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가슴에 꼭 껴안을 수만 있다면.."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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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가슴에 꼭 껴안을 수만 있다면.."⑩
  • 고현준 기자
  • 승인 2017.09.10 2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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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프올레걷기 16코스)수산-고내포구, 자연이 살아 꿈틀대는 길

 

 

이날은  두 개의 시와 만났다.

 

동행
-유안진

살같이 빠르다는 한 세월을
그대 부리가 빠알간 젊은 새요.
옛 어르신들 말씀대로
연약한 죽지끼리 더욱 의지 삼고
느름나무 높은 가지 하늘 중턱에다
한 대 작은 작은 둥지를 틀고
햇발이 모자라도록 웃음 웃어 살자
음악이 모자라도록 춤을 추어 살자.

 

 

 

사랑에 관하여
-박상천

눈을 어깨 가득 지고 서있는
겨울나무 숲길을 걸었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걷다가
뒤를 돌아보면
눈 위에 선명하게 남겨진 자국들
그 발자국을 바라보며
받아들임의 아름다움을 생각했다

눈은 나의 몸무게 만큼의 깊이로
신발 크기만큼의 넓이로
신발 모양 그대로의 무늬로
나를 포근하게 받아들였다.
자신의 가삼에
그의 깊이를
그의 넓이를
그리고 그의 선명한 무늬를 남기는 것.

 


처음에는 이상하더니 애월 지역 올레를 걸으며 자꾸 만나는 돌에 새겨놓은 시들이 참 좋다.
제주올레는 그렇게 색다른 모습으로 만나는 길이  많아 지루할 수가 없는 것이다.

하프올레를 나누어 다시 걸으면서 새삼 느끼며 걱정스럽게 바라보게 되는 것은 여전히 계속 되고 있는 공사판이다.

16코스는 해안도로를 껴서 그런지 유독 이곳저곳에 많은 공사가 이뤄지고 있었다.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마음이 답답해 진다.
서울시 인근 4대 신도시 건설이 생각나기 때문이다.

그때도 푸르던 벼와 포도송이가 함께 익던 부천 인근 농촌마을이 한순간에 모두 아파트 단지로 변해버렸기 때문이다.

우후죽순, 지금 제주도 모습이 꼭 그렇다.

막을 수가 없는 거대한 흐름일까..

제주올레 16코스를 걷는 내내 날씨조차 이처럼 여전히 여름이었고 버스 또한 여전히 타고 다니기가 어려웠다.

지난 9일은 16코스의 반 정도 남은 수산 물메초등학교에서 고내포구까지 가는 구간이었다.

버스를 타려고 또 120번 제주콜센터로 연락을 했다.

버스시간을 듣고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버스를 타고 가기는 환승 등 시간 맞추기가 너무 어렵다.

결국 차를 몰고 가서 오는 길에 버스를 타 보기로 했다.

하지만 또 실패했다.
1시간이나 기다려야 한다는 그 시간 때문에 다시 택시를 타고 이동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이번 제주도가 30년만에 획기적으로 개선했다는 교통체계 개선은 공급자의 입장에서 만들었다는 생각 밖에 안 든다.

공급을 했으니 수요자가 알아서 타고 다니라는 얘기나 똑같다.

간선, 지선을 나누어 많은 버스를 투입하긴 했지만 그 버스를 타는 일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닌 것이다.
수요자가 편해야 교통체계는 성공한다는 점에서 간선을 다니는 버스의 수를 늘리고 지선은 서울처럼 마을버스를 도입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다.

얼마전 도의회에서도 이같은 여러 문제가 지적된 적이 있지만 지금은 공급자의 입장에서 우리는 공급했으니 됐다가 아니라 수요자의 입장에서 어떤 체제가 좋은 지를 더 많이 감안하는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교통은 흐름이다.

어디서나 버스를 타고 다니는 게 편해야 길거리에 차량이 줄어들어 모두가 편한 사회가 되는 것인데 올레를 걸으려 해도 버스를 타고 다니기가 이처럼 불편하다면 교통체계 개선은 보여주기식 행정에 머물 뿐이다.

이날도 여러 주민들이 오지 않는 버스를 오래오래 기다리는 모습이 가장 많이 아쉬웠다.
앞으로의 과제는 간선을 다니는 버스를 대폭 늘려 배차시간을 단축하고 지선은 마을마다 마을버스를 순환하도록 하여 일자리 창출과 주민 소득을 올리는 데도 기여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마을버스를 마을청년회 등이 운영토록 하고 부족한 비용을 지원하면 8백억원이라는 지원금이 더욱 의미있게 쓰여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출발점인 물메초등학교에 차를 세운 시간은 10시 20분경.

물메는 한자의 물수와 뫼산의 산인 수산의 한글이름이라 늘 너무 예쁘다는 생각이 든다.
한적하기만한 이 마을길을 따라 수산봉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16코스의 반은 먼저 수산봉을 향해 가고 수산봉을 오른 후 다시 수산봉을 내려와 해안도로를 향하는 길이다.

수산리에서 구엄마을까지는 수월하게 걸었지만 구엄에서 고내리까지의 길이 너무 길었다.

내리쬐는 땡볕에 해안도로를 걷는 일을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출발점에서 조금 더 걸어 수산봉 입구 수산저수지를 지나는데 한 젊은이가 낚시를 하고 있었다.

 

강원도에서 관광을 왔다는 김동욱씨(38세)였다.

“고기가 잡히느냐?”며 말을 건넸다.
그는 “베스 한 마리가 올라왔다”며 “저수지에 고기가 있다”고 전해줬다.

물은 맑지가 않았지만 그는 열심히 낚싯대를 던졌다.

가족과 함께 내려왔다는 그는 잠시 짬을 내 낚시를 하는 것 같았다.

수산봉 입구..
입구에는 16코스 7km 지점이라는 표시가 있었다.

거꾸로 걷는 나는 7km를 더 걸어가야 한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수산봉은 2.6km를 걷는 1시간 정도의 코스라는 안내판도 서 있었다.

수산봉을 오르는데 두 팀을 만났고 정상에서 한사람 그리고 내려와서 한사람을 스쳐지나가는 등 많은 사람들이 찾는 그런 오름이었다.

정상에는 도 닦는 어르신인 듯한 한 사람이 무언가를 외우고 있었고 운동기구가 있는 곳에는 한 외국여성이 운동을 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그 외국여성은 수산봉을 다 내려와 계단에서 쉬고 있을 때 개와 함께 나를 비키도록 하고 걸어 지나갔다.

전에 이 길을 걸을 때도 제주시에서 영어교사를 하는 젊은 청년을 만난 적이 있는데..수산봉은 외국인들이 좋아하는 오름일까..?하는 생각을 했다.

 

 

수산봉을 내려와 한 마을을 지나는데 우동전문집이 보이고..나름 평화로운 곳이었지만 지금은 신식 건물들이 들어서 주택지로 변해 있었다.

지금 이곳은 제주도다움이 사라진 신식건물들만 즐비했다.

수산봉 그 마을을 지나 구엄마을로 가는 길은 대로를 건너야 하는데 이곳 보행자를 위한 신호등이 참 웃겼다.

버튼을 누르면 신호등이 바뀐다고 해서 버튼을 눌렀는데 신호등이 바뀌지가 않는 것이다.

버튼을 누르고 한참 있다가 다시 눌러봤지만 파란색으로 바뀌지가 않아 결국 차가 없을 때 빨간 불임에도 뛰어 건너갈 수 밖에 없었다.

이것이야 말로 보여주기식 행정의 전형이었다.

기계는 작동하건 말건 표시만 해 놓으면 된다는 발상인 것인지..

이런 방식은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차라리 그냥 자동 변동하도록 만드는 게 옳다.

눈을 돌려 서쪽을 보니 그곳은 계속 신호등이 돌아가는데 버튼을 누르면 신호등이 바뀐다고 안내하고 있는 이 신호등은 완전 엉터리였다.

 

 

그렇게 대로를 건너 마을로 들어서니 이 마을에는 부용꽃이 활짝 피어 있었다.

그 부용꽃을 바라보며 잠시 큰 나무 아래 앉아 들러보니 평화롭기만 한 작은 마을이었다.

이곳은 해안도로가 지나가는 동네라 이제는 각종 팬션 등이 들어선 개화된(?) 마을로 변해 버렸다.

마을을 지나 구엄염전으로 들어섰다,

관광객들이 참 많이 찾는 곳.

처음 제주에 내려와 제주도를 다니면서 가장 먼저 눈에 띄었던 곳이다.

아름다운 제주환경 100선에 기사를 쓰자마자 이곳에는 나무데크가 가장 먼저 생겼다.
기사를 쓰기가 실은 이렇게 걱정스럽게 다가오기도 한다.

 

 

그렇게 그때 만들어진 나무데크는 세월이 흐르면서 낡았는지 결국 출입금지 표시를 하고 막아놓고 있었다.
졸속도 이런 졸속이 없는 일이다.

자연은 있는 그대로 놓아두는 게 가장 좋다.
자꾸 인공이 가해지면 자연은 망가지는 법이다.

구엄돌염전을 지나는 길은 제주에서는 드물게 보는 아름다운 자연환경이 모여 있는 곳이다.
용암덩어리로부터 용암으로 뭉친 작은 산, 몽돌해안 등 보여줄 것이 너무나 많다.

바다에 떠있는 섬들은 또 어떤가..
그 자체로 아름다움이 빛난다.

나는 포세이돈 얼굴이 이쪽에 있는 줄만 알았다.
아무리 찾아도 이쪽에는 없어 많이 헤맸는데 ..포세이돈 얼굴은 한 그 특별한 바위는 고개를 한번  더 넘어간 곳에 있었던 것을..

 

     
 

전에 김기정 환경TV 대표께 그 모습을 보여준다고 여기만 죽도록 찾아다닌 것이 그쪽이었는데 ... 참 아쉽다.

걷다 보니 날은 덥고 해안도로 그늘숲에 앉아 김밥으로 점심을 먹고..

계속 걸어가는데..몇 구비를 돌았을까..
가도가도 이 길은 끝이 없는 것 같다.
해안도로 올레길은 숲이 있는 곳은 모두 오솔길로 이어 놓아 다행이었다.

걷다가 쉬다가 하며 뜨겁고 긴 올레16코스 반을 4시간 정도를 걸어 목적지인 고내포구에 당도했다.

 

16코스 시작점 스탬프를 찍고 버스정류장을 물으니 걸어서 한참 올라가면 보일 거란다.

지친 몸을 이끌고 동네를 가로질러 올라갔다.

다시 큰 길을 건너 고내봉 앞 버스정류소에 앉아 버스가 설 때마다 물었다.

제주도 사람인 한 버스운전기사가 구엄리까지 가면 수산리 입구라며 타라고 한다.

일단 중엄리에서 내렸다.

이곳에서 수산리사무소까지는 3.2km정도..
그 길을 다시 걸어갈 수도 없고.,.버스는 한 시간 후에 오고..

그렇게 수십 분을 앉아 있다가 지나가는 택시를 잡았다.

여전히 덥긴 했지만 하프코스 6개 코스를 무사히 걸었다.

다음은 15코스 종점인 고내포구에서 다시 시작한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변화가 있었을까..
올레는 하루하루가 다르다.

 

 
   

인생열전(박영만 저)이 일곱 번 째로 소개한 인물은 나폴레옹 보나파르트(1769-1821)이다.

 

광대한 구상력과 출중한 지혜, 뛰어나 실천력과 탁월한 상황 예측, 능숙한 일처리 등으로 미루어 나폴레옹은 분명 세기의 영웅이었다.


그러나 한때 유럽에서 가장 웅대하게 솟아 올라 프랑스 황제의 자리에까지 올랐던 나폴레옹은 세인트헬레나섬에 유배중이던 51세때 권력과 부, 그리고 모든 소유 재산을 빼앗긴 채 죽었다.


그는 죽으면서 존재하지도 않는 돈 6백만 프랑을 가족과 측근들에게 유산으로 남겼다.
특히 6백만 프랑중 1만 프랑은 프랑스군 장교 캉티옹에게 남겼는데, 캉티옹은 대담하게 영국의 웰링턴 장군 암살을 시도한 인물이다.

나폴레옹은 이렇게 쓴 바 있다.


“웰링턴이 나를 이 세인트헬레나섬에서 썩도록 귀양 보낼 권리를 갖고 있었다면 나는 캉디옹으로 하여금 독재주의자 웰링턴을 암살할 권리를 갖고 있다”

나폴레옹는 생전에 “내가 죽거든 뼈를 세느강변에 묻어, 내가 그토록 사랑한 프랑스 국민들 곁에 있게 해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하지만 그의 시체는 주변국들의 결정에 따라 그대로 세인트헬레나섬에 묻혔다.
유해에는 황제복이 아닌 군복을 입히고 마렝고 전투 때 입었던 잿빛 외투를 덮었다.  그리고 묘비에는 다만 ‘여기 눞다’라는 문구를 새겼다..

 

어쨌든 프랑스 국민들에게는 영웅이었던 그의 유해가 유배지로부터 조국의 품으로 돌아온 것은 그가 죽은지 20년이 지난 후이다.


프랑스 국민들의 여망에 따라 그의 관 뚜껑에는 그가 행했던 유명한 연설문 ‘옛 친위대에게 보내는 고별사’가 아로 새겨졌고 유언대로 세느강변에 묻혔다.

“..(중략)..내가 살았던 것은 여러분의 영광에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었다. 나는 우리가 한 몸, 한 마음의 되어 성취했던 그 위대한 업적의 역사를 기억할 것이다. 안녕히 여러분 모두들 나의 가슴에 꼭 껴안을 수만 있다면..”

나폴레옹이 사망한 직후만 해도 루브르 박물관의 한 방에는 나폴레옹 상이 남아 있었다.

높이 2.5m, 무게 7천kg의 거대한 석상이었다.

박물관측이 석상을 팔려고 해 보았으나 골동품 점에서는 값이 너무 쌌다.
게다가 이 거대한 석상을 팔기 위해서는 끌어내는 것도 만만치가 않았다.

그래서 박물관 측의 한 관계자가 명안을 내놓았다.
‘나폴레옹을 죽인 것은 영국이니 영국이 나폴레옹 석상을 사야 한다’는 것이었다.
의외로 영국은 나폴레옹 상을 6만6천 프랑에 사는데 동의했다.

(중략)..그래서 오늘날 나폴레옹의 대리석상은 적국이었던 영국의 아스플레이 하우스 웰링턴 저에 세워져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파리의 나폴레옹 기념관에 서 있는 비석은 지금도 아무런 글귀가 씌어져 있지 않는 채 백면의 상태로 남아 있다.

나폴레옹이 죽은 지 2맥년이 지났지만 그에 대한 세인들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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