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동수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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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이야기]동수악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7.07.18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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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 700m 비고:100m 둘레:1,866m 면적:256,640㎡ 형태:원형(화구호)

 

동수악

별칭: 동수악(東水岳). 유수악(有水岳)

위치: 남원읍 한남리 산 2-1번지

표고: 700m 비고:100m 둘레:1,866m 면적:256,640㎡ 형태:원형(화구호) 난이도:☆☆☆

 

 

 

원형의 화구호와 함께 오래도록 숙성과 발효를 거친 묵은지 맛이 나는 오름...

 

5.16도로변에는 물오름이나 수악(水岳)으로 통하는 세 곳의 오름이 있는데 이 중 동수악은 동쪽에 위치한 것과 관련하여 명칭이 붙었다. 이 기준점이 어디인지는 알 수 없으나 동수악을 중심으로 제주시 방향과 서귀포 방향에 각각 수악이 있으나 이들과의 방향을 참고할 때는 동쪽이라 할 수 없으니 좀 애매한 상황이다.

지금의 5.16도로를 기준으로 할 때 성판악 휴게소를 지나 제2논고교(橋)를 건너는 부근에 위치해 있으며 북쪽의 수악과 남쪽의 물오름 중간 지점 정도에 동수악이 있다. 원형의 산정화구호(山頂火口湖)를 이루고 있어서 동수악 외에 유수악(有水岳)이라고도 부르는데 화구 내부는 약 220m 정도로 기록이 되었으며 둘레는 상록수와 낙엽수가 울창하게 우거져 깊은 숲을 이루고 있다.

오름의 남서사면은 급경사를 이루고 있으며 계곡으로 이어지는 기슭과 주변은 잡목들이 빽빽하게 우거져 있다. 이에 반해 북사면은 비교적 완만하고 서사면은 둥그스름하게 펼쳐지면서 수림들이 우거져 있는데 남동향으로 벌어진 모습을 말굽형 굼부리로 추정을 하기도 하나 전체적으로는 원형으로 구분을 하고 있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수악(水岳)으로 표기가 되었고 오름 정상에 용추(龍湫)가 있으며 그 깊이를 헤아릴 수 없다고 했다. 또한 가뭄이 들 때 이곳에서 기우제를 지내면 효험이 있다고 했다. 이러한 내용을 종합해볼 때 오래전에는 물이 많이 고였음을 짐작할 수 있는데 퇴적이 진행되면서 침식으로 인하여 지금은 물의 양이 줄어든 상태이다.

한라산 국립공원 내에 위치한 때문에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가 된 상태이다.

 

 

 

-동수악 탐방기-

 

성판악 휴게소를 지나 숲 터널를 지나다 화산체 근처에 도착을 한 후 조심스럽게 진입을 했다. 어느 지점에 사람들이 드나든 흔적이 있었고 한쪽에는 계단이 놓여 있었다. 국립공원 탐방 통제가 이뤄지기 전에 만들어졌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이 계단이 동수악과 관련이 있을 것 같았다.

근년에 들어 기지국이 생겼지만 이보다는 훨씬 그 이전의 일인 것으로 짐작이 되었다. 자연의 땅. 천혜의 숲. 딱히 오름으로 향하는 산책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안으로 진입을 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었다. 출입이 금지되면서 사람들의 행적이 없는 때문인지 오래도록 수북하게 쌓인 낙엽들이 눈길을 끌었다.

어쩌다 만나게 되는 표식들을 보니 이따금 몰래 찾는 사람들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물병과 끈을 비롯하여 비닐 등을 나뭇가지에 매달아둔 것이다. 구태여 이런 알리미가 없어도 좋으련만 너무 과하게 선행을 한 선 님들의 흔적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접근 금지구역을 다녀가노라고 강한 메시지라도 전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아니면 길 잃어 헤맬 것에 대한 엄청난 염려를 생각했을까. 아침이 열린지 제법 지났건만 동수악 기슭으로는 늦게야 햇살이 비쳐왔는데 숲을 헤치면 좀 더 들어가니 가파르지 않은 경사를가 나왔고 이곳을 따라 어느 정도 오르니 북사면 등성에 도착이 되었다.

동수악의 북사면은 비교적 완만한 편이다. 이에 반해 서사면은 둥그스름한 형태를 띠면서 남동쪽으로 벌어진 말굽형 화구의 가파른 비탈을 이루고 있다. 숲에 가려진 때문에 사방을 전망하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이렇다 할 볼거리는 없었다.

구태여 두둔을 한다면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현장이라 느낌이 좋다는​ 표현을 남기고 싶었다. 후다닥.... 노루 몇 마리가 ​일제히 줄행랑을 쳤다. 갑자기 일어난 일이라 저들도 놀라서 도망을 갔지만 나도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아마도 동수악을 수호하면서 살아가는 무리들일 것이다. 자신들의 영역을 침범한 이상 작전상 일단 후퇴를 했다가 침입자가 사라진 다음 다시 돌아오지 않겠는가.​

주봉으로 가기 위하여 능선을 따라 이동을 하는데 묘 두 기가 보였는데 한 곳은 천리를 했고 한 곳은​ 그대로 있었다. 산담에 붙은 이끼나 다른 상황으로 봐서는 오래전부터 있었던 묘임을 알 수가 있었다. 행여 5.16도로가 만들어지기 이전이라면 이곳까지 상여를 메고 왔다는 사실이 놀라울 수밖에 없는 일이다.​

 

마침내 화구에 도착을 했는데 넓게 차지한 화구는 원형으로 이뤄졌으며 퇴색이 된 채 넓게 드리운 모습이 넓고 평평하게 이뤄진 때문에 마치 전용 축구장을 방불케 했다. 겨우내 기간을 지난 모습이라 다소 을씨년스럽게 보였는데 차라리 여름에 찾을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따를 수밖에 없었다.

산정화구호를 에워싼 주변은 낙엽수와 상록수가 빽빽하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서 하절기를 전후한 시기에 찾는다면 볼품이 있을 것 같았다. 바닥 층에 물이 깊이 고이지는 않았지만 등반화가 빠지면서 젖을 만큼 쑥쑥 들어가는 곳도 있었다.

물이 고였다가 살얼음으로 변한 곳을 살피니 까만 알들이 그대로 박혀 있다. 화구 한쪽으로 자리를 옮기니 성널오름(성판악)이 보이고 다른 쪽으로는 사라오름과 논고악 등이 사정권 안에 들어왔다. 푸름으로 변할 시기에 비하여 원거리의 전망은 오히려 좋은 셈이다.​

화구를 빠져나와 다시 주봉을 향하여 이동을 했는데 처음에 도착을 했던 북사면의 모습과 마주했다. 그리고 gps를 통해 확인을 하니 지표상에 정상으로 나타나면서 도착한 곳이 정상이며 주봉임을 확인 할 수 있었다.​ 동수악 역시 기지국이라는 문명의 이기를 피하지는 못했다.​

깊은 숲을 이루고 있지만 정상에는 시설물이 들어서 있었다. 나무 틈새가 열린 곳에서 남쪽을 살피니 거믄오름(흑악)이 보였는데 외형은 그럴듯하게 보이지만 탐방의 묘미가 별로 없는 곳이다. 이어서 가장 전망이 좋은 곳에 자리를 잡으니 반전이 이뤄졌는데 논고악과 사라오름 등이 뚜렷하게 보였다.

역시나 산 체나 위치 등을 고려할 때 한 가닥 하는 오름들이지만 논고악은 출입 통제구역에 해당이 된다. 돌아 나오다가 내창(소곡)을 만났다. 자연이 만들어 낸 소계곡이며 많은 비가 내릴 때면 필시 이곳을 통하여 물이 빠져나갈 것이다.​ 행여 굼부리의 물이 이곳을 통하여 분출이 되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과정이 성립된다면 흥미로운 일이라 생각이 되었다.

화구의 깊이나 비고(高)를 감안한다면 다른 줄기로 보이지만 동수악이 지닌 유일한 내창(川)이기도 하다. 계절을 몇 번 넘기고서도 아직껏 퇴색한 꽃잎을 지닌 수국이 보였는데 이제 새로운 계절을 맞을 준비를 하고 떨구어도 되련만 미련이 남은 모양이다. 아니면 동수악의 봄은 늦게 찾아오는 것일까.

5.16도로가 생긴 이후 높이나 접근성 등 탐방의 어려움은 없으나 아무 때고 갈 수 있는 오름은 결코 아니다. 국공 지역이라 출입이 안 된다는 아쉬움이 있지만 허가를 받아 탐방을 한다면 동수악의 백미는 당연히 화구이다. 오래도록 숙성이 되고 발효를 거친 묵은지 맛이 나는 오름임에 틀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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