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역 농협하나로마트의 재고조사에 입점업체 직원들이 동원되면서 업체직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현재 도내에는 제주시하나로마트를 비롯, 40여개의 하나로마트가 영업을 하고 있다. ‘농협연쇄점’이란 이름으로 출발, 동네 슈퍼마켓에 지나지 않았던 이곳이 지금은 대형마트로 성장했다.

신선한 농산물과 대기업 대형마트 못지 않은 가공.공산품들의 구비로 많은 도민들이 애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하나마로마트에서 회사의 얼굴을 걸고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다수의 입점업체들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분기마다 있는 재고조사에 끌려 다니고 있다.

하나로마트 재고조사는 1년에 4번 분기마다 시행한다. 인력이 적을 수 밖에 없는 지역업체들은 직원 한두명이 도내 40개 마트의 재고조사에 참여하고 있다.

제주시하나로마트인 경우 영업이 끝나고 밤 11시에 재고조사를 실시한다. 2~3시간의 재고조사가 끝나는 시간은 새벽시간, 동원되는 입점업체 직원들만 100명이 훌쩍 넘는다.

물론 여기에는 업체에서 파견해 마트 내에서 상주 근무하는 판촉사원들도 포함돼 있다.(-도내에서 가장 큰 제주시하나로마트의 입점 형태를 보면 중앙회에서 계약한 업체와 마트측에서 자체적으로 계약한 지역업체들로 나뉜다. 마트측에서 자체계약한 업체수가 5~60곳으로 여기에 반 정도만이 판촉사원을 파견한다. 업체에서 마트에 파견해 상주 근무를 하는 판촉사원은 총 70여명 정도.) 이들을 제외하고서라도 동원되는 나머지 업체직원들은 영업이나 배송사원들이다.

농협창고에 물품이 입점 될 때 엄연히 검수란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여기서 이들의 책임은 끝난다. 그러나 농협측은 입점 된 물건위치나 재고량 등은 업체직원들이 더 잘(?) 안다는 이유로, 업체직원들의 참여를 종용하고 있다.

이에 입점업체들은 큰 고객이 된 농협측에 따르고 있는 실정. 심지어 서부지역에 한 하나로마트는 재고조사 전에 출석까지 부른다고 한다.

입점업체 한 직원은 “왜 검수까지 끝난 물건의 재고조사에 동원돼야 하는지 모르겠다. 더 화가 나는 건 당연하다는 듯한 하나로마트측의 태도”라며 “도내에만 하나로마트가 몇 개인지 아는가? 시외지역 하나로마트까지 일일이 재고조사를 시키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 내가 농협직원인가?”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에 시하나로마트측은 “판촉사원들을 제외한 나머지 업체직원들은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것”이라며 잘라 말했다.

이들은 “업체직원들이 도와주면 2~3시간에 끝낼 수 있다. 절대 강제적인 것이 아니고, 그쪽에서 도와주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라며 “재고조사 시에는 저희측 직원들도 모두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고조사에 참여한 직원의 제보에 의하면 시하나로마트 재고조사시 농협측 직원은 점장을 비롯 10명 안팎이 참여한다고 한다. 모 업체직원에 의하면 "재고조사때 일이 있어 못 가면 다음날 휴대폰으로 재고조사를 실시하라는 문자가 온다"고 밝혔다.

- 진열대 청소에 세트철에는 상품 진열까지 해야...

더 큰 문제는 재고조사에 그치지 않고, 1년에 한두번씩 진열대 청소와 구정과 추석등 흔히 말하는 세트철에도 업체직원들이 동원되고 있는 것. 쉽게 말하면 한 회사에서 자신들의 제품을 세일즈 하라고 정식으로 고용한 직원이 마트 진열대를 청소하고, 진열대에 상품이 떨어질 새라 채워넣는 일을 하고 있는 것.

물론 여건이 안되는 지역업체의 설움일 수 있겠으나 그렇다면 애초에 입점 계약단계에서 요구조건으로 집어넣거나 그게 아니면 농협측에서 그만큼의 인력을 충원해 직접 해야 될 일이다.

농협측은 업체들과 갑과 을의 관계가 아니라고 하면서도 수년간 진행해 온 재고조사만 보더라도 상하관계가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입점업체 직원들도 결국에는 도민이고, 지금의 농협을 만든 조합원들의 자식들이다.

<기사제휴= 제주인터넷뉴스 김성만 기자>