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백두대간 완주, 인생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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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백두대간 완주, 인생길이었다.
  • 강명균
  • 승인 2017.06.10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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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균 제주도 환경자산물관리과 제주국립공원추진팀장

강명균 제주도 환경자산물관리과 제주국립공원추진팀장
백두대간을 완주하였다. 10년 걸렸다. 강산이 변하였다. 2007년 11월, 지리산을 시작으로 휴전선 인근 진부령까지 840여㎞의 거리를 걸었다. 실제 도상거리는 680㎞.

한반도의 등줄기인 백두대간은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 이어진 분수령이 연속된 산줄기다. ‘백두’는 백두산의 ‘백’자와 지리산의 다른 이름인 두류산의 ‘두’자를 따서 붙인 것이며, ‘대간’이란 ‘큰 산줄기’를 의미한다.

42개 구간으로 나누어 18회에 걸쳐 종주하였다. 1개구간의 평균 거리는 20㎞. 1년에 2회 정도 대간 길에 들었다. 1회 산행에 2~3구간(평균 50㎞)을 걸은 셈이다.

가끔은 눈보라도 헤치고, 질퍽거리는 빗속도 걸었다. 끝이 아득한 암벽에 밧줄에만 의지해야 하는 길도 있었다. 짙은 안개로 길을 잃어 추위와 허기도 잊을 만큼의 공포에 떨며 비탈진 계곡에서 밤을 새우고 새벽에 탈출한 기억도 있다.

대간 길은 산과 산이 이어지는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의 연속이다. 크고 작은 봉우리들이 골짜기를 품고 있다. 한민족의 정기가 있고 우리네 인생이 숨어 있다.

평탄한 능선을 걸을 때는 콧노래가 나오고, 다시 계곡이 깊어지면 내린 만큼 올라야 함을 알기에 강한 의지를 다진다. 가파른 봉우리를 칠 때는 숨이 넘어가다 정상에서 보인 경관 앞에선 ‘풍류시인’이 된다.

백두대간 종주 중 내내 법정 스님의 ‘산에는 꽃이 피네’ 글귀가 입속을 맴돌았다. “우리 앞에는 항상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이 놓여 있다. 십 년 이십 년 한 생애를 늘 평탄한 길만 간다고 생각해 보라. 그 생이 얼마나 지루하겠는가. 그것은 사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 오르막길을 통해 뭔가 뻐근한 삶의 저항 같은 것도 느끼고, 창조의 의욕도 생겨나고, 새로운 삶의 의지도 지닐 수 있다. 오르막길을 통해 우리는 거듭 태어날 수 있다. 어려움을 겪지 않고는 거듭 태어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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