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국민이 대통령을 찾게 만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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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국민이 대통령을 찾게 만드나..
  • 고현준 기자
  • 승인 2014.04.20 13: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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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도망친 선장..우리의 자화상 아닌가


 
▲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을 만날 때의 박근혜 대통령(사진=청와대 제공)


“우리는 대통령을 만나야겠다. 우리를 막지 말라”


19일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이 대통령을 만나러 청와대로 가겠다고 길을 나설 때 경찰이 이를 막아서자 가족들이 분통을 터뜨리며 했던 말이다.

왜 이들은 대통령을 만나고자 하는 것인가.

박근혜 대통령은 사고현장을 찾았던 그날, 전날 정홍원 국무총리가 실종자 가족들을 만나러 왔을 때 물병세례를 받고 봉변을 당했다는 보고를 받고 경호상 실종자 가족 방문을 만류했지만 박대통령이 “직접 가족들을 만나겠다”고 해서 기어이 가족들과 만나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이날 가족들은 그동안 아무리 얘기해도 대책본부에서 들어주지 않았던 구조상황 CCTV설치와 구조상황 브리핑 등에 대해 현장에서 이를 지시, 바로 실행되게 만들었다.


이후 박 대통령은 가족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어 지시사항이 이뤄졌는지에 대해서도 일일이 확인했다는 전언이다.


그러나 이 아버지는 “대통령의 목이 메는 목소리를 듣고 나라를 이끄시는 대통령에게 개인적인 얘기까진 못했다”고 말해 대통령에 대한 배려와 함께 이들 가족들의 애끓는 마음도 온 국민이 함께 느끼게 했다.

지금 대한민국 전국민은 슬픔과 함께 눈물로 매일 이들의 구조소식이 들려오기를 고대하고 있다.
가슴아픈 마음이야 이들 가족이나 국민마음이나 똑같을 것이다.


하지만 왜 이런 문제가 생겼는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 이 시대의 어른들은 어린 학생들에게 몹쓸 어른으로 남겨지게 됐다는 점에서, 우리 모두 공동의 가해자라는 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어른들이 어른스러웠다면..
선장이 선장다웠다면..


회사 사장이 사장다왔다면..
관련 책임자들이 책임자 다웠다면..


관련 직원들이 직원다웠다면..
해당 공무원들이 제 역할을 다했다면...
이라는 분노가 국민들에게 대통령만 찾게 만들고 있다는 점에서 부끄러운 우리의 자화상만 같아 실종된 어린 학생들을 향해 얼굴을 들수 없게 만든다.


도망친 세월호 선장은 우리 사회를 그동안 수십년간 병든 상태로 놓아둔 우리 모두의 비겁한 현상에 다름 아니다.


더 편안하고 더 높고 더많이 돈이 만들어지는 곳을 향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살게 만든 우리 사회의 지독한 병폐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남은 죽거나 말거나 나만 살면 된다는 이 비겁한 정신은 수백명의 생명을 내던지고 도망쳐서도 선장이라는 사실을 숨기고 젖은 돈을 말리고 있었다는 점에서 분노이상의 절망을 하게 만든다.


그 도망친 선장은 “퇴선명령을 내렸다“고 말하고 있지만 희망사항일 것이다.


선원들은 모두 도망치면서도 선내에 대기하고 있던 학생들을 향해 같이 가자고도 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어떤 말로도 변명할 수 없는 인간이하의 짓들을 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정부의 누구의 말도 믿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 외에는 아무도 믿지 못하겠다는 항변을 계속하는 중이다.


왜 그곳에 있는 지휘관들은 이들 가족들이 궁금해 하는 사항을 제대로 전달해주지 못하는가.
왜 국민들이 대통령만 찾게 만드는 것인가.


우리나라의 대통령은 북한의 핵무기의 위협앞에 서있다.
백척간두..대한민국이 송두리째 사라질 위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대통령에게 사고수습 내용 하나 제대로 설명하지 못해 대통령을 찾게 만든다는 것은 모두 다 자기역할을 소홀히 하고 있다는 비판을 들어 마땅한 일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절체절명의 위기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도 있다.


실종자 수색이 모두 끝나고 사고에 대한 전말은 곧 밝혀지겠지만 문제와 원인을 낱낱이 국민에게 밝혀 더 이상 대한민국이 몸만 어른인 후진국이라는 멍에를 벗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수십년전 서울 마포구 망원동에서 한강이 역류해 발생한 수재사건이 있었다.


2명이 교대로 하루에 두 번 수문을 열고 닫는 단순한 업무였는데 한 담당자가 술에 취해 잠들어 버려 수문을 닫지 않아 한강물이 마구 들어왔던 것이다.


이처럼 공직이라는 자리는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자기임무를 소홀히 하면 수많은 시민과 국민이 피해를 본다는 점에서 느껴지는 바가 큰 사건이었다.


더 이상 국민들이 대통령만 찾는 일은 없어야 한다.


어떤 일이건 자기 위치에서 해야 할 일을 찾아 더 국가와 국민을 위해 봉사해야 한다는 각오를 새롭게 해야 하며 보여주기 위한 전시행정도 이제 사라져야 한다.


모두를 내팽겨치고 도망친 세월호 선장도 있는 반면 “너희들이 먼저다 선원은 마지막”이라며 구명복을 나눠준 직원도 있었고 학생들을 구하기 위해 유언을 남기고 배에 뛰어들었던 세월호 직원도 있었다는 점에서 우리는 희망을 잃지 않는다.


우리는 대한민국을 이끌고 있는 외롭기만한(?) 우리의 대통령의 위기관리능력을 바라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실종자가족들을 진실된 마음으로 위로했듯 막막한 국민들의 마음 또한 속시원히 풀어줄 것을 기대한다.
 

하지만 그 일이 가능하려면 공무원은 물론 전국민이 대통령을 잘 보좌하고 지혜와 정성을 모아 함께 문제를 풀고자 할 때 이뤄질 수 있는 우리 모두의 과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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