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펴기칼럼]와불운동 후기: 부정맥 관찰기
상태바
[몸펴기칼럼]와불운동 후기: 부정맥 관찰기
  • 이범
  • 승인 2017.05.09 15: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번 방석숙제를 하면 약한 부정맥이 사라진다

 

 

와불운동 후기: 부정맥 관찰기/이범의 몸펴기칼럼 

 

적어도 재작년 11월부터는 몸살림운동을 하는 사람들 중에서 나만큼 긴 시간 운동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을 것 같다. 아침에 일어나면 세수하고 나서 기본적으로 30분간 운동을 했다. 사무실에 나와서 대충 필요한 일 정리하고 나서 또 30분을 운동했다. 점심 먹고 나서 조금 일을 하고는 또 30분간 운동을 했다.

그리고 저녁 때 기분에 따라 10~30분간 운동을 했다. 몸 상태가 좋지 않다고 생각되면 좀 더 길게, 양호하다고 생각되면 짧게 운동했다. 운동은 3단계 온몸펴기만 했다. 2단계는 강도가 약해 싱거웠고 나에게는 별 효과가 없는 것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루도 빼먹지 않고 매일 이렇게 운동을 했다. 내 딴에는 몸 펴는 운동을 굉장히 열심히 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올 여름 7월경에 부정맥이 찾아왔다. 처음에는 이런 증세가 부정맥인지도 몰랐다. 좀 숨이 차고 맥박이 빨리 뛰고 어쩌다 토할 것 같은 느낌이 들며 목소리가 가라앉으면서 몸에 힘이 빠지는 정도로 느껴졌다.

그것도 매일 그런 것은 아니었고 3~5일에 한 번 찾아오고, 찾아와도 하루만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말짱해졌다. 올 여름이 유난히도 더운 날씨였기 때문에 더위를 먹은 것 정도로 생각했다. 몸살림운동을 하기 전에도 이런 증세가 자주 있었지만 얼마 지나면 괜찮아지곤 했기 때문에 그때에도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다.

이것이 부정맥 증세인 것을 알게 된 사연은 이렇다. 어느 날 아침 변기에 앉아 힘을 주는데, 갑자기 힘이 쭉 빠지면서 숨이 가빠지고 심장이 빨리 뛴다는 것을 느꼈다. 왼쪽 가슴에 왼손 손바닥을 대고 심장이 뛰는 것을 자세하게 느껴 보았다.

그제야 이런 증세가 바로 부정맥 때문이라는 것을 알았다. 격한 운동을 하거나 힘든 일을 하면 당연히 심장이 빨리 뛴다. 이럴 때에는 심장 박동이 일정한 리듬을 타면서 빨리 뛴다. 그런데 내 심장은 박동하는 방식이 달랐다. 쿵쿵 하면서 두세 번 세게 뛰다가 한 번 정도는 약하게 뛰었다. 계속 이런 형태로 뛰고 있었다. 그래서 내게 부정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8월이 되면서 이런 증세가 찾아오는 빈도수가 더 높아지고 증세의 강도도 높아졌다. 그래도 몸살림운동을 열심히 하는 사람의 몸이 이래서야 되겠느냐는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고, 그래서 왜 내 몸이 이렇게 된 것인지 원인을 찾아 나섰다. 원인을 알아야 해법도 찾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예전에는 부정맥은 오른쪽 가슴이 함몰돼서 심장에 압박을 가하기 때문에 오는 것으로 얘기를 들었고, 그렇게 글도 썼다. 그런데 온몸펴기 2, 3단계를 하면서 내 오른쪽 가슴은 많이 회복돼 있었다. 이런 상태에서 내게 부정맥이 온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다면 부정맥의 원인은 따로 있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고는 부정맥이 올 때 내 몸을 여기저기 눌러도 보고 세게 잡아도 보곤 했다. 이렇게 하면서 우선 발견된 것이 부정맥이 올 때에는 대체로 오른쪽보다는 왼쪽의 상태가 조금 더 좋지 않다는 것이었다. 왼쪽 어깨뼈가시 중 흉추 쪽에서 찌르르한 통증이 느껴졌는데, 오른쪽 어깨뼈가시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팔의 근육을 여기저기 세게 잡아 보면 오른쪽보다 왼쪽이 더 아팠다.

겨드랑이 앞쪽과 뒤쪽을 세게 잡아 보면 이 경우에는 오른쪽이 조금 더 아픈 것 같았다. 오른쪽에 있는 신장 부위는 눌러도 별로 아프지 않았는데, 왼쪽에 있는 위 부위를 누르면 많이 아팠다. 그리고 평상시에는 허리에 아무런 통증도 느끼지 않았는데, 허리펴기 2단계를 할 때 양쪽 허리세움근이 모두 심하지는 않지만 뻐근하게 아팠다. 손바닥을 넓게 벌려 젖가슴을 세게 집어 보면 오른쪽보다 왼쪽이 더 아팠다.

다음으로는 온도가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었다. 내 사무실은 옥상 바로 밑에 있기 때문에 햇볕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옥상이 달구어져 열을 아래로 내뿜기 때문에 오후 3시쯤 온도가 가장 크게 올라갈 때에는 에어컨을 틀어 놓아도 섭씨 30도를 웃도는 것 같았다.

부정맥이 있을 때 이렇게 더운 곳에 있으면 심장은 더 뛰고 숨은 더 가빠졌다. 수련장으로 나가 에어컨을 틀어 온도를 낮추면 심장과 폐가 좀 안정을 되찾았다. 이런 현상을 놓고 생각해 보니, 몇 년 전만 해도 여름에 무더울 때 육교를 올라가려면 한숨부터 나왔다는 기억이 났다. 계단이 몇 개 안 되는 육교를 올라가는데도 숨이 차고 이마에서 땀이 줄줄 흐르고 가슴이 답답했기 때문이었다.

이와 연관해서 이번 여름에도 부정맥이 올 때에는 계단을 오르는 것이 무척 고역이었다. 숨이 차고 심장이 뛸 뿐만 아니라 어지럼증까지 같이 와 세상이 핑 돌면서 쓰러질 것 같은 느낌까지 받을 때도 있었다. 이럴 때에는 눈을 꼭 감고 잠시 쉬고 있으면 심한 현기증은 사라졌다. 그러고 보면 예전에 기자촌 높은 지대에 살 때 지름길인 계단 길로 올라가지 않고 한참 돌아서 가는 아스팔트길로 올라간 것도 이런 증세가 나타나는 것을 두려워했기 때문인 것 같다.

부정맥이 올 때에는 힘이 쭉 빠지고 목소리가 가라앉았다. 힘이 빠지는 정도가 덜할 때에는 걷는 데도 문제가 없지만, 심할 때에는 서 있는 것조차 힘들어 주저앉고 싶어졌다. 이렇게 힘이 빠지면 목소리가 잠기면서 축 가라앉았다.

힘이 있을 때에는 목소리가 살아서 밖으로 튀어나오는데, 힘이 빠지면 목소리가 죽으면서 안으로 기어들어간다. 병자의 목소리가 작은 것은 이 때문이다. 내 경우에는 강의할 때 목소리가 기어들어가는 것이 제일 고역이었다. 회원 전체가 강의를 들으려면 목소리를 크게 내야 하는데, 소리를 크게 내려고 해도 잘 되지 않기 때문이다. 목소리가 잠길 때에는 평상시에 내는 고른 소리와 달리 가래가 심할 때 나는 소리처럼 소리가 울퉁불퉁하게 나왔다.

아침에 변을 볼 때 힘을 주고 나면 구토증이 생겨 헛구역질을 심하게 했다. 이럴 때에는 좀 과장해서 말하자면 헛구역질을 할 때마다 주먹만 한 가래가 쏟아져 나왔다. 부정맥이 올 때에는 가래뿐만 아니라 코도 많이 나왔다. 코딱지도 많 생겨 콧구멍이 간지러웠다. 예전에도 담배를 많이 핀 다음에는 헛구역질을 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가래는 나오지 않았다.

이번 여름에는 식사를 하기 직전이나 술 마시기 직전에는 헛구역질이 나온 적이 여러 번 있었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지 원인을 몰랐는데, 결국은 부정맥 때문이었다. 그리고 헛구역질이 강하게 나타날 때에는 음식 맛이 나지를 않았고 먹기도 싫어졌다. 속에서 거부하는 것이었다.

이마에서는 식은땀이 나고 얼굴에서는 강한 열감이 느껴졌다. 예전에도 어쩌다가 식은땀이 났다. 이럴 때에는 얼굴이 창백해지고 기운이 쭉 빠져 있었다. 좀 바람 쐬면서 쉬고 나면 이런 증세는 사라졌다. 중 3 때의 기억이 난다. 학교 체육대회에 1,500m 육상 반대표로 출전을 했다.

한 바퀴도 돌지 못했는데, 갑자기 숨이 차고 어지러워지면서 이마에서 식은땀이 나고 속이 울렁거리며 토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를 악물고 뛰려고 했는데 꼭 쓰러질 것만 같았다. 실제로 비틀거리면서 몸이 앞으로 기울어지고 다리가 꼬였던 것으로 기억이 된다.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뛰기를 포기했다. 참으로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바퀴도 돌지 못하고 기권을 하다니.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것이 부정맥 증세였다.

그 동안 아침에 출근을 하면서 어쩌다가 우연히 얼굴을 만져 보면 얼굴이 상당히 뜨겁다고 느낀 적이 여러 번 있었다. 그런데 이에 대해서는 별로 이상한 현상으로 여기지 않았다. 두뇌에서 몸에서 흡수한 산소의 25%를 소비하니, 두뇌가 있는 머리에 위치해 있는 얼굴의 온도가 다른 부위에 비해 높은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손과 발은 따뜻하게, 머리는 차갑게” 하라고 하는 것은 분명히 맞는 말이다. 이렇게 생각했기 때문에 얼굴이 뜨거운 것도 정상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 내게 찾아온 부정맥을 경험해 보고 나서는 생각이 바뀌었다. 얼굴에서 열감, 즉 얼굴이 뜨겁다는 느낌을 받는 것은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라는 것이다. 두뇌는 두뇌고, 얼굴은 얼굴이다.

얼굴이 뜨거워지는 것과 두뇌에서 소비하는 산소하고는 분리해서 생각해야 한다. 실제로 경미한 부정맥도 오지 않은 상태에서 얼굴을 만져 보면 뜨거운 게 전혀 없었다. 손바닥과 얼굴은 거의 같은 온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좀 많이 걸으면 발바닥이 따끔거렸다. 이것은 부정맥과 관계없이 오는 증세인지도 모르겠다. 부정맥을 사이트에서 찾아보면 이런 증세는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쨌든 부정맥이 없을 때에는 발바닥이 따끔거린 적은 없었다. 다만 발바닥에 통증을 느껴 걷기가 힘든 적은 있었다. 그러나 따끔거리는 증세와 통증이 있는 증세는 분명히 느낌이 확연히 구분된다.

부정맥이 올 때에는 갑자기 왔다. 처음 올 때에는 대개 아침에 일어나고 나서 부정맥이 왔다는 것을 알아차렸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예민하게 느끼면서부터는 일어나기 전에도 심장이 기분 나쁘게 뛰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드디어는 어느 시점에 부정맥이 오는지도 알게 됐다. 예를 들어 컴퓨터로 급하게 작업을 할 때 갑자기 몸이 무너지면서 심장이 뛰는 것을 알았다.

또 마감이 임박해 글은 빨리 써야 하는데 강의도 빨리 가야 하고 해서 글을 쓰면서도 마음이 급해질 때 갑자기 심장이 뛰는 것을 느꼈다. 한번은 이런 적도 있다. 회의를 하는데 사회자가 진행을 엉망으로 해 한 얘기를 또 하고 또 하고 했을 때 의사진행 발언을 했다.

한 번 정리한 얘기는 다음에 반복하지 말자고. 그런데 사회자는 또 이미 정리된 얘기를 다시 주제로 삼아 헤매면서 길게 얘기를 했다. 그때 갑자기 화가 났는데, 이럴 때에도 갑자기 심장이 뛰었다.

부정맥이 좀 더 강하게 올 때와 약하게 올 때 심장이 뛰는 형태도 구분하게 됐다. 가만히 있는 상태에서 왼손가락을 오무려 가운데 손가락 끝이 가슴뼈(=휼골)에 닿게 하고 젖가슴을 살짝 누르고 있으면 부정맥의 정도를 느낄 수 있다. 약하게 올 때에는 가운데 손가락 끝에서만 미약하게 심장이 뛰는 것을 느낀다.

그러나 강하게 올 때에는 심장 왼쪽과 오른쪽이 모두 강하게 뛰는 것을 느끼게 되는데, 특히 왼쪽이 더 강하게 뛰었다. 부정맥이 오지 않았을 때 가만히 있는 상태에서 심장에 손바닥을 대 보면 아무런 느낌도 없었다. 그저 고요한 상태였다.

 

 

해결책 찾기

처음에 부정맥인지 몰랐을 때 이 증세를 해결하는 이상한 경험을 했다. 부정맥이 오면 심장이 뛰고 숨이 차고, 특히 강의를 할 때에는 목이 잠기면서 목소리가 기어들어가는 것을 더 느꼈다. 화요 평생반에서 강의를 하는데, 이날따라 더 목소리가 잠기고 기운이 없었다. 얼굴에 열감이 오고 숨이 차며 심장이 뛰었다. 이 날 회식이 있었다. 회식 자리에서 소주를 두 병 정도 마셨다.

나는 심장이 뛸 때 술을 마시면 심장이 더 뛸 것으로 생각했는데, 결과는 정반대였다. 거의 자리가 파할 무렵 맥박과 호흡이 정상으로 돌아와 있었다. 이상한 일이었다. 이런 현상을 얘기하니 앞자리에 앉아 계시던 화요 평생반의 강 반장님께서는 그게 당연한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이 분은 대체의학에 대해 아주 폭넓게 알고 계셨다. 이 분 말씀은 혈압이 높은 친구에게 소주를 몇 잔 먹였더니 혈압이 뚝 떨어졌다는 것이었다. 술을 마시기 전에 혈압을 재고 술을 마시고 나서 혈압을 재면 그 변화를 쉽게 알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 반복해서 해 본 경험이라고 하셨다.

나도 이런 말씀을 들을 때에는 그럴 것 같기도 했고, 그렇지 않을 것 같기도 해서 반신반의했다. 그런데 심장이 뛰고 숨이 찰 때 술을 마시면 심장이 가라앉고 숨도 정상으로 돌아왔다. 문제는 본인이 술이 세서인지 두 병 정도는 마셔야 부정맥 증세가 사라진다는 것이었다.

그래도 당장 숨차고 심장 뛸 때에 술을 마시면 증세가 가라앉으니 낮에도 술에 의존해서 부정맥을 해결하는 버릇까지 생겨났다. 미국에서는 고혈압 환자에게는 하루에 맥주 한 컵 정도는 권장 사항이라고 한다. 미국 애리조나에서 한의원을 수십 년간 운영해 오신 한의사님으로부터 들은 얘기였다. 이 분은 지금 우리 운동원에 오셔서 수련 중이다.

그런데 술을 마시면 당장에는 숨차고 심장 뛰는 증세가 거의 완화되지만, 문제는 이런 방법이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며칠 지나면 부정맥은 어김없이 다시 찾아온다. 그래서 운동을 통해 해결할 방법을 찾게 됐다.

예전에 광화문에서는 2번 방석숙제를 하면 부정맥이 사라진다고 얘기해 왔다. 그런데 2번 방석숙제보다 훨씬 강한 것이 2단계 허리펴기이다. 이 운동을 했더니 효과가 있기는 했다. 그런데 문제는 부정맥이 약할 때에는 효과가 있지만 강하게 올 때에는 별 효과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기억나는 것이 있었다. 5년 전쯤인가 성남 시청에서 일하던 분이 2번 방석숙제를 했더니 효과가 좋다는 얘기를 전해 온 적이 있었다. 부정맥이 사라졌다는 것이었다. 그 당시에는 3~4주 정도 2번 방석을 하면 부정맥은 사라진다고 보고 있었다.

그런데 한 1년쯤 지나 이 분이 문의를 해 왔다. 부정맥이 다시 왔는데, 방석숙제 가지고는 낫지 않는다며 다른 방법은 없느냐는 것이었다. 그리고 양주 동호회의 권 선생님 역시 다시 발병했는데, 몸펴기 가지고는 안 돼서 뜸에서 해법을 찾았다고 했다. 이런 얘기를 들었을 때에는 참담한 심정이었다. 몸펴기 가지고 안 되는데, 뜸으로 해결했다니. 그런데 정작 나 자신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으니, 어떻게 하나?

9월이 되었는데도 낮 최고기온은 계속 30도를 웃돌았다. 그러면서 증세는 더 심해졌다. 여기에서 날씨와 몸의 관계에 대해 한번 짚고 넘어가 보자. 우선 갑자기 더워지거나 추워지면서 급격하게 온도 변화가 있으면 사람은 견디기가 어려워진다. 갑자기 더워지면 몸이 축 처져 무너져 내리고, 갑자기 추워지면 몸이 움츠러들기 때문이다.

몸이 무너져 내리면 온몸의 근육이 굳게 되고, 움츠러들면 상체 쪽의 근육이 굳게 된다. 무더운 날씨가 계속되면 무너져 내린 몸이 회복되지 않고 더 무너져 내리게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추운 날씨가 계속되면 대체로 몸은 이에 적응해 나갈 수 있게 된다. 9월이 돼서도 30도가 넘는 날씨가 계속되면서(추석 전날인 9월 21일까지 30도를 웃돌았다) 내 몸은 점점 더 무너져 내리게 되고, 그러면서 증세가 더 심해진 것이다.

추석 전 주 토요일에는 증세가 극에 달했다. 점심을 먹는데 계속 토할 것 같아 국물만 몇 숟갈 뜨고는 그만두었다. 이 날은 2시부터 장애인 프로그램을 진행해야 하는데, 도저히 진행할 자신이 없었다. 숨은 가쁘고 그냥 쓰러질 것만 같았다. 하는 수 없이 사범님들에게 도움을 부탁했다. 나는 어디 몸에 이상이 생겨도 웬만하면 내 스스로 운동을 해서 풀었지, 남에게 도움을 청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 날은 도저히 참지를 못해 도움을 부탁했던 것이다.

온몸풀기를 받고 있는데, 위가 찢어지는 것처럼 아팠다. 손가락을 뽑는데, 거의 뽑히지가 않았다. 등을 잡는데, 바늘로 찌르는 것처럼 아팠다. 허리세움근도 상당히 아팠다. 등과 어깨를 잡고 나서 손가락을 뽑으니, 또독또독 소리가 나면서 잘도 뽑혔다.

어쨌든 이렇게 도움을 받고 일어나니 한결 상태가 좋아졌다. 숨도 가라앉고 맥박도 안정되고 얼굴의 열감도 상당히 사라졌다. 프로그램을 진행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것이 오판이었다. 이럴 때에는 시원한 곳에서 안정을 취하면서 쉬는 것이 최고라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무리를 했던 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1시간 동안 진행되는데, 전반 20분 동안 신세대 음악에 맞추어 3단계 온몸펴기를 하고, 중반 20분은 사범님들이 학생들에게 도움주기를 하며, 후반 20분은 다시 음악에 맞추어 3단계 온몸풀기를 한다. 3단계 온몸풀기를 도합 40분간 한 것이다. 이것이 무리가 됐다. 전반 20분 운동할 때에는 괜찮았지만, 후반 20분 운동을 하는데 다시 숨이 차고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이런 상태에서는 바로 운동을 중지해야 하는데, 운동을 지도하는 입장에서 그럴 수도 없었다. 계속 운동을 강행했다.

사범님과 학생들이 다 돌아가고 나서 술을 두 병 사와서 혼자 마시고 있었다. 앞에서 얘기한 대로 내 경우에는 술을 두 병 정도 마시고 나면 숨차고 심장 뛰는 것이 멈추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때는 최악의 상황이었다. 그 동안은 걷기 힘든 정도가 고작이었는데, 이번에는 앉아 있기도 힘들 정도였다. 하는 수 없이 오른쪽을 밑으로 하고 귀 쪽을 손바닥으로 대고 팔을 괴고 모로 누웠다.

사람들이 피곤할 때 보통 많이 취하는 자세이다. 이렇게 몇 분간 하고 있으니 팔도 아프고 어깨도 아프고 등도 아프고 목도 아프고 허리까지 아파 왔다. 몸펴기운동을 하는 사람이 도대체 이게 뭐냐? 그래도 운동할 때 어디가 아프면 그것은 굳어 있던 근육이 풀리고 있는 것인 것 정도는 아는지라, 계속 그렇게 모로 누워 있었다.

그러다가 호기심이 발동했다. 오른쪽으로 했으니, 이번에는 왼쪽으로도 한번 해 보자. 그런데 몸을 일으켜 세우려고 하자, 이건 장난이 아니었다. 다리와 엉덩이만 빼고 온몸이 아팠다. 허리나 등이 아플 때는 있었지만, 이렇게 허리부터 목까지 아픈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특히 목 오른쪽의 통증은 어떻게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묵직하게 느껴졌다. 그래도 참고 왼쪽으로 모로 누웠다. 이렇게 누워 있으면서 일말의 기대를 했다. 이 방법으로 부정맥을 잠재울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데 몇 분이 지났는지 모르겠다. 갑자기 몸이 쭉 가라앉으면서 편안해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호흡이 점점 자고 맥 역시 점점 수그러들었다. 그리고는 마침내 몸 전체가 안온해졌다.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왔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때의 환희를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저 깊은 나락으로 떨어져 있다가 구출을 받은 것 같았다. 엔도르핀이 온몸을 휘돌고 있었다. 뛸 듯이 기뻤다. 평생 이런 환희를 몇 번이나 맛보았을까? 고등학교 입학시험에 합격했을 때를 제외하고는 이런 기분을 경험한 적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

다시 몸을 일으켜 세우는데, 오른쪽으로 할 때와 마찬가지로 다리와 엉덩이를 제외하고는 온몸이 쑤시고 아팠다. 목 왼쪽은 오른쪽으로 할 때보다 더 아팠다. 일어서 보았는데, 호흡과 맥박이 정상으로 회복돼 있었다. 이제 환희감은 사라지고 안도감이 들었다. 그런데 이 방법으로 실제로 부정맥을 잠재울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모르지. 내 경우에만 이번에 우연히 맞아들었을 수도 있겠지. 정확한 것은 다른 사람들에게도 적용이 되는지 확인해 보아야 알 수 있겠지.

다음다음 날, 그러니까 월요 평생반 공부가 있는 날 한 회원이 상기(上氣)에 대해 질문해 왔다. 자신에게 상기가 있는데, 상기는 왜 생기는 것이냐고. 그때 퍼뜩 생각나는 것이 있었다. 그 동안에는 광화문에서 배운 대로 공명이 막혀서 생기는 것이라고 답을 해 왔는데, 이게 아닌 것 같았다.

부정맥이 그 원인인 것으로 생각됐다. 부정맥이 있을 때 이마에서 식은땀이 나고 볼에 열감이 있는데, 이것을 상기라고 표현하는 것으로 생각됐다. 그 회원의 머리를 만져 보니 실제로 땀이 있었고, 얼굴을 만져 보니 열감이 있었으며, 심장을 짚어 보니 아주 빨리 뛰는 것은 아니었지만 정상보다는 빨리 뛰고 있었다.

마침 와불운동을 실험하려고 하던 차라 회원들에게 이 운동을 직접 해 보게 했다. 나 한 사람한테만 적용되는 운동은 다른 사람한테는 소용이 없는 것이다. 부정맥 증세가 있는 사람 모두에게 적용되는 운동이어야 쓸모가 있는 운동이다. 그래서 토요일의 경험을 바로 이틀 후에 실험해 보고 싶었던 것이다.

우로 5분, 좌로 5분, 도합 10분을 하도록 했다. 아주 짧은 시간이었다. 그리고 상기가 있다고 하는 회원의 이마와 볼, 심장에 손을 대 상태를 점검했다. 이마의 식은땀은 다 마르지는 않았지만, 더 이상 나지는 않는 것으로 느껴졌다. 볼의 열감은 완전히 사라졌다. 심장은 정상적으로 뛰고 있었다.

이로써 나 외에 다른 사람에게 적용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은 주어졌다. 그러나 이 정도로 모든 사람에게 적용될 수 있다고 확신할 수 있는 증거가 주어진 것은 아니다. 다음 주 월요일 12시에 목5동 주민자치센터에 강의를 나갔다.

이 자리에서도 와불운동을 설명한 후 우로 5분, 좌로 5분 이 운동을 하게 해 보았다. 끝나고 밥 먹으러 나오면서 한 사범님이 말씀하셨다. 이 운동을 하기 전에 심장 쪽에 손을 대 보니 많이 뛰었는데, 운동을 하고 나서 대 보니 뛰는 게 잦아들었다고. 이렇게 강의를 할 때마다 실험을 해 보았는데, 심장 뛰고 숨 가쁜 증세는 이 운동을 하면 사라진다는 것이 확인이 됐다.

내가 이 방법에 대해 확신을 가져 갈 때 한 아주머니에게서 전화가 왔다. 본인은 안양에서 사는데, 3년 전쯤 연신내에서 수련을 한 적이 있다고 했다. 현재 고등학교 3학년인 딸이 부정맥이 심해 먹기만 하면 토하고, 현기증 때문에 걸을 때 똑바로 걷지 못하고 갈지(之)자로 걷는다고 했다.

한번 찾아가도 되겠느냐고 했다. 마침 나도 경험을 해 보았기 때문에 이 여학생이 얼마나 고통을 당하고 있는지 짐작이 갔다. 아주머니의 말씀만 들어 보아도 이 여학생이 나보다 훨씬 심각하게 부정맥 증세를 보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럽겠는가. 학교 끝나고 당장 오늘 저녁에 데리고 오시라고 했다.

내 경험으로 보면 부정맥이 있을 때 본인은 별 통증을 느끼지 못하지만 허리부터 시작해서 상체 전체가 상당히 굳어 있다. 통증을 느끼지 않을 정도로 굳어 있는 것이다. 오른손잡이의 경우 평상시에 오른쪽이 무너져 내려 있는데, 어떤 계기로 왼쪽까지 무너져 내렸을 때 부정맥이 올 가능성이 있다. 나의 경험은 이 여학생에게도 그대로 맞아떨어졌다. 허리세움근의 경우 밑에서부터 위에까지 왼쪽이 오른쪽보다 더 굳어 있었다. 손이나 팔, 목도 마찬가지였다.

젖가슴도 오른쪽보다 왼쪽이 더 굳어 있었다. 온몸풀기부터 시작해서 다리, 허리, 손과 팔, 등, 목까지 아주 세밀하게 근육을 풀어 주었다. 그리고 숨과 맥이 어떻게 돼 있는지 가슴에 손을 대고 느껴 보았다. 모든 게 정상으로 돌아와 있었다. 와불 자세를 가르쳐 주고 꼭 이 운동을 매일 하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또 전화가 왔다. 토하지는 않지만, 아직도 밥을 잘 먹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이 날 와서는 이 여학생이 자랑을 했다. 오늘 지하철 계단을 오르는데, 하나도 무섭지 않았고 쉽게 올라왔다고. 전에는 계단을 올라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고 했다. 부정맥이 심하게 올 때에는 계단만 보면 오를 때 숨이 차고 가슴이 뛰는 기억이 나기 때문에 한숨이 나오게 마련이다.

어쨌든 증세가 많이 완화됐다는 얘기였다. 밥을 잘 먹지 못하는 원인 중의 하나는 위가 많이 굳어 있어 소화를 잘 시키지 못하게 되면, 위에서 음식이 들어오는 것 자체를 거부하기 때문이다. 이럴 때에는 위를 풀어 주어야 하는데, 위만 풀어 주어서는 위가 제대로 풀리지 않는다. 위가 제대로 풀리려면 어깨를 포함해 상체가 풀려야 한다.

그런데 참으로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와불운동을 열심히 했으면 이미 거의 다 풀려 있어야 했을 것인데, 아직 많이 덜 풀려 있었다. 와불운동을 하고 있느냐고 물어 보니, 매일은 하지 못하고 그 동안 두 번쯤 10분 정도 했다고 했다. 이렇게 사람들은 치료 개념에 사로잡혀 스스로 운동을 하지 않는다. 다시 제발 운동하라고 신신당부를 하고 저번과 동일하게 몸을 잡아 주고 돌려보냈다.

그런데 3일 후에 또 전화가 왔다. 이제 밥은 잘 먹는데, 아직 어지럼증이 남아 있다고 했다. 다시 오라고 해서 보니, 저번보다는 나아졌지만 아직도 여기저기, 특히 어깨가 덜 풀려 있었다. 어깨가 풀리지 않으면 목이 풀리지 않고, 그러면 어지럼증은 사라지지 않는다.

어쨌든 밥을 잘 먹는 장면은 내 눈으로 확인을 했다. 이 날 연신내 운동원 주최로 가을 소풍을 갔다가 먹고 남은 비빔밥을 주었는데, 짭짭 소리를 내고 활짝 웃으면서 잘도 먹어 댔다. 이제 위는 제대로 풀린 것이었다. 와불운동을 매일 했다고 했다. 전과 똑같이 몸을 잡아 주고는 돌려보냈다. 아직도 이상이 생기면 한 번 더 다시 오라고 얘기하고.

며칠 후 또 다시 전화가 왔다. 아직도 덜 풀린 것 같다고. 다시 한 번 몸을 잡아 주었다. 그리고는 이 정도의 상태이면 현재로서는 거의 다 해결이 된 것 같다고, 그러나 부정맥은 언제나 다시 찾아올 수 있으니 와불운동을 열심히 해야 한다고, 다시 이상이 생기면 오라고, 그러나 와불 열심히 하면 다시 나를 찾아올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하고는 돌려보냈다.

이 여학생은 해맑게 웃으면서 돌아갔다. 그리고 이후 연락은 없었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이제는 괜찮겠지 안위를 하고 있다. 실제로 처음 나를 찾아왔을 때보다 몸 전체적으로 근육이 풀려 있었다. 이런 상태라면 와불만 열심히 하면 심각한 부정맥은 재발하지 않을 것이다. 경미한 부정맥은 다시 찾아올 수도 있겠지만.

확실한 증거는 나에게서도 찾을 수 있었다. 와불 자세로 부정맥 증세를 해결한 이후로는 맥박과 호흡에 대해 더 예민해졌다. 조금이라도 심장이 빨리 뛰는 것처럼 느껴지면 몸의 상태를 스스로 점검하게 됐는데, 그 가장 쉬운 방법은 손바닥을 오무려 왼쪽 젖가슴을 세게 잡아 보는 것이다.

많이 아프면 분명히 심장에 이상이 생긴 것이다. 이럴 때 우와 좌로 와불 자세를 취하면 심장 뛰는 것이 가라앉는 것이 느껴진다. 지금 이 글을 쓸 때까지 미약하지만 세 번은 심장이 뛰는 것을 느꼈고, 와불 자세로 해결을 했다.

그러면 한번 해결된 부정맥 증세는 왜 계속해서 나타나게 되는가? 경험적으로 보면 한번 무너진 몸은 원상회복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예를 들어 회원 중에 신장이 좋지 않은 분이 있었다. 몸을 잘 풀어 드렸고, 그 분이 몸 펴는 운동을 열심히 하신 것 같았다. 병원에서 잰 수치에서는 이상이 사라졌다고 했다고 했다. 그런데 밤이 되면 오른쪽 신장이 찌릿찌릿하게 아프다고 했다.

그런 기간은 상당히 오래 갔다. 한 1년쯤 간 것 같다. 내 경우에는 그렇게 열심히 운동했음에도 불구하고 변의 상태는 서서히 변해 갔다. 다음은 6년에 걸친 긴 변화의 과정을 말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잦은 설사는 없어지되 점심 식사 직후에는 변이 급했다. 이 상태로 변하는 데 3년 넘게 걸렸다. 2단계 온몸펴기를 한 지 몇 달 되고 나서 이런 변화가 왔다.

그러나 묽고 검은 변은 계속됐다. 다음에는 점심 식사 후에 변이 급하던 상태는 거의 사라졌다. 그러나 묽고 검은 변은 계속됐다. 온몸펴기 2단계를 한 지 2년 돼서 얻은 성과였다. 그 다음에는 묽고 검은 변은 사라지고 둥그런 변이 나오되, 막걸리를 마신 다음날에만 황금변이 나왔다. 3단계 온몸펴기를 1시간 반 이상 한 지 6개월쯤 되고 나서부터인 것 같다. 지금은 거의 매일 둥그런 황금변을 보는 상태로 변했다. 와불운동을 한 지 두 달쯤 돼서부터인 것 같다.

이렇게 몸의 변화가 더딘 이유는 이런 것으로 판단된다. 몸이 한번 무너진다는 것은 그 순간에 무너지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실은 상당히 긴 기간에 걸쳐 무너진 것으로 보아야 한다. 예를 들어 허리가 삐끗하면서 갑자기 아프기 시작했다고 하는데, 이는 그 순간만을 보는 것이다. 그 전에 몸이 무너져 내려 갑자기 아프기 시작한 부위의 근육이 많이 굳어 있었다.

이 부위에 갑자기 큰 힘이 가해지면서 갑자기 심하게 굳었을 때 그 부위에서 통증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몸이 무너져 내리는 데는 수년 내지 수십 년이 걸린 것으로 보아야 한다. 그리고 이렇게 긴 시간에 걸쳐 무너져 내린 몸이 정상의 상태로 돌아오는 데는 상당히 긴 시간을 요하게 된다.

당장 통증이 생긴 것을 해결하는 데는 그 부위의 근육을 어느 정도 풀어 주기만 하면 된다. 이는 간단한 일일 수 있다. 그러나 무너져 내린 몸을 추스르는 데는 긴 시간이 요구되고, 이는 간단한 일이 아니다. 긴 시간을 요하는 일이다.

내 경우에는 초등학교 1학년 때 아버님 회사에서 수유리로 가는 야유회에 따라갔다가 팬티에 실수를 한 기억이 지금도 뚜렷하게 남아 있다. 팬티만이 아니라 반바지 바깥으로도 흘러 내려와 있었다. 너무 창피해 남들 보지 못하게 급히 시냇물로 뛰어 들어가 닦아 냈다.

그리고는 옷이 대충 마를 때까지 본대와는 멀리 떨어진 바위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 이런 기억이 지금까지 남아 있는 것은 그것이 내게 너무나 창피한 일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게 기억되기 시작한 설사의 문제는 몸살림운동을 하고 나서도 6년이 지난 후에야 황금변을 보게 되면서 완전하게 해결이 된 셈이다.

그때에는 몰랐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내게는 아주 오래 전부터 부정맥이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자주 깜짝깜짝 놀랐고 심장이 뛰면서 손에 땀이 많이 흘렀다. 경미한 부정맥이 자주 찾아왔던 것이다. 속이 더부룩하고 자주 체해 엄지손가락을 바늘로 따곤 했다.

오른손잡이에게 부정맥, 설사, 체증은 오른쪽뿐만 아니라 왼쪽까지 무너져 내렸을 때 나타날 수 있는 증세라고 할 수 있다. 내가 그러했던 것이다. 몸 펴는 운동을 열심히 하면서 설사와 체증의 문제는 해결했지만 부정맥의 문제는 해결하지 못했고, 그것이 이번 무더운 여름에 터진 셈이다.

이번 겨울에는 심장 뛰는 문제에 대해 또 다른 경험을 했다. 서울의 최저기온이 영하 16도까지 내려간 날 아침 출근을 하면서 갑자기 심장이 미약하지만 뛰는 것이 느껴졌다. 버스에서 내려 사무실로 들어가려고 할 때였다. 바람이 불고 있었다. 순간 ‘아, 너무 추우니까 몸이 무너져 내리고 있구나’ 하는 판단을 했다.

평상시에는 아침을 먹지 않지만, 이 날은 실험을 하고 싶어 뜨거운 순두부찌개로 식사를 했다. 뜨거운 국물이 들어가니 몸이 풀리면서 심장 뛰는 것이 멈추었다. 여름에 무더울 때뿐만 아니라 겨울에 몹시 추울 때에도 몸이 무너져 내릴 수 있다는 것을 이때 알았다.

한번 부정맥에 데고 나서는 매일 이 운동을 하게 됐다. 다시는 숨차고 심장 뛰는 고통을 당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자기 전에 우로 30분, 좌로 30분 꼭 이 운동을 하고 나서 잔다. NGC(내셔널 지아그래픽 채널) 다큐멘터리 한 편을 보면 광고 시간까지 합해 한 시간이 걸린다.

그 시간 동안 운동을 하는 것이다. 이 운동을 할 때 처음에 제일 통증을 느낀 곳은 어깨뼈 맨 밑 부분의 근육이었다. 우로 누웠다가 자세를 바꾸어 좌로 누울 때에는 오른쪽 어깨뼈 맨 밑 부분이 “아이고! 아이고!” 소리가 저절로 나올 정도로 많이 아팠다.

이제 이 운동을 매일 한 지 3개월이 넘었는데, 현재 이 부위에서는 거의 통증을 느끼지 않는다. 손목이나 손바닥이 얼얼하거나 아픈 것은 긴 시간이 걸리지 않고 쉽게 풀린다.

그러나 어깨 바로 밑에 있는 위팔뚝이 풀리는 데는 시간이 많이 걸리며, 또 풀렸다 아팠다가 반복되면서 많은 우여곡절을 겪게 된다. 그 이유는 이런 것으로 생각된다. 팔의 근육이 제대로 풀리려면 상체 전체 영역의 근육이 풀려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평상시에 구부리고 일하거나 운동하게 돼 있는 문명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와불운동으로 팔의 근육을 풀어 놓았어도 이런 문명 생활로 인해 상체가 구부러지고, 그러면 팔의 근육은 다시 굳게 된다. 와불운동을 하면 또 풀어진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서 서서히 상체가 더 펴지고 많은 우여곡절 끝에 팔의 근육도 서서히 더 풀어지게 된다.

그 동안 이 운동을 많은 사람에게 해 보게 한 결과 본인에 맞게 운동 시간을 조정해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아주 중요한 경험 두 개를 예로 그 이유를 설명해 보겠다.

29세의 한 대학원생이 지도교수의 소개를 받고 찾아왔다. 이 학생은 팔, 허리, 목, 다리 할 것 없이 온몸이 심하게 굳어 있었다. 유도 유단자인데, 힘이 들어 유도를 하지 못하고 호흡만 훈련하고 있다고 했다. 병원에서는 신장과 간에 이상이 있어 칼륨을 걸러 내지 못하기 때문에 이런 증세가 나타난다고 얘기했다고 했다.

몸에 힘이 빠져 한의원에 가서 보약도 많이 먹어 보았다고 했다. 몸을 잡아 보니 분명 오른손잡이임에도 불구하고 왼쪽의 통증이 더 심한 것 같았다. 내 생각에는 이 학생은 분명히 부정맥 증세를 보이고 있었다. 그래서 부정맥일 때 나타나는 증세에 대해 어떤지 시시콜콜 물어보았다. 내가 물어본 증세는 모두 이 청년에게 나타나고 있었다. 이제 이 학생이 현재 만성적인 부정맥 증세로 시달리고 있었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그런데 이 학생의 몸을 풀어 주는 것에 대해서는 더럭 겁이 났다. 2시간 이상의 대형 공사(?=몸을 풀어 주는 데 긴 시간과 힘이 든다는 것을 본인 나름대로 표현하는 용어. 푸는 데 20~30분 정도는 소형 공사, 1시간 정도면 중형 공사 등으로 농담 식으로 표현하고 있음)를 해야 웬만큼 풀어질 것 같은데, 그렇게 긴 시간 힘을 들여 하는 것에 겁이 난 것이다.

게다가 단단한 근육질에 그 근육이 이렇게 굳어 있으면 노가다 중에서도 상노가다로 힘을 써야 할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게 해 보아야 이 청년의 부정맥 증세는 당장은 좋아질 것이지만 근본적으로 사라지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이 학생에게 와불 운동을 해 보도록 시켰다. 본인이 이 운동을 지속적으로 해야 근본적으로 부정맥 증세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먼저 우로 눕는 운동을 시켰는데, 이 학생은 이 운동을 채 2분을 감당하지 못하고 자세를 풀고 말았다. 팔과 허리, 어깨가 너무 아파 더 이상 하지 못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면 좌로 해 보라고 했다. 이 역시 마찬가지였다. 채 2분을 견디지 못하고 자세를 풀고 엎드려 버렸다. 찡그린 표정으로 집에 가서 열심히 할 것이니, 이제 그만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렇게 짧은 시간을 했는데도, 팔을 만져 보니 근육이 조금은 풀어져 있었다.

이 운동을 하는 시간과 관련해서 이와 전혀 다른 경험도 있다. 73세의 노인 회원이신데, 척추를 펴야 건강해진다는 것에 대해서는 잘 알고 계셨다. 연신내 동호회에서 운동하면서 어느 정도 펴지기는 했지만, 이 노인 분이 만족해하시기에는, 그리고 내가 보기에도 부족한 수준이었다.

이런 와중에서 와불운동을 하시게 됐다. 어느 날 이 노인 분이 개인적으로 찾아와 하시는 말씀이, 아무리 와불운동을 해도 아무런 느낌도 없다는 것이었다. 아침, 점심, 저녁으로 하루에 세 번 우로 10분, 좌로 10분씩, 그러니까 하루 60분씩 운동을 하고 있다고 하셨다. 그런데도 몸에 아무런 느낌도 없고 몸이 펴지지도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내 사례를 소개해 드렸다. 저는 한번 할 때마다 우로 30분, 좌로 30분씩 하고 있다고. 4~5일 후 이 노인 분이 다시 찾아오셨다. 우로 20분, 우로 20분씩 하루에 두 번 이 운동을 했는데, 어깨가 풀리면서 고개를 들기가 한결 쉬워졌다고 말씀하셨다. 굳이 찾아오셔서 말씀하시지 않아도 될 것인데, 이 분은 하도 기분이 좋고 자랑스럽기도 해서 찾아오셔서 말씀을 하셨던 것 같다.

젊은 사람이 채 2분을 하지 못하고 연세 드신 분이 20분은 해야 어깨가 풀린다는 정반대되는 이 두 사례를 소개하는 것은 운동시간은 본인의 몸 사정에 맞추어 융통성 있게 정해야 한다는 것을 얘기하기 위해서다. 몸이 좀 괜찮은 사람은 더 긴 시간, 몸이 나쁜 사람은 본인이 견딜 수 있는 만큼의 시간만 운동해야 한다.

그래야 현재보다 몸의 상태가 조금씩 더 개선될 수 있다. 몸이 많이 좋지 않은 사람은 처음에는 적은 시간만 운동하는 것이 좋다. 다음에 다시 운동할 때에는 처음보다는 조금은 더 긴 시간 운동할 수 있게 된다. 그 다음에는 조금 더 긴 시간.…… 이러면서 몸은 점차로 호전되게 된다.

지금까지 부정맥에 대한 본인의 경험을 정리했는데, 이 글은 빈맥에 한정된 것이다. 본인의 경험이 빈맥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서맥에 대해서도 본인의 경험이 적용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서맥의 해결책에 대해서는 차후 연구의 과제로 남겨 놓는다.

또 부정맥일 때 흉통이 동반되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 본인의 경우에는 흉통은 전혀 없었기 때문에 흉통이 동반되는 부정맥에 적용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이 역시 차후 연구의 과제로 남겨 놓는다. 다만 말할 수 있는 것은 와불운동이 온몸의 굳어 있던 근육을 풀어 주는 데 상당히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이 운동을 할 때 어떤 자세로 변형시키는가에 따라 하체를 푸는 데 더 중점을 둘 수도 있고 상체를 푸는 데 더 중점을 둘 수도 있다. 중점을 두는 부분이 더 먼저 풀리게 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