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청정과 공존의 길, 제주올레 425km를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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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청정과 공존의 길, 제주올레 425km를 걷다
  • 김영아
  • 승인 2017.03.09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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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아 제주도 환경자산물관리과

김영아 제주도 환경자산물관리과
제주에서 나고 자란 사람으로서 제주를 잘 알고 있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과연 얼마나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제주사람으로서의 어떤 사명감을 가지고, 바쁜 일상속의 내가 나임을 증명하기 위한 탈출구로서, 그것도 아니면 뭔가 성취의 쾌감에 목이 말라서 일수도 있겠는데, 그렇게 나는 도전했다. 제주 올레길을 완벽하게 다 걸어버리기로. 그것도 1년 안에 전부 다!

작년 2월 어느 날, 충동적으로 결심을 하고 코스별 도장을 찍을 올레 패스포트 수첩을 구입하고 나와 단짝친구의 전투 올레는 시작되었다.

소설가 박완서님께서 올레길은 ‘놀다가 쉬다가 걸을 수 있는 자유롭고 평화로운 길’ 이라고 한다면, 내게 있어 올레길은 ‘일상의 수다, 푸념을 받아주는 고요한 치유의 길’이라 하고 싶다. 때로는 어릴적 자랐던 시골의 좁은 골목길을 따라 걷고, 때론 금잔디 마당을 부러워하며 오밀조밀 가꿔놓은 텃밭을 기웃거리기도 하고, 또 때로는 15살이 차이나는 시집간 언니의 집을 혼자서 찾아가던 적막한 외로움의 길을 꼬닥 꼬닥 걸었다.

걸으면서, 초등생 아들과 올레길을 걷으시던 분, 휴가를 의무적으로 받아야 해서 올레 길을 걷는다던 대기업에 다닌다던 분, 간세 스탬프를 찍고있던 우리가 뭘 하는 건지 궁금해 하시던 분 등 바쁜 일상을 잠시 접고 소박한 일탈을 하시는 분들과 인사하고 이야기하고 그렇게 스쳤다.

올레 길을 걸을 때 잠시 스친 사람들이지만 한마디의 대화로 상대방을 이해할 수 있는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잠시 일상을 탈출하여 몇 시간의 자유를 얻었을 뿐인데 이토록 사람에 대한 이해력이 좋아진다는 말인가.

그러나, 올레 걷는 일이 마냥 좋았던 것은 아니다. 풀어놓은 개로 인하여 손에 긴 막대기를 쥐고 걷기도 하고, 대화에 정신 팔려 화살표나 리본을 못보고 걷다가 한참 후에 되돌아오기도 하였다. 못돼먹은 버스 운전기사 이야기도 해야겠다. 16, 17코스를 역방향으로 걸은 후 탔던 불친절한 시외버스 기사들로 인해 좋았던 올레길 느낌이 사그라들기도 하였다. 자가운전만을 하는 사람이라면 낯선 동네에서 버스 노선을 모르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불성실하게 툭 내뱉는 불친절한 태도에 괜히 주눅이 들고 불편해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제주 올레길 26개코스 425km를 두 발로 다 걸은 지금, 이제는 제주의 구석을 조금 안다고 할 수 있겠다. 느리게 걷고 느리게 생각하며 제주의 내면을 살펴보는 일이야 말로 진정 제주에 살고 있노라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주말에 관계없이 친절히 전화를 받아 준 제주 올레 콜센터 직원여러분께 감사드리고, 올레길을 상징하는 리본과 화살표에 의지하고 안도하며 한 걸음 한걸음 앞으로 걸을 수 있게 잘 관리해 준 사단법인 제주올레에도 감사드린다.

제주 미래비전의 가치, 청정과 공존이 기반이 되는 우리 제주의 자연 환경 속에 살고 있음이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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