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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현준 기자의 제주올레탐방기"올레길, 나도 걷는다"
"손으로 못 잡는 것..저절로 솟는다"..⑨(하프올레걷기 16코스)시와 물이 넘쳐나는.. 역사의 길
고현준 기자  |  kohj00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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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승인 2017.09.03  09: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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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가질 수 없는 것들
-문정희


가장 아름다운 것은
손으로 잡을 수 없게 만드셨다.
사방에 피어나는
저 나무들과 꽃들 사이
푸르게 피어나는 웃음 같은 것
가장 소중한 것은
혼자 가질 수 없게 만드셨다.
새로 건 달력속에 숨 쉬는 처녀들
당신의 호평을 기다리는 좋은 언어들
가장 사랑스러운 것은
저절로 솟게 만드셨다.
서로를 바라보는 눈 속으로
그윽이 떠 오르는 별 같은 것

 

16코스를 거꾸로 걸어보기로 한 날(9월2일)..


중간시탬프 포스트까지의 코스를 보니 항몽유적지까지만 걷기에는 너무 짧은 거리인 것 같아 걷는 김에 수산저수지까지 더 걸어가기로 마음 먹고 버스를 타는 방법을 찾아보려고 했다.

   
 

아침 일찍 제주콜센터(120번)로 전화해 광령1리사무소와 수산저수지까지의 버스노선 시간을  알아보고 시간을 맞춰보려고 했지만 도무지 답이 나오지 않아 출발점까지는 그냥 차를 끌고가기로 마음 먹었다.

제주시-광령1리, 수산리사무소-제주시,,이 코스인데 광령리까지 가려면 중앙로로 오는 버스가 없어 광양로터리까지 가서 버스를 타야한다고 하고 시간도 8시50분, 9시38분 등 버스를 타기 위해 그곳까지 버스를 타거나 걸어가야 한다는 것, 수산리에서 제주시로 오는 시간이 13시20분, 14시05분 14시50분 등 사간을 맞추기가 애매했기 때문이다.

차를 몰고 이날 출발점인 광령1리사무소에 도착한 시간은 10시경..

17코스 시작점에서 하프코스 걷기를 시작한 이곳에 거의 3개월만에 다시 돌아온 것이다.

한적한 리사무소 마당에 차를 세우고 16코스 종점 스탬프를 먼저 찍었다.

스탬프에 잉크가 묻어있지 않은 걸 보니 오늘 이곳을 방문한 첫 손님이 나라는 사실이 뿌듯했다.

이제 출발이다.

   
 

한라산이 뒤로 보이는 아주 예쁜 광령초등학교를 지나 빨간 카펫(?)이 깔려있던 좁은 골목길로 들어섰다.

지난 수개월전 이곳을 걸을 때는 페인트를 금방 한 때라서 마치 레드 카펫 위를 걷는 기분이 들었던 곳인데..이날 보니 페인트는 거의 벗겨지고 희미해진 색깔만 남아 있었다.

좁은 골목길을 지나 오르막길을 올라 대로변으로 들어섰는데 이곳에서 길을 잃었다.
분명히 방향을 잘 찾았다 했는데..아무리 올라가도 올레리본이나 표시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항몽유적지만 찾으면 되는데..

큰 길을 따라 계속 오르다보니,,광령2리가 나왔다.

   
 

고성리쪽으로 갈어가고 있어야 정상인데..이곳 길가에 앉아 잠시 쉬면서 GPS를 눌러보니 항몽유적지는 계속 오르다가 오른쪽 유수암리쪽으로 틀면 나오는..3.8km 정도 차로는 7분 정도 가야한다고 안내했다.

가다 보면 나오겠지..하며 계속 걸었다.
그러나 길을 잘못 든 것은 확실했다.

어디서 잘못 됐을까..
아무리 생각 해도 불가사이한 일이다.

길이 그렇게 복잡하지도 않았는데..

그러나 나는 “이게 올레를 걷는 묘미지..늘 변화를 주는 이 길이 너무 좋지 않나..”하며 걷는 즐거움에 더 빠져보기로 했다.

GPS를 보며..이 기막힌 기계가 안내하는 대로 계속 걸어갔다.

얼마나 더 걸었을까..
한 시간 정도는 족히 되었으리라.

한참을 걷는데..저 아래쪽으로 토성이 조금 보이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처음 큰 길로 들어설 때 오른쪽으로 가야할 길을 왼쪽으로 틀었던 것일까..나는 아주 먼 길을 돌아 그곳으로 다시 내려가야 했다.

이곳 2차선 도로는 유독 아주 큰 트럭이 쌩쌩 달리는 위험한 길이었다.
올레길은 이렇게 위험할 정도는 아닌데..길을 잘못 든 나는 이들 위험해 보이는 덤프트럭이 지나는 길을 조심조심 걸어가야 했다.

한참을 내려오니..아까 보인 토성은 항몽유적지의 토성보다 다 위쪽에 따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진짜 토성은 더 아래쪽에 있었다.
그렇게 걸어서 내려오다 보니 드디어 토성 옆길로 올레리본이 하나 보였다.

언젠가 산속에서 길을 잃어 가시덤불을 뚫고 돌담을 건너며 겨우 찾았던 올레리본의 반가움보다는 못하지만 그래도 길을 다시 잘 찾았다는 안도감에 작은 미소가 나왔다.

이젠 절대로 길을 잃지 말자..

조금 더 걸어가니 중간스탬프 포스트가 나타났다.

   
 

땡볕에 길까지 잘못 들어 걸었던 탓에 이곳 정자에 앉아 편히 쉬어보려고 했지만 스탬프를 찍고 이곳 정자에 앉아서 보니..정자에 불이 났었는지 시커멓게 불탄 흔적이 남아 있었다.

이곳에 왜 불이 났을까..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모습이었다.

일부러 불을 내지 않는한..불이 날 곳이 아닌데..하며 한참을 앉아 있었다.

그때 한 젊은이가 검은 안경을 쓰고 나타났다.

   
 올레꾼 고경완 씨

서울에 살고 있는 고경완씨(40세, 신한금융투자 근무)였다.

그는 “제주올레는 시간 될 때마다 내려와 1년 정도 걸려 완주했고 다시 역으로 걷는 중”이라고 했다.

“마라톤처럼 완주를 해야 한다는 것도 없고 그냥 걷는 그 자체가 좋다”는 그는 “걷기에 제주올레보다 좋은 곳은 없는 것 같다”며 “올레를 걷다가 마음에 드는 식당이나 카페가 있으면 들어가 쉬는 그런 맛이 참 좋다”며 제주올레를 극찬했다.

사진을 찍어도 좋으냐고 했더니 이왕이면 16코스 스탬프가 나오도록 찍어달라며 전문 올레꾼 같은 포즈를 취해줬다.

나보다 앞서간 그는 그가 쉴 때 내가 한번 앞서 걸었고 수산리로 거의 내려와 내가 쉬고 있을 때 나를 앞서간 그..그렇게 두 번을 마주쳤다.

   
 

   
 
   
 

항몽유적지 토성을 지나 산을 다 내려오니 장수물이 나왔다.

이곳에서 예전에 고영회 변리사를 만난 적이 있었지..하며 지나치려다 장수물로 한번 가보고 싶어졌다.

물은 있는 것인지..어떤 물인지 궁금하기도 했다.

장수물 안내판에는 김통정 장군이 마셨던 물이라는 설명과 함께 이 물은 가뭄에도 한번도 마른 적이 없다는 설명이었지만 지금은 음용수로 마시지 못한다고 안내하고 있었다.

샘물은 여성의 그곳을 상징한다고 하지만...이곳 모습이 꼭 그랬다.
물은 아주 조금씩 아래로 흐르고 있었고..물이 참 맑고 영롱했다.
마셔도 죽지는 않으리라..

   
 

   
 

나는 깨끗하게만 보이는 이 물을 한 모금 마셔보았다.
약수였다.

약수도 차를 마실 때 최고로 쳐 주는 석간수..
물맛이 아주 좋았다.

그곳 입구에 놓인 돌의자에 앉아 잠시 쉬는데 관광객인 듯한 가족 셋이 장수물로 들어가며 인사를 했다.

장수물, 이곳을 나와 이어지는 올레길은 대로변을 지나가야 한다.
예원등이라는 예쁜 이름을 가진 마을..

그곳에 들어서니 작은 동산 위에 정자가 하나 놓여있다.

   
 

“옳지 저곳에서 점심을 먹자..”

나는 그곳에 올라 그곳 경치에 반하고 말았다.

한라산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고..바다를 보니 추자도를 뒤로 한 관탈섬이 바로 정면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


아마 지금쯤 오늘 한라산을 오르기로 한 유인택((주)제주에코케어 대표이사)과 이정복((주)인터퓨어 대표이사)과 그의 아들 셋이 백록담 근방에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백록담을 바라보았다.

   
 

   
 

예원등은 마을 이름처럼 동네가 참 예뻐 보이는 곳이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도 다 그러하리라..

수산봉이 눈앞에 다가오기 시작했다.
목적지를 향해 으슥한(?) 들길을 따라 계속 걸었다.

예원동과 수산리로 이어지는 곳에는 돌에 새긴 시비가 길 곳곳에 놓여 있다.

제주에서는 유일하게(?) 가는 길 마다 시를 적어 놓았다.

돌담에서 길에도 동네 입구에도..밭담옆에도 시가 가득이다.

 
   
 
 
 

 


달 같은 사람 하나
-홍윤숙

달 같은 사람 하나 어디 없을까
보름달 아닌 반달이거나 초승달 같은
어스름 뵬빛처럼 가슴에 스며오고
흐르는 냇물같이 맴돌아가는
있는 듯 없는 듯 맑은 기운 은은하게
월계수 향기로 다가왔다가
그윽한 눈길 남기고 돌아가는
큰 소리로 웃지 않고
잔잔한 미소로 답하고
늘 손이 시려 만나도 선듯
손 내밀지 못하는
그럼에도 항상 가슴에
따듯한 햇살 한 아름 안고 있는
그런 사람 세상 끝에라도
찾아가 만나고 싶다.

 

사과가 익어가고..무화과가 익어가고 키위가 익어가고 감이 익어가고 있었다.

 
   
 수산리에서 만난  강희봉 어르신

이제 오늘 걸어가기로 한 수산리사무소에 도착했다.

이름도 참 예쁘기만 한 물메(수산)초등학교 입구였다.

이곳 폭낭 아래에 한 어르심이 홀로 앉아 있어 말을 걸어 봤다.

이곳에서 평생을 살았다는 강희봉 어르신(83세)이었다.
아들 셋을 둔 어르신은 “감귤농사를 지었지만 지금은 아들에게 모두 맡겼다”며 “아들 셋도 모두 이곳 마을에 살고 있다”고 전해줬다.

“300여호가 살고 있다”는 어르신의 말처럼 수산리는 큰 마을이었다.

광령리사무소로 가는 버스를 물으니 “정류소에 가면 다 갈 수 있다“고 안내해줬다.

정류소로 와 버스안내판을 보니..광령1리사무소로 가는 버스는 455번이었다.
그런데 455번은 이곳 정류소가 아니라 다른 골목으로 교차하는 모습이 보였다.
나는 그 버스가 돌아오는 것인가 했는데 그게 아닌 것 같아 도착한 버스기사에게 455번을 물으니 “이번에 바뀌어버려서 자신도 잘 모른다”고 답했다.

버스기사도 모른 길을 일반인이 알기는 더 어려우리라..

나는 동네 수퍼에 들어가 455번은 어디에서 타느냐고 물었다

그 아주머니는 이곳에 버스정류장은 한 군데 밖에 없다고 했다.

꼭 버스를 타 보려고 했는데..저쪽으로 택시가 오는 모습이 보였다.
택시를 타고 지나다 보니,.수산리사무소 버스정류장은 두 군데였다.
똑같은 이름의 정류장이 또 한 군데가 있었던 것이다.

나는 그곳에서 하마트면  버스를 80분 이상 기다릴 뻔 했다.

 
   
 

   
 

   
 


생(生)이란
-오세영

타박타박 들길을 간다.
자갈밭 틈새 호올로 타오르는
들꽃 같은 것.
절뚝절뚝 사막을 걷는다.

모래바람 흐린 허공에
살풋 내비치는 별빛같은 것.

해적해적 강을 건넌다.
안개,물안개, 갈대가 서걱인다.
대안(對岸)에 버려야 할 뗏목 같은
쉬엄쉬엄 고래를 오른다.
영(嶺)너머 어두워지는 겨울 하늘
스러지는 노을 같은 것.
불꽃이라 한다.
이슬이라고 한다.
바람에 날리는 흙먼지라고 한다.


걸어서 건강을 되찾은 사람이 많다고 한다.
아픈 몸을 이끌고 히말라야를 걸어서 건강을 회복한 사람. 자연인들처럼 산속으로 들어가 건강해진 사람 등등..
제주올레는 제주의 속살과 함께 할 수 있는 훌륭한 길이지만 올레길에 들어서면 얻어지는 일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위의 시들은 예원동에서 수산리까지 오는 동안 만난 시중에 몇 개를 뽑아 소개하는 것이다.
사랑의 길도, 인생의 길도 기다림이고 걸어감이다.
그렇게 가다보면 ..결국 만나게 되는 일이 있는 법..

다음엔 수산리에서 16코스 시작점으로 향할 예정이다.
멀리 보이던 바다가 가까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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