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범의 몸펴기칼럼]공명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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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의 몸펴기칼럼]공명에 대해서..
  • 이범
  • 승인 2017.03.08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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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명이 ‘완전히’ 트여 있을 때 몸이 최적의 상태가 된다'

 

본지는 '몸 펴면 살고 굽으면 죽는다'의 저자이며 몸펴기생활운동 연구소장이었던 고 이범 선생의 몸펴기 칼럼을 부인이신 김철미 여사(백산서당 대표)와 몸펴기생활운동 연신내운동원의 허락을 얻어 연재키로 했다.

평생을 우리의 잘못된 생활로 몸이 굽어져 온갖 병의 괴로움을 벗어나는 몸건강운동에 열과 성을 다했던 이범 선생의 칼럼을 통해 스스로의 몸을 살펴 돌아보고  몸펴기생활운동으로 모두의 건강을 되찾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편집자주)


 

공명에 대해서/이범의 몸펴기칼럼

 

사람에게는 다른 척추동물에게는 없는 중요한 기관이 하나 있다. 바로 공명(空明: 하늘과 땅 사이의 비어 있는 곳. 그 동안 “밝게 비어 있는 곳”이라는 의미로 사용돼 왔는데, 실제로 사전적 의미에서는 空中, 즉 비어 있는 곳이 맞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 공명이라는 말을 계속 사용해 왔기 때문에 앞으로도 이 기관의 이름으로 계속 사용하기로 한다)이라는 것이다.

이 기관은 방광 바로 위, 충수의 왼쪽, 직장이 시작되는 지점의 오른쪽, 작은창자 밑에 있다. 사람들이 보통 하단전이라고 말하는 지점과 같은 위치에 있다. 배꼽 아래로 한 치 다섯 푼 되는 곳, 즉 배꼽에서 손가락 세 개를 횡으로 포개 놓은 만큼 밑에 있다.

내장기관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사람의 이 공명의 크기는 자기 주먹보다 조금 작을 것 같다.

“내장기관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사람”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내장기관에 실제로 문제가 있는 사람은 이 공명에 위에 있는 내장기관이 밀려 내려와(하수돼 있어) 공명이 작아지거나 심한 경우에는 아주 없는 사람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조금 작을 것 같다”고 표현한 이유는 실제로 크기를 재 본 것이 아니라 해부도에 나와 있는 크기를 가지고 실제 크기를 유추해 본 것이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해부도를 보면 위의 그림과 같이 이 지점은 아무런 내장기관 없이 그냥 빈 구멍처럼 뻥 뚫려 있다.

물론 잘못된 해부도를 보면 다음 그림에서 보듯이 이 부분은 장기로 꽉 차 있다. 소장이 바로 방광 위까지 밀려 내려와 있어 방광을 누르고 있는 것이다.

이 빈 구멍이 실제로 담당하는 중요한 역할을 모르고 있기 때문에, 그리고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내장이 하수돼 있어 이 비어 있는 구멍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그렇게 그렸을 것이다.

 

 

 

 
이 빈 구멍의 유래에 대해 그 동안 우리는 잘못 알고 있었다. 엄마 뱃속에 있을 때 산소를 모아 놓고 있다가 필요할 때 가져다 쓰던 기관, 즉 공기주머니 역할을 하는 기관이 존재한다고 알고 있었다.

그런 기관이 세상에 태어나서도 남아 있어 역할을 바꾸어 공명의 역할을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런 얘기는 도대체 말도 안 되는 소리이다.

엄마 뱃속에 있을 때 산소를 공급하는 방식은 혈액, 즉 피를 통해서다. 공기주머니가 따로 있어 거기에 산소를 모아 놓았다가 필요할 때마다 가져다 쓰는 것이 아니라 엄마의 피가 산소를 머금고 있다가 태아의 몸을 돌면서 태아에게 필요한 산소를 공급해 주는 것이다.

공기주머니에 산소를 모아 놓고 있다가 필요할 때마다 가져다 쓴다는 것은 사람의 몸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이나 할 수 있는 얘기이다.

 


1. 공명의 유래

그러면 공명은 어디에서 유래했을까?

포유류형 파충류에서 포유류로 진화하는 과정과, 포유류 중에서도 영장류가 완전한 직립을 이루는 인간으로 진화하는 과정을 이해하면, 왜 인간에게 공명이라는 그야말로 아무 것도 없는 것이 이 지점에 형성돼 있는지 알 수 있게 된다. 인간으로 진화하는 과정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가 바로 공명인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2억 5천만 년 전에는 이 지구의 대기 중 산소의 밀도는 30% 정도 됐다. 지금 산소의 밀도가 20% 정도 되니까 엄청나게 산소가 많은 시기였다.

그런데 이때 큰 사건이 일어났다. 이 사건 때문에 지구 대기 중 산소의 밀도는 10% 정도로 떨어졌다. 지구상에 저산소의 시대가 온 것이다. 물론 하루아침에 30% 대에서 10% 대로 떨어진 것이 아니라 수천만 년에 걸쳐 조금씩 떨어졌겠지만, 그럼에도 이 지구상의 생명체에게는 엄청난 재앙이었다.

그 사건이란 바로 해저 저 밑 깊숙이에 묻혀 있던 가스하이드레이트가 폭발해 지표를 뚫고 나온 것이다. 그 규모가 엄청나 지금도 유럽과 북아메리카 사이에는 지름 2km나 되는 직각의 구멍이 수천 개가 남아 있다고 한다.

이렇게 대규모로 가스하이드레이트가 분출한 것은 지구의 온도가 4~5도 상승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렇게 지구의 온도가 상승한 것은 엄청난 양의 용암이 분출됐기 때문이다.

동시베리아에서 서시베리아에 이르는 2천km의 길이에 100km 폭의 넓이에 해당되는 지점에서 엄청난 양의 용암이 분출됐다. 이로 인해 지구의 온도가 4~5도나 상승했던 것이다.

가스하이드레이트란 무엇인가?

보통 천연가스는 지하의 높은 온도 때문에 기체 상태로 존재하지만, 알래스카나 시베리아 같은 동토 지역의 깊은 땅속이나 수심 300~1,000m의 바다 밑처럼 30기압 이상의 높은 압력과 함께 온도가 0도 가까이 내려가면 천연가스가 물과 결합해 고체 상태로 변한다.

매장량이 무궁무진해 석유가 고갈된 후 차세대 친환경 에너지로 주목을 받고 있는데, 친환경 에너지인 이유는 천연가스가 산소와 결합해 타고 나면 물만 남기 때문이다.

울릉분지에 현재까지 발견된 부존량으로는 세계 5위의 가스하이드레이트가 매장돼 있어, 우리나라에서도 사업단을 발족시켜 이의 실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가스하이드레이트는 온도가 몇 도 상승하거나 기압이 낮아지면 물과 분리되면서 메탄가스로 변한다. 예컨대 묻혀 있던 가스하이드레이트가 상온의 대기 중에 나오면 금방 물과 분리되면서 매탄가스를 발생시킨다.

그런데 2억 5천만 년 전 엄청난 용암의 분출로 지구의 온도가 4, 5도 높아지자 바닷물의 온도도 상승했다. 바닷물의 온도가 상승하자 해저에 묻혀 있던 가스하이드레이트가 물과 분리되면서 대규모로 메탄가스를 배출하기 시작했다.

메탄가수의 배출은 또 다른 재앙을 낳았는데, 메탄가스는 이산화탄소보다 40배는 더 지구를 온난화시키기 때문이다. 메탄가스가 지구의 온도를 더 올렸고, 이는 또 해저에 묻혀 있던 더 많은 가스하이드레이트를 물과 메탄가스로 분리시키게 했다. 또 대기 중에 있는 메탄가스는 산소와 결합해 산화되어 물이 되고 말았다.

가스하이드레이트의 대폭발은 지구의 생물종 중 95%가 멸종할 정도로 높은 열을 발생시켰고, 지구에 있는 산소와 결합해 타면서 산소를 30% 대에서 10% 대로 떨어뜨렸다. 멸종된 동물은 이런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서 멸종된 것이고, 살아남은 생물종은 이렇게 급격하게 나빠진 환경에 적응해야 했다.

열에는 견뎌 살아남은 생물종, 특히 동물에게 문제는 산소의 부족이었다. 동물은 움직이는 생물인데, 산소가 부족하면 충분히 움직이기가 어려워진다.

동물은 당이 산소와 결합돼 타면서 나오는 에너지로 움직일 수 있는데, 산소가 부족하면 당이 있어도 태울 수가 없기 때문이다.

동물이 움직이기가 어려워지면, 먹이활동을 충분히 하기가 어려워질 뿐 아니라 더 큰 문제는 다른 동물에게 잡아먹히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환경에서는 몸을 변화시켜야 살아남을 수 있다. 몸을 변화시키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현재 주목하고 있는 것은 공룡으로의 진화와 포유류로의 진화 두 가지의 길이다.

그 진화의 핵심에는 저산소 시대를 극복하는 방법이 들어 있다. 대기 중 산소의 농도가 급격히 떨어졌는데, 이런 조건에서도 호흡기관을 변화시켜 산소를 효율적으로 흡수하는 방법을 고안해 내면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이다.

포유류로 진화한 동물종은 흉강(胸腔) 쪽의 갈비뼈는 남겨 두고 복강(腹腔) 밖을 에워싸고 있는 갈비뼈를 없애 버렸다.

지금 우리의 몸을 보면 갈비뼈가 퇴화한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다. 흉추 10번까지는 뒤에서 연결되는 늑골(肋骨=갈비뼈)이 어떤 형태로든 앞의 가운데에 있는 뼈인 흉골(胸骨)과 연결이 되지만, 흉추 10번과 11번은 흉골과 연결이 되지 않는다.

더구나 요추에서 나오는 늑골은 약간 형태만 남아 있어 예전에는 배를 에워싸고 있는 뼈가 연결돼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횡격막을 강화하고 발전시켜 횡격막이 최대한 밑으로 내려갈 때 깊은 호흡이 가능할 수 있게 진화했다.

횡격막이 밑으로 많이 내려가면 갈수록 허파꽈리의 면적이 더 넓어져 좀 더 넓은 면적에서 산소를 흡수할 수 있게 되기 때문에 그만큼 효율성이 증대된 것이다.

 

배를 에워싸고 있는 갈비뼈를 퇴화시킨 것은 횡격막이 최대한 밑으로 내려갈 수 있게 하기 위해서였다. 갈비뼈가 배를 에워싸고 있으면, 그 뼈에 막혀 배가 들어갔다 나갔다 하면서 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복식호흡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여기에다 앞쪽의 늑골은 상당히 길게 경골(硬骨)이 아니라 연골(軟骨)로 돼 있는데, 이 또한 가슴을 최대한 펴서 허파꽈리의 면적을 넓히기 위한 것이다.

경골로 돼 있으면 신축성이 없어 가슴이 더 펴지지 않는데, 연골로 돼 있기 때문에 숨을 들이쉴 때 가슴을 더 펼 수 있게 것이다.

갈비뼈가 나갔다고 했을 때 실제로 금이 간 부분은 거의 대부분 이 연골이다. 연골은 금이 가도 한 달 전후면 저절로 아물게 돼 있다.

갈비뼈에 금이 갔다고 했을 때 거의 대부분은 이 연골에 금이 간 것인데, 여기에 깁스를 하고 병원에 입원해 누워 있을 필요는 없다는 말이다.

포유류는 배를 에워싸고 있는 뼈를 퇴화시킴으로써 말 그대로 포유류로 진화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배를 에워싸고 있는 뼈가 없어지자 뱃속에 일정 기간 새끼를 키우다가 세상에 내보낼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졌다.

이 공간이 없기 때문에 진화의 과정에서 파충류 이하 단계의 동물은 새끼를 알로 배출시킬 수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파충류 이하의 동물은 부모와 자식 간에 유대감이 없고, 또 유대감이 없기 때문에 일정한 사회를 형성할 수 없었다.

포유류가 되면서 생겨난 부모와 자식 간의 유대감은 가족이라는 가장 초보적인 사회를 형성할 수 있게 했다.

물론 조류에게도 초보적인 가족관계는 존재한다. 알을 까고, 깐 알을 품고, 새끼가 태어나면 홀로 생존할 수 있을 때까지 돌본다.

그러나 여기까지가 끝이다. 더 고도한 사회로는 발전하지 못한다. 포유류도 어미가 여기까지만 역할을 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가장 초보적인 가족관계를 발전시켜 보다 복잡한 사회를 형성하고 사는 포유류도 많이 있다.

공룡은 포유류보다 훨씬 더 기발한 방식으로 저산소 시대를 극복했다. 파충류 중 공룡으로 진화한 종은 기낭(氣囊: 공기주머니, air-sac)을 만들어 냄으로써 저산소 시대를 극복했던 것이다.

현재 조류(鳥類)의 조상이 공룡이라는 것은 정설로 돼 있다. 그 이유는 공룡이나 새 모두 기낭이라는 호흡기관을 가지고 호흡하기 때문이다.

물론 조류의 더 직접적인 조상은 공룡 중에서도 중생대에 나타난 날아다니는 공룡인 익룡(翼龍)이지만 말이다.

공룡의 기낭은 공기가 들어오는 입구와 나가는 출구는 같지만, 들어오는 길에서 산소를 흡수하고 나가는 길에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이 방식이 얼마나 탁월한가는 포유류의 호흡방식과 비교해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포유류는 복식호흡을 통해서 호흡하지만 숨을 내쉰 상태에서 허파 안에는 아직 대기 중의 공기보다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높고 산소의 농도가 낮은 공기가 남아 있다.

그런 상태에서 다시 대기 중의 공기를 들이마신다. 기낭의 호흡 방식에서는 대기 중의 공기와 똑같은 농도의 산소에서 산소를 흡수한다. 기낭을 가진 공룡의 호흡방식은 포유류의 것보다 세 배 정도 효율성이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렇게 호흡에서 훨씬 더 효율적인 방식을 가지고 있던 공룡은 멸종되고 그 후예인 조류만 살아남은 반면, 현재 포유류는 지구상에서 먹이사슬의 맨 꼭대기에서 최고의 번영을 구가하고 있다.

이 또한 아이러니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자연의 논리는 냉철하다는 것을 이해하면 이러한 사실은 아이러니가 아니다. 순리에 따라 그렇게 되었을 뿐이다.

너무 효율적인 호흡법을 채택한 공룡은 점차 덩치가 커지기 시작해, 드디어 이 지구상에서 먹이사슬의 정점에 서게 됐다.

반면 덩치가 작은 포유류는 이 무시무시하게 덩치가 크고 무서운 공룡을 피해서 숨어 살아야 했다. 그러다가 어느 시점에 이런 장점과 단점이 완전히 뒤바뀌게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화성과 목성 사이를 떠돌던 두 소행성이 충돌하면서 생긴 지름 10km 정도의 운석 중 하나가 6,500만 년 전 멕시코 일대를 덮쳤다. 이 운석 충돌의 위력은 실로 대단해서 지구상의 공룡을 멸종시켰다.

그 이유는 이렇다. 이 운석의 충돌이 얼마나 큰 에너지를 발생시켰는지는 이때 충돌로 10km 이상의 파편 300개와 지름 1km 이상의 파편 14만 개가 생겼는데, 이것들이 지구의 인력을 뚫고 밖으로 튕겨져 나가 ‘밥티스티나’라는 소행성군이 됐다는 사실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운석 충돌 후 생긴 어마어마하게 많은 먼지가 전 지구상의 하늘을 뒤덮었다. 이 때문에 충분한 양의 햇볕이 땅에 도달하지 못해 식물이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온도는 내려가 추운 지구가 됐다. 먹을 것도 별로 없고 춥기만 한 이런 환경을 덩치 큰 공룡은 견뎌내지 못하고 멸종하고 말았고, 덩치가 작은 포유류는 이 어려운 조건을 뚫고 일부 살아남을 수 있었다. 이후 공룡의 시대는 가고 포유류의 시대가 왔다.

공명의 유래와 관련해서 여기까지 얘기한 것은 이미 과학적으로 입증된 것만을 썼다. 그러나 다음 얘기는 필자가 유추해 본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미리 밝혀 둔다.

사실 그 동안 공명에 대해서는 알지도 못했고 관심도 없었기 때문에 당연히 이에 대한 연구는 전혀 없었다. 필자는 공명에 대해 연구하면서 포유류 단계에 공명이 이미 발생했는지, 아니면 영장류에서 인간으로 진화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것인지 오랫동안 추론을 해 보았다.

현재로서는 인간 이전의 단계에는 공명과 같은 것이 필요가 없었다는 결론을 내리고 이 글을 쓰고 있다. 포유류는 자연스럽게 복식호흡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필자의 유추가 반드시 맞을 것이라고 고집하고 싶지는 않다. 언젠가는 공명의 중요성을 알고 관심을 가지고 발생해부학(發生解剖學)적인 관점에서 규명이 될 것으로 믿고 현재 필자가 할 수 있는 얘기만 하기로 하겠다.

횡격막이 발달하면서 복식호흡을 하게 된 포유류가 인간으로 진화하는 과정에서 커다란 문제에 부딪혔다.

네 발로 기어 다닐 때에는 장기가 별로 눌리지 않아 장기가 잘 굳지를 않았고, 따라서 복식호흡을 하는 데도 별 지장이 없었다.

장기가 부드럽기 때문에 횡격막이 아무런 장애를 받지 않고 밑으로 쭉 내려갈 수 있었다. 그런데 직립을 하려고 하니 몸이 굽으면서 장기가 하수돼 굳는 것이 문제가 됐다.

장기가 하수돼서 굳으면 장기에 이상이 생길 뿐만 아니라 호흡 역시 짧은 흉식호흡으로 바뀌게 된다. 장기가 굳으면 횡격막이 충분히 내려가지 못해 호흡이 짧아지기 때문이다.

장기가 부드럽게 풀려 있어야 횡격막이 이 부드러운 장기를 누르면서 충분히 내려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복식호흡인 것이다.

흉식호흡으로 숨이 짧아지면 숨이 차서 뛰지를 못한다. 지금은 인간이 맹수의 위협에서 벗어나 있어 맹수가 별 문제가 되지 않지만, 인간으로 진화하는 과정에서는 지금과는 달랐다. 맹수는 인간에게 위협적인 존재였다.

그런데 숨이 차서 뛰지 못하면 맹수에게 잡아먹히게 된다. 뿐만 아니라 숨이 차 빨리 뛰지 못하면 사냥도 할 수 없다.

숨이 차다는 것은 진화의 과정에서는 유적(類的) 존재로서 인간이 성립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결정하는 핵심적인 요소 중 하나였을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진화의 과정에서 만들어 낸 것이 공명이었을 것이다. 방광 위에 빈 공간을 두어 위(胃) 이하 장기가 조금 굳어도 횡격막이 충분히 내려갈 수 있도록 완충장치로 만들어 낸 것이 공명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완충장치가 있어도 현대인들은 깊은 호흡을 하지 못한다. 문명생활 자체가 몸을 심하게 굽도록 하고, 몸이 심하게 굽으면 장기가 심하게 굳어 완충장치가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원시 부족, 예컨대 마사이족을 보면 대체로 몸이 쭉 펴져 있다. 이렇게 몸이 쭉 펴져 있으면 장기가 하수돼서 굳지 않는다.

이런 사람들은 발바닥 전체가 동시에 바닥에 닿는 참으로 아름다운 걸음걸이를 한다. 현대인들도 이들처럼 몸이 쭉 펴져 있으면 이들과 똑같은 마사이워킹을 할 수 있을 것이고, 횡격막이 밑으로 쭉 내려가면서 복식호흡도 할 수 있을 것이다.

 


2. 공명이 막혔을 때 나타나는 증세

이제 공명이 막히는 이유와 공명이 막혀 있을 때 나타나는 증세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1) 만성 피로감

공명이 트여 있다는 것과 내장기관이 제 위치에 있다는 것은 동일한 내용을 달리 표현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공명이 막혀 있다는 것과 내장기관이 하수돼 있다는 것 역시 동일한 내용을 달리 표현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허리가 쭉 세워져 있고 어깨가 펴져 있으며 목이 제대로 들려 있으면, 장기도 원래 있어야 할 제 위치에 있게 된다. 그러면 비어 있어야 할 곳이 비어 있게 되는데, 이를 두고 공명이 트여 있다고 표현한다.

이와 반대로 허리가 구부러지고 어깨가 움츠러들어 있으며 고개를 숙이고 있으면, 내장기관이 밑으로 밀려 서로 누르고 눌리면서 딱딱하게 굳게 된다.

뿐만 아니라 굳어 있는 내장기관이 내려와 공명을 채워 빈 공간이 사라지게 된다. 공명이 막혔다는 것은 이런 상태를 지칭한다.

공명이 ‘완전히’ 트여 있을 때에는 정말로 몸이 최적의 상태가 된다. 고개를 제대로 들고 있으므로 머리가 맑고, 얼굴에 있는 눈, 코, 귀, 입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게 되며, 목에도 아무런 이상이 없게 된다. 어깨가 펴져 있으니 어깨나 팔에도 아무 이상이 없게 된다.

모든 장기가 제자리에 있어 전혀 눌리지 않게 되므로 장기가 편안해진다. 횡격막이 충분히 내려갈 수 있으므로 숨이 차지 않을 뿐만 아니라 호흡이 깊고 편안해진다.

심장 또한 눌리지 않게 되므로 맥박 또한 안정된다. 허리가 세워져 있으므로 허리나 다리가 아프지 않게 된다.

그러나 현대인들의 공명은 ‘완전히’ 트여 있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예외적으로만 이런 사람이 있을 뿐이다.

이는 앞에서 지적했듯이 노동이나 생활의 형태, 심지어는 놀이의 형태까지 다 몸을 굽히고 하게 돼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원시적인 생활을 하는 부족들을 보면 몸이 쭉 펴져 있어 공명이 거의 완전하게 트여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준다.

어쨌든 이런 문명 생활을 일거에 버리고 원시생활로 돌아갈 수는 없는 노릇이므로, 현재로서는 차선으로 공명 틔우는 운동(상체펴기)을 통해 몸을 원래의 상태로 돌리는 수밖에 없다.

공명이 막혀 있는 정도는 사람마다 다르다. 완전히 트여 있는 사람부터 완전히 막혀 있는 사람까지 그 정도는 천차만별이다. 여기에서는 얼마나 막혀 있는지 그 정도를 구별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앞에서 얘기했듯이 공명의 위치는 배꼽 아래로 한 치 다섯 푼 되는 곳, 즉 배꼽에서 손가락 세 개를 포개 놓은 만큼 밑에 있다.

이 지점은 왼쪽과 오른쪽 전상장골의 제일 높은 지점을 연결했을 때 그 정중앙과 일치한다.

누워서 이곳을 검지(집게손가락), 중지(가운데손가락), 약지(약손가락)를 붙여서 세워 찔러 보면 어느 정도 막혀 있는지 간단하게 알 수 있다.

눕지 않고 서거나 앉아서 누르게 되면 상태를 제대로 알 수 없으므로 누워서 눌러 보는 것이 좋다.

완전히 트여 있는 사람은 세 손가락이 빨려 들어가듯이 쑥 들어가게 된다. 비어 있어야 할 곳이 제대로 비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전혀 이곳에 통증을 느끼지 않는다. 장기가 전혀 굳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은 항상 활기가 넘친다. 오장육부가 모두 정상으로 돌아가 아주 건강하기 때문이다.

이와 정반대로 완전히 막혀 있는 사람은 손가락을 대자마자 바로 딱딱한 부위에 닿게 된다. 바로 요추와 닿게 되는 것이다.

누워 있을 때 뱃가죽이 바로 요추와 맞닿는 사람은 공명이 완전히 막혀 있는 것이다. 그 이유는 허리가 완전히 뒤로 굽어 있어 공명이 있는 지점, 즉 중앙의 지점에서 장기가 옆으로 밀려나면서 그 자리에는 아무 것도 없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은 오장육부가 거의 다 제 기능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늘 기운이 없다. 또 소장까지 굳어 있어 영양분을 흡수하지 못하기 때문에 아무리 많이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다.

이보다는 좀 덜해도 손가락을 대 조금 누르면 요추에 닿는 사람은 많이 있다. 역시 허리가 뒤로 많이 가 있는 사람이다.

공명이 완전히 막혀 있는 사람보다는 덜하지만 역시 아무리 많이 먹어도 살이 찌지 않고 늘 피로감을 느낀다.

보통 사람들은 이 지점을 누르면 손가락이 뱃속으로 들어가기는 하지만, 일정한 정도 들어가고는 더 이상 들어가지 않는다.

그리고 정도에 차이는 있지만 통증을 느낀다. 덜 들어가는 사람일수록 더 크게 통증을 느낀다. 이런 사람은 늘 피로감을 느끼지는 않지만, 자주 피로감을 느낀다. 오장육부의 일부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이 지점이 콘크리트 바닥처럼 딱딱하게 굳어 손가락이 전혀 들어가지 않는데, 이런 경우는 장기 전체가 딱딱하게 굳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은 장기 거의 전체에 이상이 있어 병원에 가면 여러 장기에서 수치의 이상을 발견하게 된다.

 


2) 숨이 차거나 수족냉증

숨이 찬 증세와 수족냉증(手足冷症)은 동전의 앞면과 뒷면의 관계에 있다. 우선 평상시에 쉽게 숨이 차게 되는 이유부터 알아보면, 이는 횡격막이 밑으로 충분히 내려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랫배까지 쭉 내려오는 복식호흡이 되지 않고 배꼽보다 위에서 숨을 쉬는 흉식호흡을 하기 때문이다. 심한 사람은 가슴에서 달랑거리는 심한 흉식호흡을 하기도 하는데, 이런 경우가 가장 심각한 흉식호흡을 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생각해 보면 이치는 간단하다. 산에 오를 때에는 누구나 숨이 가빠진다. 물론 웬만한 경사도의 산에서는 숨이 차지 않는 사람도 있다.

다른 사람은 코로 숨을 쉬지 못하고 입을 벌리고 헉헉거리는데도 말이다. 이런 사람은 예외적으로 공명이 트여 있고 폐활량도 대단히 큰 사람이다.

그러나 어쨌든 평지를 걸을 때에는 숨이 차지 않는데, 경사도가 좀 있는 산 같은 데를 가면 숨이 차다. 왜 그런 것일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평상시의 호흡으로는 필요한 만큼의 산소가 충족되지 않기 때문이다. 평지를 걸을 때보다는 경사도가 있는 곳을 걸으려면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 에너지는 산소로 당을 태워서 얻는다. 더 많은 산소가 필요한 것이다. 더 많은 산소를 얻으려면 이산화탄소가 많은 폐 속의 공기를 더 빨리빨리 갈아 주어야 한다.

빨리빨리 숨을 쉬어야 더 산소가 풍부한 공기를 폐 속에 들여 놓을 수 있다. 이것이 숨이 차는 원리이다.

조금만 경사진 길을 올라가도, 더 심한 사람은 조금만 평지를 걸어도 숨이 찬 것은 흉식호흡을 하기 때문이다. 흉식호흡을 하면 허파 꽈리의 면적이 작기 때문에 자기에게 필요한 만큼 충분한 산소를 흡수할 수 없게 된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호흡을 빨리 함으로써 폐 속의 공기를 신선한 것으로 갈아 주는 방법밖에 없는 것이다.

숨이 차다는 것은 필요한 산소를 얻기 위해 폐 속의 공기를 더 빨리 갈아 주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 더 빨리 숨을 쉬는 것이다. 이는 사람이 일부러 의식해서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라 저절로 이루어지는 우리 몸의 반응이다.

사람들은 노인이 되면 으레 숨이 차게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노화현상이 일어나니까 어찌할 수 없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노인들에게 숨이 차는 현상이 보편적으로 나타나게 되는 것은 노인이 돼서 몸이 굽기 때문이다. 노인은 근육이 약화돼 기력이 떨어지면서 자신도 모르게 몸이 굽는다.

그러나 몸살림 운동법을 이용해서 몸을 펴면 노인이 돼서도 몸이 굽지 않을 수 있다. 노인이 돼서도 몸이 굽지 않아 저절로 복식호흡이 이루어지게 되면 젊은 사람과 마찬가지로 숨이 차지 않게 된다.

흉식호흡을 해 산소가 부족할 때 제일 먼저 산소를 보내주어야 할 곳은 우리 몸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곳이다.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곳이 심장과 폐이다. 심장이나 폐가 멈추면 생명이 끊어지게 되니 이는 너무나 당연한 현상이다. 그 다음으로 중요한 곳이 두뇌이다.

인간은 모든 동물 중에서 두뇌가 가장 큰 역할을 하는 존재이다. 다른 동물은 두뇌로 판단하기보다는 주로 본능에 따라 움직이지만, 인간은 주로 스스로의 판단, 즉 두뇌의 지시에 의거해서 행동한다. 인간으로 진화하는 과정에서는 두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인간은 생명을 위협 당하게 된다.

이러한 인간 특유의 생명현상 때문에 두뇌에서 사용하는 산소의 양은 특별히 많다. 두뇌가 인간의 몸무게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밖에 되지 않지만, 흡수한 산소의 20%를 두뇌에서 사용한다.

가장 중요도가 떨어지는 곳이 손과 발이다. 손과 발을 이용해 노동을 해야 먹고살 수 있겠지만, 당장 노동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생명이 위협을 당하는 것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이차적으로 영향을 미칠 뿐이다. 그래서 우선 손과 발에 산소를 보내지 않게 된다. 몸이 차가울 때 제일 먼저 차가워지는 곳이 손과 발인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런데 이보다 더 산소가 부족해지면 아랫배가 차가워지고, 더 나아가면 온몸이 차가워진다. 특별히 추위를 많이 타는 사람이 있는데, 여기에는 그 동안 살아온 환경 탓도 있겠지만 대개는 호흡이 너무 짧아 온몸이 차갑기 때문인 것으로 보면 된다.

필자의 경우에도 온몸이 차가웠다. 추위를 많이 탄 것은 아니지만, 여름에도 겨울 요를 깔고 겨울 이불을 덮었다. 항상 설사를 달고 다녔다.

찬바람만 쐬면 설사가 나와 어느 한 여름에는 복대를 차고 다녔다. 그 뙤약볕 밑에서 복대를 차고 다니는 고역이란……. 뿐만 아니라 조금만 고바위진 길을 올라가려면 그렇게 숨이 찼다. 심지어 육교를 올라가는 것 자체가 고역이었다.

그러나 몸살림운동을 하면서 어느 정도 몸을 펴고 나서는 이런 증세가 모두 사라졌다.

 


3) 오장육부의 질환

현재 의학에서는 내장이 하수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장기하수와 함께 여러 가지 증세가 나타난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러나 장기하수는 그와 함께 동반되는 질환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두산백과사전의 ‘내장하수증’ 항을 보면 다음과 같이 나와 있다.

 


내장하수증[內臟下垂症, visceroptosis]

복강(腹腔) 내의 장기(臟器)가 아래로 늘어진 상태.


이 증세는 대체로 마르고 키가 큰 사람이나 경산부에게서 많이 볼 수 있는 일종의 체질적(무력성 체질)인 것이다.

내장 중에서도 위(胃)와 횡행 결장(結腸)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다. 그러나 내장이 늘어졌다고 해서 반드시 무슨 증세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증세로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으로는 복부의 팽만감, 심와부(心窩部)의 통증, 변비 등이다. 그리고 머리가 무겁고 현기증이 나며 쉽게 피로해지고 작업능률이 떨어지는 등 무력성 체질에서 볼 수 있는 신경증세를 호소하는 일이 많다.

X선 촬영에 의해 진단하는데 위(胃)의 아래 끝이 골반강(骨盤腔)에 내려가 있고 횡행 결장이 배꼽 밑에 가 있는 경우가 많다.

치료 방법으로는 위의 긴장을 높여 주는 약제의 투여, 식이요법 등이 있으며, 생활지도․정신요법도 필요한 경우가 있다.

 


그러나 몸살림운동의 방법론에서 보면 오장육부의 질환 중에서 큰 병은 대개 내장하수 때문에 온다. 내장하수증이란 복강 내의 장기가 아래로 늘어진 상태를 말하는데, 내장이 늘어졌다고 해서 반드시 무슨 증세가 나타나는 것이 아닌 것은 아니다.

이미 앞에서 보았듯이 내장이 심하게 하수돼 있는 사람은 늘 기운이 없다. 이제 각 장기가 늘어졌을 때 어떤 증세가 나타나는지 검토해 보도록 하자.

여기에서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제1부 ( )에서 지적했듯이 근육은 눌리면 굳는다는 사실이다. 이런 가장 기본적인 원리를 무시하기 때문에 장기가 늘어져 서로 누르고 눌릴 때에는 장기가 굳어 큰 이상이 생긴다는 것을 모르게 되는 것이다.

장기도 간을 제외하고는 민무늬근이든 가로무늬근이든 모두 근육으로 구성돼 있다. 근육은 모두 동일한 성질을 가지고 있는데, 밀리거나 당겨지면 원래의 부드러운 상태에서 딱딱한 상태로 굳어서 변형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근육이 원래의 연성(軟性) 상태에서 벗어나 경화(硬化)되면 근육은 더 이상 원래 하던 활동을 원활하게 수향하지 못하게 된다. 장기 역시 여기에서 예외는 아니다.

장기는 각기 역할이 다르고, 그 역할에 따라 운동의 유무와 운동하는 형태도 달라진다.

심장, 폐, 위, 대장, 소장 등은 끊임없이(?) 운동하는 장기이고, 방광, 요도 등은 필요할 때만 문을 여는 장기이며, 나머지는 주로 화학적인 작용으로 자신의 역할을 한다. 운동을 하는 장기는 근육이 굳으면 필요한 운동을 하지 못하고, 화학적인 작용을 하는 장기는 모양이 변형돼 역시 필요한 화학작용을 하지 못한다.

내장이 늘어졌다고 해서 반드시 무슨 증세가 나타나는 것이 아닌 것이 아니라, 반드시 무슨 증세든 나타나게 돼 있다.

위의 사전에서 열거하는 증세는 내장하수와 직․간접으로 연결돼서 나타나는 증세이다. 예컨대 복부의 팽만감이나 심와부통(心窩部痛: 명치 바로 아래가 아픈 증세)은 위가 굳어서 나타나는 증세이고, 변비는 장이 굳어서 나타나는 증세이다.

머리가 무겁거나 현기증이 나는 것은 내장하수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다. 이는 목 근육이 굳어서 나타나는 증세인데, 내장이 하수돼 있는 사람에게 많이 나타나지 않을 수 없다.

내장이 많이 굳어 있는 것은 몸이 굽어서인데, 몸이 굽으면 목 또한 굽으면서 목 근육이 굳기 때문이다.

 


(1) 위

식도를 통해 들어온 음식물은 우선 위의 입구에 해당되는 분문(噴門)을 통해 위에 들어오도록 되어 있다. 이때 이 분문이 열리지 않으면 분문 위에 쌓이게 되는데, 이런 증세를 가지고 체했다고 한다.

체한 증세를 체증(滯症)이라 하는데, 체증은 위가 굳어 있을 때 잘 오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위와 연결돼 있는 자율신경이 약해졌을 때 온다.

구부리고 먹어 등 근육이 굳어 흉추 2번에서 갈라져 나오는 자율신경이 약해졌을 때 분문을 열지 못해서 생기는 현상이 체증인 것이다.

위의 주된 역할은 음식물을 소장으로 보내기 전에 일시적으로 저장하면서 기계적으로 뒤섞는 것이다. 수축과 팽창을 반복하면서 주물럭거려 음식물을 위에서 분비되는 액과 골고루 섞어 주는 것이다.

골고루 섞어 암죽의 상태로 만들어 놓으면, 이 암죽은 십이지장과 연결된 위의 뒷문에 해당하는 유문(幽門)을 통해 자동적으로 십이지장으로 넘어간다. 그러면 소화가 잘 되는 것으로 느낀다.

소화가 잘 안 된다는 것은 위가 굳어 있어 수축과 팽창 활동을 통해 주물럭거리는 일을 잘 하지 못한다는 것을 말한다.

주물럭거리지 못하니까 암죽의 상태로 만들어 내는 것이 힘들다. 암죽의 상태로 만들어야 유문을 통해 부드럽게 십이지장으로 넘어가는데, 이것이 잘 안 될 때 속이 더부룩하고 불편하다고 느낀다. 이런 것 자체가 위가 굳어 있을 때 드는 느낌인 것이다.

위염은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돼서 생기는 것이라고 하는데, 위염은 위가 좀 심하게 굳어 있는 것일 뿐이다. 굳어 있는 위의 근육이 풀리면 위염은 금세 사라지게 된다.

위궤양은 위염을 넘어 위가 헐어 버렸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위궤양 역시 굳어 있는 위의 근육이 풀리면 조만간 사라지게 된다. 근육이 부드럽게 풀리면 헐어 있던 부위는 쉽게 복구되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헬리코박터균에 대해 한마디 하고 넘어가기로 하자.

위와 같은 생명체가 살아남을 수 없는 강산성(强酸性)의 환경에서 이 균이 살아서 번식할 수 있다는 사실 때문에 위염이나 위궤양의 원인을 헬리코박터균이라고 하는데, 이는 옛날 얘기로서 잘못된 것이다.

생명체를 원핵세균, 고세균, 진행생물의 세 영역(domain)으로 나누어 보았을 때 고세균은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조건에서 번식하는 생물을 말한다.

고세균은 섭씨 70도가 넘는 유황온천에서도 번식해 가고, 수천 미터 해저의 섭씨 100도 가까이 되는, 화산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는 조건에서도 잘 살아남아 있다. 헬리코박터균은 일종의 고세균인 것이다.

 


(2) 소장

소장의 역할은 위에서 소화시킨 암죽 상태의 음식물에서 영양분을 흡수하는 것이다. 위나 장에서도 일부 흡수되기는 하지만, 대부분은 소장에서 흡수된다.

소장은 장기 중에서도 가장 부드러운 근육으로 형성돼 있는데, 그 이유는 소장이 너무나 중요한 기관이라 굳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아무리 많이 먹어도 소장에서 제대로 흡수하지 못하면 조금밖에 먹지 않은 셈이 된다. 소장이 굳어서 염증이나 궤양 상태가 되면 소장 역시 기능이 떨어져 영양분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하게 된다.

크론병(Crohn's disease: 소화기관 여러 부위에서 발생하는 만성 염증성 질병)이 소장에서 발생하면 난치성이라고 하는데, 이는 염증이나 궤양 상태에 있는 소장을 반복해서 잘라내다 보면 소장의 길이가 작아져 영양분을 흡수하지 못해 영양실조가 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많이 먹어도 살이 찌지 않아 삐쩍 말라 있는 사람이 있는데, 이는 소장이 굳어 있어 영양분을 흡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의 몸을 보면 앉은 자세에서 허리가 완전히 뒤로 가 있다. 이런 사람이 살이 찌고 싶다면 몸을 펴야 한다.

몸을 펴면 점차 몸무게가 늘어나게 된다. 크론병 역시 몸을 펴기만 하면 저절로 사라지게 된다. 원인을 모른다고 하는 크론병도 결국 몸이 굽어 소화기계통이 눌려서 굳어 있기 때문에 생기는 병인 것이다.

 


(3) 대장

대장의 주된 역할은 소장에서 보내 온 찌꺼기에서 수분을 흡수하고 항문을 통해 밖으로 내보내는 것이다. 대장에서 중요한 것은 대장이 연동운동(蠕動運動: 근육의 수축에 의해 잘록해진 부분이 물결처럼 서서히 퍼져 가는 모양의 운동)을 제대로 하고 있는가이다.

대장은 연동운동을 통해 찌꺼기를 밀어서 앞으로 전진시키기도 하고, 한 곳에 묶어서 모아 놓기도 한다. 이런 운동이 잘 이루어지지 않을 때 설사가 되기도 하고 변비가 되기도 한다.

찌꺼기를 묶어서 모아 놓는 기능이 떨어지면 설사가 되는 것이고, 반대로 밀어서 앞으로 전진시키는 기능이 떨어지면 변비가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는 원인 역시 대장이 굳어 있기 때문이다. 원래 대장 중 횡행결장(橫行結腸)은 배꼽보다 위를 지나가야 하는데, 대장이 많이 하수돼 있는 경우에는 대장이 배꼽보다 밑을 지나가게 된다. 위가 하수돼서 장을 누르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장 근육이 굳게 되고, 장이 굳어서 연동운동에 장애가 생기는 것이다. 설사를 많이 하면 과민성대장염(過敏性大腸炎)이라고 하는데, 대장염은 현대의학에서 말하듯이 세균 감염이나 장내용물(腸內容物)의 병적 발효 등으로 인한 것이 아니라 장이 굳어 연동운동 중 잡아 놓는 기능이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변비 또한 현대의학에서 주장하듯이 습관성이나 긴장이 감퇴하거나 항진돼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장이 굳어 내용물을 밀어 내지 못해서 생기는 것이다.

실제로 설사나 변비가 있는 사람의 장을 눌러 보면 장이 단단하게 굳어 있는 것이 손에 만져진다.

아랫배가 쌀쌀 아프면 설사가 나오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대장이 눌려서 굳어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아랫배에 찬바람을 쏘이면 설사를 하게 되는 것은 찬바람이 그렇지 않아도 굳어 있는 장을 더 굳게 하기 때문이다. 아랫배가 아프다는 것은 대개 장이나 다음에 얘기할 방광이 굳어 있기 때문이다.

 


(4) 방광

방광 역시 대부분의 이상은 근육이 굳어 있기 때문에 생기는 것으로 보면 된다. 오줌을 자주 찔끔찔끔 누는 빈뇨(頻尿)는 현대의학에서 보는 것처럼 요로계(尿路界)의 감염으로 방광을 자극함으로써 잦은 배뇨가 유발되는 것이 아니라 방광이 눌려서 굳어 있기 때문에 생긴다.

방광의 임무는 신장에서 걸러낸 우리 몸에 불필요한 물질이 요로(尿路)를 타고 내려오면 이를 모아 놓았다가 요도(尿道)를 통해 밖으로 내보내는 것이다.

그런데 방광이 굳어 있으면 오줌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기 때문에 모아 놓지를 못하고 바로바로 밖으로 배출하지 않을 수 없게 되는데, 이런 증세가 빈뇨인 것이다.

오줌을 자주 누는 사람은 치골(恥骨) 바로 위를 눌러 보면 통증을 느끼게 되는데, 이곳이 바로 방광이다.

방광염(膀胱炎) 역시 현대의학에서 얘기하듯이 세균 감염이 주요 원인이 아니라 방광이 굳어 있는 것이다. 현대의학에서는 원인 세균으로 대장균이 가장 많고 포도상구균, 연쇄상구균, 임균, 결핵균 등에 의한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 이런 균은 원인이 아니라 단지 방광에서 많이 발견되는 균일 뿐이다.

방광염이 아무리 심해도 방광 위의 하수된 장기를 올려 주고 나서 방광을 쳐서 힘을 가하면 방광염으로 인한 통증은 금세 사라진다.

학생들 중에 쉬는 시간에 소변을 보지 못하면 수업시간 내내 오줌이 마려워서 전전긍긍하는 아이들이 있는데, 이 역시 방광이 굳어 있기 때문이다.

연세가 들면 자주 오줌을 누게 되는데, 이 또한 방광이 굳어 있기 때문이다. 전립선이 비대해지면 전립선이 방광을 눌러 자주 오줌을 눈다고 하는데, 이는 부차적인 원인일 뿐이다.

연세가 들면 몸이 더 꼬부라지면서 소장이 바로 방광이 누르게 되기 때문에 그러는 것일 뿐이다.

 


(5) 신장

신장에 생기는 대부분의 질환 역시 그것이 어떤 이름을 가진 것이든 신장이 하수되면서 눌리고 굳어서 생기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현대의학에서는 신장의 질환은 더 악화되지 않게 하는 것을 치료의 목적으로 삼고 있는데, 이는 ‘오른쪽’ 신장이 눌려서 아래로 쳐져 있기 때문이라는 간단한 사실을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오른쪽 신장이라고 한 것은 평상시에 왼쪽 신장은 기능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왼쪽 신장은 오른쪽 신장에 큰 이상이 생겼을 경우를 대비해 예비용으로 준비해 놓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실제로 오른쪽 신장에 큰 이상이 발생해 이를 떼어 내는 수술을 해도 왼쪽 신장만으로도 정상의 70% 정도 기능을 하기 때문에 사람이 죽지는 않게 되는 것이다.

물론 신장을 떼어 내면 살면서 음식을 조심해야 하므로 아무래도 불편하기 때문에 신장을 떼어 내지 않고 살려 두는 것이 더 좋지만 말이다.

더구나 신장을 떼어 내면 그 빈자리에 위에 있는 장기가 밀려 내려와 다른 장기를 누르게 되기 때문에 좋을 것이 하나도 없다.

오장육부가 제자리로 돌아가면 신장 역시 제자리로 돌아가 신장의 근육이 풀리게 돼 있다. 근육이 풀리면 신장 역시 원래의 상태로 돌아가 원활하게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게 돼 있다. 신장이나 췌장, 간 등이 좋지 않은 사람을 보면 공통점이 있다.

몸이 전반적으로 구부러져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특히 앉거나 눕거나 서 있을 때 보면 오른쪽이 기울어져 있다. 골반이 왼쪽으로 올라가면서 어깨가 오른쪽이 왼쪽보다 밑으로 내려와 있는 것이다.

이런 사람은 전반적으로 몸을 펴면서 오른쪽과 왼쪽이 똑같아지면, 이런 곳에서 생긴 질환은 저절로 사라지게 된다. 이런 장기는 모두 오른쪽에 있기 때문이다.

신장의 기능은 우리 몸에서 쓰고 남은 불필요한 물질, 그 중에서도 특히 질소 노폐물을 걸러 내는 것이다. 자고 나면 아침에 몸이 붓는 사람은 신장에 이상이 있어서 그런 것으로 보면 된다.

이런 부기는 대개 조금 시간이 지나면 풀리지만, 신발을 신을 수 없을 만큼 팅팅 부었다가 저녁때까지도 제대로 풀리지 않는 사람도 있다. 이런 사람은 신장의 기능이 상당히 많이 떨어져 있어서 그런 것이다.

신장은 밤에 잘 때에는 상당 부분 기능을 정지하고 있는데, 이때 불필요한 물질을 덜 걸러 내게 된다. 이 불필요한 물질이 몸을 떠돌 때 몸이 붓게 되는 것이다.

부은 것이 조금 있으면 풀리는 것은 신장이 정상적으로 기능을 발휘해 불필요한 물질을 걸러 내기 때문이다. 아침에 조금 부었다가 바로 풀리는 정도면 신장이 조금 좋지 않은 것이다.

근육을 손가락으로 누르면 압흔(壓痕: 눌린 자리가 원상태로 돌아오지 않고 한동안 그대로 있는 흔적)이 생기는 부종(浮腫)은 신장이 대단히 좋지 않을 때 생기는 질환이다. 신장이 제자리로 돌아와 신장 근육이 풀리면 부종 역시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6) 간 외

간은 근육세포가 아니라 간세포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간이 눌려서 굳어도 통증을 느끼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이 있는 부위에서 통증을 느끼는 것은 간이 삐져나와 갈비뼈에 눌리면서 간 바깥의 오른쪽 갈비뼈 밑에 있는 근육이 눌려서 굳어 있기 때문이다.

손가락으로 오른쪽 갈비뼈를 중앙부터 따라 내려가면서 눌러 보아 중간쯤에서 통증을 느낀다면 이는 간에 이상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부위의 근육이 굳어 있는 것이다.

신장이 불필요한 물질을 걸러 내는 일을 한다면, 간은 독성 있는 물질을 분해해서 몸에 필요한 물질로 만들어 내거나 신장에서 걸러 낼 수 있는 물질로 만들어 내는 역할을 한다.

간암 말기까지 진전돼 간의 기능이 현저하게 떨어지면 복수가 차게 되는데, 이는 독성이 있는 물질을 분해해서 제거하지 못해 이것이 물과 함께 배에 차 있기 때문이다.

신장의 기능이 떨어져 불필요한 물질을 걸러 내지 못하면 이는 간에 큰 부담 주게 된다. 그런데 신장이나 간 모두 오른쪽에 있기 때문에 사람의 몸이 오른쪽으로 기울면 간과 신장이 동시에 눌려서 굳어 동시에 기능이 떨어질 확률이 높다.

췌장 역시 약간 오른쪽에 있기 때문에 오른쪽으로 기울면 역시 췌장에도 장애가 올 수 있다. 췌장에서 만들어내는 소화효소는 소화작용을 하지 않는 상태로 분비되어 소장으로 보내져 소장에서만 소화작용을 하게 돼 있다.

췌장에서는 스스로 소화되는 것을 막는 물질을 분비하여 췌장을 소화시키지는 않는다. 췌장염이라는 것은 췌장에서 분비한 소화효소가 어떤 이유로 췌장에서 소화작용을 해 췌장을 소화시키면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라고 하는데, 이 역시 췌장이 눌려서 굳어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증세라고 할 수 있다.

췌장이 눌려서 굳어 소화되는 것을 방지하는 물질을 만들어 내지 못하게 된 것이 췌장염인 것이다. 췌장염 역시 몸을 펴면 굳은 췌장의 근육이 풀려 저절로 해결된다.

십이지장의 염증이나 궤양 역시 같은 원인으로 해서 발생한 것이다. 다른 내장기관, 예컨대 전립선의 이상 역시 많은 부분이 몸이 굽어 그 장기의 근육이 굳어 있어서 생긴다.

이렇게 내장하수는 현대의학에서 보듯이 내장이 늘어졌다고 해서 반드시 무슨 증세가 나타나는 것이 아닌 것이 아니라, 반드시 무슨 증세든 나타나게 돼 있는 것이다. 자율신경이 눌려서 잘 통하지 않을 때에도 그 장기에 이상이 올 수 있지만, 그보다는 장기가 눌려서 굳어 큰 병이 되는 것이다.

 


(7) 화병은 내장하수의 종합병

화병은 주로 나이든 여성에게 나타난다. 화병은 남편의 외도나 잘못된 술버릇, 시집 식구들의 구박 등으로 강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데, 부인이 이를 해소하지 못하고 화가 쌓여서 오는 정신질환이라고 한다.

우울증, 두통, 오장육부 중 하나 이상의 지독한 통증 등이 복합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한다. 1996년 미국정신과협회에서는 이 병을 한국인에게만 나타나는 특이한 정신질환의 일종으로 공인하고, 정식 명칭을 화병의 알파벳 표기인 'hwabyung'으로 정했다고 한다.

그런데 요즘에는 화병은 나이든 여자뿐만 아니라 젊은 여자에게도 상당히 많이 나타나고 있다.

심지어는 청소년들한테도 나타나고 있는데, 일례로 중고등학생들이 누구한테 화가 나서 복수를 하겠다는 극단적인 얘기가 사이버공간에 버젓이 올라오고 있는 실정이다.

왜 예전에 없던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것일까? 왜 이렇게 사람들이 화가 나 있는 것일까?

다른 병과 마찬가지로 화병에 대해서도 현대의학의 기존 관점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왜 발병의 범위가 넓어지고 있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근본적인 것은 화병이 우선 정신질환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정신질환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육체적 질환의 고통이 정신적 고통으로까지 이어지면서 나타나는 병인 것이다. 화병 자체는 정신질환이 아닌데, 그 동안 화병이 나타나는 현상만 보고 정신질환으로 잘못 알고 있었던 것이다.

이는 한방도 마찬가지다. 한방에서는 화 또는 적이 찼다고 하면서 이를 삭이는 약을 먹으라고 하는데, 이는 기본적으로 화병이 왜 생기는지 전혀 모르고 있기 때문에 내리는 처방에 지나지 않는다.

몸을 네 가지로 구분하면서 체질별로 다른 약을 먹으라고 하는 사상의학에서 보는 방법도 구름 잡는 얘기에 지나지 않는다. 화라는 것 자체가 무엇인지 전혀 모르고 있는 것이다.

화병은 몸이 많이 굽어 내장기관이 심하게 굳어 있고 등과 목까지 굽어서 굳어 있기 때문에 여러 가지 증상이 함께 동반돼서 나타나는 질환이라고 보아야 한다. 보통 화병의 증세에 대해 가슴이 답답한 것을 주로 지적하는데, 이는 화병에 나타나는 여러 가지 증세 중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화병이 있으면 항상 가슴이 답답하다고 느끼니 이를 주로 지적하는 것일 뿐이다.

가슴이 답답한 것은 명치 아래 부위에 화 또는 적이 차 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이는 화(火: 가슴이 번거롭고 답답해지는 것)나 적(積: 한방에서 五臟의 일정한 부위에 있다고 하는 덩어리)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위장의 입구에 해당되는 분문 주변의 근육이 딱딱하게 굳어서 이 부분에서 나타나는 통증을 그렇게 느끼는 것일 뿐이다.

이 부분을 가슴으로 생각하고 가슴이 답답하다고 느끼는 것이다. 위를 손가락으로 쳐서 위에 힘을 가해 위 근육을 풀어 주면 화 또는 적이라고 하는 것은 금세 사라진다.

한방에서 얘기하는 화 또는 적이라는 것은 실은 위의 앞문에 해당되는 분문이 심하게 굽어 있는 것을 잘못 알고 있는 것이다.

화병에 걸려 있는 여자 분은 별다른 이유 없이 집안 식구들을 원망한다. 옛날 대가족제도 하에서 살 때에는 우선 시집 식구들을 원망했다.

본인은 열심히 잘하려고 하는데 시어머니, 시누이가 공연히 트집을 잡는다는 데서 시작해 시집 식구들을 원만하고, 나아가면 남편을 원망하고, 급기야는 자식들마저 자신의 속마음을 알아주지 않는다고 원망한다.

요즘 같은 핵가족 시대에는 원망할 대상이 남편과 자식밖에 없다고 할 수 있다. 남편이라고 하나 있는 게 매일 술이나 마시고 늦게 들어오고 마누라는 눈곱만큼도 생각해 주지 않는다고 원망한다.

그런데 이렇게 식구를 원망하는 것은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어서다. 화병에 걸리면 가슴만 답답한 것이 아니라 몸의 여러 군데가 항상 긴장하고 아파 짜증이 나 있게 된다. 몸이 여기저기 너무 아파서 짜증을 내게 되는 것이다.

짜증을 많이 내는 것을 천성이 그래서라고 잘못 생각하고 있는데, 어른이든 아이든 그것이 병이라는 것으로 드러나든 않든 간에 몸이 아프면 짜증이 나게 마련이다.

뿐만 아니라 앞에서 보았던 대로 공명이 꽉 막혀 있으니 항상 기운이 떨어져 만사가 귀찮고, 여기에다 등이 심하게 굽어 우울증까지 겹치게 되면 항상 고립감을 느끼고 사는 것 자체가 싫어지게 된다.

화병이 도져 몸이 너무나 아파 1주일 정도 병원에 입원하면서 이런저런 진단을 다 받아 보아도 아무런 병도 없는 것으로 나오지만, 실은 종합병동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몸이 엉망진창이다.

가슴이 답답할 뿐만 아니라 위도 아프고 대장도 아프고, 특히 하단전이 있다고 하는 곳, 바로 공명이 있는 지점도 너무나 아프다. 이는 앞에서 보았던 데로 위와 대장, 소장이 굳어 있기 때문에 느끼는 통증이다.

화병은 오장육부의 병이기도 한 것이다.

화병에 대해 알고 있는 의사를 만나면 그래도 다행이다. “화병이군요. 스트레스 받지 않도록 조심하세요!”라는 위로조의 조언이라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화병을 모르는 의사를 만나면 아파서 죽겠는 사람한테 창피만 준다. 조사를 해 보고 아무런 결과도 나오지 않으니까 위아래로 훑어보고는 이 할머니 공연히 꾀병 부린다는 듯이 눈총을 준다. 그리고 쌀쌀맞게 쏘아 붙인다. “아무 병도 없으니 돌아가세요!”

이런 상태에서 화병 환자는 가족의 평안을 위해 정신력으로 참고 버티려고 노력하지만, 정신력에는 어디까지나 한계가 있게 마련이다. 어쩌다 한번 증세가 폭발하면 걷잡을 수가 없게 된다.

소리소리 지르고 울면서 남편부터 원망하기 시작한다. 자식들도 참다 참다 더 못 참아 “어머니, 그만 좀 하세요!”라고 한마디 할라치면, 다음에는 화살이 자식들에게 돌아간다. 온 집안이 난리법석이 되고 만다.

그 동안의 경험을 종합해 보면 여자의 화병에 불을 지르는 데 가장 핵심적인 요소가 되는 것이 남편의 말과 행동인 것 같다. 남편이 부인에게 자상하게 대해 주는 집에서는 오장육부가 다 하수돼서 여기저기 고장이 나 있어도 이것이 쉽게 화병으로는 진전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남편이 부인에게 함부로 대하고 말도 주변머리 없게 마구 하는 집에서 화병이 쉽게 발병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집안에서는 부부싸움이 잦다.

그렇지 않아도 여기저기 몸이 아파 괴로워 죽겠는데, 남편이라는 작자는 이런 고통을 알아주기는커녕 공연히 꾀병이나 부린다고 타박을 한다.

아니면 술을 먹고 들어와서는 술주정을 한다. 그러면 부인은 그런 남편에게 화가 뻗친다. 화가 뻗치면 몸은 더 굽어 오장육부는 더 굳고 등과 목 역시 더 굽으면서 굳어 버린다. 이렇게 되면 부인은 물불을 가리지 않고 더 화를 내게 된다. 이런 악순환이 거듭되면서 화병이 도지게 되는 것이다.

화병과 함께 오는 증상은 허리디스크, 다리의 당김, 오십견, 견비통, 목디스크 같은 근골계통의 질환에다 우울증, 협심증, 불안초조, 불면증이나 불숙면(不熟眠) 같은 신경계통의 질환도 따르고, 만성 소화불량, 속 쓰림, 얼굴이나 손발의 부종, 빈뇨, 생리통, 생리불순, 자궁근종, 물혹, 만성적인 설사나 변비, 구취(口臭), 복통, 헛구역질이 등 이루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동반되는 증세는 참으로 많다. 화병이 있으면 거의 모든 고통스러운 병이 함께 나타날 수 있다고 보면 된다.

그렇다고 해서 이런 증세는 화병에 따르는 합병증도 아니고, 또 이런 질환 때문에 화병이 생기는 것도 아니다. 화병이란 이런 증세 중에서 일부 또는 전부가 함께 나타나면서 생기는 종합적인 질환이라고 보아야 한다.

또는 이런 질환이 여러 가지 있는 사람에게 화병이 올 수 있다고 해도 맞는 말이 된다. 그 이유는 여자 분들에게 화병은 몸이 심하게 굽어 공명이 꽉 막혀서 오기 때문이다.

화병이 있는 사람에게는 지금까지 얘기한 것만이 아니라 여러 가지 증상이 더 함께 나타난다. 위가 하수돼 굳어 있으니 항상 소화가 안 되고 속이 더부룩하다.

등이 굽어 흉수(胸髓)와 뇌수(腦髓)가 잘 연결되지 않으니 불면증이나 우울증 등 현대의학에서 정신질환이라고 부르는 증상이 오기도 한다.

목이 굽어 목 근육이 굳어 있으니 머리도 아프고 눈도 침침하고 어지럼증이나 이명 현상이 오기도 한다. 사람이 걸릴 수 있는 모든 병에 다 걸릴 수 있는 것이다.

화병이 있는 사람이 발병하면 병원에서 검사해 보아야 아무런 수치도 나오지 않지만, 몸이 너무 괴로워 사는 것이 사는 것 같지가 않은 상태에 있다. 그러니 화병이 있는 사람에게 핀잔을 줄 것이 아니라 얼마나 괴로우면 저럴까 아픈 마음을 가지고 지켜보아야 한다.

특히 우리의 어머니들이 화병으로 고생하고 있으니 더욱더 깊은 이해심을 가지고 보살펴야 한다. 특히 남편이 부인을 따뜻하게 위로해 주도록 노력해야 한다.

남편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부인의 화를 도지지 않게 할 수 있지만, 반대로 남편의 부인을 홀대하는 듯한 말 한마디가 도지지 않을 부인의 화도 도지게 할 수 있다.

화병이 있는 사람에게는 말을 하는 것보다 조용히 앉아서 들어 주는 것이 더 좋다. 말을 들어 주는 것만으로도 화는 많이 풀리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일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라는 데 문제가 있다.

남의 말을 들어 주는 것 자체가, 특히 화병이 도진 사람의 말을 들어 주는 것 자체가 엄청난 자제력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병원에서 화병이 있는 사람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은 스트레스 받지 말라는 얘기밖에 없다. 원인을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면 화병이 크게 도지지는 않게 되겠지만, 세상에 스트레스 받지 말라는 것처럼 무책임한 얘기도 없다. 상황이 그렇게 만들어져서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지, 스트레스를 받고 싶어서 받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몸을 펴고 사십시오!”라고 권하는 것이 맞는 말이고 좋은 것이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몸을 웅크리게 되는데, 평상시에 웅크리고 살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을 때와 똑같은 자세를 하고 살고 있는 것이다.

몸을 펴면 몸이 개운하고 기분이 상쾌해진다. 이것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것이다. 몸을 펴면 오던 스트레스도 뒤로 물러간다. 이 부분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전에 3회에 걸쳐 연재한 “스트레스”를 참조하기 바란다.

화병 역시 몸을 펴면 사라진다. 허리가 서면 오장육부의 근육이 풀어져 편해지고, 등을 펴면 우울증이나 불면증에서 벗어나게 되며, 목을 펴면 편두통이나 이명, 침침한 눈에서 벗어나게 된다. 원리는 간단한 것이다.

그러면 왜 요즘 화병이 발병하는 범위가 넓어지고 있는지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그것은 요즘 사람들의 몸이 예전 사람들에 비해 점점 더 굽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몸이 굽어 가고 있는 이유 또한 간단하다.

서양식 도구, 즉 의자, 소파, 침대의 이용이 보편화되면서 몸이 굽어 가고 있고, 나아가 컴퓨터의 사용이 보편화되면서 점점 더 몸이 굽어 가고 있다.

모니터가 이미 몸이 많이 굽어 있는 서양 사람들에게 맞게 낮추어 놓아 컴퓨터로 작업을 하려면 몸을 굽혀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제외한 사람들의 노동형태 또한 모두 몸을 굽히고 하게 돼 있다. 모든 것이 굽히고 하게 돼 있으니 몸이 더 굽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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