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걷는다(13)"..'오아시스의 길'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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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걷는다(13)"..'오아시스의 길'을..(2)
  • 고현준 기자
  • 승인 2017.02.13 15:1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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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레길 13코스 탐방기)용수포구-저지마을,'배려와 따뜻한 아름다움이..'

 

(1번에서 계속)

 

 

다시 이어지는 밭길..


터벅터벅 걷다보니 수령이 360년이 넘었다는 제주시가 지정한 보호수인 거대한 팽나무가 나타났다.
그 위용이 보통이 아니다.

이 팽나무 바로 옆에는 옛날에는 마을에서 모두 길어다 먹었을 용천수터가 남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오염돼 동물들도 꺼려할 정도로 내팽겨져 있었다.

이어 조금 더 걸어가니 뒷동산 아리랑길이 나타났다.
이곳은 '제지수동 뒷동산자락을 구불구불 이어지면서 올라가는 길로 제주올레가 새롭게 지은 이름'이라는 설명이 붙어 있었다.

구불구불..
길이 참 곱게 느껴지는 코스였다.


이 길을 걷는 곳에 11km 지점이라는 표시가 나타났다.


많이 걸었다.
이 길을 걷고 또 걷었다.

 

 

 

그리고 곧 나타난 닥모르오름(저지오름) 입구.


저지오름은 해발고도 220m,비고 101m인 분석구오름으로 오름 정상에 깊이가 약 60여m인 원형분화구가 있다는 안내판이 붙어 있었다.
분화구둘레만 800m에 이른다는 설명.

예전부터 저지리 일대에 닥나무가 많이 자란다고 하여 저지오름이라 부르며 닥물오름 닥모루오름, 새오름 등의속칭을 갖고 있다고 한다.

이 저지오름을 오르는 길에도 공동묘지가 만들어져 있었다.
눈 쌓인 그 길을 오르는 동안 드디어 13km 지점에 도달했다.


오름을 오르는 길은 가팔랐지만 우리 둘은 중간에 잠시 앉아 차 한잔을 마시고.. 오르고 또 올라 능선을 찾아 걸었다.

이곳 분화구를 한바퀴 다 도는 동안 올레리본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지만 무작정 걸었다,

 

 
 

 

분화구를 돌며 보니 저쪽으로 오름 정상에 있는 전망대가 보였다.
우리는 한참을 더 걸어 전망대에 도착했다.

전망대에는 북경 도쿄 한라산 등 여러 방향 표시가 돼 있었지만 이 방향은 절대로 맞을 수가 없는 안내판이었다.

방향표시판이 바람개비처럼 돌아 자꾸 방향을 틀어버리기 때문이다.

방향을 바로 잡아 보았지만 이 지명 방향안내판은 세찬 바람에 다시 돌아버리곤 했다.

단산과 용머리해안이 멀리고 보이고 바로 앞 정면에는 비양도가 눈에 들어오는 이곳에서 저지오름에서의 전망을 마음껏 만끽할 수 있었다.

 

 

한라산은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았지만 전망으로는 최고였다.

이 정상 전망대에서 잠시 사진을 찍는 동안 아줌마 한사람이 올라왔다.
그는 전남 보성사람인데 지금은 용수에서 살고 있다고 얘기했다.
그리고 곧 비구니 스님 한분과 아줌마 또 한분 등 계속 전망대로 올라오고 있었다.

우리는 인사를 하고 곧장 내려왔다.

이곳에서도 우리는 올레리본을 찾지 못해 무작정 아래쪽으로 내려가 보기로 결정했다.

아무리 걸어서 돌아봐도 올레리본은 다시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마 방향을 잘못 찾아 들어섰는 지도 모른다.

저지오름을 거의 두바퀴를 돌고 무조건 아래쪽으로 내려가 보기로 했다.

 

 

오원국 낙천리 전 이장과 함께 한 유인택 (주)에코케어제주 대표

바람에 눈발에 다시 원점으로 들어서기에는 우리는 너무 힘들고 지쳐 있었다.-유인택은 아니라고 하겠지만..개인적으로도 예전에 몇 번 다녔던 오름이라 길을 잃을 생각은 하지도 않았다.

오름쪽으로 다시 안내된 표시를 무시하고, 지금은 사람이 다니지도 않는 없어진 길을 따라 내려가기로 했다.

그 길을 따라 계속 내려오니 결국 저지마을로 들어섰다.

나는 이 마을길을 따라 가면 곧 바로 13코스 종점이 나타날 줄 알았다.

하지만 올레13코스 종점은 왼쪽에 있었는데 우리는 오른쪽길로 걸어간 것이 탈이었다.

저청중학교 앞까지 힘들게 걸어갔던 우리는 마을 아주머니에게 마을회관 방향을 듣고 나서야 겨우  다시 왔던 길로 돌아가는 수고로움을 더 했다.

바람은 불고 눈발은 날리고..

 

그 길을.. 겨우 다시 걸어 종점에 도착해 스탬프를 찍었다.
16시50분..
6시간  정도를 걸은 셈이다.

문제는 저지마을에서 용수포구로 다시 돌아가야 하는 일이었다.

차다친 바람은 더욱 세차게 불어 지친 몸을 더욱 춥게 만들고 있었지만.. 지나가던 택시를 잡으려면 미터기를 꺾어 갑자기 예약차로 둔갑했다.

몇 번이나 시도했지만 택시를 잡지 못하자, 트럭 등 지나가는 차를 세워보았지만 아무도 세워주지 않았다.

바람부는 거리에 앉아 20여분을 심하게 떨었다.

그때 마침, 저쪽에서 택시 하나가 오다가 잠시 서더니 "어디까지 가느냐"고 묻는다.
"용수포구.."라고 했더니 타란다.
"예약시간이 조금 남아서 갔다올 수 있는 시간"이라며..

언 몸을 녹이는데 그만한 고마움이 없었다.

하지만..
택시를 타면서 생각해 보니 우리는 중간스탬프 지점을 보지 못하고 지나친 것 같았다.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올레수첩을 보니 아홉굿마을 입구에 있다고 써 있는데..
그러고 보니..하도 추워서  종점 스탬프를 찍으려니 뭔가 중간이 허전했다.

용수포구에서 택시를  내려 다시 스탬프를 찍으려는데.. 그곳에 부부인 듯한 사람 2명이 열심히 스탬프를 찍고 있었다.

그들은 부부가 같이 다닌 표시를 하는 것인지 양쪽 면에 두 번씩 찍었다.

우리도 두 번씩 찍었다.
아침에 한번 찍고, 다 걷고나서 한번 더..

 
 
 
 

그리고 우리는 차를 타고 다시 아까 걸었던, 중간스탬프를 찍기 위해 아홉굿마을로 향했다.


의자공원 입구에 차를 세우고 보니..
바로 의자마을 입구 왼쪽에 중간스탬프 포스트가 놓여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가는 방향에 놓여있지 않아 우리가 보지 못하고 지나친 것이었다.

확실히 스탬프지점은 걷는 방향에 놓여 있는 것이 찾기에 좋다.

앞만 보고 가는 사람에게..그것도 바람과 눈이 몰아치는 날 이곳 저곳을 살피는 일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 1코스를 걸을 때도 그랬다. 종점포스트를 지나쳐 1km 가량 더 걸어갔다 돌아와야 했던 기억이 있다.

이번 13코스 중간포스트도 뒤쪽에 숨어있어  보지 못하고 그냥 지나치고 말았던 것이다.

     
 
 

그런 모든 걷기를 끝낸 시간은 17시 30분쯤이었지만 저지오름을 오를 때 고영철 제주문화유산답사회장이 전화를 걸어 "오늘 금능청소년수련관에서 개관행사가 있었다"며 와달라는 요청이 있어 그곳으로 향해 가 보기로 했다.

제주시청소년수련관은 제주흥사단에서 위탁관리를 맡아 지난 한달동안 풀베는 작업 등 모든 작업을 마치고 이날 개관식을 가졌다는 것이다.

이곳에서 최근 흥사단 본부 이사장으로 선출된 후 제주를 처음 찾은 류종열 이사장과 인사를 나눌 수 있었다.

우리는 저녁식사를 하고 가라는 청을 감사히 받아들이고 "내일(2월12일) 제주문화유산답사회도 가야 하고..너무 피곤하여 오늘은 그냥 가겠다"며 돌아서 나왔다.

'나는 걷는다'의 베르나르는 거대한 타클라마칸 사막을 이렇게 표현했다.

 

"..음산한 분위기의 타클라마칸은 거대했다.
프랑스 면적의 절반에 해당하는 30만 제곱미터의 사막을 상상해보라.


타클라마칸은 위구르어로 "이곳을 뚫고 지나가는 자, 다시 돌아오지 못하리라"라는 뜻대로 비극적인 곳으로 유명하다.


고문서와 마르코 폴로의 견문록에는, 여행자들이 길을 잃게 만드는 악마에 대해 기록되어 있다.
지리학과 역사 서적도 타클라마칸의 전설을 부정하지 않는다.


오아시스에 물을 대는 대신, 텐산이나 히말라야에서 내려오는 수많은 물줄기가 말라버렸다.
물을 구할 수 없는 주민들은 이 죽은 도시를 떠나는 것 말고는 살 방법이 없었다.


12세기부터 오아시스가 모두 사라져 버렸다.
모래속에 묻힌 도시와 마을이 300곳에 이른다고 한다.


사람들 말로는 19세기에 360곳의 도시가 단 하룻밤 사이에 사라졌다고 한다.."
 

 

 
 
 
     
 
     
 
 

이날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참 바쁜 일과였다.

올레를 다 걷고 난 후 "이번 13코스는 완전히 유 대표 때문에 걸었다"고  말했더니 유인택은 "자신은 당연히 걷는 것으로 알았다"며 "아무리 날씨가 나빠도 한번 빠지게 되면 자꾸 빠지게 되니 계속 걸어야 합니다"라고 고맙게 말해주었다.

나는 이 13코스를 고민 끝에, 조수리 청년들의 그 따뜻한 마음을 기억속에 담아두기 위해 '오아시스의 길'로 부르기로 결심했다.

다음 코스는 저지에서 한림항까지 걷는 14코스다.

예정대로라면 송헌 김형권과 유인택 대표 그리고 제주문화답사팀에서 몇몇이 함께 걷게 될 지도 모른다.

이곳에서는 또 어떤 이야기가 숨어 있을까..

 

 

 

제주올레지도

 

제주올레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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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란이 2017-02-20 12:57:03
돌담과 어루러지는 고즈넉한 풍경과 저지오름 정상에서 바라본 탁트인 전경이 넉넉한 마음을 갖게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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