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돝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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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이야기]돝오름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7.07.21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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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 284.2m 비고: 129m 둘레: 2,410m 면적: 430,325㎡ 형태: 원형

 

돝오름

별칭: 돛오름. 돗오름. 비저오름. 저악(猪岳)

위치: 송당리 산 3번지.평대리 산 16번지.

표고: 284.2m 비고: 129m 둘레: 2,410m 면적: 430,325㎡ 형태: 원형 난이도: ☆☆☆

 

 

잘 구성이 된 둘레길을 따라 산책을 할 수 있고 전망을 즐길 수 있는 오름.

 

등성 아래와 기슭을 따라 소나무와 삼나무들이 조림되어 일부 숲을 이루고 있는데 과거의 모습은 유별났던 모양이다. 하필이면 동물 중에 돼지를 닮았다고 했을까. 변화가 이뤄진 지금으로서는 그 모습을 그려보는 것이 어렵지만 예전에는 돼지와 닮은 모양새를 한 것으로 짐작이 된다.

이와 관련하여 돝(돗)오름이라 하였는데 이는 제주 방언으로 표현을 한 것이다. 한자로도 돼지를 빗대어 저악(돼지 저.猪岳)이라고 표기를 하는 것을 보면 가히 짐작이 된다. 서부권에 있는 문도지(오름)는 죽은 돼지 형상이라고 빗대어 명칭이 붙었는데 그나마 돝오름은 살아 있는 돼지 형상으로 하였다.

다른 맥락으로는 비저오름이라고도 부르는데 비저는 비자의 방언이며 이 화산체 앞에 비자림(榧子林)이 있으면서 이를 감싸고 있는 것에 연유한 것이다. 산 체의 기슭 일부에도 비자나무들이 있는 것과 관련하여 비자림의 뒷산이나 앞산으로도 여기는 상황이다.

오름 둘레를 따라 산책형으로 진행을 한 후 다시 정상 기슭으로 이어지는 탐방로를 이용하면 되는데 이처럼 오름 둘레길과 정상으로 가는 별도의 구성을 갖춘 오름들이 더러 있기는 하지만 돝오름은 특별하다. 비자나무들이 우거진 길목과 활엽수나 낙엽송들이 늘어선 사이를 지나는 동안 숲의 깊은 맛을 느낄 수가 있고 정상으로 가는 과정 역시 삼나무 숲과 촐왓(억새) 등으로 환경의 변화가 이뤄지면서 지루함을 달랠 수가 있다.

130m에 가까운 비고(高)라지만 오르는 동안 힘에 부치면 걸음을 멈추고 돌아서서 전망을 즐길 수도 있기에 전반적인 진행에 어려움이 따르지 않는다. 높이와 면적 등 산 체의 규모가 어느 정도 따라줘야 이런 환경을 구성할 수 있듯이 돝오름의 존재는 가히 짐작이 간다. 그러면서도 찾는 이들이 많지 않은 것은 역시나 인근에 거함 다랑쉬가 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다랑쉬를 점령한 후 시간이나 체력적인 부담이 없으면 돝오름이나 둔지오름으로 이어가면 좋지만, 일반 여행객의 입장에서는 차라리 아끈다랑쉬나 용눈이오름 등으로 가는 것이 일반적인 사례이다. 어쨌거나 돝오름은 명칭을 떠나서 산 체의 전반적인 탐방을 하는데 있어서 좋은 입지와 조건을 갖추고 있다. 설령 둘레길만을 선택할지라도 넉넉한 힐링의 결과를 얻을 수 있으며 이동하는 동안 곳곳에서 전망도 즐길 수가 있다.

다홍치마를 걸치기 위하여는 어차피 정상에 오르고 굼부리와 사방으로 열린 공간을 따라 전망 놀이를 하는 것이 좋다. 정상에 오르면 전형적인 원형의 굼부리를 볼 수 있으며 그 둘레를 따라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다. 다랑쉬의 존재에 다소 가려진 오름이지만 자연적인 환경이나 전망 등 입지가 좋은 산 체라고나 할까.

 

 

-돝오름 탐방기-

네비의 안내를 따라 안쪽까지 들어가면 간이 주차장과 정자 등이 있고 현장에 안내문과 함께 진입로가 보인다. 경사를 따라 바로 오르막으로 시작이 되기 때문에 간단하게나마 몸을 풀고 초입으로 들어서면 된다. 그러나 둘레길을 먼저 돌아본 후 정상으로 갈 경우는 구태여 준비운동을 의식할 필요는 없다.

곧바로 경사가 없는 둘레 산책로가 나오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찾은 만큼 환경의 변화가 이뤄졌을까 하는 궁금함이 따랐고 애써 생소함을 지니기로 했다. 진입 후 바로 갈림길을 만났는데 직진은 곧바로 정상으로 오르는 방향이며 좌측이나 우측을 선택하여 한 바퀴를 돌아볼 수가 있다.

어느 방향이든 다시 원점으로 오게 되므로 이후 다시 오름 정상을 향하면 된다. 삼나무 조림 지대를 벗어나면 곧바로 비자나무들을 만나게 되는데 둘레길 산책로를 따라 기슭의 곳곳에도 비자나무가 자라고 있다. 오름을 기준으로 비자림 방향인 만큼 오래전부터 식생이 이어진 나무들이다.

바닥은 타이어 매트로 구성을 하였으며 떨어진 낙엽과 솔잎들이 일부를 가리고 있었다. 비교적 평탄하게 이어지는 때문에 불편함은 생각할 필요가 없으며 이따금 열린 공간으로 전망을 즐길 수도 있었는데 비자림을 비롯하여 북쪽을 중심으로 하는 동서 진영이 사정권 안에 들어왔다.

초록의 계절이라면 더한 볼품을 간직하겠지만 초겨울은 더러 허접한 모습이 관찰되었는데 그나마 이동하는 내내 환경의 변화가 계속되는 때문에 식상함은 없었다. 산책로의 막바지는 다시 삼나무 숲으로 이어지고 출발 당시 만났던 갈림길까지 간 후 바야흐로 정상을 향한 탐방로가 이어졌다.

둘레길을 돌아보는 동안 30분을 전후한 소요 시간이 걸리는데 기분 전환과 더불어 심신을 추스르는 과정도 충분히 느낄 수가 있었다. 삼나무 숲을 거슬러 오르다 오름의 허리에 도착이 되고 커다랗고 빽빽하게 숲을 이룬 공간을 빠져나올 즈음 열린 탐방로를 따르게 되었다.

 

간간이 거친 숨소리도 들렸지만 주변 환경은 이내 응원을 해줬고 특히나 초겨울이지만 파란 하늘은 하얀 구름을 동반하며 에너지를 충전해주고 청정의 바람이 시원함을 안겨줬다. 퇴색의 길에 접어든 억새는 탐방로의 일부까지 점령을 하여 느린 걸음을 유도했다.

사락사락... 억새들의 아름다운 반항을 받아들이며 오르는 동안 바지 깃을 스치는 소리가 우렁찰 만큼 크게 들렸다. 일부는 길목의 대부분을 잠식한 때문에 어쩔 수가 없는 상황이었는데 하절기에 찾는다면 더러 고민과 곤욕을 치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심호흡을 가다듬을 겸 걸음을 멈추고 돌아서니 거함 다랑쉬가 보였다. 구태여 그러지 않아도 되련만 한사코 우쭐거리는 모양새였는데 역시나 다랑쉬에서 돝오름을 바라볼 때와는 다른 느낌이 다가왔다. 내려다보는 모습은 비자림이 대세였는데 곶자왈처럼 드넓게 펼쳐졌고 다행스럽게 아직도 자연림으로 구성이 되었기에 한동안 바라봐도 지겹지가 않았다.

돝오름의 어깨를 짚을 즈음 정상으로 가는 삼거리가 나왔는데 한쪽은 바로 정상으로 이어지고 오름 둘레를 따라 진행을 한 후 정상으로 갈 경우 직진을 하면 되는데 당연히 오름 둘레를 따라가는 과정을 선택했다. 전형적인 원형의 굼부리를 바라볼 수 있고 정상 주봉과 사방으로 열리는 전망을 즐길 수가 있기 때문이었다.

원형 굼부리는 깊지 않지만 그 옛날 폭발이 이뤄졌던 상황을 단번에 짐작할 수가 있었다. 굼부리 안쪽 기슭 아래는 촐왓이 대부분이며 일부 넝쿨과 잡목들이 식생을 이어가고 있었고 주봉이 있는 기슭에만 소나무를 중심으로 숲을 이룬 모습이 확인되었다. 퇴색으로 치장을 한 촐왓을 지나 정상 반대편 쪽에 도착을 하니 주봉의 모습과 그 뒤편으로 다랑쉬가 보였다.

남쪽 사면을 지나다가 걸음을 멈추고 전망을 했는데 체오름을 중심으로 주변의 오름들이 보였고 가까운 곳으로는 안친이(오름)가 식별이 되면서 곱게 자란 초지의 모습이 마르지 않은 연초록빛으로 다가왔다. 소낭밭이 숲을 이룬 사이로 산책로가 이어지는데 크지도 굵지도 않은 소낭들이지만 함께 어우러져 있어 분위기를 돋우었다.

마침내 정상에 도착을 하니 전망과 휴식을 함께 할 수 있는 의자 몇 개가 있었는데 아무 데고 앉으면 전망대가 될 정도였다. 돝오름의 정상은 가히 전망대라 할 수밖에 없었다. 가까이로는 다랑쉬오름과 용눈이오름 그리고 높은오름과 체오름 등을 볼 수 있고 멀리로는 일출봉과 우도 섬을 조망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반대편으로 한라산과 여러 오름 군락들이 전망되었다.

끝내 외면하려 했지만 다랑쉬와의 눈 맞춤은 어쩔 수가 없었는데 거함의 존재에 기가 죽을 수도 있지만 마주하는 동안은 애써 의식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용눈이를 바라보는 동안은 차라리 돝오름의 입지에 대단함을 느꼈고 숨어있는 아끈다랑쉬와는 비교조차 거부를 했다.

둘레길이 있어 산책과 탐방을 동시에 할 수 있으면서 전망의 좋은 입지를 지닌 만큼 명칭이 안겨주는 돼지와는 전혀 다른 화산체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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