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대비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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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이야기]대비오름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7.06.20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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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 541.2m 비고: 71m 둘레: 1,707m 면적: 188,947㎡ 형태: 복합형

 

대비오름

별칭: 대비악(大庇岳). 조근대비악(朝近大砒岳)

위치: 안덕면 광평리 산 59번지

표고: 541.2m 비고: 71m 둘레: 1,707m 면적: 188,947㎡ 형태: 복합형 난이도: ☆☆☆

 

 

선녀들이 놀던 자리를 따라 곱게 펼쳐지는 능선과 두 개의 굼부리...

 

전설로 전해지는 내용에는 대비(大砒)라는 이름을 가진 선녀가 하늘에서 내려와 이곳에서 놀다 갔다고 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명칭이 따른 것이다. 이름을 염두에 두고서 풀이를 한다면(대비. 大砒) 선녀가 노닐다가 하늘로 올라가는 모습을 추상한 것으로 여겨지지만 산 체의 입지나 여건으로 볼 때 명칭에 관하여 대단한 추리력을 포함했으리라 여겨진다.

한자로 대비악(大砒岳) 또는 조근대비악(朝近大砒岳)이라고 표기를 하고 있는데 엄밀하게 뜻풀이를 한다면 좀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조근은 족은(작은. 小)을 뜻하는 제주 방언이고 보면 산 체의 규모를 생각해서 붙였을 것으로 추측이 되는 만큼 한자를 표현하기 위하여 변음으로 선택을 한 것 같다.

또한 족은 오름이라 하였으면 옆에 또 하나의 오름이 있어서 크고 작다를 뜻하면서 구분이 되겠지만 따로 떨어진 산 체인 점을 감안한다면 애매하게 들리기도 한다. 결국 조근(족은. 小)은 빼고 대비악이나 대비오름 정도가 올바른 표현이라 여길 수밖에 없다.

평화로와 산록도로 등이 생기고 주변에 골프장이 들어서는 등 변화가 심하게 이뤄진 지금이지만, 과거에는 한라산 자락 아래에 위치하면서 사방을 전망할 수 있으면서 등성을 따라 곱고 부드럽게 이어지는 산 체였으니 선녀가 놀이 장소로 선택을 했을 법도 하다.

 

그다지 높지 않게 펼쳐진 곡선형의 능선을 지닌 데다 두 개의 굼부리가 있으니 이곳을 중심으로 오가며 편안하고 안전한 놀이터로 여겼을 것이다. 남북으로 형성이 된 두 개의 낮고 작은 굼부리를 지닌 특별한 화산체이면서 전체적으로 큰 굴곡이 없이 부드럽고 완만한 능선과 기슭이 돋보인다.

북사면 쪽으로 잡목들이 더러 있지만 정상부를 포함하여 등성에는 억새와 잡풀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오름의 주변은 개간이 된지 오래되었으며 농경지와 촐왓으로 이뤄졌고 목장으로 이어지는 길이 나 있다. 주변에 큰 뫼(山. 오름)가 없고 위치가 그러한 만큼 정상에 오르면 사방을 전망할 수 있으며 특히나 한라산과 바다를 다 볼 수 있는 지리적 여건과 입지를 갖추고 있다.

이 일대는 주변을 포함하여 많은 변화가 이뤄졌지만 그 옛날 선녀가 찾기에 너무 좋은 환경을 지녔음을 상상해볼 수가 있는데 어디까지나 추측으로 그려내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대비오름 탐방기-

족은(조근/작은) 대비악이라고 해서 큰 대비악이 있는 것은 아니기에 오르기 전에 주변을 살피는 것을 우선으로 하였다. 조금 더 떨어진 곳에 여러 오름들이 있지만 크고 작은 산 체가 나눠져 있는 것은 결코 아니었다. 목장과 초지로 이어지는 소로 안쪽까지 들어간 후 기슭 아래까지 살피다가 적당한 곳을 초입으로 하여 오르기 시작했다. 하절기라서 제철을 맞은 수풀들은 성장을 멈추지 않고 빠른 진행을 하고 있었다.

아직껏 주인을 못 만난 고사리도 이에 한몫을 하면서 눈길을 끌었다. 탱글탱글하고 빨갛게 잘 익은 탈(산딸기)틀이 모여 있어 허리를 굽히고 몇 알 따서 먹었다. 벨랑귀(맹개/청미래덩굴) 줄기가 앞을 가로막기에 한 손으로 걷어치우는데 알알이 맺힌 열매들이 탐스럽게 느껴졌다.

조금 더 올라가니 덤불과 푸른색 억새 띠들을 만나게 되었고 허리를 넘는 높이의 수풀들도 좁은 비포장길을 덮고 있어서 불편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푸름만으로 표현을 하기에는 너무 억새고 복잡한 상황이라서 그저 낮은 자세로 치고 올라야만 했다.

마지막 정상 능선은 흙길이 뚜렷하게 나타났지만 장마 기간 중이라서 햇빛이 덜 비친 때문인지 축축하고 더러 미끄러웠다. 정상에 도착하니 맨 먼저 기준점을 볼 수 있었다. 바쁘게 올라온 탓에 거친 심호흡을 몰아쉬며 가능한 먼 곳을 바라는 것으로 눈싸움을 시작했다.

오르는 동안의 불편함과 서둘러 진행한 탓에 구슬땀이 맺혔지만 신선하고 풋풋한 공기가 이내 온몸을 적셔주며 시원함을 느끼게 하였다. 햇살이 없는 하늘이라 분위기는 더 좋은 상태이고 온통 푸름만 주변을 에워싸고 있었다. 사방이 트인 모습은 언제나 맑고 시원한 바람을 맞을 수 있으며 기분도 상쾌해지기 마련이다.

동서남북의 여러 오름들이 한꺼번에 눈에 들어오기에 천천히 하나씩 이름을 불러보는데 개수가 많아서 헤아리기가 벅찰 정도였다. 늦가을에는 능선의 일부가 억새 물결로 변하지만 하절기를 전후해서는 수풀과 덤불이 대세를 이룬다. 딱히 정해진 산책로가 없고 많은 이들이 찾지는 않지만 사람들이 다닌 발자취가 있어서 능선을 오르는데 불편함은 없다.

한낮의 햇빛이 비치는 시간 때에는 어려움이 있겠지만 오전에 오르면 무리함이 없으며, 일행들과 함께 저녁에 오르면 덤으로 산방산 방향의 낙조도 볼 수도 있는 곳이다. 원물오름과 도너리를 시작으로 당오름과 정물오름이 마주하고 멀리에는 금악(금)오름 까지 함께 같은 라인상으로 펼쳐져 보였다.

대병악과 소병악이 나란히 보이고 산방산은 구름층을 걷어치우며 윗부분까지 노출시켰다. 날씨 좋은 날 저녁에 이곳에 서면 노을이 아름답게 펼쳐지는 모습을 볼 수도 있다. 방향을 돌리니 돔박이와 고수치가 가까이 보이고 다른 쪽으로는 새별오름의 일부 모습이 들어왔으며 왕이메와 북도라진도 그다지 멀지 않게 보였다.

한라산의 영롱함은 약한 햇살과 구름층에 밀려 능선 정도만 보였으나 비로소 사방을 둘러 전망이 좋은 곳이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화구 능선을 따라서 한 바퀴 둘러볼 수도 있지만 하절기의 조건은 높이 자란 수풀들이 한사코 방해를 하면서 포기를 종용했다.

정상 근처에서 원형의 화구 안쪽은 볼 수 없지만 어느 정도의 둘레를 따라 노출이 되어 있다. 결국 한 바퀴를 돌면서 맞은편을 따라 안쪽 능선을 바라보는 것으로 대신했다. 내려오면서 다시 바라보는 오름 군락들은 한꺼번에 두 눈으로 차지하기에는 벅찰 정도였다.

 오름들은 저 마다의 특성을 지녔고 느낌도 다르기 때문에 어느 하나도 외면할 수가 없다. 선녀가 반하여 노닐었던 곳. 변화가 이뤄지고 시대를 달리한다지만 대비오름은 매력이 숨어 있는 화산체임이 확실하다.

아무래도 오름 탐방으로서의 깊고 그윽한 맛은 모자란 편이나 전망이 좋고 등정 과정이 쉬운 편이라 꼭 올라야 할 오름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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