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펴기칼럼]우리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요?
상태바
[몸펴기칼럼]우리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요?
  • 이범
  • 승인 2017.06.04 19: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여자든 남자든 몸을 펴면 빈뇨는 사라집니다


우리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요?/이범의 몸펴기칼럼 

 


작년 11월 초에 어느 선배님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어머님이 쓰러지신 지 한 달이 됐는데, 말씀을 거의 하지 못하시고 정신도 혼미해져 있다고 했습니다. 이 외의 증세에 대해서는 별 얘기가 없었습니다. 이 선배가 제일 중요하게 본 증세 두 가지를 얘기한 것 같습니다.

병원에서는 이 어머님이 17년 전에 맞았던 풍의 후유증으로 두뇌의 혈관이 막혀서 그런 것인데, 해결책이 없다고 했답니다. 그래서 집에서 한 달 동안 누워만 계셨다고 했습니다. 어떻게 해결할 방법이 없겠느냐고 물어 왔습니다.

 

저는 말씀을 거의 하지 못하시고 정신도 혼미해져 있는 이유에 대해서는 대체로 알고 있었습니다.

 

말씀을 거의 하지 못하시는 이유는 기력이 떨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기운이 떨어지면 말을 하려고 해도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습니다. 기운이 떨어져 있는 것은 온몸이 굳어 있기 때문이고, 특히 말이 잘 안 나온다는 것은 성대를 포함해서 혀, 입술, 볼, 연구개, 턱 등 발음기관의 근육이 굳어 있어 두뇌에서 말을 하라고 지시를 내려도 이들 발음기관의 근육이 제대로 작동을 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제대로 운동을 해야 자음과 모음을 합성해서 소리가 나오는 것인데, 운동을 하지 못하니까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잠시 사람의 소리에 대해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이에 대해 현재 알고 있는 상식에 너무 문제가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풍을 맞든, 뇌성마비가 있든, 구완와사(와사풍이라도 합니다)가 있든 말을 아둔하게 하거나 말을 전혀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럴 경우 현대의학에서는 그 원인을 대체로 두뇌에 이상이 생겨서 그런 것이라고 보는 것 같습니다. 뇌경색이나 뇌출혈 때문이라고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제 경험을 종합해 보았을 때 이런 증세는 두뇌의 이상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리고 있었습니다.

여러 사람들과 이 문제를 가지고 씨름을 해 보았지만, 아직 제 경험이 일천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두뇌의 문제가 아니라 몸의 문제였습니다. 몸, 특히 몸 중에서도 상체가 풀리면 발음의 문제는 해결이 됐습니다.

 

이것은 현재의 발전된 두뇌과학(=인지과학)의 성과를 이용해서 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현대의학에서는 오히려 최근에 발전된 두뇌과학의 성과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옛날의 성과에 매달려 이에 만족하고 있기 때문에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지 모르고 있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말은 체성신경계(=두뇌)의 소관입니다. 즉 두뇌에서 지시를 내려 발음기관에서 복잡한 운동을 하게 함으로써 사람의 말이 나오게 되는 것입니다. 우선 성대에서 자음과 모음이 분리되지 않은 그 사람 특유의 원음이 나옵니다.

그렇게 나온 원음은 혀, 입술, 볼, 연구개, 턱 등의 근육이 복잡한 운동을 통해서 자음과 모음을 분리하고 결합시킨 사람의 말로 변형을 시킵니다. 현재 이 지구상에서는 사람만이 자음과 모음을 분리하고 결합시켜서 말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입니다.

인간이 이 세상의 존재 중에서도 가장 폭넓고 복잡하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게 된 것은 이렇게 자음과 모음을 분리하고 결합시키는 능력을 갖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자음과 모음을 분리하고 결합하는 능력이 없으면 신호를 보낼 때 뚜렷한 한계가 있습니다. 신호를 보낼 수 있는 종류에 한계가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본다면 말을 하지 못하거나 어눌하게 발음하는 원인에 대해서도 쉽게 이해를 할 수 있게 됩니다. 물론 두뇌에서 지시를 내리지 못해 이렇게 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식물인간의 경우가 이에 해당됩니다. 두뇌가 서서히 죽어 가는 경우도 이에 해당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느 정도 판단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두뇌의 문제가 아니라고 보아야 합니다. 두뇌에 이상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근육에 이상이 생겼다는 것입니다. 말을 하지 못하거나 어눌하게 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근육에 이상이 있다는 것입니다.

 

말을 전혀 하지 못한다면 이는 성대가 심하게 굳어 있어 작동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예 원음을 만들어 내지 못하는 것입니다. 아예 원음을 만들어 내지 못하니 원음을 바탕으로 해서 자음과 모음을 분리하고 결합시키는 것은 당연히 불가능할 것입니다.

 

말을 아둔하게 하는 것은 성대에서는 원음이 나오지만 나머지 발음 기관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럴 때 말하자면 말이 찌그러들어서 나오게 되는 것입니다. 예를 하나 들어 보겠습니다. 풍을 맞은 한 남자 분이 운동을 하러 왔습니다.

이 분이 처음 왔을 때 저희 수련원이 연신내에 있으니까 ‘연신내’라는 발음을 해 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 분은 이 발음을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아주 어눌하게 ‘연진내’라고 발음을 했습니다. ‘신’자가 안 나오고 ‘진’자로 발음이 되었습니다. 3개월 정도 운동하고 나서는 정확하게 연‘신’내 발음이 나왔습니다. 그 동안 성대 외의 발음 기관의 굳어 있던 근육이 풀려 좀 더 정확하게 발음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원래의 얘기로 돌아가겠습니다. 이 어머님이 말을 잘 하지 못한 원인에 대해서는 이미 설명을 했고, 왜 정신이 혼미했는지에 대해서도 저는 원인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습니다. 저는 이런 증세도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두뇌에 이상이 생겼기 때문이 아니라 몸에 이상이 생겼기 때문에 나타나는 증세라고 보고 있습니다.

 

저는 아주 간단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고열을 동반하는 질환이 있을 때 정신이 멍멍해l고 판단력도 흐려집니다. 몸이 어딘가 심하게 아플 때에는 자꾸 신경질도 나고 짜증도 납니다. 그래서 사람들과 자주 부딪치게 됩니다. 특별히 아픈 데가 없는데도 화를 잘 내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면 이런 현상은 두뇌에 이상이 생겼기 때문에 나타나는 증세일까요?

아무도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몸에 이상이 있을 때 두뇌가 보이는 반응으로 보아야 할 것입니다. 특별히 아픈 데가 없는데도 화를 잘 내는 것은 본인이나 다른 사람은 크게 느끼고 있지 않을 수 있지만 실은 몸이 괴롭기 때문입니다. 정신이 혼미해지는 것도 두뇌의 문제가 아니라 몸의 문제라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어쨌든 선배가 얘기한 증세에 대해서는 제가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도움을 드리겠다고 약속을 했습니다. 어머님의 연세가 90이라고 했는데, 그래도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막상 어머님을 찾아뵈니 상황은 제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심각했습니다. 누워서 전혀 움직이지를 못하셨습니다. 요실금에 빈뇨, 어깨, 허리, 다리 등 온몸 어디 아프지 않은 곳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하기는 이렇게 온몸이 아프니 누워서 꼼짝도 못하셨겠지요.

나이 들어서 혼자 화장실에 가지 못해 다른 사람이 똥오줌을 받아내 주어야 한다면, 그것은 그 분이 다리가 아프고 허리가 아파 일어서지를 못하기 때문입니다. 다리 아프고 허리 아프지 않다면 혼자서도 충분히 화장실에 들락거릴 수 있습니다. 본인이 느끼는 통증 때문에 혼자 일어서거나 걸을 수가 없는 것입니다.

 

어머님을 방바닥에 눕게 하시고 온몸을 풀어 드리기 시작했습니다. ‘온몸풀기’부터 시작해서 상체, 허리, 하체 순으로 풀어 드렸습니다.

 

저도 예전에는 아픈 사람이 오면 땀을 뻘뻘 흘리면서 몸 전체와 특별히 아픈 부위를 풀어 주었습니다. 물론 이렇게 하면 저는 힘이 많이 들지만 효과는 바로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요즘에는 방법을 바꾸었습니다. 먼저 ‘누워 온몸풀기’를 적어도 30분 이상 하게 하고 나서, 아직 덜 풀린 부분이 있으면 좀 손을 보아 주는 정도로 마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해도 충분히 효과가 있습니다.

아픈 데가 풀렸는지 안 풀렸는지는 처음에 누웠을 때 누르거나 잡아 보고, 운동을 마쳤을 때 누르거나 잡아 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처음 누르거나 잡았을 때에는 상당한 통증을 느끼지만 운동을 하고 나서 누르거나 잡으면 통증이 상당히 경감돼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으로 바로 끝내지는 못합니다. 아주 심하게 굳어 있는 곳은 이 운동 한 번만으로는 제대로 풀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운동으로 큰불이 꺼졌다면 일종의 잔불 끄기가 남아 있는 셈입니다. 그런데 잔불을 끄는 것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우선 어디에 잔불이 남아 있는지 알아야 하고, 그 잔불을 어떻게 끌 수 있을지 방법을 알아야 합니다. 이런 잔불 끄기는 상당한 숙달을 통해서 해결할 수 있습니다.

 

어쨌든 이렇게 운동을 위주로 하게 하면서 아픈 것을 해결해 주면 상대방은 우리 운동의 효과에 대해 신뢰를 하게 됩니다. 몸을 펴는 운동을 하면 아픈 게 사라진다는 것을 몸으로 체험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우리 운동을 권하는 것이 상당히 쉬워집니다. 자기 사는 곳 가까운 데 있는 동호회에 가서 운동하라고 권하기도 쉽고, 못 나오면 집에서 운동하라고 권하기도 쉽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운동을 하게 하는 게 어려운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이 어머님의 경우도 이에 해당됩니다. 이 어머님처럼 온몸이 너무 굳어 있어 목베개를 등이나 허리에 받치고 누워 있는 것 자체가 너무 고통스러운 사람들에게는 우선 몸을 풀어 드려야 합니다. 그렇게 해서 스스로 운동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누구한테나 무턱대고 운동해야 한다고 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이 어머님에게는 우선 온몸풀기를 해 드렸습니다. 너무 아파하시더군요. 너무 아파하시니 이 어머님이 어느 정도 감내할 수 있도록 힘을 많이 빼서 했습니다. 이렇게 힘을 빼서 하다 보니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다음으로 상체로 넘어갔는데, 이불을 덮고 누워 계셨음에도 불구하고 손이 얼음장처럼 차가웠습니다. 호흡이 얕고 팔의 근육이 많이 굳어 있을 때 손이 이렇게 차가워집니다.

상체를 풀고 나서 허리, 다음으로 하체를 풀어 드렸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이 어머님이 주무실 때 5~6번 깨서 오줌을 누신다고 해서 방광을 아주 세밀하게 풀어 드렸습니다. 말이 그렇지 간병인의 입장에서는 밤에 5~6번 일어나서 변기통에 앉히셔서 오줌 수발을 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이렇게 다 끝내고 나서 시간을 보니 1시간 40분이 걸렸습니다. 걱정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연세가 많이 드신 분에게, 더군다나 누워서 움직이지도 못하는 분에게 이렇게 긴 시간 도움주기를 해도 되겠느냐 걱정이 되었습니다.

도움주기를 끝내고 선배와 저녁을 먹으면서 선배님께 솔직하게 말씀드렸습니다. 아마 하룻밤 주무시고 나면 괜찮아지실 것이라고 보긴 하지만, 제가 너무 무리하게 도움주기를 한 게 아닌가 걱정도 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사무실로 돌아오면서는 더 걱정이 되었습니다.

혹시 너무 무리가 되어 돌아가시면 어떻게 하나 하는 생각까지 드니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습니다. 이 생각만 하면 가슴이 답답했습니다. 저희 사무실에 같이 계시던 분(이 운동을 배워 브라질에 전파하겠다고 6개월 동안 저희 수련장에서 숙식을 하면서 계셨던 75세의 청년 노인)의 말씀은 제가 사무실에 들어올 때 얼굴이 완전히 사색이 돼 있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이틀을 가슴 답답하게 지냈는데, 선배님한테 문자 메시지가 날아왔습니다. “어머님이 많이 좋아지셨으니, 다시 한 번 와 줄 수 없겠느냐”고. 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십 년 묵은 체증이 쑥 내려가는 것 같았습니다. 가슴이 시원해졌습니다.

나중에 선배의 얘기를 들어 보니 제가 돌아가고 나서 피곤하다면서 주무셨는데, 두 시간 정도 푹 주무시고 나서는 몸이 아주 좋아지셨다고 합니다. 이걸 몇몇 가족 분들이 확인을 하고 나서야 이틀 후에 다시 좀 와 달라고 연락을 한 것 같았습니다.

 

여기에서 하나 짚고 넘어갈 것이 있습니다. 제가 광화문에서 운동을 배울 때 저희들을 가르쳐 주시던 분이 몇 번 사고를 낸 적이 있습니다. 전혀 몸이 좋아지지 않고 더 악화되었다는 얘기를 들은 적도 있고, 또 그런 분들이 나중에 저를 찾아왔던 적도 있습니다. 그때 저를 가르쳤던 분이 사고를 낸 경험을 제가 반복해서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제게는 컸습니다. 그런데 어쨌든 사고는 내지 않았고 다시 와 달라는 초대(?)까지 받았습니다.

 

며칠 후에 어머님을 뵈니 제가 보기에는 말을 또렷하고 크게 하지는 못하셨는데, 이는 몸이 충분히 풀리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래도 가족 분들이 보기에는 상당히 좋아진 것으로 판단되었나 봅니다. 간병인이 좋아하는 것은 주무시다가 5~6회 정도 보던 소변이 1회 정도로 줄었다는 것입니다.

이런 어머님을 모시는 간병인에게는 여러 가지 더 큰 어려움도 있겠지만, 밤에 5~6회 정도 깨서 환자의 소변 수발을 들자면 얼마나 힘이 들었겠습니까. 그 간병인은 가볍게 미소를 지으면서 이제 한 번 정도면 된다고 하면서 좋아했습니다.

 

요실금이나 빈뇨 모두 방광이 굳어 있을 때 나타나는 증세입니다. 굳어 있던 방광이 부드럽게 풀리면 이 두 증세 모두 사라집니다. 몸이 구부러지면 장기가 하수돼(밑으로 밀려 내려와) 서로 누르고 눌리게 됩니다. 그러면 특히 많이 눌려 있는 장기는 더 많이 굳게 됩니다.

저는 이것이 장기에 병이 생기는 일차적인 원인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장기가 하수돼 방광을 누르면 방광의 근육이 굳게 됩니다. 이때 나타는 것이 빈뇨나 요실금입니다. 방광의 근육이 부드럽게 풀리면 이 두 증세 모두 사라집니다. 저번에 이 어머님의 방광을 자세하게 풀어 드린 게 효과를 본 모양입니다.

심지어 오줌은 마려운데 화장실에 가면 오줌은 나오지 않아 고생하는 증세도 방광의 근육이 풀리면 사라지게 됩니다. 일례를 들어 보겠습니다.

 

작년 여름에 단체로 11박 12일에 걸쳐 러시아의 연해주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일제강점기에 선조님들이 독립운동을 했던 발자취를 찾아다니면서 그때 이 분들이 어떻게 그 엄혹한 상황 하에서도 운동을 했는가를 알아보고 그 선조님들의 마음을 느껴 보는 여행이었습니다.

이런 여행을 하다 보면 눈에 눈물이 마를 사이가 없습니다. 그 어려운 상황에서도 목숨을 걸고 투쟁을 하셨기 때문에 현재의 우리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 할수록 눈물이 앞을 가리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이렇게 장기간 여행을 하다 보면 몸이 아픈 사람들이 많이 생겨납니다. 특히 설사나 체증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허리가 아픈 사람들도 많이 생깁니다. 여행 가이드 분들은 보통 여행 때 설사나 체증이 많이 생기는 것은 한국과는 다른 물로 바꾸어 먹기 때문인 것으로 설명을 합니다. 그러나 저는 생각이 다릅니다. 물보다는 자세 때문인 것으로 봅니다.

매일 장시간 차를 타고 다녀야 하는데, 이때 의자에 않는 자세 때문에 몸에 탈이 생기는 것으로 봅니다. 장시간 구부정한 자세로 차를 타고 다녀야 하니, 장기가 하수돼 굳게 되기 때문에 설사나 체증이 많이 생기는 것으로 봅니다. 허리 아픈 사람이 많이 생기는 것도 이렇게 장시간 구부리고 앉아서 이동을 해야 하니, 허리의 근육이 굳게 되기 때문인 것으로 봅니다. 설사나 체증은 장이나 위가 풀리게 하면 저절로 사라집니다. 그래서 물 때문에 생기는 것으로 보지 않는 것입니다.

 

여행 중반쯤에 점심을 먹으려고 식당으로 가는 도중 큰일이 하나 생겼습니다. 한 아주머니가 아랫배를 움켜쥐고 쪼그리고 앉아 꿈쩍을 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단체여행 중 이런 분이 생기면 일정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병원으로 모셔야 하니까요.

저는 이런 여행을 할 때 좀 역할을 합니다. 멀미를 하건 체했건 설사를 하건 허리가 아프건 제가 웬만한 건 어렵지 않게 해결을 해 드리니까요. 사람들이 저를 찾아와 장이 꼬인 것 같다면서 빨리 가 보자고 했습니다. 가서 배를 만져 보니 장이 유착된 것이 아니라 심한 방광염이었습니다.

이렇게 판단을 내린 것은 손가락으로 배를 눌러 보았을 때 아파하는 곳이 장이 아니라 방광이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방광이 심하게 굳어 있으면 그 통증 때문에 쪼그리고 앉아 걷지를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마침 바로 근처에 우리가 묵고 있는 호텔이 있어 차로 이 분을 모시고 이 분 방의 침대에 눕게 했습니다. 우선 온몸풀기를 해 드렸습니다. 온몸풀기는 그야말로 온몸을 푸는 것인데, 방법은 아주 간단합니다. 사타구니 쪽에서 치골 바로 밑을 엄지손가락으로 좀 세게 눌러서 위로 올려줍니다.

양 엄지를 이용하면 좌와 우를 동시에 올려 줄 수 있습니다. 이걸 받는 사람은 처음에는 굉장히 아파합니다. 그러나 여러 번 반복하다 보면 통증이 사라집니다. 다음에는 양 손바닥의 새끼 쪽의 두덩으로 치골 바로 위를 지그시 누르고 있으면 됩니다. 그러면 굳어 있던 장기가 풀리면서 손이 저절로 위로 미끄러져 올라갑니다. 이 동작을 몇 번 반복하다 보면 장기가 제대로 풀려 딱딱하던 배가 부들부들해집니다.

 

온몸풀기를 거의 마칠 때쯤 이 아주머니는 갑자기 화장실에 좀 다녀와야겠다고 하셨습니다. 화장실에 다녀온 후 본격적으로 방광을 풀기 시작했습니다. 이때 이 아주머니의 룸메이트가 화장실에 갔다가 나오셔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변을 어찌나 많이 보았는지 변기가 막혔다. 샤워기로 물을 뿌려 겨우 뚫었다. 변비가 아주 심했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온몸풀기로 장이 풀리니 쌓여 있던 변이 한꺼번에 나온 것입니다. 나중에 이 아주머니를 다 풀어 주고 소변을 보려 그 화장실에 갔더니 제 속이 역할 정도로 그야말로 썩은 냄새가 진동을 하더군요.

 

그 룸메이트 아주머니는 이 아주머니의 어젯밤부터 오늘 아침까지의 상황을 설명해 주셨습니다. 밤새 이 아주머니는 한잠도 못 잤다고 했습니다. 계속 화장실을 왔다 갔다 하느라 한잠도 못 잤다는 것입니다. 그러자 이 아주머니가 왜 그런지 설명을 해 주었습니다.

누워 있으면 오줌이 마려워 죽겠으니 화장실에 갔다고 합니다. 그런데 아무리 앉아 있어도 오줌이 안 나왔다고 합니다. 그러면 다시 침대로 돌아와 누워서 잠을 자려고 하는데, 그러면 또 오줌이 너무 마려워 다시 화장실에 가 앉아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도 오줌은 또 안 나오고. 이런 패턴이 밤새 반복되다 보니 한숨도 자지 못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참 이 분은 심각한 상황이었습니다. 빈뇨는 오줌이 방광에 조금만 쌓여도 참지를 못해 자주 오줌을 누는 증세를 말합니다. 요실금은 오줌이 어느 정도 쌓이면 자기도 모르게 오줌을 지리는 증세를 말합니다. 그런데 이 아주머니는 빈뇨도 아니고 요실금도 아니었습니다.

오줌을 누고 싶다는 느낌은 강한데, 오줌을 누려고 하면 전혀 오줌이 나오지 않았던 것입니다. 저도 이런 증세는 처음 경험해 보는 것이었습니다. 그래도 어쨌든 방광이 심하게 굳어서 이런 증세가 나타나는 것이라는 몸의 원리에 대한 제 확신에 따라 이 아주머니의 방광을 풀어 드렸습니다.

 

이 방법도 아주 간단합니다. 사람의 방광은 치골 밑과 위에 걸쳐 가운데에 위치해 있습니다. 치골 밑이나 위 어느 곳을 눌러서 위로 올리면서 힘을 가해도 굳어 있던 방광의 근육은 풀리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치골 밑은 뼈의 구조 때문에 근육이 잘 눌려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방광을 풀 때 치골 바로 위를 세게 누르면서 위로 올려주게 됩니다. 그러면 굳어 있어 단단하던 방광이 부드럽게 풀립니다. 그러면 방광 부위가 아팠던 증세도 바로 사라집니다.

 

그런데 이 날에는 이상한 일이 발생했습니다. 분명히 방광이 다 풀렸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아프다고 했습니다. 그 동안의 경험을 보면 당연히 통증이 다 가셔져야 하는데, 아직도 아프다는 것이었습니다. 곰곰이 생각을 하다가 드디어 원인을 찾아냈습니다.

앞쪽은 풀렸는데, 뒤쪽이 풀리지 않은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방광 뒤쪽에는 골반 뼈가 있기 때문에 뒤쪽에서 힘을 가해 푸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손가락을 더 깊숙이 찔러 방광의 뒤쪽까지 힘을 받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제 판단은 맞았습니다. 힘을 더 세게 가하여 저 깊숙한 곳에 있는 방광 뒤쪽의 근육을 눌렀습니다. 이렇게 해서 방광 뒤쪽까지 노골하게 풀리자 이 아주머니에게서 방광의 통증은 거의 다 사라졌습니다. 그러자 이 아주머니의 얼굴에 약간 화색이 도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거무튀튀하던 얼굴색이 조금은 밝아지는 것이었습니다.

 

사람의 몸에 얼마나 이상이 있는지는 여러 가지로 알아볼 수 있습니다. 양방에서 검사하는 수치로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한방에서 하는 진맥으로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좀 다른 방식으로 알아봅니다. 안색이나 목소리를 통해서입니다. 안색이 좋으면 목소리도 좋습니다. 목소리가 좋으면 안색도 좋습니다. 목소리가 좋다는 것은 소리가 안으로 기어들어 가지 않고 밖으로 튀어나온다는 것입니다. 안색이 좋다는 것은 얼굴의 색깔이 밝게 빛난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 아주머니에게 점심 이후의 여행 프로그램은 단념하고, 그냥 호텔에 머물면서 운동을 하는 게 좋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이 아주머니도 워낙 혼이 나서 그런지 제 얘기에 동의해 주셨습니다. 운동법은 ‘누워 온몸풀기’였습니다. 그런데 운동할 때 필요한 도구가 마땅치 않았습니다. 하는 수 없이 호텔에서 나오는 베개를 최대한 힘을 주어 돌돌 말아 등에 세로로 1자로 대고 누워 있게 했습니다. 최소한 30분 이상을 하면 몸이 전체적으로 많이 회복될 것이라는 설면도 해 드렸습니다.

 

그리고 그 날 프로그램이 끝나고 저녁 때 돌아와서 이 아주머니를 찾아보니 얼굴에 생기가 쌩쌩하니 돌고 있었습니다. 이 분의 심각한 방광염은 이제 다 풀린 것이었습니다. 이 분과는 이번이 처음 함께 여행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2년 전에는 동북 3성을 이번과 마찬가지로 같이 단체여행을 했는데, 그때에 이 분은 허리가 아파 고생을 했습니다. 그때에는 제가 허리를 풀어 드렸습니다.

이번에는 여행 초부터 차 의자에 앉는 자세가 다른 사람보다 특히 더 많이 구부러져 있다는 것이 제 눈에 들어왔는데, 결국 이렇게 구부러져 있는 자세가 심각한 방광염으로 연결된 것이었습니다. 이후 차 안에서 앉는 자세를 보니 전보다 상당히 펴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분은 여행이 끝날 때까지 별 탈 없이 잘 지냈습니다. 나중에 한국으로 돌아와서는 여행 때 참 고마웠다고 전화도 하셨습니다.

 

현재 남자들에게 빈뇨가 있을 때 현대의학에서는 전립선에 이상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을 합니다. 남자의 경우 빈뇨가 있을 때 전립선에 이상이 있는 것은 분명히 진단을 통해 발견이 됩니다. 대표적인 경우가 전립선 비대증입니다. 그래서 현대의학은 전립선 비대증을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저는 이런 발상에 대해 이의를 제기합니다. 왜 전립선이 비대해지는지 그 원인은 찾지 않고 비대해진 전립선을 치료하는 데만 신경을 쓰기 때문입니다. 왜 비대해지는지 원인을 모르는데, 제대로 된 치료법이 나올 수 있겠습니까.

 

남자든 여자든 자주 오줌을 누게 되는 원인은 모두 똑같이 방광이 굳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남자보다 여자에게 빈뇨는 더 많이 나타납니다. 일반적으로 남자보다 더 자주 화장실에 들릅니다. 왜 그럴까요?

이런 얘기를 하기도 합니다. 여자는 남자보다 요도(尿道)가 짧아 오줌을 참지 못해 그렇다는 것이지요. 분명히 남자의 요도가 여자의 요도보다 더 긴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건 말이 안 됩니다. 요도는 오줌이 나오는 길일 뿐, 다른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길이 짧다고 해서 더 오줌이 자주 마려울 이유는 없습니다. 원인은 다른 데 있습니다. 원인은 여자의 방광이 남자의 방광보다 더 굳어 있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또 그 원인은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여자다운 자세 때문입니다. 여자는 남자 앞에 있으면 고개를 숙이고 눈을 내리깔고 공손한 자세를 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자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고, 남자는 여자가 그렇게 하지 않으면 건방지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건 참 좋지 않은 자세입니다. 남자들한테는 여자가 복종하는 자세를 취하니까 만족스러울지 몰라도 여자들한테는 몸을 망가뜨리는 자세입니다. 몸을 구부리는 자세이기 때문입니다.

 

요즘에는 또 다른 원인도 추가됐습니다. 짧은 치마, 즉 미니스커트를 입게 된 것입니다. 예전에 넓고 긴 치마를 입을 때에는 다리를 벌리고 좀 더 편한 자세로 앉아 있어도 됐는데, 미니스커트를 입게 되면서 이게 불가능해졌습니다. 양 다리를 붙이고 앉아야 하게 됐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가랑이가 벌어져 팬티가 보이고 야한 자세가 되지요. 이건 의자에 앉을 때나 방바닥에 앉을 때나 마찬가지입니다. 양 다리를 붙이면 허리는 구부러지고 양 어깨는 움츠러들게 됩니다. 몸 전체가 굽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자세를 하고 있으면 장기가 하수됩니다. 장기가 하수돼 방광 위에 있는 소장이 아래에 있는 방광을 누르면 방광이 굳게 됩니다. 무르디 무른 순두부 위에 판을 대고 돌멩이로 누르고 좀 시간이 지나면 순두부보다 더 딱딱한 두부가 되는 것과 똑같은 이치입니다. 남자들은 다리를 벌리고 어깨를 펴고 있어도 되는데, 여자들은 이런 자세를 취하면 흉하게 보입니다. 이런 것이 여자들에게 더 빈뇨가 많은 원인이 되는 것입니다.

 

남자의 전립선은 방광 바로 밑에 있습니다. 위에 있는 장기가 하수돼 방광을 누르면 방광 또한 굳으면서 밑으로 처지게 됩니다. 전립선을 누르게 되는 것입니다. 전립선이 눌리면 전립선 자체가 굳으면서 붓게 됩니다. 이게 전립선 비대증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전립선 안쪽으로 요도가 지나가는데, 현대의학에서는 이 전립선이 약해져 남자들의 경우 오줌을 자주 누게 된다고 설명을 합니다. 전립선 비대증으로 인해 요도가 눌려 오줌을 자주 누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지요. 전립선은 왜 비대해지는 것일까요? 이에 대한 설명은 없습니다. 방광이 전립선을 눌러 전립선이 부어 있는 것이 전립선 비대증인 것인데, 이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전립선만 치료하려고 합니다.

 

여자든 남자든 몸을 펴면 빈뇨는 사라집니다. 졸졸 조금씩 자주 보던 소변이 콸콸 시원하게 하루에 몇 번 보지 않아도 되는 소변으로 변하게 됩니다. 한 시간마다 한 번은 보아야 하던 소변이 서너 시간 만에 한 번만 보아도 되는 소변으로 변하게 됩니다.

잔뇨감, 즉 오줌을 누고 나서도 무언가 남아 있는 것 같은 약간 불쾌한 느낌도 사라집니다. 몸을 펴면 이렇게 상태가 변하게 되는 것은 눌려서 굳어 있던 방광이 눌리지 않게 되어 부드럽게 풀리게 되기 때문입니다.

 

방광에 대해 설명을 하다 보니 좀 얘기가 길어졌습니다. 어쨌든 이 어머님은 운동을 하시기가 어려웠습니다. 제가 알려드리는 운동을 하면 몸이 너무 아픈데 어떻게 운동을 하시겠습니까. 1주일에 두 번씩 가서 몸을 풀어 드렸습니다. 한 달간을 그렇게 했습니다.

가는 데 1시간 10분, 오는 데 1시간 10분 몸을 풀어 드리는 데 1시간 이상, 저도 힘이 많이 들더군요. 한 달을 그렇게 해도 이 어머님은 식사할 때 팔을 움직이는 것 말고는 몸을 꿈쩍도 못하시더군요. 간병인한테 얘기를 들어 보니 식사는 맛있게 잘 하신다고 하더군요.

 

이때 이런 고민을 하게 됐습니다. 이 어머님의 목숨을 연명하게 하는 게 맞는 것인가? 병원에서는 17년 전에 맞은 풍의 후유증 때문이라면서 다른 방법이 없다고 포기를 했는데, 제가 이 어머님한테 조치를 취해 주지 않았다면 이 분은 힘이 없고 온갖 통증을 느끼다가 돌아가시게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게 6개월이 갈릴지 1년이 걸릴지 저, 아니면 더 시간이 걸릴지 저는 모릅니다. 사람이 원래 타고난 목숨, 즉 천수라(天數)는 것에 대해 저는 아직 모르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 얼마나 살다가 원래 가야 할 곳으로 돌아가야 하는지 모르고 있는 것이지요. 다만 나이 들어서도 아프지 않다가 어느 날 갑자기 자기가 가야 할 곳으로 가게 되면 그게 천수를 다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을 뿐입니다.

 

이 어머님은 만 90세가 넘어 이미 가실 때가 되었는데, 병원에서 산소호흡기를 대 놓고 억지로 연명을 시키는 일을 제가 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이건 생명윤리와 관련된 사항인데, 저는 인간의 존엄성이 보장되는 생명의 연장에 대해서는 찬성을 하지만 존엄성이 훼손되는 상황에서 생명을 연장하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이 문제를 놓고 아드님인 선배와 논의를 했습니다. 선배는 무조건 고맙다고 하더군요. 이만큼 잘 말씀하시고 정신이 돌아왔으니 아주 잘 된 일이라고 하더군요. 자식 된 입장에서는 당연히 부모님이 하루라도 더 사시고, 더군다나 건강하게 사시기를 바라겠지요. 제가 그렇게 되는 데 조금 역할을 했다는 것에 대해 선배는 진심으로 고맙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더군요.

 

그런데 제 생각은 조금 달랐습니다. 이 어머님이 스스로 화장실에 가 변을 보실 수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냥 누워만 있다가 돌아가신다면 이 분의 삶의 질이 얼마나 떨어지고 존엄성이 얼마나 훼손되겠느냐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물론 누워만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휠체어에 앉혀 드리면 어쨌든 앉아서 생활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휠체어에 앉아 있는 것이나 누워 있는 것에 별 차이는 없습니다. 누워 있거나 휠체어에 앉아 있거나 스스로 움직이지 못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다행히 식사는 본인의 손으로 하시고 소변과 대변 큰 문제 없이 보고 계셨습니다. 그래도 식물인간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반은 식물인간인 셈이지요. 그래서 이 어머님이 앉고 일어서실 수 있게 하기 위해 나름대로 무진 애를 썼습니다.

 

그러나 이게 통 마음대로 되지를 않더군요. 1주일에 두 번씩 가서 몸을 풀어 드리고 운동을 하시게 했습니다. 이렇게 해도 몸을 옆으로 굴리지를 못하셨습니다. 한 달 가까이 이렇게 해도 몸을 꿈쩍하지 못하셨습니다. 이제 앉고 서고 하시게 하는 것을 포기하고 몸 아프지 않게 관리가 잘 되고 있는지만을 확인하기로 하고 1주일에 한 번만 가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1주일에 두 번 가기로 한 마지막 날 다리를 좀 세게 꺾었는데, 이 어머님이 “아이고!” 하면서 몸을 반쯤 돌라는 게 아니겠습니까. 한 달 동안 다니면서 처음 보는 장면이었습니다. 아, 이러면 일어설 수 있는 가능성도 있겠구나 하는 희망적인 생각이 들어 다시 한 달 동안 또 1주일에 두 번씩 다녔습니다.

 

그러나 별 효과가 없었습니다. 이후에도 조금씩 몸을 움직이시기는 했지만, 그 이상은 진전이 되지를 않았습니다. 그래서 1월 초부터는 1주일에 한 번씩만 들르게 됐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아무런 성과도 없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제일 큰 성과는 이 어머님께서 운동을 받아들이고, 드디어 즐겁게 하시게 됐다는 것이었습니다. 첫 한 달 동안은 운동하는 게 괴로운지 운동을 기피하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주로 몸을 풀어 드리는 데 집중을 했습니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계속해서 방문해 몸을 풀어 드릴 수는 없었습니다. 오고가는 데만 두 시간 반 가까이 걸렸습니다. 제게도 부담이 많이 되는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어머님이 스스로 운동을 하게 됐습니다. 물론 본인은 팔과 손, 목을 제외하고는 몸을 움직이지 못하기 때문에 간병인이 도움을 주어 몸을 일으켜서 목베개를 등 밑에 대 주어야 했습니다.

 

우리 운동은 스스로 운동하는 데 중심을 두고 있습니다. 스스로 운동해서 스스로 몸을 펴고, 그럼으로써 근육을 풀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별도로 해결할 방도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처음에는 이 어머님이 스스로 운동할 수는 없었습니다.

너무 몸이 굳어 있을 때에는 목베개 하나 등에 가로로 대고 누워 있는 것만 해도 엄청나게 고통을 주었습니다. 더군다나 세로로 등에 대고 누워 있는 ‘누워 온몸펴기’는 통증이 너무 심해 도저히 할 수가 없습니다. 어떻게 하면 이 어머님이 이 운동을 소화할 수 있게 할까가 저의 과제였습니다.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이런 분들을 제 가까이에 모시고 있으면서 매일 점검을 하고 운동법을 서서히 바꾸면 조금 더 효과를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요양원이나 병원 같은 것을 만들어서 그곳에 머물게 하면서 점검을 하고 운동을 서서히 바꾸면 좋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는 먼 훗날에는 가능할지 모르지만, 현제로서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이 나라의 의료보건법은 전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인 체제를 가지고 있어 양방이나 한방을 제외하고는 그 어떤 방법도 불법으로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이렇게 불법으로 되어 있는 행위를 하면 바로 쇠고랑을 차게 돼 있습니다. “꿩 잡는 게 매”라고 하는데, 꿩은 별로 잡지도 못하는 양방과 한방이 자기들만 꿩을 잡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자기들 외에 다른 사람이 꿩을 잡으려고 하면 큰 사고가 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자기들만 꿩르 잡아야 한다고, 그래서 꿩을 잘 잡는 매가 꿩을 잡으면 불법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참 고약한 일이지요.

 

어쨌든 이 어마님에게도 운동과 관련해서 조금씩은 진전이 있었습니다. 첫 달에는 몸을 풀어 드리는 데 중점을 두었다면, 두 번째 달에는 몸을 풀어 드리는 것과 아울러 운동하시게 하는 것을 병행했습니다. 두 번째 달에는 제가 운동을 하시게 하면 어머님은 제 얘기에 잘 따라서 해 주셨습니다. 그런데 간병인 말씀이 제가 없을 때에는 잘 하지 않으시려고 한답니다. 귀찮아하신다고 합니다. 매일 운동을 열심히 하지 않으면 또 심한 통증이 찾아올 텐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세상을 뜨기 전에 극심한 통증에 시달립니다. 그 이유는 죽기 전에 근육이 빳빳하게 굳기 때문입니다. 특히 말기 암 환자들은 엄청난 고통에 시달립니다. 근육이 굳지 않고 부드럽게 풀려 있으면 통증에서 벗어나 편안하게 이 세상을 떠날 수 있게 됩니다.

 

이 어머님이 쓰러져 한 달 동안 누워 있을 때에는 온몸에 통증을 느꼈습니다. 온몸이 어디 아프지 않은 데가 없었습니다. 제가 정신없이 몰입하여 1시간 40분 동안 몸을 풀어 드린 것은 온몸이 굳어 있는 것이 제 손끝에서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풀어 드리고 나서 느끼는 통증은 왼쪽 다리와 허리였습니다. 이 어머님은 허리라고 얘기하시지만 실은 왼쪽 엉덩이에 통증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엉덩이가 아파도 거의 대부분이 허리가 아프다고 얘기합니다. 자기가 아픈 지점이 어디인지 잘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사람들은 자기 몸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세 번째 달에는 운동과 관련해서 조금 더 진전이 있었습니다. 이제는 제가 몸을 풀어 드리지 않게 됐습니다. 손도 대지 않았습니다. 제가 방문해서 하는 일은 운동을 하시게 하면서 운동만 해도 아프지 않게 된다는 것을 이해시키는 것이었습니다. 어디가 아프시냐고 물어 보고 아프다는 부위를 손으로 좀 세게 누르거나 잡아 봅니다. 그러면 이 어머님은 얼굴을 찡그리면서 많이 아파합니다.

그리고는 운동을 하시게 합니다. ‘누워 온몸풀기’를 하시게 하는데, 대체로 30분 정도면 통증이 거의 다 사라집니다. 통증이 거의 다 사라졌다는 것은 운동하기 전에 아프다는 부위를 똑같은 강도로 누르거나 잡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운동을 하고 나서는 하나도 아프지 않다고 합니다. 굳어 있던 근육이 부드럽게 풀린 것입니다. 그것은 제 손끝에서도 느껴집니다. 딱딱하던 근육이 부드러워져 있는 것입니다.

 

이제는 이 어머님이 운동의 효과를 스스로 터득하게 됐습니다. 이후로는 1주일에 한 번만 가게 됐습니다. 가서 운동을 하게 하면서 몸 상태가 어떤지 점검만 하고 돌아오게 됐습니다. 네 번째 달까지 이렇게 했습니다.

 

다섯 번째 달에는 2주에 한 번씩 가게 됐습니다. 이제는 가서 말씀하시는 거나 안색을 한 번 보고 돌아오게 됐습니다. 이번 주 월요일 처음으로 2주 만에 다녀왔습니다. 가서 뵈니 안색이 해맑고 편안해져 있었습니다. 휠체어에 앉아 책을 보고 있었습니다. 쓰러지기 전에도 어머님은 책을 좋아해 자주 책을 읽었다고 합니다. 컨디션은 쓰러지기 전의 상태를 회복한 것입니다. 양쪽 어깨와 위팔을 만져 보니 좀 과장해서 얘기한다면 순두부처럼 부드럽게 풀려 있었습니다.

 

간병인은 어머님이 하루에 ‘누워 온몸풀기’를 30~40분씩 2~3회 하신다고 합니다. 이 정도면 이제 어머님이 ‘누워 온몸풀기’ 운동에 완전히 적응을 하시게 된 것입니다. 그렇다면 돌아가시기 전에 크게 아프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만족한 마음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러나 한계 또한 크게 느꼈습니다. 원래 목표는 이 어머님이 쓰러지기 전의 상태로 되돌려 놓는 것이었습니다. 그때에는 지팡이를 짚고는 걸으실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실패했습니다. 그 원인은 알고 있는데, 그 원인을 제거하는 데는 실패했습니다. 이 어머님은 일으켜 세우기만 하면 허리가 구부러졌습니다.

허리가 구부러지면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서지를 못하고 주저앉는 것이었습니다. 어떻게 이 어마님의 허리를 세울 수 있을까 내내 고민을 했지만, 결국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앞으로 더 연구를 해서 이런 문제까지 풀어야 하겠다는 과제를 안게 된 것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