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무뎌진 칼, 하루에 9백여개도 새 것처럼 만들어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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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무뎌진 칼, 하루에 9백여개도 새 것처럼 만들어 쓴다.."
  • 고현준
  • 승인 2024.03.25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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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재활용, 칼갈이 기계 만들어 무료 보급하는 사)제주청소년연합도지부 황재성 지부장

 

사)제주청소년연합도지부(지부장 황재성)는 여성가족부와 제주특별자치도가 지정한 청소년을 위한 청소년 유해환경감시단체다.

50여명의 회원으로 이뤄진 이 단체는 평소 청소년을 위한 봉사를 하다가 환경보호 활동에도 나선다, 이들은 최근 지구온난화로 닥쳐올 환경재앙을 예방하기 위해 평소 자원재활용을 생활속에서 실천하는 일에 솔선수범하고 있다.

사용하다 녹이 슬거나 날이 무뎌져 버려지는 칼 가위 밀감가위는 물론 믹서기 칼날 등을 직접 갈아 다시 쓸 수 있는 칼갈이 기계를 폐자원을 활용해 만들어 무료로 전달하는 사업을 지속하고 있다.

지난 2011년부터 올해까지 기부한 내용만 봐도 이들의 활동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잘 알 수 있다.

그동안 전달한 재능기부만 해도 칼 2400여개, 일반가위 8백여개, 낫 450여개, 전정가위 180여개 등 총 4천여개에 달하는 물품을 재능기부를 통해 개인은 물론 식당 등에서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왔다.

교육공무원 출신이기도 한 사)제주청소년연합도지부 황재성 지부장은 제주도의 숨은 일꾼이자 제주환경을 지키려는 선구자의 길을 가는 사람이다.

황재성 지부장으로부터 칼 갈이 봉사 등 재능기부 내용과 청소년 문제에 대한 그동안의 활동상을 들어봤다.

 

다음은 사)제주청소년연합도지부 황재성 지부장과의 인터뷰 내용이다.

 

사)제주청소년연합도지부 황재성 지부장

 

 

- 어떻게 칼갈이 봉사를 시작하게 됐나..

“지난 2011년도에 7기 시민경찰을 잠시 했는데 당시 경찰관들도 벌초때 낫을 좀 갈아줬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때부터 예초기 날 갈기 등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사실 자원재활용은 제주가 먼저 시작하고 우리나라가 함께 하고 세계가 다 같이 하면 환경오염이 줄어들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했고 그렇다면 이를 이끌 선두주자가 있어야 할 것 아니냐 하는 마음으로 시작한 것이다”

 

-칼갈이 기계는 어떻게 만드나..

“선풍기나 폐믹서기 등 모터를 활용하는데 모터도 종류가 많다. 믹서기, 난로, 선풍기, 안마의자 등 버려진 지원에서 모터만 가져와 만들고 있다. 집사람이 고물상처럼 만든다고 싫어하지만 그런 것이 있어야 칼갈이 봉사가 가능해서 늘 이해를 구하는 중이다. 어느 아파트에 가봤더니 칼을 다 버렸더라. 날이 무디어지자 버린 것들이었다. 그 칼들을 갈아서 당시 임영호 귀덕리장에게 주었더니 무척 좋아했다. 이후 그 지역에도 가서 칼갈이 재능기부를 했다. 그 인연으로 지금 청소년 도지부 서부지회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칼갈이 기계는 누구에게 주나..

“일단 음식이 맛있고 저렴한 식당에만 준다. 칼갈이 기계를 만들어서 갖다 주면 고맙다고 막걸리 한병을 선물하는 식당도 있다. 계란 후라이를 특별히 서비스해 주는 식당도 있다. 줄 때는 칼갈이 사용이 위험하지 않게 교육을 시켜서 준다”

재능기부로 4천여개의 칼을 갈아 전달한 황 지부장

 

-어려움은 무엇인가.

“소모품비가 만만치가 않다. 재능기부를 하기 때문에 43개 읍면동에 공문을 보내서 토요일 오후 1-5시까지만 해도 몇백 개의 칼을 갈수 있다며 협조를 구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 아무래도 재활용에 대한 관심이 부족한 것 같다. 실제로 함께 하는 봉사회원 5명이 하루에 9백여개의 칼을 갈아 준 적도 있다.

재정지원을 조금만 받을 수 있어도 지역별로 칼을 갈아 주는 등의 노력을 통해 자원절약과 자원재활용이 되겠다는 생각을 늘 하면서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게 사실이다. 생업도 하면서 하다보니 힘들다. 하지만 이를 계기로 행정에서 조금이나마 관심을 가져 줬으면 한다.”

 

-앞으로 또 다른 계획이 있다면..

“시중에 있는 칼갈이 기계는 40만원 정도 한다. 그러나 사용하다 버린 지원재활용은 무료로 할 수 있는 일이다. 써 보니 칼갈이는 세탁기 모터가 제일 좋다. 세탁기에는 열을 시키는 팬이 달려 있어 사용하기에 가장 좋았다. 하지만 일을 하다 보니 칼을 가는 것만이 아니라 주방후드도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주방후드는 사실 한달에 두 번 정도는 청소를 해줘야 한다. 그러나 노약자나 장애인 등 취약계층의 경우 후드청소를 할 수가 없다. 잘못 방치할 경우 화제의 위험이 있다는 점에서 예산이 지원이 되면 후드청소도 무료로 함께 해줄 생각이다.

지금은 행정기관에서 관심이 없지만 누군가 언젠가는 좋은 반응이 있을 거라 생각해서 열심히 봉사 하고 있다.

사실 지역사회를 변화시키자는 뜻에서 일을 하다 보니 청소년단체와 재능기부가 무슨 연관이 있느냐며 회원 중에서도 반대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사람은 나이가 먹을수록 사물을 바라보는 눈보다 세상을 멀리 내다 볼줄 아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황 지부장은 자원재활용은 제주에서 가장 먼저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사)제주청소년연합회는 언제 만들어졌나..

“교육공무원을 할 때인 지난 87년도 당시 김기춘 법무부장관으로부터 ‘황재성 씨를 보니 심성이 착하고 괜찮은 사람 같으니 초범자를 대상으로 전과자를 만들지 말고 선도를 하자는 계획으로 범죄자 선도위원을 하면 좋겠다’는 제안이 왔던 일이 계기가 됐다.

위촉장을 받은 후에는 법원에서 판결이 나면 그 내용이 내게 왔다. 한 해에 보통 17명을 선도했는데 이들에게 가장 먼저 공사장에서 시멘트를 나르는 일을 꼭 해보라고 권했다. 단,일주일만 해보라고 했다.

당신에게 감정은 없지만 내 말을 안들으면 구속도 될 수 있고 이 시점에서 종료가 될 수도 있다고 설득해서 그 일을 하도록 했다. 막노동을 한 후 물어보면 어깨죽지도 아프고 아파서 돌아눕지도 못한다는 얘기를 한다.

그때 내가 말한다. 그래, 돈은 벌기가 그렇게 어려운 거다. 그렇게 어렵게 번 돈으로 공부하라고 부모님이 네게 주는 거다. 그러면 공부하는 게 낫나 노는 게 낫나하고 묻는다. 다들 공부하겠다고 한다,

실제로 검찰공무원이 되고 한전에 입사한 사람이 음료수를 사서 온 적도 있다. 그때 그 말에 감명받아 열심히 했다고 한다.

당시 청소년을 둔 한 어머니가 찾아와 상담을 한 적이 있다. 아이가 아무래도 이상하다는 것이었다.

당시 내 생각은 이대로 두면 지역사회에 범죄자가 늘어난다는 것인데, 이때 청소년 선도단체를 만들 필요성을 느꼈다. 2012년도에 교육공무원을 20년 3개월 하고 명예퇴직을 하고 이 단체를 만들었다.

당시 집사람(부인 배인보 여사(68세))이 무척 심한 반대를 했다. 가만히 있으면 비가 오나 눈이오나 봉급이 나올 텐데 월급도 안 나오는 봉사단체를 왜 하느냐는 반대였다.

그때 집사람이 하도 스트레스를 받아 폐암에 걸리고 말았다.(황 회장은 부인에게 미안해서인지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내 성격이 평소에는 온화하고 자상하지만 성질이 나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성격이라, 뭘 한다면 끝까지 하는 책임감이 투철한 사람인 것을 알기 때문에 공무원을 그만 둘 것을 안 거다.

그래서 엄청 스트레스를 받은 것이다. 뇌에도 종양이 생겨서 많은 고생을 했다. 집사람 때문에 지금도 건강한 약초를 찾아 다니는 일을 계속 하며 돕고 있다.”

부인 배인보 여사와 함께 포즈를 취한 황재성 지부장

 

-청소년 문제 해결방안은 무엇인가..

“나는 선생님들을 만나면 미리 이해를 구하고 공개적으로 얘기한다. 여러분은 월급값을 못하는 사람들이라고.,청소년들을 사람을 만드는 선생님이라기보다 직장을 갖고 월급을 받는 직장인이 되다 보니 학생들이 잠을 자건 뭘 하건 가만 놔두지 않느냐. 선생은 그 시간만 강단에 서서 콩이니 팥이니 하는 것과 똑 같다.

우리는 횡단보도를 만들 때 정부와 국민이 서로 각서를 받지 않는다. 하지만 횡단보도에 대한 약속을 지킨다는 무언의 신뢰가 있는 것이다. 학교를 나오면 교사자격증을 주는데 이건 약속을 하지 않아도 세금을 내고 아이들을 잘 이끌어달라는 약속이다. 선생이 선생 다워야 한다”

 

-꼭 당부하고 싶은 말은..

“나는 ‘사람이면 사람이냐 사람이어야 사람이다’라는 말을 좋아한다. 이 말의 의미는 ‘사람이 다 사람이 아니고 사람다운 행동을 해야 사람이다’라는 말이다

우리는 보통 태어나서 35살까지는 배우고 61세까지는 직장을 얻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다. 퇴직하면 세상을 떠나기 전에 세상에 직.간접적인 도움을 받은 사람들에게 또는 지역 시회에 무엇을 하고 갈 것인가를 물었을 때 지역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해서 봉사한다는 생각을 한다.

봉사는 많은 희생이 따른다., 내 것을 주지 않고는 봉사가 될 수 없다. 시간도 줘야 하고 물질적으로도 줘야 한다. 지역사회에 헌신한다는 마음으로 움직일 때 지역사회가 변화할 것이다.”

 

취약계층을 위해 주방 후드청소 봉사도 계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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