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펴기칼럼]참 기분 좋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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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펴기칼럼]참 기분 좋은 날
  • 이범
  • 승인 2017.06.12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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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긴장되지 않게 가슴펴기를 하면 다리는 어렵지 않게 풀리게 돼


 


 

 

참 기분 좋은 날/이범의 몸펴기칼럼 

 

며칠 전 여주에 다녀왔다. 10년 전 양 다리에 마비가 와 휠체어 생활을 해 온 한 여자 분의 상태를 점검하기 위해서였다. 이 분은 아직도 걷지는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하반신 마비에서는 벗어나 있었다. 이것 때문에 참 기분 좋은 날이 되었다.

전에 5일 만에 왼쪽 팔과 다리의 마비에서 벗어난 남자 분의 사례에 대해 글을 쓴 적이 있다. 그때에도 기분이 좋았지만 이번에는 기분이 더 좋았다. 그 남자 분은 마비가 온 지 3일밖에 되지 않은 상태에서 필자와 만나 쉽게 풀렸지만, 마비된 지 10년이나 되는 사람이 이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그런데 이번에 가능성을 보았다. 그러니 어찌 기분이 더 좋지 않겠는가.

 

작년 8월 초에 이 여자 분을 처음 만났다. 그때에는 마비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막연하게 근육이 굳어서 마비가 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안면신경마비나 다리에 마비감이 있는 사람은 굳어 있던 근육이 풀리면 마비감이 사라졌다.

그 정도로 단순하게 생각하고 이 여자 분을 방문했다. 다만 10년이나 되었다 하니 이런 분도 근육이 풀리면 마비가 풀릴 수 있을까 의구심은 가지고 있었다. 어쨌든 한번 부딪쳐 보자고 생각했다.

 

그런데 상황이 너무 달랐다. 그 동안 마비감이 있는 사람은 그 마비감이 있는 부위를 세게 누르거나 잡으면 너무나 아파했는데, 이 여자 분은 양 다리나 발바닥 등 어디를 아무리 세게 누르거나 잡아도 하나도 아프지 않다고 했다.

그리고 마비감을 느끼는 사람은 그 부위가 딱딱하게 굳어 있었는데, 이 여자 분의 근육은 굳어 있기는 했지만 그렇게 딱딱하게 굳어 있지는 않았다. 처음 닥치는 일이라 참으로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여자 분에게 솔직하게 말했다. 처음 경험해 보는 것이라 나을 수 있다고 장담은 하지 못하겠지만, 한번 같이 연구를 해 보자고. 그리고 가슴펴기를 40~50분 정도 하게 하고 나서 양 다리에서 통증을 느끼는지 점검을 해 보았지만, 처음과 똑같이 하나도 아프지 않다고 했다.

가슴펴기를 40~50분 정도 하면 근육은 많이 풀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동하기 전과 마찬가지로 하나도 아프지 않다고 하였다. 왜 그런지 곰곰이 생각을 해 보았다.

 

이때에야 실제로 마비되어 있을 수도 있고 마비감을 느끼는 증세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 두 가지는 판이하게 다른 것임을 알게 됐다. 어떤 한의사는 마비감이 있는 사람에게 완전 마비가 될지도 모른다는 얘기를 한다고도 하는데, 그런 게 아니었다.

마비감이 있는 사람은 근육이 풀리면 마비감이 사라지는데, 실제로 마비가 온 사람은 근육이 어느 정도 풀린다고 해서 감각이 돌아오는 것은 아니다. 이걸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이때 이렇게 생각했다. 어딘가 신경이 꽉 막혀 있어 두뇌와 거의 소통이 되지 않아 감각이 없을 것이다. 어딘지는 모르겠지만 몸을 쭉 펴면 눌려서 꽉 막혀 있던 신경도 뚫릴 것이다. 필자로서는 일종의 가설을 세운 셈이다. 이 가설이 맞는 것인지 틀린 것인지는 실제 경험을 통해 판가름이 날 것이다.

이런 필자의 가설에 대한 실험은 이 여자 분에게는 참으로 미안한 일이었다. 확신이 서지 않은 가설을 적용해 보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어떻게 하겠는가. 10년 동안이나 이 병원, 저 병원, 대체의학 할 것 없이 안 해 본 것 없이 다 해 보아도 해결할 수 없었는데, 필자가 세운 가설이 맞는다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지도 않겠는가.

 

한 술 밥에 배부르랴. 10년의 세월 동안 이렇게 살았는데, 이게 금방 풀리겠는가. 가슴펴기를 열심히 하라고 했다. 더 오래, 더 많이 할수록 좀 더 빨리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부탁의 말씀도 드렸다. 그리고 한 달 후에 다시 방문해 상태를 점검해 보고 상태에 따라 운동법도 조정을 해 드리겠다고 약속드렸다.

 

돌아오는 길에 남편 분에게 사연을 얘기 들었다. 10년 전에 이 증세가 나타났을 때 병원에서는 수술을 권했다고 한다. 보통 교통사고 시에 마비증이 많이 오는데, 그런 일은 없었다고 얘기 들었던 것으로 기억이 된다. 그런데 병원에서 수술을 권할 때 이 여자 분은 임신 중에 있었다.

그런데 의사 분은 수술을 해도 나을 수 있는 확률은 반 정도라고 얘기했다고 한다. 낫는다고 장담하지는 못하겠다고 얘기했다고 한다. 더구나 수술을 하면 태아에게 위험이 올 수도 있다고 얘기했다고 한다. 낫는다는 보장도 없고 애가 위험할 수도 있다고 하니 수술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이후 안 해 본 치료가 없었지만 큰 효과는 보지 못했다고 한다. 제일 효과를 본 것은 대전에서였는데, 한 대체의학 방법을 쓰는 곳에서 치료를 받으면서였다고 한다. 이 대체의학을 하는 곳 근처에 있는 지하방을 얻어 두고 몇 달간 치료를 받았다고 한다.

막대기로 마비가 된 다리를 막 때리는 방법이었다고 한다. 길게는 두 시간 정도를 때렸다고 하는데, 그래도 이 여자 분은 꿋꿋이 참아 냈다고 한다. 이 남편 분이 얼마나 아픈지 알아보려고 본인도 한번 맞아 보았다고 한다. 몇 대를 맞으니 너무 아파 그만 때리라고 했다고 한다.

 

이때 이 남편 분은 ‘이 여자 참 독종이구나’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 보면 이 여자 분이 그렇게 독종은 아니었던 것 같다. 감각이 없으니 아무리 때려도 통증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감각이 살아 있던 남편 분은 몇 대만 맞고도 지독한 통증을 느꼈겠지만, 이 여자 분은 신경이 꽉 막혀 통증을 느끼지 못하니 두 시간 동안 맞아도 참아 낼 수 있었을 것이다. 어쨌든 이때에는 조금씩은 걸을 수 있었다고 한다.

 

이후 상태가 좋아지면 조금씩 걸을 수 있게 되었다가, 상태가 나빠지면 거의 걷지 못하게 되었다고 한다. 필자가 이 여자 분을 처음 방문했을 떼에는 남편 분의 얘기에 의하면 최악의 상태는 아니라고 했다. 더 악화되지 않고 이 상태만 유지할 수 있기만 해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얘기했다. 그런데 그때의 상태는 양 다리에 아무런 감각도 없는 정도였다.

 

한 달쯤 후 다시 방문을 했다. 그 전에 여러 가지로 궁리를 해 보았다. 어떻게 하면 이 숙제를 풀어 낼 수 있을까? 그런데 필자에게 큰 단점이 될 수도 있고 장점이 될 수도 있는 사고가 있는데, 그것은 4년 전에 책을 낼 때 제목으로 써먹었듯이 “몸, 펴면 살고 굽으면 죽는다”는 생각이다.

지금까지 이런 생각으로 사람의 몸에 접근했을 때 대체로는 해결이 되었지만, 안 되는 것도 많이 있었다. 안 되는 것은 암이나 아주 오래 된 당뇨가 있을 때처럼 이미 망가져 있는 장기를 회복시키거니 아주 심각하게 진행된 정신질환을 원상태로 돌려놓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자세하게 논의하기로 하겠다.

 

이리저리 궁리를 하다 보니 결국 내린 결론은 더 강력하게 몸 펴는 운동을 하게 해 보자는 것이었다. 송충이는 솔잎을 먹고 산다고 하는데, 필자의 사고는 결국 몸을 펴는 데로 가는 것이었다.

 

두 번째로 방문했을 때 조금이라도 감각이 돌아왔는지 점검을 해 보았다. 처음 방문했을 때와 똑같이 양 다리에 아무런 감각도 없었다. 이 여자 분은 제가 알려드린 가슴펴기(그 동안 ‘누워 온몸펴기’로 바꾸었던 명칭을 다시 원래대로 ‘가슴펴기’로 바꾸었다.

이 이름이 더 부르기도 좋고 명료하게 운동을 설명할 수 있다는 사범님들의 지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운동을 정말로 열심히 했다고 했다. 한 달 동안 열심히 운동을 했음에도 감각은 전혀 돌아오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그 동안 궁리했던 대로 좀 더 강력한 가슴펴기를 하도록 해 보았다. 좀 더 강력한 가슴펴기란 간단한 것이다. 책이나 나무, 접은 수건 같은 것을 밑에 놓고 그 위에 목베개를 얹어 놓고 하면 된다. 이렇게 하면 조금 더 높이가 높아지는데, 이런 높이의 차이가 운동의 효과에는 큰 차이를 나타내게 한다.

몸을 조금 더 펴게 해 주기 때문이다. 몸을 조금 더 펴 주게 한다고 얘기했지만, 조금 더 펴 주게 하는 것과 조금 덜 펴 주게 하는 것은 많이 과장해서 얘기하자면 하늘과 땅만큼 차이가 난다고 할 수 있다.

 

좀 높게 가슴펴기를 하기 전에 엄지 라인의 발바닥을 아주 세게 잡아 보았다. 이곳을 세게 잡았을 때 통증을 전혀 느끼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런데 이 여자 분은 하나도 아프지 않다고 했다. 신경이 전혀 통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리고 좀 더 강한 가슴펴기를 40분 정도 하게 하고 다시 그 부위를 세게 잡아 보았다. 이번에는 조금 아프다고 했다. 감각이 조금 돌아온 것이었다. 가능성이 보인 것이었다. 신경이 트일 가능성이 보인 것이었다.

 

필자는 가능성이 보여 기분이 아주 좋았는데, 당사자는 어떤 사태가 발생했는지 알아차리지 못하고 무덤덤한 것 같았다. 이것은 필자에게는 일대 사건이었다. 남이 보기에는 필자의 무식한 생각, 몸을 펴면 꽉 막힌 신경도 트일 수 있다는 가설이 다는 아니지만 일부는 입증이 되는 순간이었다.

다 입증이 되려면 이 여자 분 다리 어디를 세게 누르거나 잡아도 심한 통증을 느끼는 상태가 되어야 한다. 그때 당시에는 거기까지는 가지 못했다. 그래서 일부는 입증되었다고 하는 것이다.

 

이로부터 6개월쯤 후 이 여자 분에게서 전화가 왔다. 낮에는 괜찮은데 밤에 잘 때면 자꾸 다리가 오그라들어 자주 깨기 때문에 잠을 자는 것이 불편하다고 했다. 이때 직감한 것은 마비가 많이 풀렸구나 하는 것이었다.

그래도 직접 확인을 하고 다음 대안을 마련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다시 방문을 했다. 이 분의 다리 근육을 여기저기 세게 잡아 보니 상당한 정도로 통증을 느끼고 있었다. 상당한 정도로 마비가 풀린 것이었다. 상당한 정도로 감각이 되돌아온 것이었다.

 

애들 고모의 말씀을 들어 보니 그 동안 많이 좋아지는 것 같다가 다시 나빠졌다고 하셨다. 이때 필자가 내린 결론은 이러했다. 조금 강도 높게 지속적으로 가슴펴기를 한 결과 몸이 펴지면서 마비는 상당한 정도 풀렸으나, 마비가 풀려 감각이 되살아나면서 통증을 느끼게 되었다. 그렇다면 이제는 통증을 느끼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걸을 수 있게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어서지 못하거나 걷지 못하는 것은 다리나 허리가 아프기 때문이다. 더 움직이면 아프니까 아프지 않은 범위 내에서만 움직이려고 한다. 오십견이 있는 사람이 어깨를 위로 올리지 못하거나 뒤로 젖히지 못하는 것도 똑같은 원인 때문이다.

더 올리거나 더 뒤로 젖히면 지독한 통증이 엄습한다. 그래서 아프지 않은 범위 내에서만 팔을 움직인다. 다리를 절뚝이면서 걷는 것이나 지팡이를 짚고 걷는 것도 같은 원인 때문이다. 물론 소아마비 등의 다른 원인도 있겠지만, 그렇게 걸으면 통증이 훨씬 더 경감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 마비가 된 사람은 이와는 다른 원인 때문에 움직이지를 못하게 된다. 두뇌에서 이렇게 움직이라, 저렇게 움직이라 아무리 지시를 내려도 그 지시는 마비가 있는 곳에는 전달이 되지 않는다. 이럴 때 근육은 거의 힘을 쓸 수가 없게 된다. 감각도 거의 없어지게 된다. 필자가 이 여자 분을 처음 만났을 때 이 분은 그런 상태에 있었다.

 

그런데 이제 양 다리에서 통증을 느끼고 있으니 감각이 상당한 정도로 살아났다. 애들 고모의 말씀대로 좋아지는 것 같다가 다시 나빠지는 것 같았다면 그 원인을 찾아내야 했다. 필자는 그 원인을 감각이 살아서 돌아오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감각이 없을 때에는 다리가 오그라들지도 않았다.

그런데 감각이 살아나면서 통증을 느끼게 되고, 그래서 본능적으로 통증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리가 오그라들었다. 이건 굉장히 중요한 사실이다. 다리가 많이 좋지 않은 사람은 다리를 쭉 펴지를 못한다. 구부리고 있으면 통증이 없는데, 쭉 펴면 상당히 크게 통증을 느끼기 때문이다. 펴면 다리도 좋아지는데, 다리를 펼 때 오는 통증 때문에 다리 아픈 사람들은 다리 펴는 운동을 별로 좋아하지 읺는다.

 

어쨌든 그렇다면 이 여자 분에게는 이제는 통증을 느끼는 굳어 있는 다리의 근육을 풀어 주는 운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방법은 가슴펴기를 좀 더 강도 높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방법은 간단한 것이었다. 중국음식점에서 단무지 같은 것을 랩으로 싸고 남은 둥그런 종이 껍질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이 종이 껍질에 방석을 올려놓고 그 위에 누워서 운동을 하면 좀 더 강한 운동이 된다. 이 운동법을 가르쳐 드리고 이 날 방문을 마쳤다.

 

그리고 2개월쯤 지난 며칠 전에 다시 방문을 했다. 이번에는 왼쪽 다리가 위쪽으로 오그라들 뿐만 아니라 왼쪽 허리까지 너무 아프다고 했다. 저번에 방문했을 때보다 더 불편해하는 것 같았다. 눕혀 놓고 진단을 해 보았다. 다리 여기저기를 세게 잡거나 눌러 보았을 때 아주 심하게 통증을 느끼고 있었다. 10개월 전 작년에 처음 방문했을 때보다 다리의 근육은 더 많이 딱딱해져 있었다. 순간 느꼈다. 이제 감각은 거의 다 살아나 있었다는 것을.

 

이제는 마비가 풀리고 나서 생겨난 통증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했다. 가슴펴기를 강도 높게 하면 다리뿐만 아니라 허리까지도 풀리게 되어 있는데, 이제 허리까지도 아파졌다고 하는 것이 이상했다. 그래서 그 동안 2개월간 어떻게 운동을 했는지 다시 한 번 해 보게 했다.

이를 통해 무엇이 문제인지를 발견해 냈다. 자세가 굉장히 불안했다. 지난 2개월간 몸이 바짝 긴장한 가운데 운동을 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몸이 편한 가운데 운동을 했어야 하는데, 바짝 긴장을 하고 운동을 했기 때문에 다리의 통증은 가시지 않았고 허리까지 아프게 되었던 것이다.

 

두 달 전에 랩으로 싸고 남은 둥그런 종이 껍질을 이용해서 가슴펴기를 하라고 권했는데, 이 분은 충실하게 필자의 권유대로 열심히 운동을 하긴 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운동할 때 균형을 잡지 못하니까 몸이 긴장했던 것이다.

필자는 분명히 둥그런 종이 껍질 위에 방석을 얹어 놓고 운동을 하라고 말씀드렸는데, 이 분은 이 얘기를 까먹고 그냥 종이 껍질 위에 누워서 운동을 했던 것이다. 이렇게 운동하면 대부분의 사람이 흉추에서 참을 수 없는 지독한 통증을 느낀다.

아주 독한 사람은 이런 통증을 이겨내고 안정적으로 운동을 할 수도 있겠지만, 보통 사람들은 이런 통증을 이겨낼 수가 없다. 몸이 긴장돼서 이렇게 저렇게 자세를 조금씩 틀을 수밖에 없게 된다. 그러니 운동의 효과가 떨어지거나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게 된다.

 

이제 마비는 풀렸는데 왜 굳어 있던 근육은 풀리지 않았는지 그 원인이 규명됐다. 이 분 집안에 있는 얇은 요를 몇 번 접어서 둥그런 종이 껍질 위에 올려놓고 운동을 해 보게 했다. 편안하다고 했다. 바로 이것이었다. 몸이 긴장되지 않게 가슴펴기를 하면 다리는 어렵지 않게 풀리게 되어 있다.

여기에 더해 제2의 하체풀기도 알려주었다. 필자는 몸이 불편한 사람에게 한꺼번에 여러 가지 운동법을 권하지 않는다. 한 가지 운동도 하기가 어려운데, 여러 가지 운동법을 알려주면 상대방이 헷갈려서 한 가지 운동도 제대로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날 이 분에게 제2의 하체풀기를 알려드린 것은 이제 이 운동을 알고 소화할 수 있을 때가 되었기 때문이라고 판단되었기 때문이다.

 

참 기분이 좋았다. 10년 동안의 마비는 끝나고 이제 굳어 있던 다리의 근육만 풀리면 이 분은 서서히 조금씩 걸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아직 장담은 할 수 없지만 마침내는 정상적으로 걸을 수도 있게 될 것이다.

이 여자 분 얘기가 허리는 아파도 다리는 그래도 좀 가벼워지는 것 같다는 느낌이라고 했다. 가벼워지는 것 같다는 느낌이 중요하다. 감각이 살아나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어찌 기분 좋은 일이 아니겠는가.

 

같이 있던 부부에게 자신 있게 얘기를 했다. 이제 1단계는 끝나고 2단계가 남았다고. 이제 마비는 거의 다 풀렸고, 남은 것은 굳어 있던 다리의 근육이 풀려 통증을 느끼지 않게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정말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이 분들이 필자가 알려드린 운동법에 대해 신뢰하고 따라 주지 않았다면 이런 성과는 얻었을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래도 어쨌든 이 분들, 특히 여자 분께서 신뢰를 하고 따라 주었기 때문에 아직은 절반을 조금 넘는 성과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필자에게는 정말로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고맙다는 인사를 여러 번 반복해서 했다. 마비를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주었기 때문이다.

 

감각이 없어 통증을 느끼지 못하던 상태에서 감각이 살아나 통증을 느끼는 상태로 바꾼다는 것은 필자에게도 완전 미지의 세계였다. 그래도 도전을 해 보았다. 한 개인과 그 가족이 편안하게 살 수 있게 할  수 있다면 이 어찌 즐거운 일이 아니겠는가. 더 나아가 이것이 마비로 고생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해결책이 되어 줄 수 있다면 한 개인이나 가족뿐만 아니라 전 인류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게 필자의 믿음이다.

 

그러나 가야 할 길은 너무 멀다. 저번에 썼던 대로 닷새 만에 마비가 풀려 며칠 후에 퇴원한 사례 이후 10년 만에 마비가 풀리는 사례를 이번에 경험해 보았다. 그러나 마비의 종류는 너무나 많다. 일반적으로 마비를 푸는 원리를 찾아내야 하는데, 이는 상당한 시일을 요할 것 같다. 그래서 가야 할 길은 너무 멀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줄기세포 연구에서도 중요한 것 중의 하나가 이런 마비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필자는 이런 노력이 쓸데없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돈만 많이 들고 결국 해결책은 찾을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원인을 찾아야 하는데, 원인은 찾지 않고 결과만을 보고 그 결과를 해결하는 데 몰두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위 말하는 대증요법인 것이다. 이것은 과학의 정신이 아니다. 자본주의의 원리에 따라 돈을 추구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엄청난 돈이 벌릴 것이라 믿고 그 돈을 따라 엄청난 투자와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필자가 줄기세포 연구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것은 아니다. 생명체에 대한 이해에서 줄기세포 연구가 지대한 공헌을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앞으로 더 크게 공헌하기를 가대하고 있다. 문제는 몸의 원리를 제대로 알게 되면 병을 쉽게 다스릴 수 있을 텐데, 그 원리를 연구하기보다는 나타난 증세를 해결하는 데에만 중점을 두고 있다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현대의학 전반의 문제이기도 하다.

 

어쨌든 사무실로 돌아올 때 필자는 기분이 좋다 못해 들떠 있었다. 10년 된 하반신 마비가 풀렸다면 이제 가능성은 열렸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아직 가야 할 길은 멀지만, 그래도 첫 발걸음은 잘 떼었다고 생각됐다. 참 기분 좋은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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