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널개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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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이야기]널개오름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7.03.13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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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 93.2m 비고: 58m 둘레: 1,645m 면적: 192.446㎡ 형태: 말굽형

 

널개오름

별칭: 판포오름. 판포악(板浦岳). 판을포악(板乙浦岳)

위치: 한경면 판포리 934-935번지

표고: 93.2m 비고: 58m 둘레: 1,645m 면적: 192.446㎡ 형태: 말굽형 난이도: ☆☆☆

 

 

 

분화구가 변하고 기슭은 망자들의 한을 받아들인 산 체...

제주에 있는 수많은 오름들 중에 해안 마을과 인접한 곳은 별칭이 많은 편인데 이곳 역시 예외는 아니다. 널개는 해안선 가까이 위치한 마을의 포구 일대가 너른(넓은) 개(포구)처럼 생긴데 연유한 표현이다.

서부 일주 도로를 따라 한림을 지나다가 만나게 되는 판포리는 옛 마을 명칭을 ‘널개’라고하였다. 즉, 판포리 포구 일대는 널빤지처럼 넓은 개(浦)를 이루고 있는데 이와 관련하여 이 지역 산 체의 명칭을 널개오름이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

따라서 널개는 지명이며 한자음으로 판포(板浦)라 하였고 이와 관련하여 판포오름 외에 널개오름이라고도 부르고 있으며 다 같이 마을의 명칭을 토대로 하여 붙은 것이다. 옛 문헌에는 판을포악(板乙浦岳)이나 판포산판포악(板浦山) 등으로도 표기가 되었으며 이 역시 마을의 지명과 관련한 내용들이다.

또한 조선시대 때 봉수대가 있었던 것과 연유해서는 망오름(널개망. 판포망)이라고 불렀으며, 이 봉수대는 당시 대정현의 차귀봉(당산봉)과 교신을 하였다.두 개로 나눠진 산체 중 주봉은 소가 누워있는 모양새의 와우형(臥牛)으로서 고지오름이라고도 하며 부봉은 불오름으로 부르기도 한다.

 

동향(東向)의 말굽형 화산체이지만 두 산체가 길게 이어지는 두 봉우리 사이의 분화구는 농경지로 개간이 된지 오래되었고 지금까지도 작물을 재배하고 있다. 오름의 등성과 기슭은 해송과 삼나무를 비롯하여 잡목들이 우거져 있으며, 명당으로 알려진 때문인지 기슭의 곳곳에는 묘지들이 차지하였고 가문이나 개인 묘역들로 차있다.

제주의 해안과 인접한 오름들 대부분이 그러하듯이 망자를 맡기기에는 오름을 최적지로 여겼을 것이다. 그러기에 비단 널개를 두고서 명당을 운운하지 않아도 충분히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어쨌든 널개로서는 지역 출신들의 망자들을 받아들이고 넋을 달래주며 한을 풀어주고 있는 셈이다.

낮은 산 체임에도 정상을 비롯하여 곳곳에서 트인 공간으로 전망을 즐길 수가 있다.당산봉과 차귀도 주변을 비롯하여 비양도 등 섬과 해안은 물론이고 다른 방향으로는 한라산과 오름 군락들을 비롯하여 자연 경관이 펼쳐지는 일대를 전망할 수가 있다.

판포 마을을 대표하는 오름인 만큼 산책로를 잘 다듬어 놓는다면 볼품이 있고 찾는 이들도 많으련만 망자들의 묘소만 잘 정돈이 된 상태이고 분화구 주변도 이미 변화가 이뤄진 때문에 다소 아쉬움을 느끼게 된다.

58m의 비고가 말해주듯 높은 산 체는 아니나 당산봉과 차귀도를 비롯하여 해안선으로 이어지는 전망이 좋은 편이지만 한라산과 내륙의 오름들을 볼 수 있는 여건은 더한 아쉬움을 느끼게 한다. 봉수대가 있었고 경방 초소가 그냥 있는 게 아니거늘 어찌 허름한 산 체로 놔두는 건지 아쉬움도 느껴진다. 이 때문에 단순히 자연의 미를 간직한 오름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억지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널개오름 탐방기-


포장이 된 도로를 따라가면 불오름(부봉)으로 바로 갈 수 있으나 주봉을 거쳐 가는 게 원칙인지라 초입의 선택은 여지가 없다. 그나마 차량 한 대는 말미에 주차를 하고 왔으니 전진 속공형의 탐방을 선택한 셈이다. 정자 안쪽으로 길이 나 있으나 농로이며 근년에 재선충병 작업을 한 차량들이 드나든 때문인지 더 뚜렷해졌다.

안쪽을 통해서 오를 수도 있지만 바른 길인 정자의 우측 소로를 거슬러 진입을 했다. 입구에서부터 재선충병으로 인하여 고사한 소나무들의 흔적이 보이고 토막 난 소나무들을 비롯하여 분쇄기를 통하여 작업을 한 분신들이 처참하게 있어 마음을 아프게 했다.

서부 지역은 유난히도 재선충병이 심한 편인데 재선충병의 매개체인 솔수염​ 하늘소들을 포획하기 위하여 설치한 시설물도 있었다. 아래쪽을 확인하니 한 마리가 갇혀 있었고 어떻게든 탈출을 해보려 애를 쓰는 모습을 한동안 바라봤지만 일말의 동정심도 생기지 않았다.

솔수염하늘소의 천적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초입 주변은 그래도 길의 흔적이 뚜렷하게 나 있었다. 떨어진 솔잎과 성장의 진행을 이어가는 잡풀들이 있어 그나마 자연미를 느끼기에는 충분했고 낮은 경사를 따라 오르는 내내 분위기는 우리 편이 되었다.

기슭의 묘지를 지나 얼마 후 정상부에 도착을 했다. 비고점과는 다소 떨어져 있지만 울창한 숲을 피하여 이곳에 경방초소를 만들었다. 산불예방 강조기간이 아닌 때문인지 관리인은 없고 잡풀들이 주변을 차지하였다.​ 초소가 있다는 것은 전망이 그만큼 좋다는 거다.

 

썩 좋은 시계는 아니지만 서부권 일대가 한 눈에 들어왔고 당산봉을 비롯하여 차귀도 역시 사정권 안에 들어오면서 성취감은 덧셈이 되었다. 바라보는 내내 해안을 거슬러 온 계절풍이 불어오면서 시원함을 느끼게 했다. 주봉의 동남쪽으로 이동을 하는 동안 묘지들을 볼 수 있어 명당으로서의 입지를 확인시켜줬다.

등성을 따라 이동을 한 후 다시 열린 전망대를 차지했다. 멀리 갯거리오름과 선소오름을 시작으로 금오름 등 웃드리 권역의 오름들이 눈앞에 펼쳐졌다. 희미하게나마 한라산의 영험한 모습도 포함이 되었는데 아무래도 날씨의 시기와 질투를 탓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동쪽으로는 한림 권역이 열리면서 비양도가 우선 눈길을 사로잡았는데 그나마 서쪽보다는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의 모양새가 더 좋게 펼쳐졌다. 가을이기에 단풍이 물든 모습을 동반한다면 더 좋으련만 재선충병으로 시름시름 앓고 있는 소나무들이 원색을 잃은 채 불결한 천연색으로 대신했다.

주봉과 부봉의 사이에는 넓은 화구가 있는데 동쪽으로 벌어진 말굽형의 굼부리이다. 이미 농지로 개간이 된지 오래되었는데 수확을 앞둔 콩이 풍작이고 아래로는 양배추 등이 자라면서 대조를 이뤘다. 일찍이 폭발이 있을 당시에 생겨난 스코리아(송이)와 관련이 있는지 밭으로 변한 곳은 거의 적토(赤)이다.

 그럼에도 부유한 농지로 사용이 되고 있는 사실에 다소 놀랍기도 했다. 불오름(부봉)에 오르니 북향과 동향은 압권이다. 비양도와 한림 일대를 비롯하여 남쪽으로 한라산과 오름들의 실루엣이 그림처럼 펼쳐졌다.

불오름에도 묘지들이 즐비하게 이어졌는데 널개의 품을 차지한 망자들로서는 여한이 없을 것 같다. 하늘과 바다와 함께 숲과 오름도 영혼을 달래주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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