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천태만상의 종합병원 환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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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천태만상의 종합병원 환자들..
  • 김태홍 기자
  • 승인 2016.03.08 11: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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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병원 응급실과 병실 들여다보니..쓴웃음 짓게 만들어

 

종합병원의 24시간은 어떨까..

수분 수초에 생과 사를 넘나들어야 하는 병원 응급실 모습은 본인만 생각하는 환자와 보호자들의 이기심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병원문화개선 대책을 요구하게 만든다.

본 기자는 지난달 28일 오후 10시 심한 복통으로 제주시내 모 종합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도착했을 때 수많은 환자들이 치료를 기다리고 있었다.

배가 무척 아팠지만 상태가 위중한 환자들을 보고 얌전히 차례를 기다려야 할 수밖에 없었다.

이날 응급실에서는 이기적인 환자들이 자주 목격됐다. 아픈 환자들이 모인 응급실의 성격을 생각하면 환자들의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씁쓸했다.

119구급차로 실려 온 한 환자는 치료를 받은 후 “구급차를 타고 와서 돈을 갖고 오지 못했다”며 치료비를 못 내겠다고 배짱을 부린다.

자신의 아픈 곳을 치료해준 의사들과 간호사들에게 고맙다고 얘기는 못할지언정 구급차를 타고 와서 치료비를 못 내겠다고 하니..

그러나 본 기자가 몹시 아픈 상황인데도 웃음을 짓게 만든 것은 한 노부부다. 할아버지가 장폐색증으로 응급실을 찾은 것이다.

치료를 받기 전에 피검사를 먼저 하는 것은 모든 사람들이 잘 알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채혈을 해야 하는데 간호사가 이 할아버지에게 1차 채혈을 했다. 이어 시간이 좀 지난 후 2차 채혈을 하려 하자 할머니는 “우리 하루방(할아버지)은 50kg뿐이 안 나가는데 두 번씩이나 피를 뽑으면 살이 더 빠질게 아니냐.”는 할머니의 소녀 같은 얘기가 본 기자를 웃음 짓게 만들었다.

할머니가 할아버지를 얼마나 사랑해서 일까라는 생각이 들면서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이 노부부는 평상시에도 얼마나 서로를 위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이어 딸로 보이는 여자아이와 함께 온 한 아버지는 자신의 아이 침대에 이불이 없다면서 응급환자로 바쁜 간호사에게 거칠게 항의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불이 없다고 요청하면 될 것을..

응급실은 목숨이 위태로운 환자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그래서 1분1초가 중요한 곳이다.

그러나 일부 보호자들은 다른 응급환자를 뒤로 한 채 자신의 환자부터 먼저 챙겨달라고 요구하는 모습을 보면서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그분들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입장을 바꿔 생각해줬으면 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좀 지나자 본 기자는 엑스레이와 시티촬영 후 맹장염이라는 진단을 받고 다음날 수술을 받은 후 일반병실로 옮겨졌다.

일반 병실도 응급실 정도는 아니지만 옆 환자들을 생각하는 환자는 물론 보호자들을 찾기는 힘들었다.

1인실과 2인실은 다행이지만 다인실에는 최대 5명의 환자들이 함께 지낸다.

그러나 일부 보호자들과 병문안을 온 환자 지인들은 옆 환자들 생각은 않고 수다삼매경에 빠진다.

병실은 기본적으로 환자의 회복을 위한 공간이다. 하지만 일부 보호자들은 옆 환자가 있는데도 수다 떨기에 바쁘다. 여성은 그렇다 치지만 남성까지 수다에 한몫을 한다. 우리의 병실 문화가 후진적이라고 비난할 수밖에 없었다.

또 입원중인 남편은 아내와 어떠한 영문에서인지 쌍욕을 해대가며 다툼이 오간다.

한참을 다투다 아내는 “너 혼자 알아서하라”며 핸드백을 챙기고 나가버리는 것 이었다. “대한민국 중년남성의 비참한 현실”이었다. 아내가 가버리자 뭘 하려고 해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간호사를 호출하는 수밖에..간호사만 피곤한 상황이다.

남편이 환자여서 예민해서 그런가 했더니 아들이 들어오면서 이 부부는 평상시에도 그렇게 생활하는 것으로 보였다.

아들 몸에는 문신이 있었다. 아들은 아버지와 대화과정에서도 다정한 말투는 아니었다. 아들 행동도 부모에게 물려받은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본 기자가 복도에서 걷는 운동을 하고 있는데 다른 병실 환자 보호자로 보이는 여성은 “3백만 원이 나왔는데 다른데 가서 얘기하자”며 같이 있던 한 여성을 이끌며 주위를 살피더니 병원 한 구석으로 향하는 것을 목격했다. 며느리들로 보였다.

보험료가 나와서 인지 모르겠으나 아픈 환자는 생각도 않고 돈에 눈독(?)을 들이는 모습에 이 사회의 현 실태를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어 씁쓸하기만 했다.

또 남편이 입원했는데 아내는 누구와 통화를 하는지 “회사직원들은 당연히 저녁에 오겠지”라는 얘기를 꺼낸다. 환자인 남편을 두고 장사를 하겠다는 건지..

다른 중년 여성 보호자는 손녀와 영상통화로 “어이구 시윤이 시윤이구나 어이구 내새끼”라며 호들갑을 떠댄다. 환자들은 안중에도 없다. 무식의 극치다.

또 다른 중년 남성 환자는 한밤중에 딸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받는다. 이 중년 남성과 딸과의 통화소리가 본 기자 침대까지 들릴 정도였으며 딸은 술을 마신 것 같은 말투로 아버지에게 술타령을 해댄다.

그러나 아버지는 아버지. 딸에게 “너 마음 잘 알고 있다”고 다독이면서 “내일 오면 얘기를 하자”고 얘기하자 딸은 “내일갈께요”라며 통화를 마쳤지만 다음날 딸은 오지 않았다.

또 수술한 30대 초반 남성은 회복을 하고 있는 상태에서 여자 친구와 말다툼을 벌인다. 이들은 결혼식을 올리지 않은 상태로 불장난(?)한 상황.

이 남성은 한참 말을 이어가더니 여자 친구에게 “유산을 시키고 싶으면 유산시키라”는 말을 함부로 꺼낸다. 이에 여성은 “같이 살자고 무릎 끊고 애원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그런 말을 하느냐”고 한다.

남성은 또 여자 친구에게 “너하고 싶은 대로 하라”며 빈정거린다. 이에 여자 친구는 분을 참지 못하고 남자친구의 얼굴을 순식간에 한 펀치를 날린다. 이에 남성은 뭐하냐고 하자 여자 친구는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했잖아”라며 응수한다. 한참 지나자 남성은 울면서 여자 친구에게 사과 아닌 사과를 하면서 일단락 됐다.

또 병문안을 마친 한 어르신은 병실에 들어갈 때 쓰는 마스크를 이날 추운 날씨 탓에 이 마스크를 방한마스크 용도로 갖고 가는 것을 보면서 경제가 많이 어려 운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본 기자가 이번 병원생활을 하면서 제일 바쁘게 돌아가는 곳은 간호사실이었다. 환자별로 수액교체 시간이 달라 24시간동안 수시로 병실을 오가며 수액교체는 물론 환자마다 체온과 혈압체크를 하느라 분주히 움직인다.

간호사들은 일부 환자와 보호자들이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을 하는데도 간호사들 얼굴표정은 변함없이 항상 웃음으로 환자와 보호자들을 대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이팅게일의 생명존중과 숭고한 희생정신을 본받아 전문직 간호인으로서의 사명을 성실히 이행하는 것을 볼 수 있어 대한민국 나이팅게일(?)들에게 칭송을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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