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문석이오름
상태바
[오름이야기]문석이오름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7.09.12 01: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표고: 291.8m 비고:67m 둘레:2,077m 면적:228,379㎡ 형태:복합형

 

문석이오름

별칭: 문석이. 文石伊岳

위치: 구좌읍 종달리 산 234번지

표고: 291.8m 비고:67m 둘레:2,077m 면적:228,379㎡ 형태:복합형 난이도:☆☆☆

 

 

명칭은 남성적이지만 부드럽게 이어지는 곡선미를 지닌 여성형 화산체.

 

오름의 명칭과 관련한 정확한 내용은 전해지고 있지 않으나 사람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예컨대 ‘안천이’나 ‘선족이’ 등 사람의 이름과 오름을 연관하여 명칭이 붙은 사례라고 할 수 있으나 이 역시 확실하지는 않다.

한자로 문석이(文石伊)라고 표기를 하고 있는데 이 ‘문석’은 능 앞에 문관의 형상으로 된 돌(묘 앞쪽에 문관 형식을 띤 돌)을 뜻하는 것으로 풀이를 할 수도 있는데 화산체의 입지나 환경을 기준했다기보다는 표음화로 선택을 한 것으로 짐작을 할 수가 있다. 오름 주위에 문석이라는 사람이 살았거나 소유주 내지는 줄곧 이곳을 찾았던 이를 두고서 명칭이 붙여진 것 같다.

지금도 목장과 촐왓(억새 군락)이 있으며 트랙터가 지나다니는 것을 보면 이런 추상에 가깝게 접근이 된다. 구전과 연유되는 문석이의 명칭은 남성적이지만 실상 이 오름은 여성스럽고 부드러움이 이어지는 곡선미가 아름답다. 부드러운 곡선미와 미끈한 경사로 이어지는 모습은 용눈이(오름)가 질투하고 따라비(오름)가 시기를 할 정도이다.

복합형 화산체로서 말굽형의 굼부리 일대는 완만한 등성이를 이루고 있으며 북동쪽 방향으로 3개의 봉우리가 이뤄내는 부드러운 모습은 장관이다. 이들 봉우리에 에워싸인 2개의 말굽형 분화구는 촐왓을 이루고 있으며 드넓은 공간을 형성하여 산책형의 진행에도 운치를 더해준다. 

굼부리를 농경지로 활용을 하거나 마소의 먹이로 사용이 되는 촐왓으로 개간한 곳은 오름에서 만나는 흔한 풍경이 결코 아니다. 2막 3장으로 펼쳐지는 봉우리 등성과 굼부리 내부의 편안한 구성은 가히 일품이라 할 수 있다. 두 개의 굼부리는 각각 반대쪽을 향하고 있는데 남서쪽과 북동쪽으로 벌어진 말굽형 분화구를 지닌 복합형 화산체이다.

정상부는 펑퍼짐하여 농경지와 초지로 이용되고 있고 굼부리 내부는 촐왓과 풀밭으로 되어있는데 대부분은 일정한 시기에 수확을 하여 마소들을 위한 건초로 사용이 되고 있다. 남동쪽 기슭을 따라 백약이(오름)로 이어지는 길이 나 있으며 특히나 북동쪽에 마주한 동거문(오름)과는 화산체의 특성이나 입지가 완전히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으면서 대조를 이룬다.

심하지 않은 경사면을 이룬 데다 풀밭과 억새 등이 기슭과 등성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오름으로서의 입지보다는 나지막한 동산을 오르는 기분도 든다. 그러나 밋밋한 어깨선에 도착을 한 후 사방을 살피면 일대의 걸쭉한 오름들과 눈으로 마주할 수가 있다.

 

백약이와 좌보미를 비롯하여 동거문이를 함께 연계할 경우 마치 편대를 이룬 것처럼 보이는데 이들 중 비고(高)가 가장 낮지만 그래도 함께 어우러진 화산체들을 올려다보는 기분은 좋을 수밖에 없다. 주변에 걸쭉한 오름들이 있어서 다소 외면당하지만 오름으로서 지녀야 할 모든 성질과 특성이 잘 나타난 오름이다.

아마도 문석이라는 명칭을 없애고 부드러움을 고려하여 순자오름이나 말자오름 또는 영자오름으로 정했을 것이다. 오름의 왕국이라는 구좌 권역의 오름들 중 비교적 낮은 오름에 속하지만 문석이와의 만남은 부드러움으로 일관하는 진행이기에 오묘함과 넉넉한 맛을 느낄 수가 있다.

 

-문석이 탐방기-

구태여 이동성을 감안하지 않더라도 문석이 주변에 인기가 많은 오름들이 있어 함께 연계하는 선택의 폭도 넓은 편이다. 백약이 입구 주차장을 이용하고 북쪽의 소로를 따라 진입을 하였다. 당연히 동거문이를 함께 탐방하는 과정이었는데 우선 문석이를 먼저 만나게 되었던 것이다.

동거문이나 문석이 입구까지 차량 진입이 가능하지만 어설픈 탐방자가 되지 않으려면 입구에서부터 걸어서 가는 것이 좋다. 억새들이 길게 늘어선 사이의 비포장길을 따라서 이동을 했는데 하절기를 맞아서 푸른빛으로 변한 억새들이 마치 사열을 하듯 가느다란 줄기를 떨구며 반갑게 대해줬다. 진입로에서 바라보는 문석이는 그야말로 부드러움으로 일축한 곡선미가 돋보이게 나타났다.

고개를 돌리니 동거문이가 눈싸움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피할 수 없는 운명적인 만남이었다. 신이 만들고 자연이 빚어 놓은 신비스럽고 영험한 오름이다. 좌우 측으로 나눠지는 삼거리 지점에서 아름답게 펼쳐지는 초지 사이를 지나 우회를 하니 문석이 입구가 나왔다.

낮은 경사가 멀리 이어지지만 구태여 등정이나 탐방이라는 부담을 지닐 정도는 아니다. 문석이가 열어놓은 대문을 따라 들어가기도 전에 부드러운 곡선형의 능선이 펼쳐졌는데 능선은 촐왓이 대부분이었다. 늦가을 추수를 거둬들이듯이 문석이 역시 하절기를 맞아 빠른 성장을 이어가는 모습이었고 화구 안에까지 트랙터가 진입을 하는 때문에 바퀴 자욱이 선명하게 나 있었다.

특별히 진행 방향이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기슭을 따라 오르기 시작하였는데 거창한 나무 한 그루조차 거부를 하며 촐왓과 일부 잡풀들에게 허리와 어깨를 내어준 문석이의 모습은 차라리 미끈하고 부드러움을 먼저 생각하게 하였다.  허리를 지나 어깨에 다가서서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것은 동거문이였고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떨어져 있지만 화산체의 외형이나 특징만을 생각한다면 다른 성질을 지닌 오름이다.

그러나 마주하는 만큼 둘이는 동족상잔을 거부하고 연민의 정을 주고받는 사이라 여겨졌다. 네가 있어 나 또한 외롭지 않거늘..... 화산체가 낮다고 해서 우습게 볼 일이 결코 아니다. 사방으로 펼쳐지는 오름 군락과 대자연의 풍경들은 문석이 어깨에만 다가서도 충분한 사정거리가 되었다. 문석이를 에워싼 오름들은 한사코 눈높이를 달리하려 하지만 그것은 실수였다.

 

백약이를 시작으로 좌보미와 높은오름 등은 구태여 고개를 쳐들지 않아도 가까이 다가왔다. 이렇듯 정상부에 도착을 하고 눈여겨보는 것은 일대의 오름 군락들만이 아니었다. 문석이가 지닌 굼부리와 등성의 부드러움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이동을 하려다 옆을 보니 탈(산딸기)이 빨갛게 익은 채 여기저기에 맺혀있었는데 아직 주인이 정해지지 않은 천연의 순 자연산 산탈을 보고서 허리를 굽히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름다운 것도 맛 잇는 것도 먼저 본 자의 몫인 만큼 한 주먹 가득히 따서 먹었다. 문석이를 만나고서 백(back) 코스로 다시 가는 이들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건너편의 동거문이 방향으로 이어갔는데 억새가 춤을 추고 으악새 흥겹게 노래하는 틈새를 지나게 되었다.

허리선을 넘나드는 높이와 자유스럽고 거친 성장인지라 다소 불편함이 따랐지만 동거문이를 만날 생각에 걸음은 오히려 알레그로 속도가 되었다. 절대 무시할 수가 없는 오름이다. 산 체가 작거나 낮다고 해서 저평가의 대상으로 여긴다면 어리석은 실수이고 위대한 착각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