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과 함께 한 꿈만 같은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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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과 함께 한 꿈만 같은 하루.."
  • 홍창욱 무릉외갓집 실장
  • 승인 2017.06.21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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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탐방)'문재인 대통령과 짧은 만남,소통하는 대통령 긴 여운 남아..'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한 무릉외갓집 식구들(사진 =홍창욱 제공)

 홍창욱 무릉외갓집 실장
바로 엊그제 일인데 꿈만 같다. 며칠 동안 잠을 설치기도 했고 내가 올린 대통령 사진과 셀카 동영상에 대한 지인들의 소셜미디어 반응을 보고 있자니 더 그렇다.

대통령이 내가 일하고 있는 마을기업, 무릉외갓집에 방문하다니.. 지금도 믿겨지지 않지만 내가 만난 문재인 대통령과 그와 함께 했던 짧은 소감을 기록으로 남겨본다.


좋은 일이 있자니 며칠 전부터 평소와 좀 달랐다. 지난주는 내가 기획하고 원고까지 작성한 무릉외갓집 스토리펀딩이 두 달간의 펀딩을 마감한 주로, 첫 도전에 목표 100%를 초과달성했다.

주위에 있는 많은 지인들이 한 푼 두 푼 모아서 나를 도와준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방식의 삶’을 사는 사람들을 다큐형식으로 방영하는 한 방송사에서 섭외전화가 왔다.


월요일부터 기분이 업 된 마음을 조금은 진정시키고 전시장을 청소하고 있는데 급하게 연락이 왔다. 서귀포 관광협회 장명선 회장님과 제주관광공사에서 무릉외갓집을 추천받았는데 혹시 관광객이 많이 오는 마을기업 중에 추천해주실 만한 곳이 없느냐고.

마땅히 생각나는 곳이 없었지만 무릉외갓집 주간 로컬푸드 서비스에 매주 좋은 요구르트를 납품하고 있는 곳이 생각나 아침미소 목장을 추천했다. 당시만 해도 대통령이 오신다는 것은 꿈에도 생각을 못했다.

 문 대통령이 무릉외갓집을 방문했다(사진=홍창욱 제공)

“저희 마을에 방문해주시는 분도 많은데요. 워낙에 농사만 짓는 시골 농촌마을이라서요. 오시는 분들께는 감귤모찌 만들기도 하고 한라봉잼 만들기도 합니다. 지사장님”.

전화를 끊고 보니 조금 이상하긴 했다. 한국관광공사는 지역 최고책임자가 실무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서 문의를 하는구나. ‘무릉외갓집이 관광분야에까지 이렇게 알려졌나’하고 기분이 좋아졌다.


다음날은 쉬는 날이라 한참 제주에 연극 공연을 하러온 대학동기 박소윤 락버스 대표와 담소를 나누고 있는데 긴급한 전화가 왔다. ‘VIP가 무릉외갓집에 오신다’는 직접적인 표현은 없었지만 이를 추정할 수 있는 몇 번의 대화가 이어졌다.

‘와우! 대통령이 우리 마을에 오신다니’.

나는 이전 대통령이 2013년에 취임하고 임기 내인 2017년 말까지 꼭 한번은 오시리라 믿었다. 개인적인 소망이었는데 많은 국민들의 압도적인 응원에 힘입어 2017년에 당선되고 또 취임한 문재인 대통령이 무릉외갓집에 오신다니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다음날 출근하여 대통령 맞이에 정신이 없었지만 VIP 방문은 저녁까지도 미정이었다.


‘만약 이번에 못 오신다고 하시더라도 다음에 또 오시겠지’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로컬푸드 배송 준비를 하고 보리쌀도 담고 미뤄둔 청소도 깨끗이 했다. 저녁이 되어서야 대통령 방문이 확정되다보니 뒤늦게 취소된 줄 알고 저녁 먹으러 간 사람들도 모여들어 자정까지 전시장은 불이 켜져 있었다.

드디어 당일 날, 마을주민들 조합원들 심지어 옆 마을 사람들까지 대통령이 온다니 전시장 앞으로 몰려들었다. 행사장인 무릉외갓집 전시장은 대통령 맞을 준비로 오전 내내 정신이 없었다.

 

농산물 운반 레일을 옮겨 세팅하고, 제철 농산물 12가지 품목을 수급하여 배송상자에 담을 준비를 하고 주문자 송장과 뉴스레터까지 출력이 되었다.


“대통령께 있는 그대로 보여 드리자구요” 매주 로컬푸드 배송 서비스 책임을 맡고 있는 김순일 팀장이 파이팅을 외쳤다. 실제 로컬푸드를 배송하는 현장에 대통령이 오시는지라 보여주기 식의 감귤모찌 만들기체험은 취소되었다. 대통령이 오기 전 30분 전, 출입기자단이 현장에 도착했다.


원래는 무릉외갓집 김윤우 대표가 대통령께 로컬푸드를 일일이 소개하려고 했는데 기자단 중에 한 분이 대통령께 로컬푸드를 배송 상자에 집어넣도록 지시할(?) 사람이 필요하다고 해서 결국 내가 차출되었다.

대통령이 무릉외갓집에 방문하여 사인을 남길 종이와 사인펜까지 준비하고 대통령 오실 때 몰래 휴대폰으로 촬영하여 반드시 사진을 남기자라고 미리 계획까지 했는데 방문 5분전에 내 역할이 바뀐 것이다.

거기다가 기자 한 분이 “대통령께 여기 있는 귤을 잘라서 한번 드셔 보라고 꼭 권해주세요”라고 부탁을 한다. “아, 네~”하고 대답은 했지만 머리 속이 새하얗게 되고 긴장은 최고조로 다다를 즈음, 대통령이 오셨다.


바로 차에서 내려서 무릉외갓집 전시장으로 들어오실지 알았는데 마을 주민들이 길가에 나와서 박수를 치는지라 문재인 대통령은 그곳으로 바로 걸어가시더니 일일이 악수를 하였다. 잠시 후 드디어 전시장으로 입장한 대통령, 김윤우 대표는 수 십 번을 연습한 로컬푸드 소개를 실수 없이 잘 진행했다.

위성곤 지역 국회의원과 대표의 설명을 들으며 한발 두발 걸어오시다가 드디어 내와 대통령과 악수하며 맞이하였다.

설명이 진행되는 중이라 언제 대통령께 농산물을 상자에 집어놓도록 시켜야 되는지 타이밍이 애매했다. 바로 옆에서 틈만 보고 있다가 대통령께 “(농산물 담는 것을) 직접 한번 해 보시죠”라는 정말 허접하고도 민망한 말씀을 드리고 나의 소개 차례를 이어받았다.


그런데 갑자기 대통령이 양복 상의을 벗으시는게 아닌가. 순간 당황하여 양복을 옆에 있는 내가 받아야 하나 했는데 다행히도(?) 수행원분이 받으셨고 나는 드디어 기자들이 주문한 ‘귤 먹여드리기’ 미션을 하려고 했다. 발갛게 잘 익은 블러드오렌지를 설명하려고 한 개를 골라 쪼갠 후 입에 넣어 드릴려고 했는데 빨갛게 익은 블러드 오렌지를 쪼갰는데 하필 그 귤이 그냥 노란색일 줄이랴.

그 자리에서 귤을 다시 쪼개자니 그렇고, 또 다시 쪼갰는데 또 노란색이면 어쩌나 싶어서 머릿속이 컴퓨터 CPU처럼 돌기 시작할 때.. 안되겠다 싶어 상추담기로 넘어갔다. 어휴.
 

대통령이 오신다고 해서 미리 로컬푸드를 담아 놓고 직접 과일, 상추를 담으실 수 있도록 세팅을 했는데 상품진열 레일은 짧았고 혹여 웃옷까지 벗어신게 민망하지 않을까 싶어서 뒷 레일의 신선식품 주문자 명단을 보는데 마침 우리에게 이 서비스를 만들자가 제안한 은인이자 국제학교의 교사 ‘마일스 부부’차례가 아닌가.

이 때다 싶어 ‘계란, 우유, 치즈, 요구르트’ 추가주문 목록을 신나게 부르고 대통령 손에 가득 안겨드렸다.


“다 담았죠?”라고 대통령이 물어보실 사이, 나는 비장의 카드를 미리 준비하고 있었다. 사인도 중요하지만 셀카 사진을 반드시 남겨야 한다.

셀카 사진도 중요하지만 대통령 말씀과 동작을 담을 동영상이 더 중요하다 직감하고 미리 동영상 모드로 전환한 상태였다. 내가 선 자리에서 셀카를 찍을 포즈를 취하자 대통령이 밖이 너무 밝다고 생각하셨는지 안쪽으로 와서 사진을 찍자고 제안하셨고 우리 무릉외갓집 식구들이 모두 다 얼굴이 나올 수 있도록 (심지어 고령인 이연화 삼춘얼굴이 나오지 않을까봐 대통령이 “오셔여”하며 직접 모셨다) 배려해 주셨다.
 

대통령께 ‘귤 먹여드리기’ 미션이 이대로 끝나나 했을 때 갑자기 시나리오에 없었던 한은주 동료가 대통령님께 “무릉에서 나온 블러드 오렌지와 제주 사진이 담긴 엽서 선물을 하고 싶습니다”라고 이야기 하는게 아닌가.

그리고는 오렌지를 먹기 좋게 잘라서 드렸다. 그 엽서에는 ‘반드시 웃으며, 시원섭섭하게, 손 훌훌 털고 마무리 하실 때까지 힘내십시오. 항상 건강하셔요. 진심으로 반갑습니다.

연극배우 한은주’라고 쓰여 있었다. 그 엽서의 사진은 한은주 동료의 남편인 영국인 교사가 찍은 것이고 남편의 축하글귀가 함께 쓰여져 있었다. 정말 훈훈한 마무리였고 우리 동료가 자랑스러웠다.


전시장에서의 짧은 만남을 뒤로하고 이번엔 오찬장인 마을 제주어학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마을 이장님, 노인회장님, 청년부녀회장님, 마을 사무장님까지 와 있었고 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님을 포함하여 관광분야의 지역관계자들도 모두 와 있었다.

평상에 둘러앉아 지역과 관광의 현안에 대해 한 시간 정도 이야기했는데 지역의 국회의원이나 공사 사장 등 힘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만 듣는 것이 아니라 노인회장님의 노인 일자리에 대한 이야기, 청년 회장님의 농산물 가격 안정에 대한 이야기, 심지어 마을 사무장님의 비정규직 처우 개선에 대한 이야기까지도 상세하게 들어주셨고 이에 대해 일일이 답변까지 해주셨다.


원래 마을 사무장까지 발언 기회에 없었으나 김남옥 사무장이 무슨 용기가 생겼는지 사전에 사회자에게 건의를 했고 이것이 받아들여져서 마이크를 잡게 된 것이다. 혹시 즉석에서 내게 기회가 온다면 무슨 이야기를 할까 곰곰이 생각을 정리해보았는데 그 자리에서는 전하지 못했다. 다음에 또 기회가 있겠지 하며 이 글에 몇 자 남겨 본다.

 대통령 맞이에 최선을 다한 무릉외갓집 식구들

“대통령님, 돈이 없고 먹을 것이 없어서 사람들이 힘들어 하는건 아닌거 같아요. 돈 없고 다소 부족하더라도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보장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주셔요. 마지막으로 이 자리에 오실 수 있도록 정말 많은 사람들이 노력해 주었는데 오늘 무릉외갓집에 오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정말 행복했던 대통령과의 하루가 이렇게 끝이 났다. 내게는 너무도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여운은 우리 동료들과 마을 사람들에게 영원히 남겨질 것이다.

내가 경험한 대통령은 너무도 배려심 깊고 끝까지 소통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한은주 동료가 이야기를 했고 또 서명숙 이사장님이 오찬자리에서 이야기했듯이 문재인 대통령이 행복하게 대통령직 수행을 하고 국민들의 열정적인 지지 하에 웃으며 퇴임하셨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선 국민들이 먼저 행복해야 한다. 우리 함께 행복한 세상을 만들자꾸나.
 

(이 기사와 사진은 홍창욱 무릉외갓집 실장이  직접 쓰고 찍어서 보내온 내용이며, 홍창욱 실장은 "같은 원고를 한겨레 베이비트리에도  보냈다"고 알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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