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개체만 남은 흰방울꽃.."이제 또 다시 당신을 기다려도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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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개체만 남은 흰방울꽃.."이제 또 다시 당신을 기다려도 되나요?"
  • 김평일 명예기자
  • 승인 2020.06.04 07: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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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15)한라산국립공원지역내에서 자생하는 귀중한 들꽃..자생지 보호 시급

 

요즘아이들은 동요를 잊은 세대라고들 한다.

동요보다 가요를 즐겨 부른다.

어른들도 아이들이 가요를 부르는 것을 대견하게 생각하고 어려서부터 아이의 꿈이 실현하기를 기대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밀레니엄(millennium)이 되기 전인 1990년대까지의 아이들은 꿈이 과학자, 선생님, 의사, 간호사 등이었다면 요즘 아이들은 가수, 요리사, 여행가, 연예인, 운동선수 등 다양한 꿈들을 이야기 한다.

 

사회가 그만큼 발전하였고 다양성을 아이들에게 키워주려고 노력을 많이 하는 편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들 어렸을 적엔 전쟁을 겪고 난 후여서 변변한 것이 하나도 없었다.

당시의 아이들은 즐겨 부를 노래도 거의 없었다.

전쟁 때문에 불리게 된 군가를 아이들도 따라 불렀다.

6.25 한국전쟁이 한창이거나 휴전이 이루어진 시기이므로 군가를 놀이에 접목시켜서 불렀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세월이 많이 지나 1980년대 이후가 되면서 아이들이 부를 수 있는 동요들이 많이 만들어졌다.

이시기에는 구슬 같은 동요들을 아이들이 즐겨 불렀다.

전국 동요 경진대회도 여러 기관에서 주최하여 열리기도 했다.

 

아무도 오지 않는 깊은 산 속에

쪼로롱 방울꽃이 혼자 폈어요.

산새들 몰래몰래 꺾어 갈래도

쪼로롱 소리날까 그냥 둡니다.

산바람 지나가다 건드리면은

쪼로롱 방울소리 쏟아지겠다.

산노루 울음소리 메아리치면

쪼로롱 방울 소리 쏟아지겠다.

 

초등학교 음악교과서에 실린 아이들이 즐겨 부르던 동요다.

아동문학가 임교순 시인이 쓴 글에 이수인 선생이 곡을 붙여서 만든 동요다.

방울꽃 동요는 당시에는 아름다운 동심을 키워주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달팽이와 방울꽃의 사랑 이야기가 있다.

 

[이야기 내용을 간추려 보면 다음과 같다.]

 

숲속에서 달팽이와 방울꽃이 살았다.

달팽이는 세상에 방울꽃이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기뻤지만 방울꽃은 자기가 예쁘다고 생각을 하고는 자기보다 못해 보이는 달팽이에 대해서는 관심을 두지 않았기 때문에 달팽이가 방울꽃에게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몰랐다.

달팽이는 방울꽃을 몰래 보다가 방울꽃과 눈길이 마주치면 얼른 숨어버렸다.

아침마다 방울꽃에게 와선 "저... 이슬 한 방울만 마셔도 되나요?" 라고 달팽이가 말했지만 방울꽃은 눈길도 보내지 않았다.

비바람이 몹시 부는 날에도 뜨겁게 내리쬐는 햇볕 속에서도 달팽이는 자기 몸이 상하고 마르는 것은 상관치 않고 방울꽃이 잘못될까봐 안절부절이었다.

이모든 행동이 달팽이가 할 수 있는 방울꽃에 대한 무한한 사랑이라는 것을 방울꽃은 몰랐다.

노랑나비 한마리가 날아왔다.

방울꽃은 노랑나비를 좋아했고 노랑나비는 방울꽃의 하얀 꽃잎을 좋아했다.

달팽이에게 이슬을 주던 방울꽃이 나비에게 꿀을 주었을 때도 달팽이는 방울꽃이 즐거워하는 것만으로 만족해했다.

시간이 흘러서 방울꽃 꽃잎들이 시들기 시작하자 노랑나비는 노란 날개를 팔랑거리며 방울꽃 곁을 떠나갔다.

나비가 떠나가자 슬퍼하는 방울꽃을 보며 달팽이는 더 속상하여 눈물을 흘렸다.

방울꽃 꽃잎들이 바람에 다 떨어져 아름다웠던 방울꽃은 하나의 씨앗이 되어 땅 위에 떨어졌다.

씨앗에 흙을 덮어 주며 달팽이는 말했다.

"이제 또 다시 당신을 기다려도 되나요?"

씨앗이 된 방울꽃은 그제서야 달팽이가 자기를 알뜰하게 사랑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출처 : 김정호선생이 쓴 어느 달팽이와 방울꽃의 사랑 이야기에서 옮겨옴]

 

이 글에서 방울꽃의 아름다움과 달팽이가 보내는 무한한 사랑을 느낄 수 있다.

부모님이 자녀들에게 보내는 무한한 사랑과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방울꽃은 쥐꼬리망초과 방울꽃속의 여러해살이 풀이다.

방울꽃(Strobilanthes oliganthus)의 종소명 ‘oliganthus’는 소수화(小數花)라는 뜻이다.

이는 방울꽃이 꽃을 적게 피는 들꽃이라는 뜻이다.

방울꽃은 잎겨드랑이나 줄기 끝에 꽃 하나가 핀 후 조금 시간이 지난 후에 다른 하나가 피는 방식으로 꽃이 피는데 전체적으로는 식물체 마다 한 쌍씩 꽃이 피는 들꽃이다.

 

아름다운 방울꽃이지만 방울꽃은 하루살이 들꽃이다.

방울꽃은 아침이 되면 꽃이 피기 시작하는데 처음에 핀 꽃은 아래를 향해서 핀다.

시간이 지나면서 방울꽃은 조금씩 고개를 들면서 늦은 오후가 되면 고개를 쳐들어 하늘을 바라보는 상태가 되고 저녁이 되면 시들어 버린다.

방울꽃은 한 쌍의 꽃이 한꺼번에 피지 않아 싱싱한 꽃 옆에는 언제나 시든 꽃이 있으므로 한 쌍의 꽃을 온전하게 보려면 시간을 잘 맞추어야 싱싱한 한 쌍을 볼 수가 있다.

방울꽃 중에는 연한 자줏빛으로 꽃이 피는 방울꽃이 전체에 99%이상을 차지하고 나머지 1%는 순백색인 하얀 꽃이 피는 방울꽃이다.

 

한라산국립공원에서는 한라산에서 피는 들꽃과 나무들 중에서 해마다 올해의 한라산 보물을 지정한다.

2013년 한라산국립공원에서는 한라산의 열네번째 보물로 흰방울꽃과 두릅나무를 선정했다.

흰방울꽃은 2004년 한라산국립공원 일대에서 발견되어 관련학계에 큰 이슈가 됐던 들꽃으로 한라산국립공원지역내에서 자생을 하는 귀중한 들꽃이다.

흰방울꽃은 제주특산식물이고 제주의 보물로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여러해살이 풀이다.

흰방울꽃은 다른 방울꽃들이 자주색 꽃을 피우는데 비해 흰색 꽃이 피는 방울꽃으로 방울꽃 중에서 변이종((變異種 : 같은 종류의 개체 사이에서 형질(形質)이 달라진 종류)이므로 변이종 들꽃을 찾아 전국을 다니는 사람들은 꼭 보고 싶어 하는 들꽃이다.

 

흰방울꽃은 습한 나무그늘을 좋아하는 들꽃이다.

흰방울꽃은 민감하여 바람이 불거나 동물들이 조금만 스쳐도 꽃잎이 떨어지는 들꽃이다.

흰방울꽃은 화려한 색이 아닌 투박한 모습의 꽃으로 방울 같기도 하고 스피커처럼 보이는 꽃이다.

흰방울꽃의 꽃말은 만족이라 한다.

대부분 사람들은 만족하면서 살아가지 못한다.

만족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내가 남보다 더 가지려고 아옹다옹인데 흰방울꽃은 투박한 모습을 하고 있지만 숲을 아름답게 꾸밀 수 있어서 만족한다는 이야기를 전해주는 것 같다.

흰방울꽃은 우리들에게 작은 일에 만족하며 살아가라는 메시지를 전해주는 듯하다.

 

흰방울꽃이 한라산 중턱에서 군락이 발견되었다는 뉴스가 전파(電波)와 지상(紙上)을 통해서 전국에 알려진 후로 전국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이를 보겠다고 몰려드는 바람에 서식지가 파괴되고 현재는 아주 좁은 지역에 몇 개의 개체가 휜방울꽃의 면목(面目)을 이어가고 있다.

얼마 남지 않은 흰방울꽃들이 자생지에서 다시 번식하여 명실상부한 제주의 보물이 될 수 있도록 자생지 보호가 이루어져야 한다.

지나가는 바람이 꽃잎을 살짝만 흔들어도 아름다운 방울소리가 들릴 것만 같은 흰방울꽃이 향긋한 숲 내음과 어우러져 제주 숲속을 언제나 아름답게 꾸며주길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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