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열정 있는 이등병 공무원의 자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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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열정 있는 이등병 공무원의 자세로
  • 고경성
  • 승인 2013.02.04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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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성 표선면 주무관

고경성 표선면 주무관
2012년 11월 9일, 나를 지칭하는 또 다른 세글자의 단어가 생겼다. 바로 ‘공무원’이라는 단어였다. 2개월간의 실무수습기간을 마치고 정식발령을 받은 지 오늘로 80여 일째, 아직도 모르는 게 많고 모든 일에 서투르기만 하다. 차츰차츰 적응이 되어가고 있지만 처음에는 많이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공무원에 합격하면서 친척들이 축하한다며 새로 사주신 양복이 있다. 하지만 나는 그 양복을 아직까지 한번도 입어보지 못했다. 실제로 공무원에 들어오기 전에는 깔끔한 복장에 실내에서만 근무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었지만 생각했던 것과는 많이 달랐다.

 

면사무소는 주민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민원과 상대하기 때문에 현장도 많이 다니고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아야 했다. 실제로 2012년에 총 3개의 태풍이 몰아쳤을 당시 제주도는 많은 피해를 입었다. 태풍피해를 복구하느라 작업복을 입는 날이 많았고 사무실보다는 밖에서 근무하는 시간이 더 많았다. 밖에서는 쉽게만 보았던 공무원 생활이 생각과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그렇게 수습기간을 거치고 정식임용이 되어 공무원의 신분을 갖게 되었다. 3개월간의 수습기간을 거쳤지만 정식발령이후의 생활은 이전과는 많은 차이가 있었다. 발령을 받고 나서 여러 가지 업무를 맡게 되었고 여러 가지로 정신이 없고 실수도 많았다. 그때마다 스스로 자책을 하기도 하고 부담도 많이 되었다. 이러한 여러 가지로 힘들어 할 때 문득 이런 글귀를 보게 되었다.

 

‘병장보다 일 잘하는 이등병은 없다.’라는 말이었다. 순간 군대에서의 이등병의 생활이 떠올랐다. 새로운 곳에 적응을 못해 어리바리했던 모습, 지금과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그런 힘든 이등병생활을 버티게 해준 것은 바로 적극적인 자세였다. 무엇이든지 먼저 적극적으로 나서서 하려다 보면 여러 가지 일이 눈에 익고 손에 익어 수월하게 해결하게 되었다. 이것이 소위 말하는 짬밥이 아닐까 싶다. 지금 내 위치에서 아무리 잘한다 해도 선배공무원보다 잘 하지는 못할 것이다.

 

나는 아직 공무원내에서 84일밖에 지나지 않은 이등병 공무원일 뿐이다. 모든 일이 서투르고 어렵지만 자책하고 부담을 갖기보다는 공무원이라는 자부심과 열정을 가지고 하나둘씩 배우고 경험해 나가다보면 어느새 나도 공무원 병장이 되어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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