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지금은 큐레이션 시대
상태바
[기고]지금은 큐레이션 시대
  • 정미숙
  • 승인 2017.02.16 11: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미숙 안덕산방도서관

정미숙 안덕산방도서관
얼마 전 TV에서 한국사를 재미있게 강의하는 프로그램을 보았다. 역사 속 인물들의 업적과 지금 이 시대에 생각해 볼 것 들을 짧은 시간에 아주 강렬하고 흥미 있게 진행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어렵고 지루하게만 느껴졌던 역사가 흥미롭게 다가오는 경험이었다. 그런가 하면 요즘 도서를 구입하는 업무를 하다보면 여러 분야의 지식 정보를 간략하게 요약하여 전달하는 책들이 많이 출판되는 느낌을 받는다.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어려운 고전들을 핵심만을 간추려 놓은 책들도 인기가 있다. 자신을 ‘지식도매상’이라 자처하며 어렵고 방대한 지식의 핵심을 누구나 읽기 쉽게 알리겠다고 책을 쓰는 작가도 있다.

그리고 실제 TV프로그램의 진행 강사와 지식도매상을 자처하는 작가가 쓴 책들은 베스트셀러가 되고 도서관에서의 대출율도 높다. 너무 깊이 없는 독서를 조장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지만 1분 1초 사이에도 엄청난 양의 정보가 생산되는 정보 과잉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는 어쩌면 당연한 선택이라는 생각도 든다.

도서관에서 도서를 구입하는 일을 오래 하다보면 출판되는 책들도 시대마다 어떤 흐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지금은 새로운 지식·정보뿐 아니라 방대한 지식·정보 가운데 내게 필요한 것을 선택하고 선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정보는 과잉되고 내게 맞는 가치 있는 정보를 빠른 시간 내에 찾기란 쉽지 않은 시대가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앞에서 얘기한 예들도 많은 지식과 정보를 좀 더 쉽고 핵심만 간추려 알고자 하는 사람들의 요구를 반영한 시장의 흐름이라는 생각이다.

그러면 지식과 정보의 수집과 제공을 목적으로 하는 도서관은 앞으로 어떤 역할과 기능을 해야 할까 생각해보게 된다. 도서관이 단순히 많은 책을 수집하고 보관하고 제공하는 기능만으로는 변화하는 시대에 시민들로부터 사랑받기는 어려워 졌다는 답을 얻을 수 있다. 그럼 어떤 역할을 준비해야 할까? 큐레이션(Curation)이 그 대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큐레이션은 미술관이나 박물관에서 전시되는 작품을 기획하고 전시하는 큐레이터에서 나온 신조어로 다양한 정보를 선별 수집하여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서비스를 뜻한다.

최근 출판계와 도서관계에서도 도서요약서비스와 사서가 쓰는 서평정보를 제공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실제로 너무 많은 상품과 정보가 있으면 선택이 어려워진다. 자칫 잘못된 선택을 할 확률도 높아진다. 이를 보완하고 선택의 폭을 줄여 자신에게 맞는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이 큐레이션인 것이다.

실제 도서관에서 일을 하다보면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몰라 하는 이용자가 많다. 내게 꼭 필요한 책, 나를 성장시키는 책을 만나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여러 매체나 서평지, 광고 등을 통해서 책 정보를 얻을 수도 있지만 그것 역시 번거롭고 쉬운 일이 아니어서 포기하게 된다. 특히 아동들의 경우는 심각하다.

도서관에 온 아동들의 반 이상은 특정 주제의 책이 꽂혀있는 서가로만 간다. 가끔 이런 아동들에게 “이 책은 이런 내용인데 한번 읽어볼래?”하고 골라주면 의외로 흥미 있는 독서를 하고 가는 경우가 있다. 이렇듯 지식·정보도 취약계층에게는 점점 더 접근하기 어려운 시대가 되어가는 느낌이다. 내게 맞는 책 또는 내가 원하는 정보를 알고 싶을 때 동네 도서관으로 가면 어떨까? 지금까지 축적된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 도서관이 있고, 항상 그 곳에서 지역주민들을 잘 아는 사서가 있다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지금은 큐레이션 시대다. 방대한 정보를 선별하고 수집해서 가치 있는 정보를 제공해 줄 수 있는 정보매개자가 꼭 필요하다. 그 역할의 적임자가 공공도서관의 사서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