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청렴(淸廉)한 사람이 청빈(淸貧)하지 않은 세상을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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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청렴(淸廉)한 사람이 청빈(淸貧)하지 않은 세상을 꿈꾸며
  • 현미혜
  • 승인 2017.05.10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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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미혜 제주시 재산세과 주무관

현미혜 제주시 재산세과 주무관
국가의 녹(祿)을 먹는 공무원이 된 후, 가장 많이 접하게 된 청렴한 공직자의 표상으로 황희 정승이 있다.

오늘날로 치면 국무총리의 지위에서 오랜 기간 공직생활을 했음에도, 관복이 한 벌뿐이었다는 둥, 비가 새는 초가에서 멍석 깔린 방바닥에 누덕누덕 기운 이불에서 생활했다는 그의 청빈함은 여러 일화를 통해 널리 알려져 있다. 이런 청빈함은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청렴함의 대표적인 이미지로 각인되어 있다.

그러나 나는 묻고 싶다. 황희 정승의 청빈함이 그의 가족들에게 행복한, 아니 최소한 정상적인 일상생활의 기쁨을 주는 가정생활을 하게 해 주었을까?

더구나 한 나라의 재상이 국가의 녹봉만으로는 사는 모양새가 이럴 수밖에 없었다면, 과연 조선이라는 나라는 제대로 된 국가의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고 말할 수 있는가?

그리고 이렇게 후대에 와서까지 황희 정승의 청렴함이 표준으로 작용한다면, 동일한 상황에 놓이게 되는 우리 후배 공직자들이 개개인의 철저한 자기통제가 있지 않고서는 오히려 뇌물에 더 취약한 상황으로 몰아가는 것은 아닐까? 왜 청렴한 사람은 꼭 청빈해야만 한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인가?

뇌물을 건네려는 자의 손을 뿌리치며, “거두십시오! 저는 제 봉급만으로도 충분히 넉넉합니다!”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으려면 우리의 수준은 아직도 갈 길이 먼 것일까?

인재개발원에서 교육을 받을 때 강사님이신 어느 교수님께서 공무원들이 앞장서서 청빈(淸貧)보다 청부(淸富)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라고 당부하셨다. 차마 청부(淸富)함까지는 상상하기 어렵더라도, 적어도 청렴한 사람이 청빈이라는 문패를 단 궁상의 울타리에 갇혀 허덕이는 꼴은 면한 세상을 꿈꾸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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