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녹스 정현정 2인전 '가짜 풍경'전...20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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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녹스 정현정 2인전 '가짜 풍경'전...20일까지
  • 김태홍 기자
  • 승인 2017.09.15 11: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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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녹스 정현정 2인전 ‘가짜 풍경’이 문화공간 양(관장 김범진)에서 오는 30일까지 열린다.

문화공간 양은 마을의 역사, 풍경, 사람들 등을 예술가들과 함께 다양한 매체로 기록하는 중장기 프로젝트 ‘거로마을이야기’를 5년 동안 진행해 왔으며, ‘가짜 풍경’은 ‘거로마을이야기’의 2017년도 사업이다. 전시와 함께 마을의 모습이 담긴 두 권의 작품집이 제작됐다.

이번 전시에서 두 명의 만화가는 서로 다른 시선으로 거로 마을의 풍경을 보여준다. 그러나 두 작가 모두 지금까지 마을주민들이 중요하게 생각했던 장소가 아닌 언제나 거기에 존재했지만 거로마을에 오랫동안 살았던 주민들은 결코 보지 않았던 풍경들을 발견해 냈다.

도녹스는 자신이 살고 있는 거로마을을 사진으로 찍은 후 그 위에 디지털 이미지를 덧입혔다. 작가는 사진 위에 그림을 그린 이유를 “더욱 완벽한 거짓말을 위해서는 조금의 진실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와 같이 도녹스가 보여주는 거로마을의 가짜 풍경은 현실을 조금 비틀어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에서 비롯되었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전봇대의 전깃줄, 길가에 설치된 소화전, 마을 도로, 뒷동산, 작가가 길렀던 개 ‘두리’, 돌담, 팽나무, 하천 등에 디지털 이미지를 그려 넣음으로써 익숙한 마을 풍경을 낯선 것으로 만들었다.

얼핏 보기에 작품 속 풍경은 예쁘게 느껴지지만 그 뒤에는 개발에 몸살을 앓고 있는 현실이 있다.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연기는 주변 어르신들이 쓰레기를 태우는 모습에서 영감을 얻었다.

쓰레기를 태우는 일은 환경문제를 야기하지만 어르신들에게는 옛날부터 하던 일이다. 도녹스가 보여주는 마을의 풍경에는 이러한 모순된 문제들이 산재해 있다.

도녹스는 모순을 안고 있는 마을 풍경을 때로는 디즈니랜드처럼 반짝이고 예쁜 풍경으로 때로는 기괴한 느낌으로 표현했다.

정현정은 2014년 문화공간 양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하였다. 이후 거로마을에 살았던 경험을 바탕으로 웹툰 ‘알아집니다’를 그렸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알아집니다’에서 보여주었던 거로마을과 제주도 풍경 일부를 따로 모아 선보인다.

작가는 사람의 뒷모습이 들어있는 풍경을 선정하였다. 따라서 관람객은 풍경과 함께 풍경을 바라보는 사람들을 같이 바라보게 된다. “작품 속 사람들은 아름다운 풍경을 증명해주는 증인들”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동네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던 작가는 거로마을에 살면서도 동네를 다니며 사진을 찍었다. 이후 웹툰을 그리게 되었을 때 사진은 거로마을에서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였고 작품에 사용될 에피소드를 찾도록 해 주었다.

따라서 정현정이 보여주는 풍경은 본인의 기억과 장소에 대한 그리움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풍경이다. 작가는 사진을 놓고 사진을 따라 그림을 그리는 트레이스 기법을 일부 장면에 사용함으로써 사진을 재료로도 사용했다.

풍경작품 외에도 '알아집니다'의 기반이 된 습작 '노지귤', 재료가 된 사진, 콘티 등이 전시되어 '알아집니다'의 제작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김범진 관장은 정현정의 작품 ‘거로 파노라마’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거로 마을에 오래 사는 사람이 ‘거로 파노라마’ 작품을 보면 바로 마을 운동장 가는 길을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마을에 살지 않는 사람은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이 매력적인 풍경에 반해 실제 그 장소를 가보면, 여기가 맞나 갸우뚱하게 된다. 실제 풍경과는 다르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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