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도너리(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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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이야기]도너리(오름)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7.06.28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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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 439.6m 비고:110m 둘레:2,945m 면적:306,369㎡ 형태:복합형

 

도너리(오름)

 별칭: 돌오름. 돗내린오름. 골체오름. 도을악(道乙岳)

위치: 안덕면 동광리 산 90번지

표고: 439.6m 비고:110m 둘레:2,945m 면적:306,369㎡ 형태:복합형 난이도:☆☆☆

 

 

 

오름의 진면목을 지녔으나 노출을 거부하는 숨은 화산체의 비밀...

 

제주어(語)로 ‘도’는 특정한 곳으로 이어지는 입구나 어귀 정도를 나타내는 말이다. 도너리는 이 ‘도’가 ‘넓다’는 뜻으로서 오름 굼부리로 이어지는 주변이 넓다고 하여 붙여진 명칭이다. 또한 진입로 주변은 목장으로 이용이 될 만큼 넓은 목초지로 이뤄졌는데 이 때문에 도너리로 부른다고도 전해지고 있다.

그 외에도 원형과 말굽형으로 이뤄진 굼부리 외에 신비에 싸인 화산체인 만큼 부르는 명칭이 많다. 오름 전반에 걸쳐 돌이 많다고 하여 돌오름이라고 하는 것을 시작으로 멧돼지가 드나드는 곳이라 하여 돗오름(돗=돼지의 방언), 모양새가 골체(삼태기의 방언)를 닮았다고 하여 체(골체)오름이라 부르기도 하였다고 전해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과거 이 오름 일대에 도을동(道乙洞)이란 마을이 있었던 것과 연유하여 도을악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는 대부분 도너리 그 자체로 부르고 있으며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전형적인 원형의 굼부리는 깊게 패어 있으며 그 둘레는 400m에 달한다.

빙 둘러 급경사를 이루고 있는 모습에서 화산체로서의 면모가 특별하게 나타나는데 그 깊이는 50m를 넘나들 정도이다. 내부의 일부는 송이가 노출이 되어 있어 식별이 뚜렷한 상태인데 이러한 환경 때문에 큰 나무는 모습을 찾아볼 수가 없다.

이곳과 이어진 산 체의 다른 쪽으로는 V자형으로 깊고 넓은 말굽형의 굼부리가 열려있는데 그 안에는 다양한 잡목들이 빽빽하게 숲을 이루고 있다. 제주의 여느 오름들과 달리 주변에 묘가 없는 것도 특이한 점인데 이는 화산 송이로 이뤄진 지반이라 망자를 맡기기에는 적절치 않다고 여긴 때문이다.

 

명당을 운운하거나 풍수지리학적으로 좋은 터라 여길 수도 있었겠지만 이런 환경으로 인하여 선인들의 전래는 아마도 도너리에 대한 선호도가 없었던 것으로 생각이 된다. 기슭에서 정상으로 이어지는 곳곳에 돌무더기들이 쌓여 나지막한 둔덕을 이루고 있으며 화산탄이나 화산석과 더불어 빌레의 모습도 확인이 된다.

일찍이 산 체의 일부가 파손이 되고 붕괴 위험이 있어 사람들이 출입을 못 하게 하였는데 그 기간은 해마다 연장 결정이 내려지고 있어 아쉬움을 느끼게 한다. 도너리는 오름의 토양 피복도가 낮은 데다 사람들이 오르내리는 구간의 송이 층이 무너져 내리면서 지난 2008년 첫 자연휴식년제를 시행했다.

화산 분석이라고도 부르는 송이 층은 현무암질의 얇은 화산 분출물이며 지금도 분화구를 중심으로 곳곳에 노출이 되어 있는 상태이다. 이후에도 훼손지의 식물 덮임도가 평균 이하로 낮아 복원 속도가 느리고 일부 지역은 소나 말 때문에 훼손면적이 더 늘어나고 있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사실상 도너리 일대는 목장 지대이기 때문에 사람의 출입보다 말이나 소의 방목으로 인한 지반 훼손이 크다. 오름의 화구 쪽은 더러 자연복원이 이뤄지고 있으나 사면 곳곳은 주변 목장의 소 등에 의한 훼손지역 등이 있어 인위적인 복원이 불가피한 상태이다.

오름으로서의 깊고 그윽한 맛이 있으면서 남다른 매력을 지닌 곳임에 틀림이 없는 만큼 자연 복원이 빨리 이뤄지기를 바랄 수밖에 없다. 도너리는 거대한 굼부리를 지녔지만 물장오리나 물찻오름처럼 산정호수를 이룬 곳도 아니고 람사르 습지도 아니다.

사유지를 포함하는 곳인 이상 소의 방목이 이뤄지는 한 도너리는 사람보다는 목장의 소떼들 때문에 보존과 부활은 어려운 실정이다.

 

-도너리 탐방기-

 

동광 육거리에서 금악 방향으로 가다 보면 블랙스톤 골프장이 나오는데 바로 직전에 좌측으로 시멘트 길이 있으며 이곳으로 들어가면 초입지가 나온다. 오름 입구는 철문이 굳게 잠가져 있었는데 통제라는 사유도 그러하지만 소를 방목하는 현장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허가를 받고 아침을 열면서 찾은 도너리 주변은 고요함 그 자체였는데 평소에도 찾는 이들이 없다는 생각 때문인지 더 적적한 기운이 맴돌았다. 신록의 계절답게 깊고 그윽한 숲 향이 풍겨나고 진입로의 촐왓과 수풀은 젖어 있었다.

입구에 들어서기가 바쁘게 소떼들이 매설한 노출형 지뢰들이 곳곳에 보였고 여기에서 기생하는 날파리 떼들이 지겨울 정도로 공격을 해왔다. 목장이라 할 수 있는 안쪽으로 들어서자 비로소 오름의 윤곽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북(동북)쪽에서 바라본 화산체의 전반적인 모습은 옆으로 길게 뻗어 있으며 타 오름에서 바라보는 형세와 별 차이가 없는 듯했다.

 

출입제한이 이뤄지기 이전에 사람들이 드나들던 서쪽(서남)에 탐방로가 있지만 원형의 산 체를 먼저 만나기로 한 때문에 동쪽 기슭을 따라 오르기 시작했다. 최근까지 사람이 다니지 않았고 별도의 길이 없지만 이곳에서 방목하는 소떼들이 다닌 길이 뚜렷하게 나 있어 별 문제가 없었다.

우(牛)군들도 한번 다닌 길을 가능한 걷게 되기 때문에 자주 드나들었는지 군데군데 흙이 패인 곳이 많았다. 소떼들이 다니면서 흔적을 만들고 이곳에 집중호우 때면 물 흐름이 더해져서 완전히 길의 형태로 변해 있었다. 숲은 오름의 중앙부 능선까지 이어지며 바닥 층은 붉은 송이보다는 대부분 검은색으로 덮여 있었고 기슭의 중반 정도를 오르니 소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정상 능선에 도착을 하고 이내 굼부리를 에워싼 등성 한쪽에 서니 거대한 굼부리가 눈앞에 펼쳐졌다. 결코 작지 않은 탄성을 지름과 동시에 흥분이 시작되었다. 오름 정상의 분화구가 넓다고 하여 도너리라고 부른다는데 대하여 넉넉한 이해를 하게 되었고 안쪽 경사의 정도와 뚜렷한 원형의 굼부리는 제주의 어느 오름보다 확실한 특징이 잘 나타나 있었다.

놀랍게도 화구 안에는 작은 방사탑처럼 돌들이 쌓아져 있었는데 오래전 일이라 짐작이 되었다. 잠시 방향을 돌리니 산방산을 시작으로 국토 최남단 마라도를 비롯하여 송악산 일대가 서녕하게 보였고 다른 쪽으로는 한라산과 오름 군락들이 실루엣처럼 펼쳐졌다.

가까운 곳의 당오름이나 정물오름을 보는 것은 왠지 싱겁다는 생각이 들었고 애써 다른 볼거리에 대한 욕심이 생겼다. 선 채로 충분했거늘 굼부리 둘레를 돌아보려 몇 발자국 옮기니 여기저기에 우군들의 배설물들이 깔려 있었는데 정상의 능선도 예외일 수는 없었다.

서쪽의 말굽형 산 체를 보기 위하여 이동을 하면서 소나무들이 군락을 이뤄 자생하는 숲을 지나는데 진지동굴 두 개가 보였다. 주의를 요하는 팻말이나 구분을 알리는 경계가 없어서 행여 안전사고라도 날 경우 위험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능선을 따라서 발길을 옮기다가 기준점이 있는 곳을 발견했는데 오랜 기간 통제구역으로 있어서 그런가 안내도는 바람에 날려서 떨어져 있었다. 마침내 정상을 차지하고 말굽형으로 넓게 퍼져 나간 말굽형 굼부리와 눈을 마주쳤다.

굼부리 사면으로는 빽빽하게 들어선 나무들이 깊은 숲을 이루고 있어서 바닥 층은 볼 수가 없을 정도였다. 누구의 출입도 거부하고 세상과의 노출을 꺼려하면서 오랜 세월 동안 간직한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는 듯했다. 도너리의 앞(서북)쪽으로 눈을 돌리니 마치 아프리카의 밀림 지역을 연상하게 하는 광활한 숲이 펼쳐졌는데 위에서 내려다 본 모습은 제주의 어느 곶자왈보다 더한 천연의 숲이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좀 더 우측으로 눈을 돌리니 푸른 숲 사이로 골프장이 나왔다. 문명의 이기를 거부하면서 오랜 세월 밀림으로 남아 있고 싶어 하던 숲이었지만 자신의 한쪽 살을 아프게 도려내어준 셈이다. 이곳에서도 아래로 내려가는 탐방로가 있지만 다시 한번 굼부리 일대를 살피기 위하여 이동을 했다.

올 때는 못 봤는데 가족형의 우군들이 둘레를 지키고 있었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되어 보이는 송아지를 포함한 가족이 화구 정상에 서성거리다가 우리를 보고서 이내 숲으로 돌아서 갔다. 어차피 도너리는 자연 복구와 인위적인 요소를 더해야 탐방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어느 누구도 그 시기를 예측할 수가 없다. 한마디로 정체성의 구분을 외면하면서 지금 그대로 남아 있고 싶어 하는 위대한 화산체임이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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