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걷는다(18)",'슬픈 길'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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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걷는다(18)",'슬픈 길'을..(2)
  • 고현준 기자
  • 승인 2017.03.21 17: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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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레18코스 탐방기)제주-조천,역사의 숨결 가득 아기자기한 길

 

(1번에서 계속)

 

 

원당봉을 오르는 길은 가파른 언덕이었다.

 

불탑사는..

언덕을 다 오르니 원당사를 지나 불탑사(당시 사찰명은 원당사)가 나오고 1340년 전설속에 나오는 기황후가 제2의 황후로 등극했다는 점에서 이때쯤 창건된 것으로 추정한다는 설명이 붙어있었다.

창건설화는 원나라 황제 순제가 대를 이을 자식이 없어 고민하던 중 어느 날 한 스님이 꿈에 나타나 "북두의 명맥이 비친 삼첩칠봉의 터를 찾아 절과 탑을 세우고 기도하면 태자를 얻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순제가 천하를 샅샅이 살피다 마침내 영주 동북해변에서 삼첩칠봉을 찾아 탑과 큰 사찰을 세우고 정성껏 기도를 드려 태자를 얻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는 곳이다.


불탑사는 현무암으로 이뤄진 국내 유일의 오층석탑(보물 제1187호) 불교문화재를 1점 보유하고 있다
.

 

이곳은 올레길에서 경내로 들어가 오층석탑을 살펴볼 수 있도록 한 배려가 고마운 곳이었다.

 
 

이 길을 다 따라 나오자 길은 아주 좁은 오솔길을 걸어 신촌으로 이어지는 아주 작은 길이 나타났다.
한사람이 겨우 지나갈 만한 좁은 오솔길..

가다 보니 올레안내판에는 '신촌가는 옛길'이라는 아주 예쁜 이름을 붙여놓았다.
'삼양 사는 사람들이 신촌마을에 제사가 있는 날이면 제삿밥을 먹기 위해 오갔던 길'이라는 설명이다.

그 예쁜 이름처럼 아직 예전 그대로 남아있는 듯한 옛길이 옛날 제주민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듯 하여 잠시 감회에 젖었다.

이 길을 다 나오니 대로변으로, 11km지점이라는 표시가 나타났다.

 

 

삼양과 신촌을 잇는 이 길은 밭과 밭으로 이어진 길이지만 이 길은 차 한 대가 겨우 지날 정도로 좁다.

늘 다니면서도 좁다 생각했는데 이제 도로 확장사업이 진행되는 것 같았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날도 걸으면서 차가 오면 옆으로 비켜서기를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른다.
그렇게 조심조심 내려오는데 길은 다시 좁고 포장이 안돼 있는 비포장길로 안내했다.

이 길은 시작부터 그랬지만..바다로 이어진 올레길 까지의 그 길이 참 아기자기했다.

밭길과 바다들길이 혼재된 참 걷기에 마음에 드는 그런 길이 이어졌다.

 

 

 
 

봄날 걷기에 딱 좋은 그런 따뜻함으로 다가온 길이었다.

제주바다의 주말은 바닷가 어느 곳에 가도 낚시꾼들이 있다.
바로 이곳도 숨은 포인트인 듯 많은 사람들이 낚시를 즐기고 있었다.

그런데 바닷가 곳곳에 쓰레기들이 널려 있고, 도무지 이해 안되는 돌로 된 거대한 표지석 하나만은 더욱 고개를 갸웃거리게 했다.

나는 이 지역을 설명한 표지석인가 했더니 테우에 대한 설명을 담은 아주 단순하고 의미없는 표지석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곳 들판에는 쓰레기가 잔뜩 놓여 있어 걱정스러웠다.
이렇게 구석구석 쓰레기더미를 쌓아놓다 보면 어느 샌가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쓰레기섬이 돼 갈텐데..하는 걱정이 앞서기 때문이다.

이런 걱정스런 길을 지나자 드디어 닭모루(닭머르)라는 곳에 도달했다.

닭의 벼리처럼 독특하게 생긴 바위에 붙여진 이름이다.
바닷가로 툭 튀어나온 바위 모습이 닭이 흙을 걷어내고 들어앉아 있는 모습과 같다 해서 불려지게 됐다는 올레설명이 붙어있었다.

 

 

 

제주해안가에는 이처럼 이름을 붙이면 이야기가 되는 희한한 곳이 참 많다.
이곳을 내려다 보게 된 정자에 올라보니 그 바다 위용 또한 장관이었다.
길게 깔린 자연잔디와 어울려 푸른 바다가 눈앞에 활짝 열려 있었다.


이곳을 지나 리본을 따라 화장실쪽으로 올라가니 드디어 13km지점.

올레는 작은 들길로 안내했다.
신촌입구다.

신촌의 작은 어촌마을에 들어서면서 보니 웅장한 환해장성이 원형 그대로 남아있었다.
비록 집은 낡아 사람이 살지는 않는 것처럼 보였지만 -유독 신촌과 조천마을에는 사람이 살지 않는 빈 집이 참 많이 보였다.

 

 
 

 

그러나 아직 옛 정취가 남아 있는 이 마을의 풍경은 제주를 대표할 만 했다.
돌담도 분위기도 그 옛날 우리가 살던 정취 그대로였다.

더욱이 이 마을 중간에는 마을 중심에 의자가 몇개씩 놓여 있어 마을사람들이 정담을 나누는 곳으로 보이는 곳도 있었다.


정말 제주다운 아름다움이 가득한 그런 조용한 마을이었다.
다시 길은 폐허로 남은 집 담길을 따라 바다로 향하게 했다.

 

 

바닷가 포구에 있는 정자에 앉아 잠시 쉬고 있었다.

한사람 두사람 올레꾼들이 지나갔다.
그리고 포구를 가로질러 만들어진 다리로 올레길은 이어졌다.


마을과 포구가 한 눈에 들어오는 곳이었다.
길은 다시 해안쪽으로 난 길을 따라 걷게 만들었다.
길을 따라 걷다 보니 아까 본 포구보다는 조금 큰 신촌포구가 나타났다.

이 곳에도 포구 중간에 다리가 놓여 있었지만 출입은 하지 못하도록 막아놓고 있었다.
보기에는 괜찮아 보이기에 그냥 한번 올라가 봤다.
먼 바다가 훤히 들어왔다.

 
 

별 문제가 없어 보이는데 그 길을 막아놓은 이유를 잘 모르겠다.
다시 그곳을 내려와 마을로 들어섰다.
그 길 어느 집 안에는 목련이 가득 하얗게 피어있었다.

봄이 왔음을 처음으로 알려주는 꽃이다.
지난 주에는 외도쯤 어디선가 목련이 봉오리만 맺힌 걸 봤는데 1주일만에 꽃이 핀 것일까..

 

 

 

이 길은 일주도로 옛길인 신촌-조천간 큰 길로 안내했다.

이어진 올레는 곧장 대섬이 있는 철새도래지로 인도한다.

조천마을과 신촌마을 경계에 있는 이 대섬은 점성이 낮아 넓은 지역으로 퍼지면서 흘러내린 용암류(파호이호용암(류))가 표면만 살짝 굳어져 만들어진 지형이 특징으로 제주도내에서 지질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곳이라는 올레설명이 놓여져 있었다.

이곳에 들어서려니 이 대섬구간은 출입을 완전히 막은 것은 아니었지만 AI관계로 통제되고 있었다.
그러나 초입에 있는 호수에는 그동안 많이 보이던 철새가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조금만 더 들어가서 살펴보기로 했다.
아무리 가 봐도 철새는 보이지 않고..

 

 
 

이곳 들판에 서자 15km 지점이라는 표시가 나타났다.
바닷길이 참 예쁜 곳인데..
출입을 통제하고 있음이 너무 아쉬웠다.


이왕 들어선 김에 계속 취재해 들어가 보기로 했다.
아, 이 아름다운 대섬 입구 구간에는 철새가 하나도 보이지 않았지만 끝 지점에 오자 바다호수에 드디어 청둥오리류의 철새들이 가득 앉아 있었다.
다행이었다.

새들이 살지 못한다면 사람도 살지 못한다는 뜻이 아닌가.
그래서 가는 곳곳 뭔가 의미있는 지역을 찾을 때마다 나는 취재겸 식생을 살펴보고 있다.

 
 
 

길은 다시 해안가마을로 인도한다.

걷다 보니 이 마을 돌담 등 곳곳에 그려진 그림들이 참 예뻤다.

간간이 보여지는 바다나..돌담 또한  참 아름다웠다.

1.5km가 남았다는 표시를 지나는데 ..아주 예쁜 작은 미술관이 하나 보였다.

뭔가 색달라 보여 들어가 보니 사진이 전시돼 있고 커피를 팔고 한칸 게스트하우스라는 무인카페를 운영하는 곳인 듯 했다.

이곳에 앉아 커피라도 하고 싶었으나 저녁에 약속된 저녁 만남 계획이 있어 시간을 낭비할 수가 없었다.

올레길은 이제 마지막 구간인 조천으로 들어섰다.

이 길은 임금을 그리며 올랐다는 연북정이 있는 조천포구로 올레길은 안내했다.

 

 

연북정..

향토사학자 고영철 제주문화답사회장에 따르면 제주도 지방유형문화재 제3호인 연북정(戀北亭)은 조선초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관방유적(건물)이다.

구전으로는 고려 공민왕 23년(1374) 박윤청(朴允淸) 목사 때에 조천관이 세워진 것으로 알려져 왔으나 이를 뒷받침할 만한 사료적 근거는 없다.


교수(敎授) 곽기수(郭期壽)의 중창기(重創記)에 의하면 〈조천관은 바다 어귀에 있었는데, 육지에 나가는 사람들이 순풍을 기다리는 곳이다. 조천이라 이름지은 것도 이 때문이다.

절제사 이옥(李沃)이 부임한 다음 해 경인(庚寅)년(선조23년, 1590)에 막부(幕府)의 제공(諸公)과 협의하고 아전과 주민에게 '조천에 관을 둔 것은 실로 도적들이 다니는 길목의 요충이며 왕명을 받는 곳이기 때문인데 이 같이 성이 좁고 건물이 노후할 수 있겠는가?  어찌 농사짓는 틈틈이에 개축하여 웅장하고 화려하게 하지 않겠는가?' 하니 모두가 옳다고 하였다.

이에 휘하에 명하니 전 부장(前部將) 서만일(徐萬鎰)이 그 일을 주관하고 애써서 마침내 재주 있는 역군들을 동원하여 10월에 착공하고 12월에 마쳤다. 성은 동북쪽으로 물려서 쌓고 그 위에 망루를 안치하여 쌍벽(雙碧)이라 하였다.〉고 하였다.

쌍벽(雙碧)은 청산녹수(靑山綠水)에 접하여 있다는 뜻에서 붙인 것이라고 한다.(제주의 문화재 증보판 187쪽) 그리고, 선조32년(1599) 성윤문(成允文) 목사가 건물을 중수하고 연북정(戀北亭)이라 이름을 고쳤다.

'연북'이란 북녘에 있는 임금에게 사모하는 충정을 보낸다는 뜻이다.

본디 朝天이란 말은 천자를 배알(알현)한다는 뜻이다.

관리(官吏)의 주재 및 숙박소인 것이다.

예로부터 조천포는 화북포와 함께 제주도의 관문이었다. 관문이란 국경 또는 요해지에 설치하여 통행인을 감시하는 곳이다.(북제주의 문화유적 163∼165쪽)

 

 

올레 18코스 17km 지점을 지나자 아주 작은 들길이 나타났다.

해안가에는 쓰레기가 널렸지만 길은 오솔길을 따라 아기자기한 즐거움을 마지막으로 선사하는 듯 했다.

더욱이 길가에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유채꽃이 봄을 더욱 만끽하게 만들었다.

이제 조천만세동산까지 가는 마지막 관문은 직선코스였다.

이 길을 따라 계속 걸어가니 드디어 종점이다.

스탬프를 찍은 시간은 16시45분..7시간 반 정도를 걸은 셈이다.

잠시 쉬는데..제주올레18코스는 참 아기자기한 길을 걸었다는 감사함이 일었다.

 

 

 나는 베르나르 올리비에의 ‘나는 걷는다(3권)’의 거의 마지막 부분에서 그가 했던 말을 기억한다.

 

“걷는 것이 오랜 기간에 걸쳐 놀랄 만한 미래를 만들어낸다는 사실에 감탄했다.

그 기간은 세 단계로 나누어진다.

첫째는 부담을 줄이는 단계다.
가장 암울한 이 기간은 족히 보름이 걸리고, 길어야 한 달이다.
간신히 몸을 가누고, 물집과 근육통의 고통을 참아내며, 동시에 길에 대한 두려움과 싸워야 한다.


(중략)..걷기 시작한 며칠간, 머리를 꽉 채우던 걱정거리와 어려운 문제에서도 해방된다.
영혼은 평온해지고, 출발 전에 가지고 있었던 음울한 생각과 거리를 둔다.

두 번째는 꿈과 발견의 단계다.


단련되어 몸 상태는 잊게 된다.
따라서 이제는 주변환경과 사람들과의 만남에 좀 더 주의를 기울이고, 다른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혼자 있을 때는 자신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전화와 주변의 유혹과 실생활에서 겪는 걱정에서 멀어져 이런저런 상상을 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곧 이런 질문을 자신하게 한다.


‘내 인생에서 중요한 게 무엇일까?’
대답은 순간적으로, 또 단계적으로 나온다.


의무에서 벗어나, 소유는 존재 앞에서 지워진다.
그리고 거기에서 걷는 것의 비밀이 밝혀진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을 향해 간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자기 자신에 도착한다는 것.

마지막 단계는 반쯤은 슬픈 길이다.
길 끝이 보이면 두 가지 감정이 교차한다.


꿈이 끝났다는 데서 오는 섭섭함과 사랑하는 사람들을 다시 볼 수 있다는 데서 오는 행복감.....
(중략)..걷는 사람은 인생이라는 천연금괴를 탐광하는 사람이 된다.

 

 

나는 18코스 탐방기를 쓰는 내내 어떤 길이 좋을까를 고민했다.

글을 다 쓰고 나서도 그 길이 생각나지 않았다.

베르나르가 아주 마지막에 그 길의 제목을 주었다.

18코스는 '슬픈 길'이라고..

올레를 걷는 동안 사실 한 주도 빠지지 않고 걸을 수 있었던 것은, 아직도 찾지 못하고 있을 지도 모를 스스로에 대한 질문일 지도 모르겠다.

무엇을 위해..

왜..?

이 대답은 올레를 다 걷고나서야 찾을 수 있을 것 같기만 하다.

다음 코스는 조천에서 김녕까지 걷는 19코스다.

이 길에는 또 어떤 이야기가 숨어 있을까..

 

 
 
 
 
 

 
     
 

 

 

 

제주올레지도

제주올레코스(제주올레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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