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태풍피해 복구 현장에서 얻은 깨달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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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태풍피해 복구 현장에서 얻은 깨달음 !!
  • 제주환경일보
  • 승인 2013.02.27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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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남 표선면주민자치센터 주무관

강영남 표선면주민자치센터 주무관
표선면은 제주특별자치도의 동남부, 서귀포시의 동부지역에 위치한 관광, 교통, 문화, 상업의 중심지이다.

 

성읍민속마을과 표선 해비치 백사장 그리고 제주민속촌박물관과 가시리 유채꽃 길 등 전통문화와 관광, 그리고 1차 산업이 골고루 조화를 이루고 있고, 1만1천여 면민들이 소박한 삶을 이어오고 있다.

 

내가 표선면사무소 산업계로 처음 발령받았던 때가 기억난다. 아름다운 제주도의 중심지, 그것도 평소 꿈꿔왔던 지역인 표선면사무소에서 일하게 된 것은 어쩌면 나의 간절한 바람이 이뤄진 것인지도 몰랐다. 설렘과 긴장 속에 이불 속을 뒤척이기를 몇 번이었는지, 그 두근거림이 아직까지 가슴속에 남아있다.

 

내가 일하게 된 산업계는 주민들과 직접 대면하는 일선부서였다. 혹자는 공무원의 업무라고 하면 느긋하게 사무소에 앉아 각종 서류들만 취급한다고 상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산업계의 공무원은 직접 발로 뛰며 민원을 처리해야 하는 일이 많았다. 또 축산, 과수, 원예, 해양수산, 경제 등등 여러 가지 업무들을 수행하며 주민들과 함께 생동하는 부서였는데, 나는 그런 왁자지껄함 속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특히 내가 수습을 시작한 작년 8월에는 태풍 피해복구 작업이 한창일 시기였다. 아름다운 제주 표선면을 할퀴고 간 태풍의 흔적은 처참했고, 주민들은 망가진 삶의 터전에 신음하고 있었다. 공무원들은 부서를 가리지 않고 직접 현장에서 각종 민원을 처리하고 직접적으로 봉사활동에 열성적으로 참여해야했는데, 그것은 내가 공무원의 소명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 계기이기도 했다.

 

젊은 층에서 가장 인기 있는 직종이 공무원이라고들 하지만, 그것은 공무원의 소명의식에 동감해서라기보다는 갈수록 어려워지는 취업난 덕분에 안정한 삶을 쫓는 이가 많아졌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이런 상황에서 실제 공무원으로 근무 중인 사람들 중에 진심으로 시민에 대한 봉사정신을 가지고 충심으로 업무에 임하는 사람들이 몇이나 될지 회의감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태풍 피해복구 현장에서 본 공무원들의 모습은 나의 우려를 말끔히 씻어준 것이다.

 

봉사현장에서 자신의 몸을 생각하지 않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솔선수범하는 사람들, 진심으로 눈물 흘리며 사람들을 위로하는 공무원의 모습, 마치 자신의 가정이 파괴된 듯 안타까워하며 피해민이 절망에 빠지지 않도록 새로운 희망을 기획하는 모습들...

 

나는 그때 공무원으로서 새로운 각오와 소명의식이 꿈틀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가장 전투적인 현장에서, 그리고 공무원들에게 의지하고자 하는 슬픔에 잠겨있는 시민들을 마주하며 느낀 것은 공무원으로서의 사명감, 그리고 아직도 이 시대에는 시민들을 위해 헌신하는 공무원들이 많이 존재한다는 환희였다. 이 때의 기억은 내가 공무원으로서 많은 업무에 힘이 부치고 피곤에 찌들 때마다 다시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주는 토대가 되어 있다.

 

나는 수습기간을 마치고, 정식발령도 표선면사무로 받게 되어 열심히 근무 중이다. 나는 지금도 태풍 현장에서 얻게 된 깨달음을 기억하려고 애쓴다. 현장에서 느꼈던 감동과 사명감, 시민들이 가장 극단의 아픔에 젖어있을 때 그들을 위로하고 힘이 되어 줄 수 있는 공무원의 모습. 그것은 내가 꿈꿔오던 공무원의 모습이자 실천해야 할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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