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문의 야생초이야기] 금목서꽃의 빛과 향에 젖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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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문의 야생초이야기] 금목서꽃의 빛과 향에 젖어..
  • 박대문(우리꽃 자생지 탐사 사진가)
  • 승인 2023.10.25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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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목서의 잎은 차 대용으로 끓여 마실 수 있고, 향기가 좋아 술에 담가 먹기도 한다

금목서꽃의 빛과 향에 젖어

금목서 (물푸레나무과) 학명: Osmanthus fragrans var. aurantiacus Makino 

 

 무덥고 칙칙한 한여름 날씨가 어느새 지나고 아침저녁으로 제법 선선한 바람이 들기 시작하는 계절이 되었습니다. 가을이 성큼 다가왔나 봅니다. 높고 맑아 눈 시리게 파란 하늘이 아스라이 높아만 보입니다.

광활한 가을 창공의 하얀 새털구름이 잔잔히 일렁이는 호수의 물결처럼 어룽져 펼쳐지고 밝게 빛나는 햇살이 온 누리를 어루만지듯 부드럽고 따사롭게 내리쬡니다. 비바람 거칠고 산사태와 강물 범람으로 요동질 하던 자연도 이제 결실의 계절을 맞아 온화해졌나 봅니다. 푸른 하늘과 따사로운 햇살 아래 서 있으니 마음마저 평온해집니다.


한여름 땡 더위에 주춤하던 산과 들의 풀꽃도 다시 가을꽃을 피우기 시작합니다. 가을꽃으로는 산국, 들국, 구절초, 쑥부쟁이 등 국화류가 대표적인 꽃입니다. 그러나 목본류의 가을꽃은 많지는 않습니다만 가장 화사한 꽃을 들라치면 주저 없이 금목서꽃을 꼽겠습니다.

금목서는 청잣빛 도도히 흐르는 아스라이 높은 가을 하늘, 따스한 햇살이 온 누리에 가득할 즈음에 꽃을 피우기 시작합니다. 맑은 하늘 아래 짙은 초록빛 이파리 사이로 휘황한 황금빛을 유감없이 드러내는 금목서의 꽃 향연은 매우 아름답습니다.

가을 뜨락에 꽃이 만개한 금목서를 바라보면 마치 하나의 커다란 황금 꽃초롱을 보는 듯합니다. 거대한 황금 노적가리를 마주하는 듯한 황홀감에 빠져듭니다. 온몸에 전율이 일 듯한 경이로움마저 들 정도로 아름답기 그지없습니다.

금상첨화로 그 향마저 견줄 바 없이 진하고 곱고 감미로우니 일러 무삼하리오. 숲속에 우뚝 솟은 커다란 초롱에 불을 밝힌 듯, 한 그루의 나무 전체가 불 밝힌 초롱처럼 빛이 납니다. 그 주변도 황금빛에 물들어 보입니다. 이 꽃이 피고 나서부터 주변 나무의 푸른 잎새들도 서서히 단풍빛으로 물들기 시작합니다. 마치 금목서가 가을 단풍의 서곡을 울리며 오색 빛 현란한 단풍 세상을 불러오는 듯합니다.

금목서는 꽃이 귀한 가을 중엽에 꽃을 피워 초겨울에 이르기까지 고운 자태를 이어갑니다. 섬세하고 풍성한 가지에 다닥다닥 붙은 황홀한 꽃은 달큼한 향을 멀리 내뿜습니다. 꽃도 향기도 고우려니와 겨울에도 지지 않는 사철 푸른 잎과 자주색 열매도 볼 수 있습니다. 정원수로는 더할 나위 없다고 정평이 나 있는 귀한 나무입니다.

황금빛 꽃 초롱인 양 만개한 금목서의 꽃

 

금목서(金木犀)는 목서 종류의 나무로서 꽃 색깔이 황금빛인 데서 유래한 이름입니다. 즉, 금+목서라는 의미입니다. 황금빛의 꽃과 그 향이 유별나게 곱고 좋아 정원 조경수로 인기 있는 나무인데 추위에 약한 것이 흠이라면 흠입니다.

중국 원산으로 국내에서는 남녘의 경남, 전남 지역의 정원에 심는 상록소교목으로 높이 3~4m 정도로 자랍니다. 암수딴그루이며 꽃은 지름 5mm 정도입니다. 자잘한 황금빛의 꽃이 9~10월에 산형화서(傘形花序)로 꽃가지의 잎겨드랑이에 다닥다닥 엉겨 붙은 듯 모여 핍니다.

두터운 육질화(肉質花)로 꽃받침은 녹색이며 4개로 갈라지고 꽃부리도 4개로 갈라집니다. 2개의 수술과 1개의 암술이 있습니다. 열매는 핵과이며 꽃이 질 때쯤이면 초록색의 콩알만 한 열매가 맺혀 가지에 다닥다닥 붙은 채 겨울을 나고 다음 해 다시 꽃이 필 때쯤 되어서야 자주색으로 익어갑니다.

풍성한 가지에 다닥다닥 매달린 꽃에서 나는 향기도 일품입니다. 학명 Osmanthus fragrans 도 향기에서 비롯되었다고 합니다. Osmanthus는 그리스어의 향기라는 osme, 꽃이라는 anthos의 합성어라고 합니다.

꽃은 작은데 향이 은은하면서도 강하여, 만리향이라고 불릴 정도로 향이 멀리 퍼집니다. 금목서 한 그루가 있으면 그 주변은 온통 향기로 가득해집니다. 꽃 주변을 지나치면 꽃은 보이지 않아도, 어디서인지도 모를 은은하면서도 강한 향기가 미풍에 실려 옵니다. 가을 나무꽃 중에서 향기가 가장 강한 꽃, 가까이 가면 달착지근한 금목서 향기에 정신이 몽롱해진다고 할 정도입니다.

최고의 향기목으로 일컫는 금목서는 꽃이 귀한 늦가을에 피는 덕에 선비의 꽃이라 불리며 사랑을 받기도 했던 나무라고 합니다.

옛 선비들은 금목서꽃이 피면 혼자 즐기기 아까워 다감한 벗을 불러 꽃그늘 아래 술자리를 마련하여 시를 읊고 풍류를 즐겼다고 합니다. 시월 상달의 고요하고 적막한 맑은 달빛과 황금빛 꽃 아래 달큼한 향에 취한 가을날의 술 한잔 정취는 가히 속세를 넘어선 신선의 경지가 아닐는지 싶습니다.

달콤하고 상큼한, 고급스러운 향이 매력적이라서 금목서는 유명 브랜드 향수의 원료로 널리 사용된다고 합니다. 아로(Ahro) 금목서 향수, 샤넬(Channel) No.5, 러브 오스만투스(Love Osmanthus)가 모두 금목서의 향이라고 하니 향수를 잘 모르는 이들에게도 이들은 한두 번쯤 들어 봤음 직한 브랜드인 것 같기도 합니다.

금목서와 비슷한 목서류(木犀類)에는 은목서와 구골목서, 박달목서가 있습니다. 가장 큰 차이점은 금목서만이 황금색이고 나머지 다른 꽃은 흰색입니다. 금목서는 잎에 가시나 톱니가 없고 긴 타원형이며 꽃 향이 진합니다.

반면에 은목서는 잎 모양이 타원형이고, 가장자리에 잔 톱니가 약간 있거나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앞면의 잎맥은 오목하게 들어가고 뒷면의 잎맥은 도드라지며 나무줄기에 피목이 있습니다. 잎 가장자리를 따라 나 있는 가시는 끝 쪽으로 기울어져 있습니다.

구골목서는 잎 모양은 둥근 타원형이며 잎 둘레에 골고루 가시가 나 있고 가시의 방향은 수직에 가깝게 돋아 있습니다. 박달목서는 제주도와 거문도에 자생하는 나무로서 잎 가장자리에 결각이 있으며 잎맥은 오목하게 들어가지 않는다고 합니다. 일설에 따르면 시중에서 은목서라는 이름으로 팔리고 있는 나무는 구골목서로서 은목서는 중국에는 있으나 국내에는 수입되지 않은 나무라고 합니다.

금목서의 잎은 차 대용으로 끓여 마실 수 있고, 향기가 좋아 술에 담가 먹기도 하며, 꽃잎을 말려 차로 이용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가을의 풍요를 상징하는 황금 들녘처럼 황금빛 현란한 수많은 꽃이 모여 커다란 꽃 초롱처럼 빛나는 금목서꽃! 이 꽃나무 아래에 서면 가슴을 달구는 가을 정령(精靈)이 들어와 마음을 풍성하게 하고 따스한 정감을 일으킬 듯합니다. 다정한 친구와 함께 꽃그늘 아래에서 멀어진 옛정을 되새김질하는 막걸리 한 잔을 기울이고 싶은 마음이 절로 일게 하는, 곱고 향기로운 가을꽃 나무입니다.

금목서 꽃그늘


눈 시린 시월 상달 푸른 하늘
따사로운 햇살에
온 누리 무르익어 갈 즈음,
불현듯 뜨락에 솟아난
황금빛 꽃 초롱.

바라만 보아도
황홀감에 젖고
스쳐만 지나도
달콤한 향에 저는구나.


휘황한 황금 노적가리 앞에 서면
널널한 가을 인심 절로 솟고
달콤한 꽃 향에
무딘 가슴 달궈지니
금목서 꽃그늘에 한 잔 술이 땡긴다.
잊었던 벗님이 오늘따라 그립구나.


(2023. 10 월 금목서꽃 아래)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자유칼럼의 글은 어디에도 발표되지 않은 필자의 창작물입니다.
자유칼럼을 필자와 자유칼럼그룹의 동의 없이 매체에 전재하거나, 영리적 목적으로 이용할 수 없습니다.

 

필자소개

박대문

 

환경부에서 공직생활을 하는 동안 과장, 국장, 청와대 환경비서관을 역임했다. 우리꽃 자생지 탐사와 사진 촬영을 취미로 삼고 있으며, 시집 『꽃벌판 저 너머로』, 『꽃 사진 한 장』, 『꽃 따라 구름 따라』,『꽃사랑, 혼이 흔들리는 만남』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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