꾼들은 10시 정각에 떠난 팀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부지런히 걸어야 한다.

3코스 입구에서 스탬프를 찍고 드디어 출발했다.
10시37분 정도였던 것 같다.

2-3분 걸어가는데 앞에 또다른 올레꾼이 다가오더니 스탬프 찍는 곳이 어디냐고 물었다.
나는 저쪽이라고 얘기해 주고 걷기 시작했다.
(그때는 몰랐지만 이 올레꾼과 나는 2번이나 올레에서 만났고 같이 점심도 먹을 수 있었다)

 하늘타리 열매가 많았다

3코스는 우선 바닷길 걷기로 시작됐다.
구름이 덮인 하늘과 맞닿은 바다는 고요하다 못해 평화로움 그 자체였다.
바닷가를 조금 지나 올레표시가 있는 위쪽으로 올라가자 고즈넉한 신산리 농촌마을이 이어졌다.

밭과 감귤밭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코스였다.
가다 보니 대문에 쉬어갑서라는 글씨가 쓰여진 집, 돌하르방이 마을 지키듯 서 있는 특별한 풍경이 나타났다.

이 길을 지나는데 멀리 성산기상대 건물이 보였다.
예전에 저 높은 기상대 꼭대기에 한번 올라가 본 적이 있어 반가웠다.
그러나 길을 막아선 굴착기가 서 있어 부득이 밭담위로 조심스럽게 지나갔다.
무슨 공사일까 궁금했는데 나와서 확인하니 농로배수로공사차량이었다.

3코스에는 유독 하늘타리 열매가 주렁주렁 열린 곳이 많았다.

 5km지점

처음 걸으면서 20km라는 거리를 조금이라도 줄여보려고 1km, 2km, 하며 계산하며 걸었는데 내 계산으로는 7-8km는 걸은 것 같은데 겨우 5km를 걸었다는 표지가 나타났다.

실망스럽게(?) 사진을 찍고 있는데 아까 길을 물었던 젊은이가 나타났다.
나는 웃으며 “7-8km는 걸은줄 알았는데 5km밖에 안되네요..”라고 말했다.
그는 “서울에서 오셨어요..?”라고 묻는다.
나는 “제주시에서 왔어요..”라고 답하고 다시 걷기 시작했다.

(올레길에서 만난 사람들은 “어디에서 오셨어요..?”라고 묻는 경우가 많은데 이 올레길 사람들은 “제주도사람도 올레길을 걷느냐..”는 듯 의아해 하는 경우가 많다.)

앞으로도 15km를 더 가야 한다.

 신산리마을입구 제2공항 반대현수막

난산리마을도 집에 대문은 보이지 않았지만 제2공항 반대 현수막이 많이 걸려 있어 이 지역 주민들의 근심이 느껴질 정도였다.

이제 통오름으로 들어가는 입구로 들어서는 길이 나왔다. 드디어 올레를 걷는다는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올레는 오름을 올라가봐야 하기 때문이다.

통오름은 물통 또는 물건을 담는 통처럼 생겼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이 통오름은 이름도 예쁘지만 걸어서 가는 길이 더 아름다웠다.

 

 통오름이다

억새꽃이 가득한 광경도 정겨웠지만 더욱 특별한 것은 이곳을 걷는 모든 곳에 데크나 인공적인 공사가 가해지지 않은 점이 더 마음에 들었다.

자연산 천연잔디 그대로 들길이 이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참으로 오랜만에 이런 길을 걸어봤다.

정상이 가까운 곳에서 한 젊은 여성이 홀로 내려오고 있어 나는 먼저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했다.

홀로 걷는 여성에게는 조금이라도 불편함을 주기 싫었기 때문이다.

올레길은 누구나 평화롭게 또 안전하게 다닐 수 있어야 한다.

오름 정상이라고 부를 아무런 것도 없는데 나는 가장 높은 지역을 돌아 능선을 따라 걸었다.

통오름의 특징은 커다란 분화구같은 곳이라는 점이다.

제주도에는 많은 오름이 있지만 통오름만한 분화구를 가진 곳은 드물다.
말발굽형 분화구, 나는 이곳 정상에서 보이는 독자봉을 바라보았다.

 
 독자봉과 통오름 능선길에서 바라본 독자봉

“저게 다음에 오를 오름인가..?”

내려오는 길은 계단이 놓여 있었다.
계단을 터벅터벅 내려오는데 다 내려오자 슬슬 걱정이 생기고 있었다.

오름에서 내리자마자 곧 오름은 오르지 말았으면 하는 바램이 있었기 때문이다.

올레깃발을 따라가는데 신산리마을석 앞에는 공항반대 깃발이 쓰러져 있었고 그 길을 지나니 성산일출봉과 우도와 대수산봉이 모두 보이는 곳이 나타났다.

그리고 곧,
내 짐작대로(?) 오름을 올라가야 하는 코스로 들어섰다.

 
 

독자봉이다.

홀로 떨어져 있어 외롭게 보인다 하여 이같은 이름이 붙었는데..이 독자봉 때문에 동네에 독자가 많다는   설도 있는 곳이다.

나도 독자이니 이름만은 친근감이 갔다.

그러나 잠시 이곳에서 숨을 골라야 했다.

그래야 힘을 내서 오를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수리중인 화장실(급한 사람들은 어떻게 할까..)과 운동기구가 있는 이곳 의자에 앉아 물도 마시고 과자도 먹으면서 잠시 쉬었다.

걱정을 많이 한 때문일까.

독자봉 정상은 그다지 멀지 않는 곳에 있었다.

한 5분 정도 오르니 정상이 나타난 것이다.
그곳에는 아줌마 두분이 먼저 도착해 사진을 찍고있었다.
나는 인사를 하면서 전망대로 들어가 사진을 몇장 찍었다.
그런데..
통오름 정상쪽으로 아까 만났던 올레꾼이 걸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독자봉 정상에서 보이는 통오름 정상부분이다

나는 열심히 손을 흔들었지만 그는 보지 못한 듯 했다.

독자봉 숲길은 정말 호젓한 곳이었다.

나무 사이사이가 얼마나 포근함을 주는 지 모른다.

독일 하이델베르크에는 "헤겔, 야스퍼스, 하이데거 등 여러 철학자들이 이곳을 산책하며 명상에 잠기고 영감을 얻었다"며 유래된 철학자의 길이 있다.

이곳은 하이델베르크 대학교를 중심으로 활약하던 철학자들이 즐겨 찾기도 했지만, 아름다운 이곳을 걸어서 산책하다 보면 철학에는 문외한인 사람이라도 철학가 못지않은 사색에 잠긴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 독일 하이델베르그의 철학자의 길(사진출처=위키피디아)

 

제주올레 3코스도 이와 못지 않은 아름다운 길로 이어져 있다는 점에서 연인과 함께 또는 친구와 함께 아니면 홀로 걷는다 해도 사색의 길이라 불러 손색이 없는 곳이다.

독일 철학자의 거리에는 많은 종류의 식물이 자라고 있고, 또 온난한 기후 때문에 일찍 꽃이 핀다고 하고 이 산책로 위에서 내려다보면 하이델베르크 성과 네카어강(Necker River) 및 구시가지가 한눈에 보인다고 한다.

 

호젓하기만 한 독자봉 사색의 길

 

올레3코스는 자연미와 더불어 제주 동쪽 아름다운 풍광을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이에 못지 않은 존재감을 나타낸다는 점이 압권이다.

여기까지의 구간을 나는 사색의 길이라고 명명했다.

들길이나 숲길이 하나도 지루하지 않고 모든 코스가 편안한 길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이 길에서는 길을 걷는 여러 사람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내려오는 길은 그다지 편치 않았다.

통나무 계단이 죽 이어져 있었고 편안한 오솔길이 아닌 야생의 길이 이어졌다.

독자봉을 내려와 잠시 쉬면서 시간을 보니 1시30분..
벌써 3시간여를 걸었다.

도대체 얼마나 온 것일까.

한참을 더 걸어 내려오니 9km구간이라는 표시가 보였다.

그렇게도 많이 걸은 것 같은데 아직도 가야 할 길은 10km이상 남아 있었던 것이다.

 이 삼거리에서 길을 찾지 못해 헤맸다

그렇게 계속 들길을 따라 내려오다 삼거리에서 길을 잃어버렸다.

올레깃발이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올라가도 없고 내려와도 보이지 않았다.

마침 차가 한 대 오기에 김영갑갤러리를 물어보니 “자기도 길을 몰라 헤매는 중”이라고 한다.

올레깃발이 없어 누군가 대신 달아놓은 것으로 보이는 빨간깃발을 따라 한참 내려가 봤지만 그 길은 아니었다.

GPS를 눌러봐도 가는 길은 나타나지 않고 난감했다.

나는 올레깃발의 방향을 따라가기로 결정했다.

그 길쪽으로 길이 만들었을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그 예감은 맞았다.
조금 올라가니 페인트로 그린 올레표지가 나타났다.
다행이었다.

계속 되는 들길..
적어도 3코스의 들길은 지루한 감은 주지 않았다.

아기자기한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길이어서 걷기에 부담이 없었다는 점이 좋은 일이었다.

 친절한 할머니가 운영하는 올레쉼터다

길을 나오는 중인데..

아까 내 뒤로 한참 뒤쳐졌던 그 젊은 올레꾼이 한 집 마당에 나와 서 있었다.

“아니 내 뒤에 있었는데 언제 앞섰느냐”고 물으니 “자기도 왜 안보이나 했다“며 밥을 시키고 기다리는 중이란다.

나도 같이 먹자고 해서 나는 라면(4천원) 그는 국수(5천원)를 시켜 미리 사온 김밥과 함께 맛있게 먹었다.

쌍용자동차에 다닌다는 그는 서울에서 제주올레나 오름을 걷기 위해 자주 제주에 내려온다고 했다.

제주올레는 이미 모두 돌았고, 사진찍기를 좋아하는 그는 나중에 수필가로 나설까 한다는 생각도 전해줬다.

홀로 걷는 올레길에서 올레꾼을 우연히 만나 함께 밥을 먹다니..

그는 내가 싸간 김밥을 얻어먹었다며 라면값을 내려고 했다.

“우리 초면인데 그러지 말고 각자 내자”고 단호하게 말했더니 두말없이 그러자고 했다.

할머니 혼자 운영하는 올레꾼들의 쉼터겸 식당이었다.
할머니가 얼마나 싹싹하고 고마우신지..
귤과 감도 우리 먹으라고 갖다주시기까지 했다.

참 친절한 할머니로 기억한다,

 김영갑갤러리앞 중간스탬프 포스트

우리는 함께 삼달리 김영갑갤러리 앞에 있는 중간스탬프포스트지점에 도착해서 확인도장을 눌렀다.

15시30분경이다.

그리고 그는 김영갑갤러리를 보지 못했다며 그곳으로 가고 서로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며 나는 다시 걷기 시작했다.

13km지점을 통과해 신풍리마을을 지나 바다쪽 올레길로 들어섰다.

이곳은 예전에도 한번 걸었던 곳이다.
대로변을 가로질러 의자에서 잠시 쉬고 바다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멀리 바다가 보이기 시작했다.
자동차 한대가 어렵사리 지나간 좁은 찻길을 지나자 바다가 나타나고 바다에서는 낚시꾼들이 바다안으로 들어가 낚시를 하는 모습이 보였다.

 

 

철썩거리는 파도소리가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난 한참을 그곳에 앉아 새소리와 파도소리에 잠시 빠져 있었다.

이제 신천목장이다.

입구에는 많은 자동차들이 세워져 있었고 벌써 많은 관광객들이 걸어들어가고 있었다.

3코스에서는 가장 아름다운 곳.
이곳에서는 말리는 감귤껍질은 그 광경만으로도 풍경이 된다.

아줌마들 몇몇이 깔깔거리며 노란 감귤껍질 말리는 풍경을 벗삼아 사진을 찍고 있었다.
이날도 드넓은 초원에는 엄청난 양의 감귤껍질이 널려있었다

늘 아름다운 기암괴석인 낙타부부(?)와 아이낙타처럼 보이는 곳을 지나 다시 바다자갈밭길로 들어섰다.

 

 멀리서 보면 낙타부부와 어린낙타처럼 보이는 괴석이다

울퉁불퉁 자갈밭지역이 이어졌다.

비좁은 길을 따라 이곳을 지나자 해안도로가 나타난다.

이 도로를 따라 조금 더 걸어가자 17km라는 표시가 보였다.
이제 2.9km 정도 남은 거리..

하지만 올레코스의 거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거리보다 더 멀었다.

아마 지친 탓이리라.
아마 빨리, 걷기를 마치고 싶은 욕망 때문이리라.

 

 2.9km를 더 가야 하는데 석양이 지기 시작했다

걱정되는 문제는 이 지점을 지나자마자 석양이 지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앞으로도 1시간 이상은 더 걸어야 할텐데 벌써 해가 지고 있었다.

배고픈다리 황근복원지 등 보아야 할 곳이 많은데 벌써 해가 지다니..

19km를 지날 때쯤에는 아예 날이 어두워졌다.

이제 걷기도 사진을 찍기도 너무 어두워져 버렸다.

9백m 정도 남았는데..

다음 코스는 아예 바다를 향해 길이 이어져 있었다.

길조차 전혀 없는 돌길을 걷는 마지막 구간..

어두우니 올레깃발은 찾을 수조차 없다.

나는 돌길을 피해 모래사장으로 걸었다.

 아름다운 배고픈다리

모래를 밟으며 그냥 빛을 따라가는 수 밖에 없었다.

다행히 모래를 밟으며 해안도로를 따라나오자 그곳이 이어지는 올레길이었다.
저 멀리에서는 아까 나를 지나쳐갔던 중년의 올레꾼이 내가 걸었던 그곳에서 걸어 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표선해수욕장 백사장 옆길을 따라 계속 걸었다.

마지막 스탬프포스트는 어디 있을까.

1코스에서 잘못 걸었던 나는 다시 노이로제다.

어두우니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이 길 저길을 가다가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어봐도 모두다 모른다는 얘기 뿐이었다.

다리를 절룩거리며 표선해수욕장 입구까지 가 봤다.


그런데..
그곳에 올레깃발이 하나 보였다.

여기 어딘가에 있을텐데..
어두우니 보이는게 아무 것도 없다.

올레무슨식당인가 하는 간판이 보였다.

그곳에서 물으니 바로 앞 올레사무소에서 찍어준단다.

찍어준다니..
그 말만 안했어도 한번 찾아봤을 것을..

올레사무소는 불이 훤히 켜져 있었지만 문이 잠겨 있었다.
스탬프는 안쪽에 보이는데..

올레콜센터에 전화했더니 “직원들은 다 퇴근했고.. 앞에 보면 찍는 포스트가 있다”고 알려줬다.

그렇지..찍어주는 게 아니지..내가 찍는 거지..
드디어 3코스 마지막 관문을 넘는 순간이었다.

 이 마지막 스탬프지점을 찾느라 힘들었다

18시24분..

갑자기 커피가 마시고 싶었다.

편의점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콜택시에 전화를 했는데 계속 통화중이었다.

가게주인에게 물으니 토요일밤이라 차타기 힘들 거란다.

“그러면 할 수 없지..
걸어서 가다가 버스라도 타자..“ 하고 나왔는데..

택시가 한 대 오는 것이 보였다.

일단 탔다.

온평포구로..

표선에서 온평포구까지 그렇게 먼곳인 줄 몰랐다.

한참을 달려갔다..택시비는 정확하게 1만원이 나왔다.

 깜깜해져 돌아온 3코스 시작점
   

아무도 없는 어두컴컴한 곳에서 나는 오늘 아침에 이곳을 걸었는데..
하며 차에 오르자 몸이 오실오실해 왔다.

올레코스의 ‘난이도 상’이라는 뜻은 처음부터 끝까지 엄청 걷는다는 것이고 몸이 지쳐있건 뭐건 끝까지 고행스런 길을 걸으라는 뜻과도 같다는 것을 비로소 3코스에서 알았다.

다만, 발이나 다리에 쥐가 나지 않는 것, 목욕을 하고 나니 조금 개운해진다는 것, 처음과 달리 지친 몸 회복이 빨라진다는 것 등은 올레를 걷는데 용기를 준다,

 

'나는 걷는다'의 베르나로도 부득이한 경우 차를 타야 할 때가 있었다.

그러면 그는 다음날 위험이 사라졌다고 생각되면 다시 차를 타고 그가 차를 탔던 곳으로 데려달라고 했다.

그곳에서 다시 걷기를 시작하는 것이다.

그는 "그래야만 할 것 같아서.."라고 말한다.

그는 1만2천km를 홀로 걸었고 나는 이제 50km 정도를 걸었다.

아마 올레 전 코스를 돌아도 5백km도 되지 않을 것을..

 4코스는 또 어떤 곳일까..

 

제주올레3코스

 

(제주올레홈페이지)

패스포트 스탬프 확인 장소시작 : 온평포구
중간 : A코스 김영갑 갤러리 입구 / B코스 신산리 마을카페
종점 : 표선해비치해변 4코스 안내소 앞난이도난이도 - A코스 상 / B코스 하
거리(시간) - A코스 19.9km (6~7시간) / B코스 13.7km (4~5시간)
코스 길이가 19.9km 달하고 중간에 오름과 바닷길이 포함돼 있다.

 

장장 19.9km에 걸친 중산간 길의 고즈넉함을 만끽할 수 있는 올레다. 양옆에 늘어선 오래된 제주돌담과 제주에 자생하는 울창한 수목이 운치를 더한다. 나지막하지만 전망이 툭 트인 ‘통오름’과 ‘독자봉’ 또한 제주의 오름이 지닌 고유의 멋을 느끼게 해준다. 도중에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에 들러 사진에 담긴 제주의 하늘과 바다, 오름, 바람을 감상할 수 있는 것도 이 올레의 매력. 중산간 길을 지나면 처음으로 대중에게 공개되는 바다목장 길이 열린다. 물빛 바다와 풀빛 초장이 푸르게 어우러진 낯선 풍경이 감탄을 자아내는, 제주에서만 접할 수 있는 바당올레길이다.


▲ 우정의 길(Cotswold Way)(사진출처=위키피디아)

<제주올레-영국 코츠월드 웨이 우정의 길>
3코스는 영국의 코츠월드 웨이(Cotswold Way, National Trails)와 우정을 맺은 길이다. 코츠월드 웨이는 영국의 15개 내셔널 트레일의 하나로, 북쪽의 치핑 캠프던 타운에서부터 남쪽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도시인 바스에 이르는 162km의 길이다. 이 길은 런던에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중세 유럽의 문화와 역사를 간직한 아름다운 풍광으로 인해 30년 넘게 세계 도보여행자들에게 사랑받아 왔다.
영국의 '제주올레-영국 코츠월드 웨이 우정의 길'은 코츠월드의 더슬리 마을에서 시작해 아름다운 스틴치콤 언덕(Stinchcombe Hill)을 돌아 내려오는 5.5km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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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푸른바다 2016-11-25 04:52:43
길고 힘든 여정인만큼 뿌듯함과 감격과 감동은 배가되는 시간들이 되었을것같습니다 :) 좋은 글 감사합니다

하늘타리야 2016-11-23 15:08:01
나도 간 올레코스인데, 전혀 다른 느낌. 올레를 다시 걸어야 할까보다.

푸른노을 2016-11-23 15:04:34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느껴집니다. 기왕이면 사람들의 이야기와 함께 사진도 함께 찍어서 올리면 좋을듯....... 사람이야말로 진짜 올레의 주인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올레사랑 2016-11-23 15:02:20
눈앞에 펼쳐지듯이 글로 걷는 올레길... 감동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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