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록샘,사슴도..한라산 신령도 마셨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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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록샘,사슴도..한라산 신령도 마셨을 듯.."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7.06.03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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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탐방기)해발 1,655m, 제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샘 가 보니..

 

 

백록샘!

사슴의 무리들이 즐겨 찾고 한라산 신령이 쉼터로 이용을 했을 만도 하다. 사방 어디를 둘러봐도 모자람이 없는 곳이거늘 산신령이라고 어찌 외면하고 내 버려 뒀겠는가.

한라산 남벽과 윗세오름 중 붉은오름을 비롯하여 방에오름에 에워싸인 곳이라 어느 방향을 봐도 기세가 당당할 것 같았다.

대자연의 병풍이 펼쳐지는 공간인 데다 자리를 차지한 옆으로 쉴 새 없이 흘러내리는 물줄기는 마음까지 다 적셔줬다.

 

백록샘은 부악(한라산)의 남벽 아래인 해발 1,655m에 위치하여 제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샘이다. 이는 곧 제주를 넘어서 우리나라의 최고(高)에 위치한 샘에 해당이 된다. 연중 물이 마르지 않는 샘이면서 고인 물이 아니고 꾸준히 물이 흘러내리는 곳이다.

지대나 주변의 입지를 참고한다면 이 물의 시작은 백록담 분화구 안을 거쳤음을 짐작할 수가 있다. 지반 아래로 스며들은 물이 이곳에서 표면 위로 나타난 뒤 다시 지하를 통하여 흘러간다. 이후 서귀포시 동흥동의 산짓물을 지난 후 정방폭포를 거쳐 마지막을 장식한 후 바다와 합쳐진다.

그야말로 최고봉에서 시작을 하여 대장정을 거친 후 쪽 해안으로 향하는 특별한 진행이 이루지는 셈이다.

지난 5월27일 제주환경일보 탐방팀의 영실 ~ 영실기암 ~ 오백장군 일대의 환경과 생태조사를 위한 탐방에 참여를 하고 진행을 하는 과정에서 선작지왓과 백록샘 일대를 함께 취재하는 기회가 포함되어 백록샘을 만나게 되었다.

 

윗세오름 대피소에 남벽 분기점으로 이어지는 곳은 늦은 봄 털진달래가 만발하게 피어 눈길을 끄는 곳이다. 정해진 탐방로를 오가는 동안에 만날 수 있기 때문에 구태여 더한 욕심을 낼 필요가 없다.

어리목이나 영실을 출발 한 후 대피소에 도착을 하고 그냥 리턴을 하기보다는 내친김에 남벽 분기점까지 가보는 것이 좋다.

계절과 날씨가 좌우하겠지만 붉게 물든 진달래의 향연을 만나는 과정을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는가. 해발이 말해주듯 고지대인 만큼 남벽 분기점 일대의 털진달래는 6월 중순까지 꽃을 피운다. 이 과정에서 백록샘이 있는 옆을 거쳐가게 되지만 역시나 국공의 출입 제한 지역이라 외면해야만 한다.

한라산국립공원사무소의 승인이나 허가 등 어려운 절차가 필요하며 무단출입시 과태료 등 처벌이 따르므로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이른 시간에 출발을 한 후 윗세오름 대피소에 도착을 하였다. 흔히들 윗세오름이라 하지만 이는 대피소 인근의 세 오름을 합한 명칭이다. 붉은오름~누운오름~족은오름을 합하여 윗세오름이라 부르게 이는 웃세(上三)를 일컫는다.

남벽분기점으로 이어지는 탐방로는 돈내코 코스와 연계가 되는데 가장 지루한 루트이기도 하다. 예년 같으면 이 지점에도 털진달래들의 향연을 볼 수가 있는 위치이지만 올해는 좀 늦어지는 것 같았다. 비의 양이 적은 때문인 데다 기후적인 영향으로 인하여 조릿대들 역시 누런 빛을 띄고 있었다.

 

맑은 날씨 속에 웅장한 모습을 바라보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백록샘은 남벽 분기점으로 이어지는 탐방로를 따라가다가 우측으로 있다. 어차피 사전 허락을 받고 찾았지만 그래도 가능한 남의 눈을 피하기 위하여 잠시 멈췄다가 진입을 하였다.

여전히 사람들이 드나든 흔적이 뚜렷하게 남아 있었고 조릿대 사이로는 길의 윤곽이 훤하게 드러나 있었다. 빽빽한 조릿대왓을 지나는 동안 고지대이지만 행여 야생화나 특별한 식물을 볼 수 있을까 기대를 했지만 시로미가 대세였다. 메마르고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는 데다 환경적인 요인은 더 이상의 자연 생태를 받아들일 수 없는 실정이었다.

 

백록샘 가까이 도착을 한 후 오희준 캐른을 먼저 찾았다.캐른이라 함은 길의 표시나 등정의 표시로서 등산가나 탐험가 들이 쌓아올린 돌무더기를 말하는데, 장구목(오름)에 고상돈 캐른이 있고 이곳 백록샘 근처에는 오희준 캐른이 있다.

오희준은 세계의 8,000m급 고봉 10좌를 정복했으며 지난 2005년 산악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산악인이다. 고상돈과 더불어 제주가 배출한 산악계의 인물이었으나 안타깝게도 지난 2007년 에베레스트 남서벽에서 타계하였다.

설렘과 기대 속에 만난 백록샘.한라산 남벽의 기세를 그대로 받들고 있는 형세이다. 긴 거리는 아니지만 백록담에 고인 물이 지반 아래를 통하여 굽이굽이 흐르다 돌출이 되는 곳이다. 자연적으로 형성이 된 샘터는 넓은 공간이 아니지만 흘러내리는 물을 일정 시간 가두어 두는 역할을 하고 있다.

 

자연석으로 에워싸인 주변은 조릿대가 장악을 하여 울타리를 쳤다. 일부 고산식물들이 비좁은 틈을 차지하여 식생을 이어가는 모습도 보이지만 역시나 조릿대의 횡포를 이기지는 못 하는 것 같았다. 물줄기는 실보다 가는 푸른 수초를 의지한 채 작은 소리를 내며 떨어지고 있었다.

흐르는 동안 여과를 거친 깨끗한 물은 자연적으로 구성이 된 샘터 안을 차지하여 투명하게 보였다. 백록수. 백록샘이나 백록수나 별 차이는 없겠지만 차라리 그렇게 부르고 싶었다. 마르지 않고 꾸준히 흘러내리는 물인 데다 샘터의 영역이 좁아서 왠지 백록수가 어울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사슴도... 한라산 신령도..... 백록담을 벗어났을 때는 이곳에서 지냈을 거다. 사방으로 펼쳐진 자연이 그러하고 유유히 흐르는 물줄기가 분위기와 환경을 꾸며주는데 어찌 마다했겠는가. 아름다움에 취하고 깨끗한 물에 반하여 사슴은 그렇게 노래를 했을 테고, 산신령은 따라서 춤을 췄을 법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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