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누운오름 (금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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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이야기]누운오름 (금악)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7.04.26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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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 407m 비고: 57m 둘레: 3,229m 면적: 420,021㎡ 형태: 복합형

누운오름 (금악)

별칭: 눈오름. 와악(臥岳)

위치: 한림읍 금악리 188-6번지

표고: 407m 비고: 57m 둘레: 3,229m 면적: 420,021㎡ 형태: 복합형 난이도: ☆☆☆

 

 

넓은 굼부리를 두른 채 다섯 가족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산 체...

 

오름 모양새가 누워있는 모습을 닮았다 하여 누운오름이라 하였으며 부르기 쉽고 줄인 말로 눈오름이라고도 한다. 동명의 오름들이 있지만 유독 이곳만은 동물의 형상을 빗대었으며 그 대상은 소(牛)이다. 넓은 원형의 굼부리를 에워싼 다섯 봉우리가 이어지는데 어느 쪽이 소가 누워있는 형상인지 구분하기는 어려우나, 변화가 이뤄지기 이전에는 그런 형상을 떠올렸던 것 같다.

제주의 오름들 중에 누운오름이나 눈오름이라 부르는 산 체가 몇 개 있는데 뜻은 누워있는 형상을 기초로 한 만큼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다. 한자 역시 대부분 와악(臥岳)으로 표기를 하고 있는 데서 이러한 점을 알 수가 있다. 일부는 구분을 하기 위해서나 부르기 좋게 눈오름이라고 하지만 유독 금악리 소재는 누운오름이라 하고 있다.

행정구역 상 한림읍 금악리에 위치하였으나 동사면은 애월읍과 경계를 이루고 있는데, 도로를 사이로 구분이 되고 있으며 건너편에는 나지막한 가메오름이 있어 대조를 이룬다. 누운오름의 실체와 특징은 보통의 오름보다 다양하고 특별하게 나타난다. 중앙에 드넓은 굼부리를 두고서 다섯 개의 봉우리가 원을 그리며 이어져 있어 마치 인위적으로 구성을 한 것처럼 느껴진다.

전체적으로 높은 봉(峰)은 없지만 크고 작은 다섯 개의 외륜산으로 이어졌으며 이 안쪽으로 드넓은 분화구가 펼쳐진다. 이 굼부리의 면적은 어마어마한 넓이인데 로마의 콜롯세움 원형 경기장을 떠올리게 한다. 여러 봉우리가 이어진 모습과 더불어 무엇보다 평평하고 넓게 원형을 이룬 모습에서 볼품이 살아나는데 이는 오랜 세월 동안 침식이 이뤄지면서 변화가 된 결과이다.

지금은 이 일대 화산체의 흔적이 많이 침식이 되었고 목초지로 변한 상태이기 때문에 드넓은 초원을 바라보는 느낌이 든다. 남서쪽 봉우리가 정상이며 굼부리 안에도 알오름이 있는데 일부가 파헤쳐 진 모습이 확인되며 오래전 송이 채취로 인하여 파손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등성과 사면은 소나무를 비롯한 잡목들이 있으나 전반적으로 풀밭을 이룬 채 외형이 드러나 있으며, 일부는 마소들의 목장으로 이용이 되고 있고 기슭 위아래로 묘 몇 기가 있다. 57m의 비고가 말해주듯 높은 편은 아니지만 오름 주변에 이렇다 할 큰 건물이나 산 체가 없어 봉우리를 돌면서 전망을 즐길 수가 있다.

 

특히나 둥글게 이어지는 봉우리들인 만큼 어느 쪽에서 출발을 할지라도 한 바퀴를 돌아볼 수 있으며, 진행하는 동안 사방으로 열리는 공간을 통해서 전망을 할 수가 있다. 오름을 제대로 보려면 오름으로 올라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 건만 꼭 높은 곳을 찾아야만 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다지 높지 않은 오름이면서도 전망이 좋은 곳은 누구에게나 선망이 되며 이런 오름들은 지역마다 곳곳에 흩어져 있다.

힘들지 않게 오르면서 탐방과 비교적 좋은 전망을 할 수 있는 곳이라면 더할 나위가 없다. 이러한 요건을 갖춘 오름 중 대표적인 곳이 누운오름이라 할 수 있으며, 비고(高)가 낮으면서도 나란히 이어지는 둥근 원형체를 따라 둘러보면서 사방을 전망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라 할 수 있다.

새벽에 이곳에 오면 한라산 방향으로 열리는 여명을 감상할 수 있는데, 특히 비고(高)는 낮지만 사방으로 이어지는 뷰가 비교적 좋아서 오름 탐방의 의미보다는 사방을 전망하는 버전으로도 많이 찾는다.

 

-누운오름 탐방기-

찾아가는 방법은 제주시를 기준으로 할 때 평화로를 지나다 새별오름 부근에서 우측으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들어가다 금악(바다) 방향으로 난 도로가 나온다. 이곳에서 약 3km 못 미쳐서 누운 삼거리를 만나게 되는데 이 지명은 옆에 위치한 누운오름과 무관하지 않다. 누운 삼거리에서 좌측의 목장 안으로 난 소로를 따라서 200m 정도 들어가면 목장 입구와 주차 공간이 있다.

특별히 문을 잠그거나 하는 일은 없기 때문에 잠시 실례를 하면 된다. 누운오름 탐방은 초입과 진행 방향을 특별히 논할 필요가 없다. 목장 안에 주차를 한 후 시계 반대 방향으로 진행을 해도 되며, 맞은편의 능선을 초입으로 정해도 된다. 북쪽 방향(시계 반대 방향)의 낮은 능선을 먼저 만나는 방법이 대체적으로 무난하며 이 경우는 초지의 한쪽 구석을 따라서 오르면 된다.

낮지만 봉우리 정상에서 올라온 뒤를 돌아보니 동남쪽 주봉과 그 너머로 오름들이 보였다. 날씨가 좋으면 당연히 한라산 방향도 만날 수 있으나 이날의 가시거리로는 어림도 없었다. 오름 탐방에 있어서는 불만도 투정도 통하지 않는다. 그저 정해진 날씨와 분위기에 따라서 대응을 하는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봄의 중심이지만 미세먼지가 연일 섬 전체를 감싸 안은 채 물러설 줄을 모르지만 기온은 예년 보다 높아서 나들이하기에 너무 좋은 조건이다. 그럼에도 청정의 제주를 무색하게 하는 가시거리는 주말도 어김없이 곤혹을 안겨줬다.

사월에 누운오름을 찾을 경우는 탐방과 더불어서 주변의 들판에서 고사리 꺾기 체험을 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예전부터 고사리가 많은 지역이었지만 목장이 들어선 후 점차 개간이 되면서 그 범위는 줄어들었으나 아직도 한 바구니 정도를 채취하는 건 시간문제이다.

고사리를 꺾으면서 일대를 다니다가 옆의 가메오름도 만나면 좋고 더 나아가서는 이달봉 등도 가까운 곳에 있어 함께 할 수 있다. 하지만 다홍치마를 얻기 위해서는 날씨의 협조가 필요하기에 미세먼지의 심한 질투와 시기는 진행에 방해가 되는 만큼 선택형 탐방으로 이뤄져야 한다.

북쪽으로 눈길을 돌리니 바다 방향으로는 비양도가 사정권 안에 들지만 역시나 흐릿하고, 가까운 곳의 농장을 비롯하여 돈사와 목장 우리들만 보였다. 기대를 버리고 능선을 따라 진행을 하다가 중간 정도에 위치한 남서쪽의 봉우리에 올랐다. 와악(臥岳)이라고 한 점을 생각한다면 아마도 이곳을 소의 머리 부분으로 전체적인 그림이 나왔으리라 예상이 되었다.

 

외륜산으로서 한 영역을 차지하며 다섯 곳 중에 유일하게 숲을 이루고 있다. 숲 사이로 공간이 열려 바라보니 금(금악)오름이 큰 덩치를 내보이며 우쭐거렸다. 하지만 분위기마저 좋을 수는 없었다. 파란 하늘에 하얀 구름이 걸친 모습을 본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상상 속의 일일뿐이었다. 봉우리 사이로 골짜기처럼 깊게 팬 곳이 있어 관심을 끌었는데 용암유출수로가 지난 자리가 뚜렷하게 남아 있었다.

두 동강이 난 채 지금도 원형을 유지하고 있는 용암 유출수로는 분화구로부터 용암이 분출되어 화구륜의 일부가 파괴되면서 흘러간 골짜기 형태를 말하는데 보통의 오름에서 흔하게 볼 수 없는 광경이다. 특별하게 탐방로의 정비가 된 곳은 아니지만 그래도 오르는데 별문제는 없는 데다 오히려 흙길이면서 자연의 길이라 느낌은 더 좋았다.

숲을 빠져나온 봉우리의 정상부에는 억새와 수풀들이 어지럽게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퇴색이 된 모습들이지만 느낌은 자연스러움이 있어서 더 좋을 수밖에 없었다. 누운오름의 백미는 이곳 봉우리 정상부에서 한라산과 오름을 바라보는 일이다. 마치 한 폭의 동양화와 산수화를 펼쳐 놓은 듯한 풍경을 만날 수 있는 위치이건만 결국 날씨는 여기까지만 허락을 했다.

남서쪽으로는 당오름을 비롯하여 정물오름과 도너리오름 등이 보였지만 역시나 전부를 훔치는 데는 실패를 하였다. 정상부의 일부는 억새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이곳 역시 산책로는 없으나 억새와 수풀 사이를 천천히 지나는 느낌은 좋을 수밖에 없었다. 사락사락 옷깃에 스치는 억새 띠들의 소리가 결코 싫지는 않았다.

이따금 무릎에 부딪히는 찔레를 비롯하여 가시덤불들이 애를 먹였지만 길지 않은 거리이다. 동남쪽으로 길게 이어지는 화산체를 따라가는 동안에 줄곧 넓은 화구를 바라보면서 감탄을 하였다. 지나온 뒤를 바라보니 봉(峰)에서 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곡선미와 각선미가 살아 있었다. 푸름은 없지만 그래도 용눈이오름이나 따라비오름이 부럽지 않은 부드러움을 간직하고 있었다.

아마도 이러한 외형의 모습 때문에 길게 소가 누운 형상을 운운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에 경방초소가 있던 자리는 지금 철거가 되었고 그 흔적만 남아 있다. 산불예방 감시 등을 했던 장소임을 감안한다면 높이를 떠나서 전망이 좋다는 결론이 나온다. 남봉의 정상부에는 묘하게도 묘 한 기가 차지를 하고 있었는데 아마도 과거에 이 지점에 대해서 명당을 운운했으리라 예상이 되었다.

하기야 인근의 이달이 촛대봉 역시 정상은 무덤이 차지를 하고 있으며 제주의 오름에서 이러한 광경을 만나는 것은 어려운 일은 아니다. 주봉에서 굼부리가 펼쳐지는 기슭 옆에는 알오름이 있는데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원형에 가까운 형체를 하고 있다. 추측을 한다면 두 차례 이상의 분출을 통하여 일부가 붕괴되었으며, 그다지 침식이나 변화가 이뤄지지 않은 모습이다.

화산 쇄설물의 일부와 스코리어가 부분적으로 보이고 소나무 몇 그루가 등성을 차지했으며 억새 외에 별다른 식물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일찍이 화산 송이를 채취하면서 파헤친 흔적은 너무 뚜렷하게 남아있었다. 동남쪽의 정상에서 만난 이달봉과 이달이 촛대봉을 사이로 뒤로는 새별오름의 정상부도 희미하게 보였다.

옆의 가메오름 역시 낮지만 운치가 있기에 둘러볼까 하다가 점점 더 거세지는 날씨의 질투와 시기로 인하여 포기를 했고 동남쪽 주봉에서 화구를 다시 바라보는 것으로 누운오름 탐방의 마무리를 했다. 목초지로 변했지만 그 옛날 화산이 폭발할 당시를 연상해 보면 어마어마한 장관을 이뤘으리라 상상이 되었다.

계절이 바뀐 후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는 더한 만족감을 안겨줄 것이라는 확신을 했다. 참으로 아쉬운 날씨였기에 다음을 기약했다. 주변이 푸르게 옷을 갈아입고 하늘이 제 색채감을 드리우는 어느 날 필히 다시 방문하겠다는 다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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