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대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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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이야기]대천이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7.06.25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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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 447m 비고: 67m 둘레: 1,508m 면적: 135,971㎡ 형태: 말굽형

 

 대천이

별칭: 대천이악(大天伊岳)

위치: 조천읍 선흘리 154번지

표고: 447m 비고: 67m 둘레: 1,508m 면적: 135,971㎡ 형태: 말굽형 난이도: ☆☆☆

 

 

 

출신 성분은 정확하지 않지만 깊은 숲과 자연 미가 돋보이는 산 체...

 

참으로 궁금한 점도 많고 베일에 가려진 화산체이며 특히나 명칭에 관해서는 정확하게 전해지는 바가 없는 오름이다. 지도상에도 표기가 안 되었으며 대천이와 관련한 내용도 알 수가 없다. 한자로 대천이(大川伊)라고 표기를 하였지만 주변에 큰 내(川)는 없으며 동쪽 기슭 아래에 소곡(小谷)이 있을 뿐이며 명칭과는 무관하게 보인다.

극히 일부의 오름은 명칭과 관련하여 간혹 사람의 이름을 토대로 한 경우가 있는데 대천이라는 사람과 관련한 가능성도 예상은 하고 있지만 확실하지는 않다. 행정구역 상 조천읍의 선흘리와 와산리, 교래리에 걸쳐져 있는 화산체이며 북동향의 굼부리를 지니고 있다.

규모나 높이는 대단하지 않지만 오름 사면에 걸쳐 잡목들로 깊은 숲을 이루고 있으며 굼부리 역시도 나무들로 덮여져 있다. 막상 진입을 할 경우는 경사면이나 등성의 뚜렷한 모습을 식별할 수 있지만 주변에서 바라볼 때는 하나의 숲 지대나 울창한 수림에 덮여있는 둔덕 정도로 여길 정도이다.

정상부까지 들어선 나무들로 인하여 외부의 전망은 보잘 것 없는 상태이며 식생과 자연 생태에 따르는 자연 미가 두드러진 오름이라 할 수 있다. 기슭에서 정상부로 향하는 산체의 특징은 경사​가 있어서 뚜렷하게 구분이 되지만 등성을 따라 길게 이어지는 과정은 더러 밋밋함도 느끼게 된다. 더욱이 다양한 나무들이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는 때문에 전망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기슭과 등성이의 일부에는 여러 기의 묘가 있는 걸로 봐서 과거에는 지금과 달리 어느 정도 외부와의 공간이 트였을 것이라는 추측을 할 수가 있다. 번영로에서 교래리로 이어지는 도로를 따라가다가 진입을 할 수 있으나 찾는 사람들이 많지 않아서 길의 윤곽은 뚜렷하지 않은 편이다.

 

특히나 하절기에 만날 경우는 더한 어려움이 따르는 데다 정상에서 이렇다 할 전망을 할 수 없어서 아쉬움이 따른다. 이 주변에는 꾀꼬리(거꾸리) 오름을 비롯하여 방에(큰, 족은)오름 등이 있어 함께 연계를 할 수 있지만 입지와 여건 등에 견줄 때 상대적으로 미약한 편이라 할 수 있다.

찾는 이들이 적지만 결코 외로움을 느낄 대천이는 아니다. 오히려 그런 때문에 깊고 그윽한 맛을 더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산책로 하나 없이 자연의 흙길을 따라 오르는 동안 숲의 고요함을 느낄 수가 있어서 자연 미가 넘쳐난다. 도로의 여건이나 진입로의 울창한 숲이 말해주듯이 대천이로서는 소란스러움이나 요란함을 거부하는 것 같다.

깊은 숲을 이뤄 자연 미가 넘쳐나지만 지금처럼 고고한데 처하고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며 조용히 지내려는 것이 대천이가 바라는 뜻이 아닐지 모르겠다. 차라리 고고한데 처한 채 자신을 에워싼 나무들을 비롯하여 둥지와 터전으로 삼아 지내는 새들과의 상생을 원하는 것일까.

 

-대천이 탐방기-

여름에 오름을 오르는 데는 아무래도 어느 정도의 입지와 여건을 고려해야 한다.

빽빽한 숲보다는 더러 공간이 열리는 곳이나 전반적으로 산책로가 잘 정비된 곳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식물의 생태야 그런대로 조심스럽게 헤치며 가면 되겠지만 어쩌다 만나기 싫은 독을 품은 녀석이 나타나서 놀라게 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초여름 대천이를 찾아 나선 것은 주변의 다른 오름들을 만나는 과정에서 동선이 같았던 때문이었다. 거꾸리(오름)를 만나고 교래리로 이어지는 도로를 따라 이동을 한 후 대천이 입구에 도착을 했는데 이렇다 할 표석이나 안내판조차 없었다.

애써 진입로임을 알리기라도 하려는 때문인지 산불조심을 알리는 현수막을 이곳에 매달아서 이내 수월한 방향임을 알아차렸다. 안으로 들어가기가 바쁘게 곧바로 거대한 머체가 기다리고 있었는데 자연이 이뤄낸 신비와 경이로움을 동시에 느낄 수가 있었다.

엄청나게 큰 바위의 틈새를 터전으로 삼아 자생을 이어가는 콩짜개덩굴을 비롯하여 여러 식물들은 강한 생명력으로 볼거리를 더해줬다. 초병이라도 되는 양 입산 신고와 거수경례를 요구했다. 자연 사랑을 귀담아듣게 하고는 안전하게 귀환할 것을 명령하기에 기꺼이 따르겠다고 대답을 한 후 진입을 했다.

 

빽빽하게 숲을 이룬 공간을 헤쳐 능선 초입지로 향했는데 딱히 탐방로라고 정해진 길이 없는 데다 여름이 열릴 즈음이라 울창한 숲은 방해꾼이 되었다. 짧은 거리이지만 숲을 헤쳐 나가니 내창(川)이 나왔는데 계곡을 이룬 천은 아니지만 많은 비가 내릴 때는 소곡으로 변하는 수로인 것 같았다. 이 주변을 통하여 대천이의 허리로 오르게 되며 산 체의 기슭 아래쪽이다.

기슭에 오른 후 숲을 헤쳐 나가기 시작했는데 친환경 매트는 고사하고 그 흔한 타이어 매트조차 없는 흙길이다. 비가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때문에 바닥은 축축하게 젖어 있어서 진행에 다소 불편함이 따랐지만 그래도 자연 그대로의 길을 따라 오르는데 달리 불평이나 투덜거리지 않으려 노력했다.

허리를 따라 오른 후 정상부 가까이 도착을 하니 그야말로 무질서의 세상이다. 빽빽하게 숲을 이룬 데다 ​쓰러진 나무까지 합세를 하여 혼란스럽게 하였고 자연만을 생각하기에는 버거울 정도의 현장이었다. 허리와 어깨를 따라 이어지는 능선에서 자생하는 식물들이나 나무들은 질서가 없어 보이지만 영역의 다툼이 없이 저마다 성장을 이어가고 있었다.

gps를 확인하지는 않았지만 대충 비고(高)점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주변을 살피니 정상임을 알리는 표식이 있었고 CD와 리본이 전부였다. 정상부 주변은 쉴 공간이나 이렇다 할 전망조차 없었지만 그래도 이따금씩 오르미들이 다니는지 길의 구분이 드러났다.

이동을 하는 동안 빽빽하게 영역을 차지한 상산나무들이 진하게 향을 뿜어댔고 반가움인지 거부반응인지 응대를 해야 할 것 같아서 애써 킁킁거렸다. 숲이 트인 공간을 찾아내니 비로소 세상이 보였는데 큰방에(오름)와 분화구 내의 초지가 보였고 멀리로는 한라산 자락도 눈에 들어왔다. 초여름의 풍경은 대자연의 색을 완전하게 변화를 시켜서 한동안 바라봐도 지겹지가 않았다.

다시 조금 더 이동하다 열린 공간이 있어서 걸음을 멈추니 에코랜드의 인공호수가 보였다. 오래전에 찾았으면 이 모습이 안 보였겠지만 지금으로서는 ​변화가 이뤄진 현장과 마주한 셈이 됐다. 산 체의 어깨를 따라 전진 코스로 간다면 다른 분위기도 찾아내겠지만 차량 등 여건이 안 되어서 백(back)코스를 택했다.

허리를 지나며 좀 더 북쪽으로 선택을 하고 내려오니 다른 진입로 표시가 보이면서 비로소 양방향 진입로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대천이로서는 찾는 이들이 적지만 결코 소외감을 느끼거나 못마땅할 것 같지는 않았다.

숲에 가려 숨은 채 자연스러움 그대로 남아있고 싶어 하는 모습이라고나 할까. 자신의 명칭과 관련하여 그 유래가 명확하지 않은 때문인지 노출보다는 차라리 고고함과 자연스러움을 지니려 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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