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눈오름 (봉성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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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이야기]눈오름 (봉성리)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7.04.27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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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 131.1m 비고: 31m 둘레: 1,030m 면적: 51.576㎡ 형태: 말굽형

 

눈오름 (봉성리)

별칭: 누운오름. 논오름. 와악(臥岳)

위치: 에월읍 봉성리 2,952-2번지

표고: 131.1m 비고: 31m 둘레: 1,030m 면적: 51.576㎡ 형태: 말굽형 난이도: ☆☆

 

 

 

등성과 기슭의 소나무조차 사라져 설움에 겹도록 흐느끼는 산 체...

 

산 체의 모양새가 누워있는 형세라 하여 붙여진 명칭이며 부르기 쉽거나 축약된 별칭으로 눈오름이나 논오름이라고도 한다. 나지막하게 누워있는 모습을 하고 있어 누운+오름을 합쳐서 눈오름으로 부르며 몇 곳에 동명의 산 체들이 있다. 한자로는 와악(臥岳)이라 표기를 하는데 역시 누워있거나 엎드린 모습을 그린 것으로 추측이 된다. 그러나 산 체의 전반적인 상황과 입지 등을 고려할 때 누운 모습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어설프게 보인다. 과거에 비하여 개간과 침식을 비롯한 여러 환경의 변화로 달라진 때문이라 짐작이 된다.

아니면 오름으로 구분을 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낮고 허접한 상황이라 그런 명칭을 붙였는지도 모른다. 마을과 농로를 잇는 소로를 따라가다 볼 수가 있으나 내창(개울. 川)을 끼고 오르내리는 길인 데다 농지와 도로가 낮게 경사를 이루고 있어 오름으로 분간하기가 어려울 정도이다. 북동쪽 기슭을 따라 조금 들어가면 정상부가 나오지만 이미 오르막을 오른 상태라 평지처럼 느껴진다.

더욱이 오름 바깥쪽은 대부분 농지로 개간이 된 때문에 이 남쪽 기슭은 평지와 이어지는데, 이곳에서 바라볼 때 낮은 언덕이나 동산 정도로 구분이 된다. 북쪽을 향해 벌어진 굼부리는 휘어진 활(弓)이나 반달 모양을 하고 있으나 펑퍼짐한 때문에 잘 드러나지는 않는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등성을 차지한 소나무들과 잡목들이 있어서 주변을 지나는 동안 어느 정도 볼품을 확인할 수 있었건만, 지금은 빌레왓이나 머체왓을 생각하기에는 낮고 허전한 동산으로 변했다.

가장 큰 이유는 솔수염하늘소의 횡포에서 비롯되었다. 재선충병으로 인하여 많은 소나무들이 잘려나가고 이 작업을 위하여 차량 진입로가 생겨난 때문에 산 체의 기슭과 등성의 여러 곳이 파헤쳐 진 상태이다. 어쩌다 이 모양이 되었을까. 이러한 환경적 요인과 더불어 입지 자체를 고려할 때 차마 오름이라 하기가 애달프고 허탈할 정도이다. 한라산 국립공원 내의 오름들이나 중산간 지역의 오름들을 생각하면 비교와 가치의 절하가 절로 느껴진다.

 

하지만 자체 폭발로 인하여 생겨난 엄연한 소화산체로서 오름의 대열에 포함이 되었기 때문에 한 번은 만나야 할 곳이다. 탐방도 산책도 아니고 그저 직접 발을 디디고 확인을 하는 정도라고나 할까. 멋진 오름이 있으면 허접한 오름도 있는 법이고 인기 있는 오름이 있듯이 저평가되는 오름도 있는 게 당연한 일이 아니겠는가.

 

 -눈오름 탐방기-

오전이지만 바람 한 점 없이 기온은 10도를 넘어서고 겨울 햇살은 강하게 비친다.

당연히 가시거리가 어지럽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어도오름을 만난 후 이동을 하여 봉성리 농로를 따라 눈오름교(橋) 옆을 시작으로 진행을 했다. 곧바로 경작지를 통과할 수도 있지만 반대편의 상황도 살펴보기 위한 경로이다. 이 과정으로 진입을 할 경우 사실상 눈오름의 어깨선에 도착이 되는 셈이라서 좀 더 수월한 진행이 된다.

소로를 따라 동산을 조금 오르니 벌써 눈오름의 정상부와 눈높이를 함께 하게 되었다. 주변 농지는 대부분 브로콜리를 재배하고 있고 한 곳에는 콜라비 무우도 보였다. 수확을 할 법도 하건만 아직도 절반을 땅속에 묻힌 채 그대로 있다. 제주의 기온을 감안한다면 버티기를 할 수도 있겠지만 가격이나 일손 등이 문제인 것으로 보였다.

비옥한 토양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오름 등성 옆으로 오래전 개간이 된 것으로 보이는 농지들이 펼쳐졌다. 어느 정도 무난하리라 생각한 진입로는 노루들의 출입을 막기 위하여 쳐 놓은 그물막이 방해를 했고 덤불들과의 간격을 조금이라도 넓게 했으면 진행도 쉬우련만 빽빽하게 시설을 해서 전진에 애를 먹었다. 이렇다 할 탐방로가 없는 데다 찾는 이들도 거의 없는 때문에 진입이 쉬울 리 없다.

가시 넝쿨들조차 철저하게 방해를 했지만 그나마 겨울이라서 잎과 가는 줄기가 없어서 느리고 힘들게나마 진입이 가능했다. 아..... 대체 이를 어쩌나. 어렵게 들어선 눈오름의 허리와 어깨는 쑥밭이 된 채 오름으로서의 가치를 잃어버린 모습이다. 솔수염하늘소가 저지른 만행으로 인하여 수십 년을 지켜온 소나무들이 잘려나갔다.

산체의 등성과 기슭 할 것 없이 여기저기 흐트러진 모습은 한 차례 전쟁을 치러 낸 결과를 방불케 했다. 잘려나간 소나무들과 주변을 바라보다가 허리를 펴니 멀지 않은 곳에 어도오름이 보였다. 마음을 추스르기에 모자람은 있지만 안타까운 현장의 모습에서 애써 눈을 돌리기 위한 과정으로 한동안 바라보았다. 반달처럼 길고 넓게 휘어진 오름의 앞쪽은 오래전 화산체가 분출하면서 만들어진 것으로 보였고 그나마 거칠지 않은 흐름이라 지금은 대부분 개간이 되어 농작지로 변해 있다.

 

미안합니다. 너무 늦게 찾아서 죄송합니다. 재선충의 횡포가 있을 줄 알았으면 좀 더 일찍 찾았어야 했는데..... 잘린 나무들의 흔적과 곳곳에 쌓여진 나무더미들이 안타깝게 보였다. 눈오름 어깨를 짚고 주변을 서성거린 시간은 오래지 않았다. 아니 그보다는 가능한 한 빨리 이별을 맞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수확을 마친 농지를 통하여 빠져나오다 잠시 뒤를 바라보았다.

대체 어디를 어떻게 찾았고 무엇을 보고 느꼈는지 조차 알고 싶지 않았다. 설움에 겹고 애달파 할 눈오름이 측은하게 보였다. 몇 그루 남지 않은 소나무들.....

허접함과 허름함에 남은 식구들이라도 잘 챙기며 더 이상의 피해가 없기를 기원했다. 차라리..... 눈오름이나 누운오름보다는 눈물오름이라 부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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