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칼럼)'백성은 물,임금은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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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칼럼)'백성은 물,임금은 배..'
  • 고현준 기자
  • 승인 2016.12.31 00: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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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공부만 하다 깨달을만 하면 가는, 우리는 학생입니다

2016년을 보내는 마음인가..하늘에 놓인 구름이 심상치가 않다(12얼28일 오후 제주시내)



2016년을 보내면서 교수들이 뽑은 올해의 4자성어는 '군주민수'(임금은 배, 백성은 물)였습니다.

매년 한해를 사자성어로 표현해 정리하는 하는 '교수신문'이 얼마전 2016년을 특징짓는 4자성어로 이를 선정한 것입니다.

이 신문은 지난 2001년부터 해마다 연말이 되면 한국에서 명망높은 대학교수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그해의 사회상을 특징짓는 대표적인 4자성어를 선정해 오고 있습니다.

'군주민수'는 "백성은 물이고 임금은 배이므로 강물의 힘으로 배를 띄우지만 강물이 화가 나면 배를 뒤집을수도 있다."는 의미라고 합니다.


교수들은 이밖에도 '역천자망'(하늘의 뜻을 거스르는자는 패망하기 마련이라는 뜻)과 '노적성수'(이슬이 모여 바다를 이룬다는 뜻) 등이 올해를 특징짓는 4자성어라고 덧붙였습니다.


송년편지를 쓰기 위해 2년전인 2014년을 대표하는 사자성어였던 ‘指鹿爲馬’(지록위마)를 기억했습니다.

그래서 지난 2014년 12월 20일 교수신문이 발표한 내용을 찾아 봤습니다.

그 해에 2014년을 대표하는 ‘올해의 사자성어’로 뽑은 지록위마는 응답한 724명의 교수 중 201명(27.8%)이 이를 선택했다고 합니다.

지록위마는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일컫는다는 뜻이고 '史記' '진시황본기'에서 조고가 황제에게 사슴을 말이라고 告함으로써 진실과 거짓을 제멋대로 조작하고 속였다는 데서 유래했다는 설명입니다.


당시 지록위마를 올해의 사자성어로 추천한 곽복선 경성대 교수(중국통상학과)는 “2014년은 수많은 사슴들이 말로 바뀐 한 해였다”며 “온갖 거짓이 진실인양 우리사회를 강타했다.사회 어느 구석에서도 말의 진짜 모습은 볼 수 없었다”라는 이유를 밝혔습니다.

구사회 선문대 교수(국어국문학과)도 “세월호 참사, 정윤회의 국정 개입 사건 등을 보면 정부가 사건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지록위마의 뒤를 이은 건 ‘削足適履’(23.5%)였다고 나옵니다.

남기탁 강원대 교수(국어국문학과)는 “한해 동안 선거용 공약, 展示行政 등을 위해 동원된 많은 정책이 합리성을 무시하고 억지로 꿰맞추는 방식으로 시행됐다”며 그 이유를 밝혔습니다.

삭족적리는 『淮南子』 券17 「說林訓」에서 '발을 깎아 신발에 맞춘다'는 데서 유래했다는 설명입니다.

삭족적리를 선택한 박태성 부산외대 교수(러시아 중앙아시아학부)는 “원칙 부재의 우리 사회를 가장 잘 반영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 다음에 ‘至痛在心’(20.3%)과 ‘慘不忍睹’(20.2%)는 오롯이 ‘세월호’에 바쳐졌다는 설명이 덧붙여졌습니다.

지통재심은 ‘지극한 아픔에 마음이 있다’는 뜻으로, '효종이 청에 패전해 당한 수모를 씻지 못해 표현한 말'이라고 나옵니다.

당시 이를 추천한 곽신환 숭실대 교수(철학과)는 “세월호 사건이 우리의 마음에 지극한 아픔으로 남아 있다”며 “정치 지도자들이 지녀야할 마음이자 자세”라고 밝혔습니다.

이 때 많은 교수들이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를 기리는 이유로 이 지통재심을 선택했다고 합니다.

참불인도는 당나라 시인 李華의 『弔古戰場文』의 “傷心慘目, 有如是也”를 줄인 말로, ‘세상에 이런 참혹한 일은 없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합니다.

이를 추천한 김언종 고려대 교수(한문학과)는 “세월호 사고처럼 충격적인 일은 없었다. 이를 늘 기억하고 나라를 재정립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고 김영 인하대 교수(국어교육과)도 “무고한 생명이 희생된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규명하고 윤리적 각성과 사회시스템의 올바른 정비가 필요하다”면서 이를 추천했다는 설명이 덧붙여졌습니다.

2016년에 이 2014년의 사자성어를 되돌아 보는 것은 그때와 지금 무엇이 달라졌나 하는 것을 찾아보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바로 이 해인 2014년 갑오년을 열면서 새해를 맞이하며 교수들이 선택한 사자성어는 전미개오(轉迷開悟)였습니다.

이는 '어지러운 번뇌에서 벗어나 열반의 깨달음에 이름'이라는 의미를 담은 불교용어입니다.

전미개오 하자며 시작한 갑오년이 지록위마로 변신한 것입니다.
희망과 결과는 다르다는 뜻이겠지요.

이처럼 사자성어가 몇 세기가 흘러도 변함없이 우리들의 정신을 꿰뚫는 것을 보면 세상은 예나 지금이나 사람과 분위기만 달리 할 뿐 별반 다를 게 없다는 뜻인가 봅니다.

그래서 우리는 공부만 하다 중도에 깨달을만 하면 모두 다 하늘나라로 가 버리기에 비명에는 그들의 이름 위에 학생이라는 글자를 새겨놓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교수신문이 2016년을 열면서 선정한 올해의 사자성어는 혼용무도(昏庸無道)였습니다.

‘혼용’은 어리석고 무능한 지도자들, ‘무도’는 정상적인 궤도가 붕괴된 자들을 말한다고 합니다. 즉 지난 지나간 해  우리나라 각종위기 상황에 대해 지도자에게 책임을 묻는 사자성어라는 설명이었습니다.
 

올해는 처음과 끝이 사자성어로 아주 잘 맞아 떨어진 것 같습니다.

비록 2014년을 보내는 사자성어가 지록위마였고 2016에도 그 사자성어가 떠오른 것은 이제 진짜 바뀌어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가 극에 다다른 게 아닌가 하여 사실 기대가 되는 부분도 있기는 합니다.

송년을 보내는 마음은 꿀꿀하지만 나쁜 마음들은 다 털고 새해를 정직하게 만나야 하겠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행운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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