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넉시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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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이야기]넉시오름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7.03.12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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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 146.2m 비고: 56m 둘레: 1,416m 면적: 128.854㎡ 형태: 말굽형

 

넉시오름


별칭: 넉시악. 넋이오름. 백리악(魄). 적이악

위치: 남원읍 의귀리 531번지

표고: 146.2m 비고: 56m 둘레: 1,416m 면적: 128.854㎡ 형태: 말굽형 난이도: ☆☆

 

 

 


변화가 이뤄졌지만 전망과 오름의 입지가 뚜렷한 산 체...


오름의 명칭을 두고서 곰곰이 생각하면 참 우스꽝스럽기도 하다. 가장 빠르고 쉽게 풀이를 하고 이해를 한다면 넋이오름 즉, 넋이 나갔다는 데에서 유래를 하였다는 뜻으로 이해를 하면 된다.

소(牛)가 주인공이 되어 붙었다는 설과 다른 맥락으로 장수(將帥)가 등장하는 일화가 함께 전해지고 있다. 이 마을 인근에 섯내(西川)이라 부르는 천이 있으며 큰비가 내린 뒤 물이 범람하였는데 동산을 지나던 송아지가 냇물에 휩쓸려 가는 것을 보고 어미 소가 넋을 잃고 말았다는 내용이 전해지고 있다.

또한 오름이 있는 마을 가까이에 태흥리 마을이 있는데 이곳 출신의 어느 장수가 관군에 쫓기자 달아나면서 이 산 체의 정상을 밟았는데 그만 넋이 나가고 말았다는 설화가 있어 오름 명치의 유래를 전하고 있다.

넉시에서 ‘넉’은 ‘넋’을 일컫는 표현이며 이와 관련한 한자로는 魄(넋 백)리악(岳)으로 표기를 하는데 잘 쓰지는 않는 편이다. 어쨌거나 제주의 수많은 오름들의 명칭과 관련한 유래가 그러하듯 넉시 역시 이외라는 느낌이 들 수도 있다.


오름 기슭에는 이 마을사람들이 본향당으로 모시는 ‘널당’이 있어 마을의 수호신을 모시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 넉시오름을 중심으로 하는 마을 사람들의 삶의 터전으로 삼아 신성시하고 있다고 전해지고 있다. 특히나 이 산 체는 마을 내에 위치하고 있으면서 그 주변은 내(川)가 흐르고 있어 특별한 환경을 이루고 있다. 이런 때문에 마을과 오름은 하나로 이뤄졌다기보다는 따로 떨어진 느낌도 든다.

 

남서에서 북동 쪽으로는 다소 평평한 등성마루를 이루고 있으며 남동 사면으로 골이 팬 흔적이 뚜렷이 나타난다. 반면 북서 사면은 넓고 낮은 말굽형의 굼부리를 이루고 있어 오름으로서의 특징이 잘 나타내고 있다.

56m의 비고(高)가 말해주듯 심한 경사는 없으며 말굽형의 형태이라고는 하지만 뚜렷한 구분을 만나기는 힘든 상황이다. 오름 정상부에는 이동통신 기지국이 설치되었으며, 기슭 아래와 주변은 대부분 개간이 되어 밀감밭으로 변했다.

마을 내에 위치해 있으면서도 사면에 걸쳐 다양한 잡목들이 자라면서 깊은 숲을 이루고 있어 산책과 탐방의 맛을 느낄 수가 있으며 산책로가 잘 만들어져서 오름으로서의 가치가 더 살아나고 있다.

의귀리 사람들의 안식처이자 마을을 수호하는 산 체인만큼 널당과 더불어 중요한 구실을 하는 셈이다. 이 마을 사람들의 쉼터이자 휴식의 공간으로서 그만큼 소중하게 취급을 하는 곳이면서 원기를 회복하는 휴식처가 있는 오름으로도 알려져 있다.

 

 

 

-넉시오름 탐방기-

나 역시 완전히 넋이 나간 때문이려나...

 

 

휴일을 맞아 몇 곳의 오름을 연계하기 위하여 첫 탐방지부터 정신이 나간 게 맞다. 문헌에서 이 널당은 마을의 생산을 비롯하여 물고, 호적, 장적을 담당하는 신을 모시는 곳이라고 적혀있다. 널당으로 부르는 이곳은 과거 제주 4.3 이전에는 마을 사람들 전체가 다녔다는 큰당이었다고 하며,다른 이름으로 도깨비당이라고 불렀고 여기서 도깨비는 토산뱀을 가리킨다고 전한다.

넉시오름 한 곳만을 위한 탐방으로는 부적합하고 주변을 연계하는 것이 좋다. 이동성을 감안해야 하는 것도 있고 탐방의 깊은 맛을 느끼기에 모자람이 있기 때문이다. 이곳을 둘러보는데 소요되는 시간도 얼마 안 걸리고 체력 소모 또한 염려를 할 정도가 아니다.

여러 갈래의 진입로가 있지만 제2 의귀교(다리) 옆을 지나서 의귀 공업사 옆을 이용하는 것이 무난하다. 주차를 의식한다면 오름의 반 바퀴 남짓한 부분을 만나겠지만 초입지에서 건너편으로 향하는 산책로도 있기 때문에, 널당을 비롯하여 전체를 탐방하는데 있어서는 참고를 할 일이다.

밀감 밭이 사면 아래쪽과 기슭의 일부를 차지하고 있으며 진입로의 바닥은 시멘트로 된 길이다. 마치 사열을 해서 반기는 듯 대왓(대나무밭)이 이어지고 길 안내와 함께 응원을 보내오는 것처럼 느껴졌다. 오르는 입구에 송신탑이 있다. 보통은 오름의 정상부를 차지하게 되는데 넉시에는 중턱에 시설이 되어 있다.

아마도 정상부의 원기를 운운하는 점과 삼각점이 있는 부분 등을 고려한 때문으로 생각되었다. 철탑을 끼고서 좌측으로 희미하게 산책로가 보였다. 특별히 산책로가 정해진 곳은 아니지만 마을 주민들을 비롯한 선 님들이 다녔던 흔적이 곧 길이다.

바닥은 친환경 매트는 고사하고 그 흔한 타이어매트도 없는 자연의 길이다. 떨어진 낙엽들이 대신 그 자리를 차지하며 문명의 이기를 거부하고 있었다. 퇴색이 된 잎새가 장악을 한 바닥 층의 곳곳에는 자금우가 푸른색으로 돋아나 눈길을 끌었다.

간간이 빨간 열매를 맺힌 자금우 나무도 보이면서 한사코 허리운동을 요구하고 눈 싸움을 해오는데 외면할 수가 없었다. 특별히 길을 잃거나 헤맬 정도는 아니지만 곳곳에 끈이 묶여 있는 모습이 보였다. 많이 다니기 이전에 이미 구성을 했거나 일부 오르미들이 습관처럼 사용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정상에서 외부를 전망하는 것은 허락하지 않았다. 숲이 우거진 때문이다.

오르는 중간에 공간이 트인 곳에서 밖을 쳐다보니 희미하게나마 멀리 오름 군락도 보였지만 역시 가까운 곳은 밀감 밭이 자리하고 있었다. 딱히 주봉이라고 하기에는 애매하지만 정상부에 삼각점(국가기준점) 표식이 있다.

주변은 커다란 고목 몇 그루를 비롯하여 다양한 잡목들이 장악을 하여 외부와의 시야를 차단하고 있었다. 구슬잣밤나무와 종가시나무 그리고 소나무와 삼나무류 등이 그 주인공이다.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일대를 응시하고 의식을 하니 가벼운 기(氣)가 흐르는 느낌이 들었다.

어디까지나 느낌에 따르겠지만 보이지 않는 힘이 이 자리를 감싸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일부에서 원기를 회복하는 휴식처가 있는 오름이라고 한 때문인지 더 리얼해지는 것 같았다.  

 
   
지나온 반대편으로 잠시 이어가기를 했는데 전반적인 산책로의 구성이 비슷하고 오름을 차지한 나무들의 분포도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어차피 주변을 살피는 것은 오른 이들의 몫이기 때문에 일부를 진행했다. 행여 바닥을 차지한 자금우를 밟을까 봐 조심히 진행을 해야 하는 것이 불편함의 전부이기는 했지만 기분도 느낌도 정말 좋았다.

자금우가 빽빽하게 군락을 이룬 한쪽에서 백량금을 만났다. 수없이 많은 자금우들을 향한 반발이면서 나 또한 아름다운 빨간 열매를 맺혔노라고 으스대었다. 제주의 오름에서 겨우내 백량금을 만나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사실상 특별한 식물이다. 육지에서는 흔하게 만날 수 없으며 환경부 지정 특별 동식물에도 포함이 되어 있다.

바깥쪽으로의 전망이 차단되었고 안으로도 숲이 울창한 때문에 말굽형의 형태나 굼부리의 흔적을 만나는 것 또한 불가능했다. 오름 기슭이나 내부에는 유난히도 하늘래기(하늘타리)가 많이 자생하고 있었는데 넝쿨은 이미 고사한 상태이지만 끈질기게 매달린 열매들은 아직도 노란빛의 일부를 지닌 채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름 기슭에 묘도 있었는데 한때 이곳 역시 명당을 운운했으리라 짐작이 되었다. 사스레피 나무 몇 그루가 있었지만 여느 곳처럼 열매를 맺힌 모습이나 이제쯤 사스레피만이 지닌 특별한 향을 발산할 만도 하건만, 무슨 때문인지 넉시오름의 사스레피 나무들에서는 열매를 만날 수가 없었다. 내려오는 길에 물탱크 모습이 보였다.

철조망으로 주변을 두르고 있으며 시설이 된지는 오랜 것 같았다. 이때쯤이라도 널당을 생각했어야 했는데 후다닥 내려가서 다른 곳으로 이동을 할 생각뿐이었다. 결국 널당을 만나지도 못한 채 내려왔는데 행여 정상부에서 너무 센 기운을 받은 때문은 아닌지 모르겠다. 그래서 나 역시 넋이 나간 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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